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삶을 다듬는 조각가 음정수

건축 구조로 인생 흔적 '차곡차곡'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갤러리도스가 2015년 상반기 기획공모전 '가감유희'의 선정 작가로 조각가 음정수를 초대했다. 음 작가는 'Built 人'이라는 제목으로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관객 앞에 선보인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철제 구조물은 시간의 층위를 덧대고 있는 우리 삶에 대한 헌사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혼자만의 길을 걷는다. 누군가의 가족, 동료, 친구로 존재하지만 한편으로는 독립된 개인의 꿈과 목표, 또는 집착과 욕망을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 이야기는 각자가 삶을 마감하면서 정리된다. 그 마지막은 희극일 수도, 비극일 수도 있다. 혹은 뭐 하나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엔딩일 수 있다.

삶의 이야기

조각가 음정수는 이러한 삶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하나의 생명이 만들어 낸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신승오 페리지갤러리 디렉터는 '우리 모두를 위한 기념비'라는 전시 서문에서 "음정수는 건축물의 구조를 가지고 삶의 흔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문을 인용하면 인간이 사용하는 공간인 건축물이라는 것은 인간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 하게 마련이다. 건축물에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의식이 반영되고, 따라서 시대 분위기를 환기하는 상징이 된다. 또 건축물들은 당시의 기술이나 자재를 사용하여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음 작가는 여러 건축물 가운데 현재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높은 건물들을 모티브로 선택했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이 겪는 인생의 시간을 담아내고자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은 시간이 흐르면서 죽음으로 소멸돼 버리지만 그 순간들이 쌓여 인간의 역사가 완성됨을 작가는 말하려 한다.


음 작가는 사무 용도든 거주 목적이든 상관없이 사용하는 공간들의 각각의 층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개성이 드러나고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물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음 작가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비슷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표현했다.

음 작가는 건축에 쓰이는 나무, 철,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고, 각 구조물의 개체들을 군집시켜 거대한 인간모양이 되도록 작품을 설계했다. 얼핏 음 작가가 만든 작품들의 외형은 차이점을 구별하기 어렵다. 이는 모든 작품들이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물과 그 틀을 감싸고 있는 철제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도스서 'Built 人' 전시
나무·철 이용해 구조물 만들어

자세히 보면 비례를 맞춰 쌓아올린 것도 있고, 불규칙적으로 쌓여있거나 불에 그슬리고 무너져버린 것도 있다. 마모된 흔적과 골조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작품, 또는 이물질을 뒤집어 쓴 작품도 보인다. 지상에서부터 쌓아올린 구조물은 길이가 긴 것도 짧은 것도 있다.

신 디렉터는 음 작가가 건물의 외형을 특징적으로 부각했으며, 외부 영향에 의한 흔적들만 남겼다고 해석했다. 차이를 드러내기보다는 단순화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 나타나는 감성적인 부분보다는 객관화되고 일반화된 기념비와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신 디렉터는 덧붙였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기념비와 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은 건축물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년기 육체적인 변화와 함께 수반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은 노년기에 이르러 죽음의 방식으로 끝을 맺는다.

개인의 삶은 실패한 인생이더라도 성공한 인생이라도 이야기가 완결된 시점에서 존중 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때론 우리 자신이 그들이 걸어온 인생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수 있다.


인생이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음 작가는 나무를 자르고 철을 이어 붙였다. 그의 작업은 불변의 구조와 틀을 매개로 '삶이란 모두에게 동등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음 작가는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아직 긴 세월을 살진 않았지만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스토리에 의해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과 그런 과정 속에서 축적된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적었다.

각각의 기념비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진 구조물은 큐브를 연상시킨다. 수백 수천개의 큐브 안에는 각자가 경험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밀조밀 연결된 큐브 속에 간직된 나의 이야기. 그리고 나와 마주보고 있는 또 다른 인간이 간직한 큐브 속 이야기. 음 작가의 작품을 보며 "그동안 수고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 보면 어떨까. 음 작가의 전시는 서울 갤러리도스에서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angeli@ilyosisa.co.kr>

 

[음정수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 졸업 및 동대학원 조소과 수료
▲개인전 'Built 人'(갤러리도스, 2015)
▲단체전 가송예술상-제4회 여름생색전(공아트스페이스, 2014) KOREA TOMORROW 2013(예술의전당, 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청주연초제조창, 2013) Archive-on going(서울대학교 우석홀, 2012)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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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