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한 건' 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북한이 무서워하는 불굴의 카리스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남북 간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극적 타협을 도출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제대로 떴다. 박근혜정부 외교안보팀 좌장으로서 김 실장의 뚝심으로 이끌어낸 합의라는 평가다. 김 실 장은 남북관계의 막힌 곳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고 컨트롤타워로써의 역할을 입증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대화 초반 ‘전쟁’ 발언까지 나오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남북이 이번 사태를 평화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양측의 강한 의지로 극적 합의가 가능했다.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무박 4일간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무박 4일간 공방 
피말린 샅바싸움
 
한국 측 수석대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북측 대표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협상장에서 강대강으로 맞받아치며 ‘전쟁’ 경고 발언까지 나왔다. 지난달 22일 오후 6시 반 판문점 평화의 집. 김 실장이 ‘목함지뢰’ 도발을 언급하며 사과가 우선이라는 뜻을 전하자 황 국장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일관했다. 이어 김 실장은 “불과 한 달 전에 일어난 일,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입니다. 젊은 사람의 일생이 걸린 문제이다”며 북측 사과를 촉구했다.
 
김 실장은 목함지뢰가 폭발한 장소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물에 쓸려 온 게 아니다. 누군가 와서 묻은 것이다”라며 황 국장을 압박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만 이야기하자 김 실장은 “나는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라고 호통을 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또다시 도발한다면 ‘강력한 응징을 하겠다’는 뜻을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시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발언을 한 직후 순간 회담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김 실장의 강경한 입장에 북측은 “유감을 표명하면 어느 정도 해주면 되겠느냐”고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실장의 뚝심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남북간 일촉즉발 위기속 극적타협 도출
현 정부 뚝심의 안보좌장…존재감 ‘쾅’
 
이 와중에도 북한에서는 잠수함 전력의 70% 규모에 달하는 50여척이 기지를 이탈해 수중으로 전개됐고,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기지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한미연합군은 이에 맞서 B-52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전개 시점을 협의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김 실장의 강경한 입장으로 북측과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재발방지책을 놓고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북한의 지뢰도발 사과·재발방지책 마련 등 핵심 쟁점을 놓고 대치하던 양측은 지난 24일 낮 한때 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북측이 돌연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최종 합의에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같은 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협상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도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때문에 자칫 막판에 협상이 뒤집힐 위기에도 놓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은 끝내 합의점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김 실장은 지난 25일 새벽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접촉결과를 브리핑하며 남북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나는 장군이었다”

회담 분위기 압도
 
이번 협상에 대해 여론은 김 실장이 북측으로부터 지뢰 폭발과 관련해 ‘사과’를 받아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하지만 남북이 동시 발표한 고위급 접촉 남북 공동보도문을 보면 “북쪽은 남쪽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쪽 군인들이 부상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정부에선 이를 사과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북쪽의 황 국장은 돌아가 남측이 발표한 공동보도문과는 달리 ‘지뢰 폭발이 남쪽의 조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 황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텔레비전>에 직접 출연해 “이번 긴급 접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가지고 상대 쪽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쪽 보수층에선 유감을 사과로 받아들여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은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민주연구원은 이날 “공동보도문 어디에도 사과는 없다. 이를 아전인수 격으로 사과라고 해석한 김관진 실장과 홍용표 장관을 당장 해임시키고 공동보도문을 파기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대방이 있는 관계에서 ‘사과’를 명시하기보다는 ‘유감’이라는 절충형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김 실장이 어느 정도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사실상 김 실장은 이번 마라톤협상에서 보인 강경적인 태도와 말 한마디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을 이끌어낸 덕에 일각에서는 남북 대화의 물꼬는 앞으로 ‘김관진-황병서 라인’으로 통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김 실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엔 국방부장관을 지내고, 박근혜정부에 들어서까지 안보실장으로 지내고 있을 만큼 신뢰받고 있다. 국민적 호응이 그만큼 좋았던 인물이라는 의미다. 국방장관 시절의 그는 북한의 각종 도발상황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레이저 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레이저 김’
대통령 신임
 
김 실장은 1949년 8월27일 생으로 전북 출신이다. 1972년 육군사관학교 28기로 임관했다. 김 실장은 당시 수재로 통했다.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학업 성적이 우수해 육사 기수 중 1명만 선발하는 서독 유학 시험에 합격했다. 한국에서 1학년을 마친 후 독일 육사에 유학을 가서 졸업까지 했다. 
 
