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상세계 그리는 동양화가 김정아

"민화 보고 복도 챙겨 가세요"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있는 갤러리도스가 오는 29일부터 7일간 동양화가 김정아의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 제목은 'FORTUNE CITY'. 민화를 기반으로 한 그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다.

동양화가 김정아는 민화에 내재된 샤머니즘을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녹여내는 데 강점이 있다. 예로부터 민화는 순수한 감상을 목적으로 한 서양화와 달리 실용적인 측면에 더 많은 비중을 뒀다.

서민의 염원

일상생활과 관련한 서민들의 염원은 민화에 반영됐다. 귀신을 쫓고, 복을 불러들이려는 민중의 바람은 다양한 생물과 사물로 대변됐다. 주로 긍정적인 속뜻을 품고 있는 민화는 자연 그대로의 소탈함을 뽐냈다. 또 민화는 당시 민중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기록물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

김정아 작가는 민화가 지닌 전통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민화의 의식과 형식, 표현에 이르기까지 장르적 문법에 충실했다. 오방색을 쓰려는 시도도 돋보였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현대적인 흐름에 맞춰 변화를 줬다. 서양 정물화나 풍경화의 분위기가 스몄다. 덕분에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가 작품 안에서 교차했다. 현대인의 삶과 욕망에 대한 표상은 그림 밖으로 표출됐다.
 


김 작가에게 화면은 앞으로 올 유토피아를 유쾌하게 담아낼 매개체다. 화면에는 기쁨과 희망을 상징하는 판타지가 가득하다. 민화 특유의 장식성과 화려함을 강조하면서도 현대문명의 상징인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결합했다. '김정아 그림'의 지향점은 자유로운 이상 세계다.

오늘날에도 관객은 민화를 친숙하게 여긴다. 민화가 구현하는 감정이 시공을 넘어 인간의 의식체계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단 물질문명이 자리 잡은 지금 시대의 욕망은 과거보다 조금 더 직선적이다. 김 작가는 인공 환경인 도시를 배경 삼아 도시 안에 길상(좋은 일이 있을 조짐)으로 여겨지는 여러 이미지를 차용했다.

갤러리도스 'FORTUNE CITY'전
민족 고유의 샤머니즘 재해석

흔히 도심의 고층 건물은 치열한 경쟁 상태를 암시한다. 남보다 높아지고자 하는 열망은 현대인에게 씌워진 굴레와 같다. 빌딩, 아파트, 대형 복합쇼핑몰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정체성이 됐다. 김 작가는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를 나열하면서 곳곳에 길상을 배치했다. 작품 속 여러 건물은 단조롭고 차가운 느낌이지만 공간 사이사이에 다채로운 동식물이 조화를 이뤘다.
 

작가의 주관적 개입은 전통적인 산수화와 대비돼 조금 더 극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현대적으로 변용된 다양한 도상은 감상자의 눈으로 새롭게 해석되길 기다리는 눈치다.

민화는 서양화와 비교해 입체감이나 공간감이 생략된 평면성이 특징이다. 시점의 자유로운 이동과 원근법을 무시한 형태의 크기, 종적인 구도는 동양화가 가진 자유분방함을 드러낸다. 김 작가 역시 근대 회화의 간섭에서 벗어나 천연덕스런 표현으로 주제에 접근했다. 사실적 묘사보다는 이미지가 가리키는 상징성을 부각하는 식이다.

또 각 조형은 동등하게 독립된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에 색의 사용에서 채도와 명도가 높은 색이 대치됐다. 선의 강약을 조절해 배경과 생물, 사물을 뚜렷이 구별함은 물론이다. 여기서 선은 대상의 묘사뿐 아니라 선 자체가 가진 자율적인 운동을 통해 화면 안에서 리듬감을 만들었다.


우리를 매혹하는 민화의 색채는 원시적이면서도 정력적이다. 일상에서 억눌렸던 충동과 욕구는 그림을 통해 해방된다. 약간은 과장되고 단순화된 이미지는 기호가 강조되는 현대의 풍속과 맞닿아 있다.

민화의 유혹

김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은 작가 자신의 의식 구조를 일러준다. 부엉이와 팬더, 형형색색의 꽃과 나비가 오가는 도시는 작가의 욕망이 '어울림'에 있음을 드러낸다.
 

만화적 상상력은 그의 그림을 이해하는 열쇠 가운데 하나다.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대상을 비틀거나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흥미롭다. 현존하는 작가의 범주를 왜곡하는 쪽과 재현하는 쪽으로 나눈다면 김 작가는 왜곡을 통해 재현에 다가서는 예술가로 정의할 수 있겠다.

 

<angeli@ilyosisa.co.kr>

 

[김정아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FORTUNE CITY(2015,갤러리도스) 등 개인전 1회
▲겸재정선미술관(2014), 온양민속박물관(2014), 김대중컨벤션센터(2014),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2013),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2011), 공평갤러(2011), 후쿠오카 시립미술관(2010) 등 단체전 다수
▲후소회 청년작가상(2011), 겸재정선 내일의 작가상(2012), 온양민속박물관장상(2014) 등 수상
▲외교통상부 작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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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