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②7인의 잠룡 '동상이몽 로드맵'

백날 잘해봤자 명절만 못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각지로 흩어진 가족들이 도란도란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에 정치인 얘기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가족끼리 때로는 합심해서, 때론 반목해서 열띤 토론을 펼치는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명절 풍경 중 하나다. 그렇기에 승천을 꿈꾸는 대권 잠룡들 입장에서는 한 명의 입을 통해서라도 더욱 자주 거론되길 원할 것이다. 명절민심이 곧 대권민심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2014년 정국이 숨 가쁘게 전개되어 왔기에 이번 설 명절에서는 풀어놓을 이야기보따리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증세 없는 복지’ 논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당대표 경선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실형 선고 등 이번 설 명절은 음식만큼이나 이야깃거리가 다채롭다. 당·정·청은 물론이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안도 산적해 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차기 대선후보에 관한 논평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당면과제는
당의 결속

현재 정계에는 차기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잠룡’이 7명 존재한다. 지금은 ‘이무기’이지만 언제 여의주를 물고 승천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이들은 공교롭게도 여·야에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등 야당 측 주요 인물은 물론 여당에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총리후보자(2월11일 현재),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등 충분한 역량을 가진 인물이 넘쳐나고 있다. 여느 때보다 대선을 꿈꾸는 이들의 색깔과 특징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보는 이의 흥미를 돋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행보는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대표로 당선된 문재인은 우선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합을 벌인 박지원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보내주신 성원에도 불구하고 저는 패배했다. 죄송하다”며 “국회의원, 평당원으로서 앞으로도 강한 야당, 정권교체를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혀 세간에서 예상하던 탈당설에 대한 진화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다른 비노 측 인사들도 박 의원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호남 민심이 여전히 문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혹시나 있을 지지자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전신인 민주당의 뿌리가 호남이라는 점을 들어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권 쥔 문재인 여세 몰아 당심 장악
추락하는 안철수 해법찾기 위해 부심

이러한 목소리에 기름을 붓는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표가 첫 공식 일정으로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 묘소 참배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신임 지도부내의 강경파들은 묘소 참배에 찬성하는 온건파 최고위원들의 면전에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내 통합을 먼저 생각해야지, 첫날부터 대선주자 행보를 하면 안 된다”며 “다른 최고위원들도 눈치만 보면 안 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어서 정 최고위원은 “(문 대표의 박 전 대통령 묘소참배에 대해) 한 고문이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들이 히틀러 묘소 참배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가 하면 ‘일본이 과거사를 사과한다고 야스쿠니에 참배하고 천황에 절할 이유는 없다’는 말도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소식에 울기까지 하는 원로도 있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국내보단
해외서 해법

한편 문 대표는 참배에 앞서 “박정희 대통령 묘소, 또 이승만 대통령 묘소 참배 여부를 놓고 국민들이 서로 갈등하고 그것으로 국론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충원 참배로써 그런 분열·갈등을 끝내겠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표의 설 일정은 ‘당심 잡기’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분열된 마음을 한군데로 모으지 못한다면 4·29재보궐 선거부터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이 비교적 쉽게 승리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만약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문 대표의 행보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는 형국이 될 수 있다.


2012년 문 대표와 마지막까지 단일화를 두고 옥신각신했던 안철수 의원은 언론을 통해 설 일정을 발표했다. 안 의원은 설 연휴 동안 기업 혁신에 대한 최근 동향을 살피기 위해 독일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했다. 한 언론사를 통해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히든 챔피언’ 기업이 많은 독일에서 기업 동향과 글로벌 기업 흐름을 살펴볼 수 있어 독일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번 미국에서 가전 흐름을 살펴본 데 이어 유럽과 미주를 균형감 있게 살펴보겠다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히든 챔피언’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량 기업을 뜻하는 말로 안 의원의 이러한 행보는 그동안 유지해 온 ‘중소기업살리기’의 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세계 경제의 중심 축을 순방함으로써 흐름을 파악하고 기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특히 안 의원이 성공한 CEO라는 측면에서 기업인들이 느낄 공감대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안 의원 측은 “앞으로 아시아 경제의 중심인 중국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연일 하락하고 있는 안 의원의 지지도 반등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일정을 살펴본 뒤 최종적으로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이며 독일 방문 후 이달 말쯤 토론회 자리를 겸해 방문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각자의 자리에서 민생 잡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여론조사 등을 통해 문 대표를 잇는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는 박 시장은 지금까지 행보로 보아 이번에도 한결같은 일정을 보낼 확률이 높다. 이는 지난해의 행보를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2월경 설 연휴를 앞두고 박 시장은 경찰서를 돌며 방법순찰대원을 격려하는 것을 시작으로 각 기관들을 방문해 연휴임에도 쉬지 못하고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어서 박 시장은 각종 복지 센터를 방문해 노인들에게 배식봉사를 하는 등 소외 계층을 위한 봉사에 나섰다. 통상적인 현장 시찰을 주로 했던 것이다. 이때가 6·4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는 점은 2015년 설 명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서울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박 시장은) 특별한 계획 없이 평소 하던 대로 민생 시찰에 나설 것이다”고 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충남도청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에 따르면 “현재 특별한 일정은 확인된 바 없다”며 “설 연휴를 전후로 해서 군경 등을 격려하고 소외 계층과 함께하는 일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안 지사는 지난 6일 태안군 신진도에 위치한 항을 방문, 도내 해안 군경을 위문한 바 있으며 8일에도 충남 서해 최일선에서 해양 경비와 향토방위를 수행 중인 군인들을 격려했다.

