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별기획<5>대한민국 연예계 ‘파워피플 14인’

“옷 주름은 세탁소 사장이 연예계 주름은 우리가…”

일요시사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연예관계자의 조언을 토대로 국내 연예계를 이끌어 가는 ‘파워피플 14인’을 선정했다. 방송, 영화, 가요 등 연예 각 분야에서 남녀 연기자 및 가수, 영화감독, 드라마 제작자, 음반 제작자 등 연예인에 한정짓지 않고 연예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물을 뽑았다.

대한민국 ‘MC 최고의 라이벌’ 강호동-유재석
배용준·이병헌·비… “우리들은 한류스타”


강호동(39·방송인)
강호동은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영광의 대상을 거머쥐며 KBS 사상 최초로 연예대상 2연패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천하장사 출신의 씨름 선수로 1993년 MBC를 통해 개그맨으로 데뷔한 강호동이 모래판을 떠나 연예계에 입문할 때만 해도 그의 성공을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수많은 스포츠 스타가 그러했듯 강호동도 천하장사 유명세로 반짝 활동을 하다가 그만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MBC <소나기>를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천생연분>을 시작으로 MC 전성시대를 열었다.
 
강호동의 가장 큰 매력은 힘있는 리더십이다. 방송계에서는 강호동의 리더십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얼굴의 카리스마’에 있다고 분석한다. 리더로서의 역할이 빛을 발한 프로그램은 역시 KBS 2TV <1박2일>. <1박2일>에서의 강호동은 나머지 멤버들을 이끄는 ‘맏형’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작가’의 역할을 해내는 등 프로그램 제작진으로서도 ‘의지력 100%’의 대상이다. MBC <무릎팍도사>와 SBS <스타킹> <강심장> 등의 진행자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강호동이 앞으로 어떤 노력으로 지금의 인기를 지속해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광수(49·코어콘텐츠미디어 제작이사)
김광수 이사는 80년대 초 TV 쇼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서 활동하던 댄스그룹 ‘짝꿍’ 멤버로 연예계와 인연을 맺은 뒤 김완선, 김종찬, 윤상, 김민우, 노영심, 손무현 등의 매니저를 하며 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후 발라드 가요 장르의 확립, 뮤직비디오의 선풍, 기업형 연예인 모델의 성공, 컴필레이션 앨범 히트 등 손대는 분야마다 성공신화를 일구며 ‘타고난 기획자’ ‘황금알을 낳는 미다스 손’이란 별칭을 얻었다.

엠넷미디어 콘텐츠제작 본부장을 지낸 그는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GM기획을 엠넷미디어와 합병하면서 자회사 개념으로 코어콘텐츠미디어를 만들었다. 엠넷미디어를 그만 둔 뒤엔 코어콘텐츠미디어를 통해 가수 발굴 및 드라마, 영화 제작 등을 하고 있다. 씨야, 다비치, 티아라, 초신성, 양파, 이효리, 김종욱, 블랙펄 등 음반 보단 음원 쪽에 강한 가수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음반제작에 대한 그의 역량과 안목을 확인할 수 있다. 김광수 이사는 최근 10여 년 전 자신이 밀리언셀러 스타가수로 띄운 조성모와 재회한데 이어 가수 아이비의 프로듀싱을 맡기로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가수 이효리의 경우처럼 그의 손을 통해 다시 정상정복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희(30·탤런트 겸 영화배우)
김태희는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성공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신인으로서 ‘악역을 잘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은 후 계속 답보의 연속이었다. 연기력의 상승곡선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06년 말 개봉한 <중천>은 정우성과 김태희의 캐스팅,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무협영화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화려한 CG와 액션은 좋았지만 극을 이끌어 가는 멜로라인을 형성하기엔 정우성과 김태희 모두 역부족이었다.

특히 김태희는 너무나도 아름답기만 했다. ‘첫 작품이라서’라는 위로 후 두 번째로 도전한 작품은 2007년 개봉한 영화 <싸움>. 독특한 연출력으로 주목받던 한지승 감독과 연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우 설경구까지 가세했음에도 영화는 조용히 막을 내려야 했다. 그러던 김태희가 드라마 한 편으로 그동안 제기됐던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켰다. <아이리스>로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중편드라마 부문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것. 그동안 높은 인기만큼 신인상과 인기상, 커플상 등을 수상해왔지만 매번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연기상을 수상하지 못했던 그에게 우수연기상 수상은 그 무엇보다 값진 것이었다. 이후 김태희는 여기 저기서 쏟아지는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안방극장을 점령한 김태희는 양윤호 감독의 영화 <그랑프리>로 이번에는 스크린 점령에 나선다.

