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⑩호흡기 장애인 서혜영씨

“정부에 목숨을 사야 합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열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부가 호흡보조기 임대비용을 유료화하면서 장애인들을 대표해 생존권을 주장하는 서혜영씨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숨 쉴 자유와 권리가 있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에 돈이 필요하지만, 숨 쉬는 일만큼은 그 누구도 값을 매기지 않는다. 이제까지 국가는 호흡하기 어려운 이들에 무상으로 인공호흡기 임대비용까지 지불하며 이들도 자유롭게 숨 쉴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인간은 평등하다는 원칙을 지켜서다. 
 
하지만 정부는 이제 숨 쉬려면 돈을 지불하라고 한다. 지난 6일 질병관리본부는 인공호흡기 임대비용을 유료화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돈을 내놓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라고 한다. 정부 발표에 반발해 장애 단체가 연대해 인공호흡기 임대비용 유료화 폐지 운동에 들어갔다. 생계유지하는 것도 버거운데,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에 ‘값’을 매겼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져서다. 
 
인공호흡기는 기침 유발기와 인공호흡기, 석션기(호흡기 이물질 흡입) 등이 있다. 원래 인공호흡기는 병원 중환자실에서만 사용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보급화 됐는데, 인공호흡기 가격은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달하는 고가 의료기기다. 
 
돈 내놓고 숨숴라!
 
서혜영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연대’ 단장은 “지금까지 정부는 경제활동이 어려운 호흡기 장애인(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 인공호흡기 임대비용을 100% 무상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인공호흡기 임대비용 유료화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이들은 본인부담금 10%를 내야한다. 평균 7만∼8만원 수준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왜 정부는 갑자기 인공호흡기 임대비용을 유료화 했을까. 그동안 희귀난치성질환 11종에 해당하는 1812명이 무상지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희귀난치성질환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정부는 이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지원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본인부담금을 통해 이들에게까지 지원을 확장하자는 의미다. 고통분담을 하자는 거다.  하지만 서 단장은 이 정책의 실효성과 부당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미 인공호흡기 임대비용을 지원 받는 94%가 희귀난치성질환 장애인이다. 유료화가 돼서 신규확대가 된다고 해도 혜택을 받는 사람은 6%에 불과하다. 여러 장애인 단체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100% 임대비용을 지원받아야 된다는 입장이다.
 
서 단장은 “정부는 장애인 복지 예산을 확대해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 확대 대신 장애인들을 쥐어짜는 꼼수를 부리는 걸까. 이 제도가 시행돼 1812명에게 최대 10만원씩 본인부담금을 걷어도 연간 24억 정도밖에 안 된다. 장애인 단체는 정부가 24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외친다.   
 
인공호흡기는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아무리 수천만원에 달하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더라도 자신의 몸에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여러 기계를 사용해보며 자신의 호흡 스타일에 맞는 인공호흡기를 찾아야한다. 이 때문에 저렴한 기계를 사용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고가의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본인부담금 10%는 기계 값에 따라 달라진다. 서 단장은 “개인이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고 성토했다. 
 
인공호흡기는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인공호흡기도 수명이 있다. 인공호흡기 회사에서 무상으로 교체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것조차도 기계가 고가여서 잘 교체해주지 않는다. 서 단장은 “일반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불편하면 무조건 다 바꿀 줄 아는데, 그렇게 못한다”며 “다 돈이다. 그래서 수명이 다 된 인공호흡기를 쓰다가 119에 실려 간 사람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도 이런데, 이게 유료화가 된다면 더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비용 유료화 발표 “앞으로 돈 내야”
인공호흡기로 한달 숨쉬는 데 7만∼8만원 
  

호흡기질환자 대부분이 근육장애가 있다 보니 일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어렵다. 서 단장은 “인공호흡기에 달린 마스크와 호수 등 보조용품은 지원이 안 된다”며 “일단 장애인 용품은 무조건 비싸다. 이런 비용으로 최소 1인당 월 30만원 지출된다”고 말했다. 
 
 
서 단장이 앓고 있는 병은 척수성근위축증이다.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유전병이어서 서 단장의 동생도 똑같은 병을 앓고 있다. 심지어 어떤 집은 가족 전체가 이 병에 걸려 인공호흡기를 사용한다. 게다가 이 병은 평생 나을 수 없는 병으로 점점 상태가 악화된다. 서 단장은 “평생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단장은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게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정부 지원을 많이 받은 줄 안다 점이다. 서 단장은 “그래서 내 통장에 5만원밖에 없나 싶다”고 한탄했다. 서 단장처럼 중증 장애인 경우 보호자가 수입이 있으면 지원금을 못 받는다. 보호자도 없고 경제활동도 못한 장애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생활한다. 이마저도 후원금 30만원 이상 받으면 끊긴다. 
 
서 단장은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활동보조인 본인 부담금부터 병원비와 약값을 내야 한다”며 “한 번씩 휠체어 타이어라도 교체하면 수십만원이 깨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비용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어 “100만원도 벌기 힘들 장애인에게 대한민국은 너무 살기 힘든 나라다”며 “인공호흡기까지 유료화하는 건 숨도 쉬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이번 유료화를 반대하기 위해 여러 장애인 단체는 서명서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청원 운동을 진행 중이다. 계속해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인공호흡기 본인부담금 반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 단장은 “몸이 불편해서 어설플 수도 있다. 그나마 나는 손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서, 한땀 한땀 보도성명서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예산 축소 꼼수?
 
서 단장은 “인공호흡기는 단순히 돈으로 살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사용자에게 생명을 유지하는 신체 일부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에 열린 간담회에서 인공호흡기를  단순히 장애인 보조기기로 정도로 축소 시켜버렸다 서 단장은 “보조기기는 없어도 불편함에 그친다. 하지만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게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해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인공호흡기를 본인부담금으로 책정하는 것은 장애인들 목숨에 값을 매기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성토했다. 
 
지난해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환자를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열악하다. 서 단장은 “사람들의 반짝 유행에 따라 관심을 갖은 게 아니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일각에서는 장애인을 좋게 보지 않은 눈도 있다. 하지만 우리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형이다. 내 주위에서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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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