관할 지역
민생 시찰

그러나 박 시장과는 다르게 안 지사는 복잡한 현안을 하나 끌어안고 있다는 측면에서 행보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충남도청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에 따르면 “기존 민간 시찰은 그대로 진행하는 가운데 구제역 예방을 위한 조치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잇따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안 지사를 중심으로 충남도청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서 관계자는 “(안 지사는) 설 연휴에 구제역 의심 지역의 농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구제역 확산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일정 위주로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안 지사는 설을 앞두고 발생한 구제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성군 은하면 구제역 통제초소를 찾아 방역 상황을 살피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안 지사는 “홍성은 국내 최대 축산단지인 만큼 긴장의 끈을 더욱 조여야 한다. 어려워도 함께 막아내자”며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철저한 방역과 백신 접종, 이동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박원순·안희정·김문수 민생 속으로
김무성
·이완구 당면현안 파악 주력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아직 일정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설 일정은) 아직 미정으로 설 전날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의 일정을 예상해 본다면 지난해 일정과 유사하게 양로원과 노숙자 쉼터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외부적으로는 새정치연합에서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됐으며 내부적으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선임되는 등 변화가 시작된 만큼 2014년과는 다른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평소 보스 기질이 강하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이기에 변화에 따라 자칫 흔들릴 수 있는 당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김 대표가 누누이 밝힌 ‘강한 당’을 위한 초석이 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행보로 보인다.


또한 4·29 재보궐 선거가 눈앞에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향후 발언이 기대된다. 우선 김 대표는 공천과 관련, 거물급 인사의 차출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차출론 목소리가 계속적으로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관악구, 광주 서구 등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에서 새정치연합에 비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신빙성 있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김 대표가 설 연휴동안 마음을 바꿔 김문수, 오세훈 등에게 지지를 보낼 확률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자는 청문회로 지친 심신을 달랜 후 본격적인 행보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정홍원 총리가 내 놓은 ‘설 민생안전대책’을 이어받아 연휴기간 중 귀성객들의 교통 문제와 각종 화재 및 재난사고 예방, 응급진료 지원 등과 같은 안전 문제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껏 설 연휴를 조용히 보냈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이 총리 또한 큰 일정보다 흔들리는 정국을 바로잡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각양각색
설날 행보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같은 51년생인 이완구 총리가 급부상함에 따라 잠룡구도에 난 균열을 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2014년에 “8년이면 많이 했다”며 3선 도전을 포기하고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감한적 있다. 당시 그는 새누리당으로부터 재보궐 선거 출마 요구도 많이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후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택시기사 체험을 하는가 하면 소록도와 꽃동네 봉사 등 정계에서 벗어나 활동을 이어가다가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여의도 정계에 복귀했다.

그가 혁신위원장으로 돌아왔다는 측면이 향후 대권도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같은 51년생인 이완구 의원이 총리로 올라섬에 따라 강력한 야권 잠룡으로 올라섰지만 김 위원장 또한 혁신을 주도하는 이미지로 충분히 대권에 도전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주도하는 혁신위원회의 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움직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개인 SNS를 통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는 풀뿌리공천제·국민공천제가 이루어지기 바란다”라고 밝힌 것처럼 제도의 도입 여부에 따라 선거의 혁신을 이끈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총리보다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더욱 많이 받는 잠룡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는 해외에서 보낼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UN북한인권회의 참석을 위해 16일에 미국으로 출발한다”며 “따라서 설 연휴는 미국에서 보내실 예정이다”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룡들 지지도 보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차기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 9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18.5%의 지지율을 기록, 전체 1위에 올랐다. 이는 전 주 대비 1.0% 포인트 오른 결과로 새정치연합 2·8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전후 지지율 상승 현상)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끝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문 대표가 1위를 유지하는 원인에 대해 리얼미터 관계자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종반으로 가면서 야권 지지층의 관심도가 높아졌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표가 새정치연합 당권도전 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컨벤션 효과가 작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3.3%의 지지율로 2위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1.2%로 3위를 유지했으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각종 의혹의 영향으로 0.4% 포인트 하락한 7.5%의 지지율로 4위를 기록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0.1% 포인트 뒤진 7.4%로 5위를 차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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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