박진영(38·JYP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제작자로 god, 비, 박지윤, 원더걸스, 2AM, 2PM 등의 스타가수를 프로듀스 한 박진영은 작곡가 겸 가수로 활동중이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이자 대표이사인 그는 2003년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미국 음반 시장에 진출했다. 그가 작곡한 Mase의 ‘The Love You Need’, 윌 스미스의 ‘I Wish I Made That’ 등이 실린 음반은 모두 ‘빌보드 200’ 10위 안에 들었다.

1992년 그룹 ‘박진영과 신세대’로 데뷔한 뒤 1994년 앨범 ‘Blue City’로 솔로로 변신, ‘날 떠나지 마’ ‘엘리베이터’ ‘그녀는 예뻤다’ ‘Honey’ 등을 불렀다.
 

배용준(37·탤런트 겸 영화배우)
1994년 데뷔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는 브라운관 스타로 불리다 2002년 출연작 <겨울연가>가 일본 NHK를 통해 방영되면서 일본 팬들 사이에서 ‘욘사마’라는 존칭으로 불릴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일본의 한국문화 붐을 이끌었다.

2003년 데뷔 10년차에 영화 <스캔들>을 통해 뒤늦게 스크린에 데뷔하여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2008년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통해 브라운관에 복귀하여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BOF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였으며 키이스트의 실제 최대주주이다. 2010년 ‘2010-2012년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대한민국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27·가수)
비는 대한민국의 댄스가수 겸 연기자 겸 소속사 사장이다. 비라는 예명은 가수로 활동시 사용하고, 연기자로 활동할 때에는 정지훈이라는 본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2002년 5월 ‘나쁜남자’로 데뷔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뒤 2집 ‘태양을 피하는 방법’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로 스타덤에 올랐다.

184㎝의 큰 키로 보여주는 화려한 춤과 허스키 보이스, 천진한 웃음이 매력. TV드라마, 영화에도 진출해 연기자·가수 겸업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었다. 그리고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힙 코리아> 다큐멘터리에도 출연을 한 적이 있다.
 

송강호(37·영화배우)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갖춘 국내에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항상 충무로 캐스팅 일순위로 꼽힌다. 1995년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단역으로 출연, 영화배우로 데뷔했고, 송능한 감독의 <넘버3>에서 불사파 두목이면서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조필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반칙왕>에서 처음으로 주연으로 발탁이 되었고, <괴물>은 1300만여 명을 기록, 한국 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넘버3> <조용한 가족>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반칙왕>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 <박쥐> 등 출연작마다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톱스타 자리를 굳혔다.

‘칸의 여왕’ 전도연·송강호 ‘출연하면 흥행 자신’
김광수 대표·정태원 대표  “문화 흐름은 우리가”

유재석(37·개그맨)
‘뚝사마’ 유재석은 2005년 <KBS 연예대상>, 2006년 <MBC 연예대상>, 2008년 <S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면서 연예대상 그랜드슬램 달성한 최초의 연예인이다.

방송계에서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얼굴의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강호동과 달리 유재석의 리더십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분석한다.

유재석과 방송을 함께 해본 동료 연예인들은 그의 성실함과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를 높게 평가한다. 유재석 전성시대를 이끈 또 하나의 요인으로 그의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프로 정신을 꼽을 수 있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스스로를 던진다. 겸손함과 친화적인 성격 등 인간적인 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병헌(39·탤런트 겸 영화배우)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잘 생긴 외모, 그윽한 목소리, 뛰어난 연기력으로 단숨에 청춘 스타 대열에 올라선 그는 1995년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로 스크린에 데뷔해 2000년 600만 관객을 동원한 <공동경비구역 JSA> <내 마음의 풍경> <번지점프를 하다>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국민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거칠고도 고독한 연기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던 <달콤한 인생>이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지.아이.조:전쟁의 서막> <나는 비와 함께 간다>와 KBS 드라마 <아이리스>에 출연하며 대한민국과 일본 그리고 할리우드를 종횡무진하며 맹활약 중이다.

