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 특별기획<2>여의도 입성 14년차 국회의원 현주소

‘어리바리’새내기 지금은 여의도 ‘주물럭주물럭’


정계에는 올해로 14돌을 맞은 <일요시사>와 동년배인 중견 정치인들이 많다. 1996년 당시 15대 총선을 통해 생애 첫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한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등장 당시 ‘조연’에 지나지 않았던 이들은 현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계의 ‘주연’으로 성장했다. 이제 여의도는 이들이 내뱉은 말 한마디에 술렁일 정도다. 지난 시간 굴곡진 삶을 견디고 거물급 인사로 성장한 정계 주요 인사들의 정치 여정을 되돌아봤다.


‘어르신’ 등에 업고 ‘조연’에서 ‘주연’ 고속성장
14년 정치인생… 말 한마디에 ‘웃다가 울다가’

    
15대 총선이 치러진 1996년은 여의도에 ‘새내기’ 의원들이 대거 등장한 때다. 90년대 ‘3김시대’로 대변됐던 정치권 세력은 15대 총선을 기준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혈기 왕성한 신인들이 다량 수혈됐다. 실제 당선된 국회의원 299명 중 46%인 137명이 초선의원일 정도다.

‘파릇파릇’ 새내기
“의젓하게 자랐네”

 
하지만 이들의 등장이 ‘혈혈단신’ 이뤄진 것은 아니다. 당시 정치권 최대 영향력을 자랑했던 ‘3김(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재)’의 든든한 후원이 성장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특히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러브콜은 신인 정치인들에게는 ‘핑크빛’ 미래에 대한 보장과 같았다. 15대 초선의원들 앞에 유독 ‘포스트 ○○○’, ‘○○○ 수제자’ 등의 수식어가 많은 까닭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1996년 정계 큰 어른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성공적으로 국회에 자리매김한 대표 인사들은 누굴까. 최근 원내지휘봉을 잡게 된 김무성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가 그 중 하나다. 김 원내대표는 YS가 야당 총재이던 시절 그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후 15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첫 입성했다. YS의 ‘정치적 수제자’로 불린 김 원내대표는 이후 16·17대까지 내리 3선에 성공하며 당내 중진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의 운세가 늘 상승곡선을 그린 것은 아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의 대책본부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친박계 좌장’으로 꼽혔던 그는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보복공천’의 희생양이 됐다. 그는 당을 떠나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YS는 김 원내대표의 후보 선거사무실을 직접 찾아 그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YS는 이 자리에서 “전국적인 인물이 된 김 의원은 앞으로 대통령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자신의 텃밭이었던 부산에서 4번째 금배지를 가슴에 매단 그는 당당히 한나라당으로 복귀했다. 김 원내대표의 정치적 역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당 원내대표직을 두고 3번이나 고배를 마셔야했다.

앞서 2006년 1월과 7월 두 차례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했지만 이재오 의원과 김형오 의원에게 잇따라 패했다. 지난해 5월엔 친이계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원내대표직에 추대됐지만 박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4일, ‘3전4기’ 도전 끝에 당 의원 만장일치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되는 영광을 안게 됐다.

김 원내대표의 정치적 역경만큼이나 굴곡진 시간을 견뎌 낸 국회입문 ‘동기’가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다. 홍 의원은 1993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하면서부터 정치권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1995년 사직 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던 그는 당시 14대 대통령이었던 YS의 권유를 받고 정치에 입문했다. 신한국당에 입당한 그는 15대 총선에 출마, 서울 송파구 갑에서 승리를 거두며 정치인생을 걷게 됐다.

YS·DJ 내민 손
거물급 성장 발판

하지만 기쁨도 잠시. 1999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하는 고초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2000년 2월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던 그는 다행히 2001년 서울 동대문구 을 선거구 보궐선거를 통해 복귀, 건재함을 자랑했다. 이후 17·18대 국회의원에 연이어 당선된 홍 의원은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장 등을 지냈고, 2008년엔 한나라당 원내대표직을 맡아 정치권의 ‘주연’으로 자리매김했다.

