<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⑫코엑스몰 상인대표 김명락씨

“현실에 맞게 임대료 받아야죠”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열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코엑스몰 리뉴얼 이후 매출이 급락한 김명락 사장입니다.

코엑스몰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쇼핑몰이다. 2000년 5월 개장 초기 ‘몰(복합쇼핑센터)’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 코엑스몰은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무역협회와 상인들의 상생협력에 힘입어 매출이 상승하면서 아시아 최대쇼핑몰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조정해줘야”
 
코엑스몰에 2010년 입점한 김명락 사장(상인연합회 회장) 역시 2000년대 호시절의 훈풍을 이어받아 꽤 성공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당시 그가 밝힌 평균적인 매출 규모는 월 평균 1억8000억원 규모. 24평 가량의 화장품 매장에서 거둔 수익으로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김 사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무역협회 측과 상인연합회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협회에서 G20과 같은 국가적인 행사를 무역센터에서 개최할 경우 며칠씩 가게 문을 닫으면서 상인들이 협조했다고 한다. 무역협회 측도 코엑스몰이 처음 개장했던 2000년 당시 부진한 매출의 매장에게 임대료 일부를 감면해 주는 등 상생협력의 자세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2013년 5월 리뉴얼에 들어간 코엑스몰이 지난해말 재개장하면서 상인들과 코엑스몰 간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당시 무역협회는 코엑스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리뉴얼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무역협회와 상인간 마찰이 있었지만 더 나은 환경에서 매장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무역협회의 약속에 상인들도 리뉴얼 계획에 동참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매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 사장의 매장도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리뉴얼 전 매출의 10분의 1 수준인 2000만원으로 떨어진 것. 김 사장은 “임대료와 수수료 명목으로 매달 1800만원이 들어가는데 어떤 달은 1700만원의 매출밖에 못 올린 적도 있다”며 “매달 수천만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무역협회에서 임대료를 전부 받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무역협회 측에서 매장 분양시 리뉴얼에 대한 청사진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그려놔 상인들이 고액의 임대료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무역협회는 코엑스몰 입점 상인을 모집하던 당시 3000억원을 들여 새단장한 코엑스몰의 유동인구를 평일 기준 13만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상인연합회가 삼성 델라코트에 의뢰해 조사해 보니 실제 코엑스몰 평일 유동인구는 6만여명(5월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사장은 “코엑스몰 관계자에 따르면 월 매출이 임대료에도 못 미치는 매장이 70%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리뉴얼 후 매출 급감
무역협회 상인들에게 책임전가
 
유동인구와 매출이 동시에 떨어지는 것과 별개로 임대료는 오히려 올랐다. 무역협회 측은 최소보장임대료와 수수료 두가지 명목으로 임대료를 가져간다. 최소보장임대료는 매출과 상관없이 무조건 무역협회 측에 내야하는 돈이다. 수수료는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무역협회 측에 제공하는 금액이다.
 
최소보장임대료는 무역협회 측에서 제시한 청사진을 기초로 상인들이 책정했다. 현재 상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2000만원~1억원선에서 최소보장임대료가 책정되면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김씨를 포함한 상인연합회 측은 무역협회의 분석을 기초로 임대료를 책정했으니 당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난 현재 상황에 맞는 임대료 책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김 사장은 무역협회의 판단 미스가 유동인구 전망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경영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선 리뉴얼 이후 바뀐 동선을 지적했다. 너무 복잡하고 단조로운 흰색 배경이 많아 코엑스몰을 찾은 고객들이 쇼핑몰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힘들다고 역설했다. 김 사장은 “매장 위치가 좋지 않은 경우 손님은커녕 지나다니는 유동인구를 보기조차 힘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역협회가 설정한 주요 소비 타깃층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엑스몰이 과거 10∼20대 위주의 활기찬 곳이었는데 리뉴얼 이후 타깃층이 30∼40대로 바뀌면서 기존의 고객들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측은 코엑스몰의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으며 점진적으로 유동인구가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말 코엑스몰을 오픈했을 때 당시의 유동인구 수준을 회복했다는 것. 일반적으로 매장을 오픈했을 때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감소하는 점을 감안하면 점진적인 유동인구 증가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치권도 주목
 
코엑스몰의 갈등은 정치권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인들의 모범이 돼야 할 한국무역협회가 무역진흥이라는 본래 설립 목적보다는 무역센터와 코엑스몰 임대업을 통해 영리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2롯데월드는 임대료 감면
 
종합쇼핑센터인 제2롯데월드는 과거 메르스 여파로 고객이 감소하자 임대료를 감면해 준 바 있다. 롯데자산개발이 5∼6월분의 임대료도 감면한 것.
 
롯데 측은 “시네마와 아쿠아리움의 재개장에도 매출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25억∼30억원 사이의 임대료를 추가로 감면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감면 대상은 롯데월드몰의 269개 입점업체다. 앞서 롯데는 1월부터 5월까지 200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도 감면했다. 롯데는 대표적 집객시설인 시네마, 아쿠아리움의 영업중단으로 입점 업체들이 영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에 개장 직후인 지난해 11월 대비 반토막 났던 제2롯데월드의 매출은 점차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작년 11월 매출을 100으로 봤을 때, 8월 매출은 24일 현재까지 76%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달 전체로는 작년 11월 매출과 거의 같아질 전망이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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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