1972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32사단 수색중대 소대장으로 시작해 주요 보직을 거쳤다. 제15보병사단 독수리연대에서 대대장을 보냈으며, 이후 수도기계화보병사단에서 여단장으로 복무했다. 이후 김 실장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1999년 육군본부 전략기획참모부 처장에서 제36향토보병사단 사단장(소장)으로 진급했다. 2002년 육군 기획관리참모부장에서 제2군단 군단장(중장)으로 진급. 2003년 10월1일 열린 국군의 날 대통령으로부터 보국 훈장을 받았다. 
 
2004년 5월, 이라크 파병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에 임명됐다. 상당히 중요한 보직이라 이때부터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꽤 높아졌다. 2004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김선일씨 사건 당시 이라크 파병과 부대 경계 회의 등에 참여했다. 반면 이라크에 주둔중인 자이툰 부대 근처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일체의 브리핑을 하지 않아 논란도 있었다. 
 
뼛속까지 군인 ‘대북 강경파’

‘MB→GH’ 국방장관 최초로 유임
 
2005년 제3야전군사령관에 임명됐다. 이후 강원도 명예 도민으로 선정했다. 한편 2005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방문을 다룬 ‘대통령님,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에 저자로 참여했는데, 기밀 유출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또한 530GP 사건(연천 군부대 총기 사건) 이후 희생자 장례식에 참여했는데, 희생자의 모친이 “내 아들 살려내!”라고 하자 3분도 안 되어 자리를 떠나 논란이 일었다. 2006년 김 실장은 군 최고 서열인 합참의장에 내정됐다.
 
김 실장은 2010년 12월4일 제43대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2013년 3월22일 대한민국 헌정상 전 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최초로 유임된 진기록을 남겼다. 이후 2014년 6월1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의 후임으로 박근혜정부 제2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김 실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있는 동안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지면서 논란도 많았다. 2011년 6월초에는 군 비리, 횡령을 고발한 영관급 장교를 오히려 징계하려는 행동으로 인해 비난을 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2011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북한군 노크귀순 사건, 대한민국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논란, 북한 무인기 추락사건, 제22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 등이 일어났지만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아 공분을 샀다. 
 
굵직굵직한 사건
논란도 많았다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자 병영문화 개선 등을 약속했으나 군 밖에서 느껴질만 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2005년에 일어난 530GP 사건으로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사건 발생 3일 만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비록 후속조치를 위해 대통령이 유임시켰기 때문에 실제로 사임하진 않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국군 통수권의 2인자이자 국방부의 수장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었던 전례와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길 실장은 이런 사건으로 헌정 사상 유일하게 재임기간 중 총기난사 사건이 두 번 일어난 국방부 장관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관진과 호흡’ 홍용표 누구?
 
이번 타협에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빼놓으면 섭하다. 외교·통일 전문가인 홍 장관의 브레인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뚝심이 콤비를 이뤄 빛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당초 홍 장관은 남북 대화 경험이 없고, 비교적 온화해 카운터 파트인 노회한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 비서를 상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었다. 정부 소식통은 “달변인 홍 장관이 논리적으로 북측의 부당함을 추궁하자 북측 대표단이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1964년 4월15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1989년 석사장교로 입대해 1990년 6개월 복무 뒤 소위로 제대했다. 그후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오리건대 교환교수, 한양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를 지냈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통일추진단 위원으로 참여하며 정치와 연을 맺었다. 2013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실무위원으로 활동하고 박근혜정부 출범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으로 발탁됐다. 2015년 3월 통일부 장관에 취임했다.
 
2013년 박근혜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실무위원으로 활동한 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통일비서관에 임명됐다. 현직 청와대비서관(1급)에서 차관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장관으로 지명돼 파격인사라는 말을 들었다.
 
개각 발표 당일 아침까지 통일부 장관에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청와대는 홍용표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발표해 혼선을 빚는 일이 있었다.
 
홍 장관 부친은 한국일보 이사와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을 지낸 홍순일씨다. 부친은 한국일보 특파원으로 1974년 응우옌반티에우 베트남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장기집권하는 베트남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 박정희 유신정권의 탄압을 받았다. 이 사건은 10·24 자유언론 실천운동을 촉발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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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