홍 의원은 이제 당 대표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한나라당)도 15대 총선 당시 YS의 공천장을 받아 정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이윤성, 맹형규 등과 함께 공천을 받아 국회 배지를 달았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등장을 두고 ‘YS의 아들인 현철씨의 추천을 받았다’, ‘추미애(당시 새천년민주당) 의원에 대한 반격 카드로 영입됐다’ 등의 설이 나왔다.

이유야 어찌됐든 당시 초선의원이었던 김 위원장은 14년의 지난 시간동안 당 안팎으로 화려한 기록을 줄줄이 남기며 중진의원으로 성장했다. 여의도 입성 이전 변호사와 시민사회활동을 거친 김 위원장은 과거 경험을 살린 적극적인 당정 활동으로 15대 국회 최우수 의원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에도 그는 한나라당 ‘여성 최초 대변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2004년엔 최고위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DJ ‘러브콜’ 받고 ‘승승장구’ 추미애·천정배 
YS 발탁된 파워인사 김무성·김영선·홍준표


2006년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잔여 임기동안 당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비록 24일간의 임시직이었지만 그는 이 기간 동안 적극적인 행보로 자신의 이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또한 그는 대표직을 승계하자마자 곧바로 ‘정치적 스승’인 YS를 찾아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6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을 맡았고, 최근에는 국회 정무위원장까지 역임하며 화려한 이력을 이어가고 있다.

4선의원인 김 위원장은 이제 국회에서도 한참 ‘고참’에 속한다. 그녀 위로는 6선의원인 홍사덕·정몽준 의원과 5선의원인 김형오·이상득 의원 등이 있을 뿐이다. 김 위원장이 YS의 후광을 입었다면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민주당)은 DJ의 후광으로 성장한 대표 인사다. 판사 출신의 추 위원장은 1996년 DJ의 적극적인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정계에 여성정치인 영입 바람이 거세게 부는 와중에 DJ가 고심 끝에 내놓은 히든카드였던 것이다.

덕분에 대구 태생으로 경상도의 ‘딸’인 김 위원장이지만 민주당의 텃밭인 전라도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15대 총선 당시부터 ‘포스트 DJ’로 불리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DJ 정부시절엔 행정자치부 장관 등 정부 요직인사에 수차례 노미네이트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마지막 명동유세에서 “우리에게 정동영, 추미애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추 위원장을 대권주자로 지목했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노무현 정부 수립 후 당 분열에도 열린우리당이 아닌 민주당을 지켰던 그는 몇 달 뒤 ‘탄핵 역풍’을 맞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만 것.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2006년 8월말 귀국했다.

2년의 시간을 와신상담한 그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17대 대통령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재기의 발판을 다졌고, 이듬해 18대 총선을 통해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 선출된 김 위원장은 최근 ‘노동법 파문’ 등으로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차기 대권의 유력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민주당내 비주류로 분리되는 천정배 의원도 이 당시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인물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천 의원은 일찍부터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때를 기다렸던 천 의원은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하던 DJ의 부름에 응해 15대 총선을 거쳐 국회에 입문했다. 천 의원은 이후 빠른 속도로 명성을 얻었다. 1997년 국민회의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거쳐 2000년엔 민주당 수석원내부총무를 역임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그는 대선 이후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주도하기도 했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역경 딛고 주연 ‘우뚝’

곧바로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자리를 꿰찬 천 의원은 이를 계기로 국회 ‘거물’ 인사로 우뚝 섰다. 그는 이듬해 6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다시 한 번 세간에 명성을 넓혔다. 2007년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그는 18대 총선에서 다시 민주당 소속의원으로 출마, 4선의원이 됐다.

2009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불만을 품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 1월 복귀한 뒤 당 내 비주류의 핵심으로 고속성장 중이다. 일각에선 천 의원이 지방선거 직후 치러질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 획득을 목표로 세를 모으고 있다는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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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