이병훈(65·연출가)
이병훈 PD는 한국 사극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에 MBC에 입사하여 1974년에 <113 수사본부>로 데뷔, 2002년 정년 퇴임했다.

<제3교실>(1975), <남강의 이승훈>(1982), MBC 대하드라마 <조선왕조 500년>(1990). MBC 드라마 <허준>(1999), MBC 드라마 <상도>(2001), MBC 드라마 <대장금>(2003), SBS 드라마 <서동요>(2006), MBC 드라마 <이산>(2008) 등을 연출했고, 현재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동이>의 연출도 맡고 있다. 이병훈 PD의 작품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다.

중동지역까지 수출된 <대장금>은 한류열풍을 이끌었고, <허준>은 2000년 이후 방송된 드라마 중 회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현재 일본에서 방영 중인 <이산> 역시 또 다른 한류 붐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효리(31·가수)
1998년 5월 여성 아이돌 그룹인 핑클의 리더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4집 이후 활동을 중단한 핑클의 멤버들은 팀을 해체하지 않은 상태로 개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효리는 2003년 8월 첫 번째 솔로 앨범 <STYLISH>를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은 2003년은 ‘이효리의 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효리의 말과 패션이 거리에 쏟아지는 이른바 ‘효리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 앨범으로 이효리는 그 해 <M-NET 뮤직비디오> 시상식, <KMTV 가요대전>, <KBS 가요대상>, <SBS 가요대전>, <서울가요대상>의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6년 2월 두 번째 솔로 앨범 <Dark Angel>, 2008년 7월 세 번째 솔로 앨범 <It’s Hyorish>, 2010년 네 번째 솔로 앨범 <H-Logic>을 발표했다. 이효리는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음악, 패션 등으로 화제를 불러모으며 이슈가 되고 있다. 이효리는 2006년 이후에는 MC로서의 활동도 보여줬다.

2006년에는 KBS <해피투게더 시즌2-프렌즈>, 2008년 상반기 SBS <일요일이 좋다-체인지>, KBS 2TV <상상플러스 시즌2>를 진행했다. 2009 <SBS 연예대상>에서는 <패밀리가 떴다>로 유재석과 함께 대상을 수상하면서 예능인이 아닌 가수가 연예대상을 처음으로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임권택(74·영화감독)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17세에 소품보조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임권택 감독은 1962년 영화 <두만강아 잘 있거라>의 감독으로 데뷔했다.

조선후기 화가 장승업의 생애를 그린 <취화선>을 통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현재까지 100여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2002년 금관문화훈장을, 2005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에는 동서대학교에서 2008학년도 수시2학기 모집부터 전국최초로 임권택 감독의 이름을 붙인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이 신설되었다.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은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공동으로 아시안필름 아카데미를 추진하고 있다.

전도연(37·영화배우)
데뷔 초에는 드라마 배우,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1993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이 연기 데뷔작이다.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여주인공을 맡으며 영화 배우로 데뷔해 그 해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뒤 <내 마음의 풍금>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 <별을 쏘다> <프라하의 연인> 등 여러 드라마, 영화에 출연했고 대종상 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다수의 국내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2007년 5월27일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 3월 9살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을 발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으며 2009년 1월22일에는 첫 딸을 출산해 현재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정태원(46·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자이자 글로벌 프로젝트가 포함된 30여 편의 국내외 영화 제작 및 700여 편이 넘는 외화를 수입, 명실공히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와 노하우를 보유한 최정상 제작자이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로 한국 코미디 영화의 황금기를 주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 및 <황금나침반> 등 다수의 흥행 영화를 수입했다. 2008년 <삼국지:용의 부활>로 글로벌 프로젝트 제작을 주도하며 국내를 뛰어 넘어 세계로 발돋움한 굴지의 제작자이다. 의욕적이고 탄탄한 토대 위에 할리우드 메이저사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수준 높은 외화들을 지속적으로 수입, 국내 관객들의 지적 욕구 충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창의성을 기본으로 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 노하우로 꾸준히 한국 영화를 제작, 다양한 장르와 독창적인 소재 개발을 통해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하는 굳건한 제작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전쟁 블록버스터 <포화속으로>를 제작,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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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