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1000호 특별기획 ①> ‘5000만 대한민국 현주소’ 국민의 4대 의무 대해부 ②납세

세금? 있는 사람이 더 안 낸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있는 사람들이 더 안 낸다. 떼먹기 일쑤. 한 푼이라도 덜 내려고 갖은 편법과 무리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면서도 나라에서 주는 혜택은 가장 먼저 찾아먹는다. <일요시사>는 1000호 발간 기념을 맞아 ‘납세의 의무’의 앞과 뒤를 조명해봤다.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와 함께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시대에 자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규정됐다. 즉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국가와 지방공공단체의 유지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체납자의 경우에는 납세의 의무를 규정한 법률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지방세법’등에 의거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요람서 무덤까지
세금 내야 국민

이정빈(19·학생)군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보여진 우리 국민의 애국심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다”며 “대한민국이 잘되고자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니 세금 논란으로 불만만 토로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납세의 의무의 주체는 국민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헌법이 제정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세금 문제를 지적해 왔다.  복지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인상하는 정부를 국민이 지탄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13월의 세금 폭탄’으로 논란을 빚은 연말정산과 담뱃값 인상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연말정산은 그동안 납세의 의무를 이행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너스로 여겨져 ‘13월의 보너스’로 통했다. 하지만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연말정산에서 세금 환수가 아닌 추가 납부 대상자가 급증하자 ‘연말정산 후폭풍’을 일으켰다.


실제로 지난 2월26일 발표된 2014 연말정산 결과 자료에 따르면 소득세법 개정안 예고와는 달리 연봉 5500만원 이하 소득 직원 225명 가운데 79%에 달하는 178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84명은 지난해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환급 받았으나 올해는 추가 납부해야 했으며 연봉 3500만원 이상 소득 직원 51명 가운데 20명도 세금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어 연말정산에 대해 논의했으나 추가납입금 10만원 이상 자에 한해 연말정산 3개월 분납을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국민의 불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연말정산으로 세금 폭탄을 맞았다는 정남권(32·직장인)씨는 “소비 지출이 높은 만큼 지난해까지 주변인보다 두 배 정도 환급 받았지만 올해는 예외적으로 돈을 토해야 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세금 꼬박꼬박 내고 살려면 절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세금이 더 오를 것을 예상하면 국민의 안정적인 삶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초중등 교육과정에 절세 과목이 추가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푼이라도 덜 내려는 재벌들
떼먹기 일쑤…무리한 방법 동원

지난 1월, 담뱃값이 대폭 인상됐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담뱃값을 인상했으나 서민증세의 꼼수라는 비난을 비켜가지 못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층이나 노인층이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후속대책으로 저가담배를 도입하자고 언급해 대국민 기만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연초부터 금연을 한 박대진(37·강사)씨는 “담뱃값이 인상된 지난 1월1일부터 단 한 번도 담배를 사지 않았다”며 “대다수의 금연자가 건강이 아닌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금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하루 평균 한 갑씩 담배를 필 경우 매년 121만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해 금연을 결심했다”며 “이 금액이 9억원대 아파트 소유자의 재산세와 연봉 4745만원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세와 맞먹는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9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연예인 송승헌과 윤아가 성실납세 공적을 인정 받아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았다. 이와 함께 그동안 탈세 혐의로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과 정치인이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았다.

연말정산 폭탄에
담뱃값 인상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 김인영 전 국회의원, 신영순 전 국회의원 등의 정치인을 비롯해 거평그룹 나승렬 전 회장, 대농그룹 박영일 전 회장 등의 기업인, 장근석, 송혜교, 한예슬, 강호동, 김아중, 인순이 등의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탈세 혐의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며 국민의 눈초리를 샀다.

실제로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지방세 4700만원을 체납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개인주택에서 압류한 미술품을 압류 공매 처분해 체납자 공개 명단에서 제외됐으나 2013년 2월에 공매 처분된 한남동 신원플라자빌딩의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가 납부되지 않아 다시 한 번 이름이 거론될 전망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부과된 전체 추징금은 2205억원이며 환수된 금액은 1087억원이다. 현재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최대 자산인 부동산이 잇따라 경매에서 유찰돼 부동산 가격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2014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살펴보면 개인의 경우 지난해 1733명이 추가돼 전체 1만728명으로 늘었다. 법인은 지난해 665개 업체가 추가돼 총 6792개 법인의 체납 사실이 일반인에 공개됐다. 이 명단에는 체납기간이 1년 이상이고 체납국세만 5억 이상인 개인 및 법인만 포함돼 있어 실제 체납자의 수는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해외금융계좌 233억7000만원을 보유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네오트리유한회사 이경민 대표도 고액 신고의무 위반자로 명단에 올랐다. <일요시사>에서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을 기획해 보도하고 있으며 오늘까지 15명의 고액체납자를 공개했다.

