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현대종합상조 두 얼굴② 수상한 감사의 실체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10.18 09: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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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아버지 감시하는 ‘이상한 집안’

[일요시사=경제1팀] 현대종합상조의 이사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선임 배경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오너와 밀접한 인사가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유에서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 베일에 싸인 수상한 임원의 실체를 캐봤다.

<일요시사> 확인 결과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의 딸이 회사 감사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경영진을 견제·감시해야 할 감사가 오너의 자녀로 채워져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실무 경험이 전무한 20대 중반에 대내외 명망과 전문성을 요하는 중책을 맡은 점에서 ‘어린 감사’ 선임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무늬만 감사’의혹과 함께 회삿돈 유용 논란까지 일고 있다.

회삿돈 유용 논란

대법원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현대종합상조는 고석봉 대표이사, 박헌준 이사, 송기화 이사 등으로 등기 이사진이 구성돼 있다. 이중 눈에 띄는 인사가 끼어있다. 바로 감사로 등기된 박은혜씨다. 올해 29세인 은혜씨(1981년생)는 박 회장의 장녀로, 지난 2005년 11월, 24세 때 감사에 선임된 이후 지금까지 5년째 역임하고 있다. 

2002년 설립된 현대종합상조는 당시 장의사업부 계약고 2000억원을 달성하고 지점 및 영업소를 전국으로 확장하는 등 국내 대표 상조업체로 자리 잡는 시기였다. 

공교롭게도 은혜씨는 감사 취임 3일 뒤 신모씨와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사위 신씨는 현재 현대종합상조 서울고객감동센터 차장으로 근무 중이다. 은혜씨는 회사의 지분이 없다. 현대종합상조의 주주는 박 회장(71%)과 고 대표(29%), 2인으로 이뤄져있다.

은혜씨는 현대종합상조 자회사 격인 에버엔프리드의 감사도 맡고 있다. 두 회사의 감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것. 지난해 8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에버엔프리드는 일본 업체와 합작법인으로, 박 회장과 일본인 이노우에미네히토씨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대종합상조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장례식장 및 장의시설업(봉안당·수목장)이 주요 사업이다.

박 회장의 자녀들이 등기임원에 오른 사례는 또 있다. 이들 역시 은혜씨와 마찬가지로 20대 초·중반에 ‘한자리’씩 꿰찼다. 박 회장의 차녀 은정씨(1983년생)와 장남 현배씨(1986년생)는 각각 23세, 20세 때 하이프리드 이사와 감사로 등재됐었다. 에버엔프리드와 같은 사업목적으로 지난 2006년 8월 설립된 하이프리드는 지난해 5월 법인이 해산된 상태다. 은정씨는 해산 당시 이사직이 말소됐으나 현배씨는 감사직 등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박헌준 회장 장녀 감사로 등기… 선임 배경 의문
24세 때부터 5년째 역임 “‘무늬만 감사’ 의혹”
20대 차녀·장남도 관계사 ‘한자리씩’ 꿰찬 적도 

기업의 감사는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상법 412조에 따르면 감사는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하고 언제든지 이사에 대해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경영을 따져야 할 감사가 회사, 지배주주, 경영진 등과 이해관계로 얽혀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대종합상조도 같은 맥락에서 ‘무늬만 감사’가 아니냐는 오해를 충분히 살 만하다. 감사의 자격 요건 중 가장 중요한 ‘독립성’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딸이 아버지를 제대로 견제·감시할 수 있냐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는 “감사 제도는 회사, 지배주주, 경영진 등과 무관한 인사의 선임과 적극적인 이사회 참여가 이뤄질 때 투명성과 효율성을 발휘한다”며 “독립적이지 못한 감사가 선임될 경우 엄정한 기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현대종합상조의 ‘어린 이사’선임 배경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박 회장의 자녀들이 업무 노하우 등 실무 경험이 전무한 20대에, 일부 대학생 신분으로 대내외 명망과 전문성을 요하는 회사의 중책을 맡은 이유에서다. 아무리 재계 인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젊어지는 추세지만 젊어도 너무 젊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른 회사와 비교해 봐도 그렇다. 

각종 기업 조사에서 나타난 등기임원들의 평균 연령대가 50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간혹 30대가 있지만 극히 드물다. 모기업 한 임원은 “등기이사진은 회사 경영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내외 명망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되기 마련”이라며 “아무리 오너일가라지만 20대의 자녀들을 이사·감사로 선임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무엇보다 박 회장의 자녀들이 챙긴 보수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는 자칫 회삿돈 유용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고객들이 낸 회비로 운영되는 현대종합상조로선 특히 더 예민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모그룹은 오너의 부인이 ‘능력 부족’ ‘자격 미달’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모르게 계열사 임원에 올랐다가 언론 등에서 회삿돈 유용 시비가 일자 뒤늦게 등재를 삭제하는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모른다” 확인 거부


그러나 현대종합상조는 상장사가 아닌 탓에 감사 등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타기업의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대기업 감사의 평균 연봉은 보통 억대가 넘는다. 많게는 4∼5억원씩 챙기는 감사도 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관료 출신들이 기업의 감사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적지만, 그래도 매년 수천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현대종합상조 측은 감사 선임 배경에 대해 모르쇠와 회피로 일관했다. 오너와의 관계, 역할, 연봉 등에 대한 <일요시사>의 확인 취재도 거부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회사 감사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떻게 선임됐는지도 알 수 없다”며 “회사 내부에 알아 봤지만 이를 아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답변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 딱 잡아뗐다.

 

<기사 속 기사> 

현대종합상조-현대그룹 관계는?

“전혀 관련 없다!”

상호가 비슷한 상조업체가 많아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현대’자가 들어간 상조업체들이 가장 많다. 현대종합상조, 현대상조, 현대드림상조, 현대마이라이프 등이다. 언뜻 보기엔 유사한 이름을 갖고 있어 분간하기 쉽지 않다. 이들 업체는 대기업인 범현대그룹과는 ‘피 한 방울 안 섞인’전혀 다른 회사들이다. 4곳의 업체도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각각의 독립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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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