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문화’ 독인가 약인가(1) 정치권 ‘안티 적색경보’


정치권에 안티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여-야, 여-여, 야-야, 의원-보좌관 등 다양한 각도에서 안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굵직한 현안 등엔 항상 여·야간의 의견 충돌로 일부의원들은 ‘안티족’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독제를 막기 위한 ‘견제’ 역할이라고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다. ‘견제’가 아닌 ‘안티’에 불과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안티문화가 힘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그 내막을 캐봤다.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변수가 발생했다. 현재 정치권은 이명박 정부에 반란표를 던져, 강력한 안티문화가 속속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티문화가 점차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쇠고기 정국. 서울시청앞 광장을 가득 매운 국민들이 ‘이명박 탄핵’을 외치면서부터다. 여기에다 정치권의 안티문화도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여당, 야당, 국민 등이 그 중심에 서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정당 인사들 간의 권력암투까지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견제’ 위한 ‘안티’
차기 대권 장악 노림수도


안티문화 뿌리가 가장 먼저 박히기 시작한 것은 여-야간의 신경전.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반한나라당 전선, 이른바 안티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 이들이 안티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견제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한 의원은 “정치권에서 견제 세력이 있어야지만 ‘독재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도 “지나친 견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견제세력으로 확실히 기반을 잡으면 국가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심리가 내재해 있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지나친 견제로 인해 ‘안티문화’가 형성된다면 국가 발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민주당이 안티문화를 형성하려는 진짜 명분은 무엇일까. 그 첫 번째가 이명박 정부 독주체제 발목 잡기(?). 갖가지 민영화 사업 등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안티문화 형성의 또 다른 명분은 차기대권.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잃게 된 5년’이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미국 금융위기와 맞물려 이명박 정부 경제팀에 대한 경질을 촉구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신공안정국을 조성함으로 인해 국민들과의 ‘소통 정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이미 야당과의 신뢰관계가 깨진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가 발전에 큰 위기를 자처할 것”이라며 “견제역할을 착실히 할 경우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질 것이고 이로 인해 ‘차기 대권’도 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나친 안티문화가 또 다른 화를 나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안티문화의 본래 취지인 ‘견제’가 자칫 ‘실속 챙기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 즉 ‘약’이 아닌 ‘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당 정체성 문제 등으로 민주당 내 ‘불화설’이 비일비재하다. 민주당 내부의 악재를 감춘 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방만 일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민주당의 안티 문화가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제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처럼 여-야간의 안티문화가 ‘독인지 약인지’ 구분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안티문화가 또 다른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권력암투’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여-야 구분이 없이 의원들 간의 비방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을 정도다.

현재 안티문화로 인해 권력암투로 변질된 케이스는 간략하게 두 갈래다. 여-여, 야-야간의 ‘집안싸움’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선 한나라당의 경우 소장파-이상득 의원, MB계-박근혜계 간의 권력 암투로 인해 서로간의 헐뜯는 안티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안티세력’으로 불리는 소장파 인사들로부터 ‘폭탄테러’를 당했다. 이 의원이 안티세력의 ‘주 타깃’이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의원은 박희태-홍준표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한 몫(?)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이상득·박근혜계 vs 소장파·이재오계’간의 힘겨루기도 이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연장전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권력암투=안티세력
겉과 속이 다르다


이를 입증하듯 이상득·박근혜계에서는 홍 원내대표를 대신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유임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소장파·이재오계에서는 “홍 원내대표로는 국회를 힘 있게 끌고 갈 수 없으므로 사퇴론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이러한 권력암투는 이 대통령을 위한 ‘안티세력’이라는 명분하에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술책 중 하나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상대에게 ‘독’을 먹이려다 스스로 ‘독’을 삼키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친노세력, 구민주계, 386계 사이의 권력암투로 인해 서로간의 헐뜯는 안티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말도 들리지만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대신 내부에서 계파간의 신경전이 곪을 대로 곪아있다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 김근태 전 의원계인 민주평화연대(민평련),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모임(민생모),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평화와경제포럼 등 진보개혁그룹이 ‘민주연대(가칭)’를 발족할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의 잘못된 점을 따끔하게 지적하는 세력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이들의 복안이다. 즉 ‘안티세력’으로도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민주당 발전을 위한 견제세력으로만 발전할 경우에야 ‘특효약’이 될 수 있지만, 그 수위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들은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당 발전을 위해 화합을 추구해야 하지만, 정치 지형상 얼마든지 ‘분당론’을 강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명백한 안티세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 뿐만 아니다. 각 정당 인사들은 ‘한 배’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사석이 되면 서로를 비방하는 목소리가 드세다. “A의원은 B의원 앞에서는 꼼짝도 못한다”, “C의원이 D의원에게 직설적 면박을 준다” 등이 불만의 주된 골자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인사들은 사석이 되면 ‘안티세력’이 더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악어와 악어새 관계인 의원과 보좌관들의 안티문화는 어떠할까. A의원실 한 보좌관의 말이 많은 점을 시사한다.

“A의원은 무섭다. 돌아가면서 보좌진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 그 곳에 있을 당시에는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러나 뒤를 되돌아보면 나의 발전을 위해 ‘보약’이 되는 것 같다.”

실제 의원과 보좌관들 간의 ‘안티 문화’도 적잖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의원과 보좌관들 간 불화로 보좌관들이 사표를 쓰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쓴소리를 들을 당시에는 ‘독’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약’이 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게 보좌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 때문에 ‘비난’이 아닌 ‘비판’적인 안티문화는 이미 의원과 보좌관들에서는 ‘독’이 아닌 ‘약’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새로운 안티문화
“독이 아닌 약이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안티문화가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비록 정치인들은 ‘견제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안티문화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따라서 정치권의 안티문화가 ‘도’를 넘을 경우 ‘약’이 아닌 ‘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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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