정다정(31·직장인)씨는 “국가의 세금으로 대통령직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인사들의 탈세 사실이 간간히 전해져 성실 납부자를 조롱한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피와 땀이 어린 돈이 모여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라도 더 거둬들일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이에 앞서 고액체납자들의 세금부터 수거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월급쟁이만 잡는 일방적인 증세
고액체납자 명단에 부자들 빼곡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헨리 베버리지(William Henry Beveridge)는 북유럽의 복지에 대해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cradle to grave)’라 표현했다.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국가가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보장함으로써 국민생활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복지가 아닌 세금 징수를 두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세금만 지불한다는 말이다.

차휘웅(28·직장인)씨는 “지난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며 “자취를 시작하면서 주민세, 교육세 등 그동안 무관심했던 세금을 성실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경제관념이 없던 내 자신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연말정산으로 세금 폭탄까지 맞게 되면서 수입의 상당부분을 세금 납부에 쓴 거 같다”고 말했다.


증세 없는 복지
빈 수레가 요란

최근 담뱃값 인상에 이어 연말정산 폭탄으로 충격에 빠진 국민에게 ‘증세 없는 복지’ 논란까지 가해져 충격을 더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소모적 증세와 복지 논쟁을 접고 경기활성화에 매진할 것을 주장하며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증세 공론화는 물론 법인세 인상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으로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 점을 인정하고 증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피력하며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논란과 함께 떠오른 화두는 ‘부자증세(법인세 및 고소득층 세율 인상)’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부자증세’를 언급하며 저소득층 감세와 최저임금 인상 대안을 내세워 중산층 경제를 선언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자증세의 대표격인 법인세를 지난 2008년 인하한 이후 현재까지 동결한 상태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세계적인 갑부 워런 버핏을 언급하며 부자증세와 법인세 인상에 대해 꼬집었다.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 회장은 지난 2011년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부자들에 대한 과잉보호를 중단하고 부자에게 세금을 더 받아 재정 적자를 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버핏 회장은 기고문을 통해 2010년에 지불한 세금 693만달러를 공개, 소득의 17%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사무실 직원들보다 경제적 부담이 적었다며 자책하는 문구도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3년 우리나라 소득 상위 1%의 소득세가 전체 세수의 6.7%에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소득 상위 1%의 세금이 국내 세금의 절반(45%)을 차지한다고 보도된 바 있으나 이 결과는 소득세(전체 세수의 14.8%)에 한정된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소득 상위 1%가 국내 소득세의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하지만 국민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6.7%에 달한다. 반면 상위 1%의 소득은 국민 전체 소득의 12.97%를 차지한다.

서민의 세금 규모를 세 가지 예시를 통해 유추해 보자.

A씨는 지난해 1월 2000cc급 자동차 한 대를 구입했다. A씨는 지난 한 해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자동차세(40만원)와 교육세(12만원) 52만원을 납부했다. 실제로 자동차세는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부과되며 배기량과 연식에 따라 다소 부과 금액의 차이가 있다.

서민 등골 파먹기
상위 1% 세금 6.7%

B씨는 흡연자로 하루에 한 갑의 담배를 피운다. 하루에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피우므로 한 달(30일) 평균 담뱃값으로 13만5000원을 지출한다. 1년에 164만2500원어치 담배를 사는 B씨는 121만1070원의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4500원 담배 한 갑당 부과되는 세금은 73.7%에 해당하는 3318원이다. C씨는 최근 가계부를 정리하다보니 한 달 평균 100만원의 생활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영수증에 기재된 부가가치세를 모두 합산한 후 매달 100만원씩 1년 동안 총 1200만원을 생활비로 지출하게 되면 부가가치세로 109만909원을 납부하게 된다. A, B, C씨의 경우를 모두 합산하면 1년간 자동차, 담배, 생활비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은 모두 282만1979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소득세, 재산세 등의 세금을 합산하면 그 금액은 훨씬 높아진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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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