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⑩호흡기 장애인 서혜영씨

“정부에 목숨을 사야 합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열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부가 호흡보조기 임대비용을 유료화하면서 장애인들을 대표해 생존권을 주장하는 서혜영씨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숨 쉴 자유와 권리가 있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에 돈이 필요하지만, 숨 쉬는 일만큼은 그 누구도 값을 매기지 않는다. 이제까지 국가는 호흡하기 어려운 이들에 무상으로 인공호흡기 임대비용까지 지불하며 이들도 자유롭게 숨 쉴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인간은 평등하다는 원칙을 지켜서다. 
 
하지만 정부는 이제 숨 쉬려면 돈을 지불하라고 한다. 지난 6일 질병관리본부는 인공호흡기 임대비용을 유료화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돈을 내놓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라고 한다. 정부 발표에 반발해 장애 단체가 연대해 인공호흡기 임대비용 유료화 폐지 운동에 들어갔다. 생계유지하는 것도 버거운데,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에 ‘값’을 매겼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져서다. 
 
인공호흡기는 기침 유발기와 인공호흡기, 석션기(호흡기 이물질 흡입) 등이 있다. 원래 인공호흡기는 병원 중환자실에서만 사용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보급화 됐는데, 인공호흡기 가격은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달하는 고가 의료기기다. 
 
돈 내놓고 숨숴라!
 
서혜영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연대’ 단장은 “지금까지 정부는 경제활동이 어려운 호흡기 장애인(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 인공호흡기 임대비용을 100% 무상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인공호흡기 임대비용 유료화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이들은 본인부담금 10%를 내야한다. 평균 7만∼8만원 수준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왜 정부는 갑자기 인공호흡기 임대비용을 유료화 했을까. 그동안 희귀난치성질환 11종에 해당하는 1812명이 무상지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희귀난치성질환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정부는 이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지원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본인부담금을 통해 이들에게까지 지원을 확장하자는 의미다. 고통분담을 하자는 거다.  하지만 서 단장은 이 정책의 실효성과 부당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미 인공호흡기 임대비용을 지원 받는 94%가 희귀난치성질환 장애인이다. 유료화가 돼서 신규확대가 된다고 해도 혜택을 받는 사람은 6%에 불과하다. 여러 장애인 단체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100% 임대비용을 지원받아야 된다는 입장이다.
 
서 단장은 “정부는 장애인 복지 예산을 확대해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 확대 대신 장애인들을 쥐어짜는 꼼수를 부리는 걸까. 이 제도가 시행돼 1812명에게 최대 10만원씩 본인부담금을 걷어도 연간 24억 정도밖에 안 된다. 장애인 단체는 정부가 24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외친다.   
 
인공호흡기는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아무리 수천만원에 달하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더라도 자신의 몸에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여러 기계를 사용해보며 자신의 호흡 스타일에 맞는 인공호흡기를 찾아야한다. 이 때문에 저렴한 기계를 사용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고가의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본인부담금 10%는 기계 값에 따라 달라진다. 서 단장은 “개인이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고 성토했다. 
 
인공호흡기는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인공호흡기도 수명이 있다. 인공호흡기 회사에서 무상으로 교체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것조차도 기계가 고가여서 잘 교체해주지 않는다. 서 단장은 “일반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불편하면 무조건 다 바꿀 줄 아는데, 그렇게 못한다”며 “다 돈이다. 그래서 수명이 다 된 인공호흡기를 쓰다가 119에 실려 간 사람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도 이런데, 이게 유료화가 된다면 더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비용 유료화 발표 “앞으로 돈 내야”
인공호흡기로 한달 숨쉬는 데 7만∼8만원 
  

호흡기질환자 대부분이 근육장애가 있다 보니 일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어렵다. 서 단장은 “인공호흡기에 달린 마스크와 호수 등 보조용품은 지원이 안 된다”며 “일단 장애인 용품은 무조건 비싸다. 이런 비용으로 최소 1인당 월 30만원 지출된다”고 말했다. 
 
 
서 단장이 앓고 있는 병은 척수성근위축증이다.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유전병이어서 서 단장의 동생도 똑같은 병을 앓고 있다. 심지어 어떤 집은 가족 전체가 이 병에 걸려 인공호흡기를 사용한다. 게다가 이 병은 평생 나을 수 없는 병으로 점점 상태가 악화된다. 서 단장은 “평생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단장은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게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정부 지원을 많이 받은 줄 안다 점이다. 서 단장은 “그래서 내 통장에 5만원밖에 없나 싶다”고 한탄했다. 서 단장처럼 중증 장애인 경우 보호자가 수입이 있으면 지원금을 못 받는다. 보호자도 없고 경제활동도 못한 장애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생활한다. 이마저도 후원금 30만원 이상 받으면 끊긴다. 
 
서 단장은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활동보조인 본인 부담금부터 병원비와 약값을 내야 한다”며 “한 번씩 휠체어 타이어라도 교체하면 수십만원이 깨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비용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어 “100만원도 벌기 힘들 장애인에게 대한민국은 너무 살기 힘든 나라다”며 “인공호흡기까지 유료화하는 건 숨도 쉬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이번 유료화를 반대하기 위해 여러 장애인 단체는 서명서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청원 운동을 진행 중이다. 계속해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인공호흡기 본인부담금 반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 단장은 “몸이 불편해서 어설플 수도 있다. 그나마 나는 손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서, 한땀 한땀 보도성명서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예산 축소 꼼수?
 
서 단장은 “인공호흡기는 단순히 돈으로 살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사용자에게 생명을 유지하는 신체 일부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에 열린 간담회에서 인공호흡기를  단순히 장애인 보조기기로 정도로 축소 시켜버렸다 서 단장은 “보조기기는 없어도 불편함에 그친다. 하지만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게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해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인공호흡기를 본인부담금으로 책정하는 것은 장애인들 목숨에 값을 매기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성토했다. 
 
지난해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환자를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열악하다. 서 단장은 “사람들의 반짝 유행에 따라 관심을 갖은 게 아니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일각에서는 장애인을 좋게 보지 않은 눈도 있다. 하지만 우리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형이다. 내 주위에서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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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