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특집> ‘뿌리박힌’ 일제 잔재들 ⑤‘장군의 손녀’ 김을동 격정토로

“국민이 그렇다면 명백한 친일행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8월15일,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날, 그날이 70바퀴 돈 이 시점에 정치권에서 가장 할 말이 많은 정치인을 꼽으라면 1위에 오를 인물이 있다. 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은 해방둥이로 태어나 대한민국 광복과 나이를 같이 한다. 독립을 위해 만주에서 피 튀기는 전투를 펼친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손녀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일본에 의해 나라가 빼앗겼던 시절, 암울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이들이 있다. 백야 김좌진 장군은 만주에서 일본군을 격퇴하며 항일무장투쟁의 신화를 쓴 인물이다. ‘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 장군을 두고 위인이라고 칭하는 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은 서울에서 활약했다. 그는 일본이 친일사관 교육에 힘썼던 1940년대, 종로를 누비며 조선인들의 상권을 지키는데 힘썼다. 일본 장교들과의 주먹대결은 아직도 호사가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감동을 주는 면이 있다.

‘장군의 손녀’ 김을동 최고위원은 그런 조부와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김 최고위원의 입을 통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일 관계와 국가유공자 예우에 대한 문제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요시사>와의 일문일답.

- 광복 70주년이다. 위원님께는 의미가 특히 남다를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떤지?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난 올해 일흔이 되었습니다. 제 할아버지를 비롯한 항일독립선열들께서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큰 미래를 꿈꾸며 화합과 통합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바로 통일 한국입니다. 그것이 선열들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후손들을 위해 짊어져야 하는 민족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좌진·김두한 장군의 직계 가족이라는 점이 위원님의 정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할아버지 김좌진 장군의 영향으로 저는 어려서부터 독립군가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동요보다 먼저 배운 것이 독립군가였고, 지금도 핸드폰 컬러링이 독립군가니까요. ‘장군의 손녀’로서 애국애족 정신과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깊이 새기며 자라왔습니다.

아버지의 경우 수많은 약자와 서민들을 위해 불의를 참지 않았던 의로운 분이셨습니다. 때문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두 분의 크나큰 업적을 욕되게 하지 않고 후손으로서 그분들의 공을 더욱 빛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며 살고 있습니다.
 

- 최근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에 다시 불이 붙은 모양새다. 반복되는 싸움을 해결할 묘책은 없는지?
▲그간 외교부는 영유권 문제에 관한한 ‘조용한 외교’ 노선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갈수록 독도 영유권 주장을 교묘하게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은 지난달 1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보법제’를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물론이고, 세계 어디에서나 군사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격렬한 반대 시위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우리는 이제 일본 자국민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일본 정부를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 그 외에도 아직 한·일 관계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들이 많이 있다. 이를테면 위안부 문제라든지 강제노역 피해자 문제라든지.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나.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이 자행됐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일제의 참혹한 만행이 인류사에 영구히 기억되도록 하고, 국제 사회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일제침략만행 사진전’ 세계 순회 전시를 계획하는 이유도, 과거에 일본이 저지른 악행들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며 다시는 이러한 인류사적 재앙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하는 절실함 때문입니다.

70주년을 맞이해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미주본부와 공동으로 「일제침략만행사진전 세계순회전」을 광복절에 맞춰 애리조나(8월14일)와 LA(8월15일)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광복 70주년 “독도영유권 문제, 적극적으로”
분단 70주년 “한반도 내 UN 제5사무국 유치”

- 국민들 사이에서는 아직 독립운동가 유족이 과거 친일파의 자손보다 경제적으로 못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게 우리 사회 현실입니다. 이런 국가에서 정말 큰 위기를 맞게 될 경우, 어느 국민이 국가를 위해 마땅히 희생을 감수할 수 있겠습니까?


국가보훈처 자료에 따르면 독립유공자(순국선열·애국지사) 관련 대상자는 6만6190명입니다. 그중 생존 독립유공자(애국지사)는 88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6만6102명은 배우자와 자식 등 유가족입니다. 그중 실제 보상금을 받는 인원은 지난해 연인원 기준 5786명에 불과합니다.

유공자들께서 조국을 위해 몸 바쳐 노력하신 만큼 충분한 보상을 통해 국가가 외면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 소극적 친일에 대한 질문이다. 일각에서는 적극적 친일과 소극적 친일을 구분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마치 생계형 범죄자처럼. 어떻게 보는지?
▲35년 동안 나라를 잃은 국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것을 친일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에 협력해 개인의 이익을 추구했거나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께 좋지 못한 영향을 주었다면 그것은 명백한 친일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생계에 상관없이 강요가 아닌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고 행했다면 그 일이 크든 작든 친일이며,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아무리 좋지 못했어도 선택은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도둑질이 허용되지는 않는 것처럼 상황을 핑계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각계에선 아직 친일파의 후손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앞에서도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그 기준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본에 협력해서 개인의 영달을 추구했거나,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조금이라도 주었다면 그것은 명백한 친일행위이며 그러한 분들은 자신들과 자신들의 조상이 했던 행동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는 광복 70주년인 동시에 분단 70년인 해입니다. 전쟁과 도발의 위협에서 벗어나 한반도가 평화협력의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 ‘한반도 내 UN 제5사무국 유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남·북한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입니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60%가 넘게 거주하고 있는 아시아에는 UN사무국이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선열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가슴에 품고, 통일대한민국의 시대를 여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도록 <일요시사> 독자여러분도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따끔한 질책과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리며, 국민여러분들의 소중한 고견에 늘 귀 기울이겠습니다. 여름철 건강에 유의하시고 여러분의 가정에 언제나 희망과 사랑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김을동 최고위원 프로필]

서울특별시 출생
중앙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한국방송공사(KBS) 탤런트
독립유공자협회 이사
백야김좌진장군 기념사업회 회장
18·19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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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