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한성필 사진작가가 2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지난 8일부터 2015년을 맞이하는 첫 전시로 한 작가의 개인전 '지극의 상속 Polar Heir展'을 개최한다. 2011년 아라리오 삼청과 2013년 아라리오 청담에서 2번의 개인전을 가진 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미발표된 신작을 공개할 계획이다. 남극권과 북극권의 모습이 담긴 경이로운 사진과 영상 작업 30여점이 관객 앞에 펼쳐진다.
한성필 작가는 그동안 파사드 프로젝트를 통해 사진매체의 근원적인 질문을 풀어왔다. 사진과 영상, 설치작업을 자유로이 넘나들었던 한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2년(2013∼2014년)에 걸쳐 진행한 '북극과 남극 프로젝트'를 최초 공개한다.
북·남극 프로젝트
한 작가는 시간의 층위에 새겨진 대자연의 장엄함과 그 이면에 숨어있는 역사, 현실의 '결정적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지극의 상속'에서 '지극(地極)'은 지축의 양 끝인 남극과 북극을 가리키는 사전적 의미다.
여기에 한 작가는 '양쪽 팔을 수평으로 벌려 좌우 손가락 끝에서 끝까지 가장 긴 직선거리'를 뜻하는 지극(指極)과 '창'을 지니고 있음을 뜻하는 지극(持戟)을 더해 자신의 작업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과거 인류는 창을 통해 북극과 남극에서 고래를 남획하고 탄광을 개발했다. 한편으로는 자연을 개척하면서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상속받았다. 한 작가는 이 가운데 '상속'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스스로 파괴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 작가는 극지라는 장소가 제공하는 스펙터클을 매우 세밀한 방식으로 작품에 담았다. 장엄하면서도 초자연적인 풍경은 미지의 우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극과 남극은 극한의 추위와 함께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고난의 장소다. 어떤 이에겐 북극곰, 바다사자, 펭귄 같은 동물이 살고 있는 신비한 장소다. 그러나 한 작가는 지극에 대한 자신의 숭고에 가까운 감정을 적층(Layers)으로 풀어냈다. 남극과 북극이라는 공간을 시간이 녹아있는 새로운 장소(Place)로 정의한 것이다.
2년 만에 작품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영상 상영 다큐멘터리 사진집 출간 예정
관객은 수십만년에 걸쳐 침식된 산들과 빙하의 적층이 쌓여 만들어진 '시간의 압축'을 한 화면에서 보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 인류가 쌓아온 생애의 흔적을 다큐멘터리 영상과 함께 보며 숙연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한 작가는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 벌어진 고래잡이, 광산개발, 극점정복을 객관적으로 다뤄 '낭만성'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극에 남겨진 건축물과 기계 등 인류의 흔적을 드러낸 것은 그 또한 역사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태 문제에만 집중하면 그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혹독한 대자연의 힘에 맞섰던 인류의 투쟁사(혹은 살육사)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첨예한 대립 구조를 형성한다. 그가 사진 및 영상물로 남긴 '탐험의 기록'은 우리 다음세대에게로 상속되는 유산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한 작가는 국내 최초로 사진매핑 기법을 선보였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전시의 연장선으로 2월28일까지 강남 미디어폴(강남대로)에서 남극 항해에 대한 영상 미디어 작업 '더 슬릿 (The SLIT)'을 상연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출간 예정인 한 작가의 다큐멘터리 사진집 'POLAR HEIR'에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서문과 최예선 작가의 에세이가 담길 예정이다.
탐험의 기록
한 작가는 2015년 쿠바 하바나 비엔날레에 초대받아 아니쉬 카푸어(영국), 다니엘 뷰렌(프랑스) 등 세계 최정상급 작가들과 대규모 설치작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자신의 표현대로 문명과 자연의 충돌, 자원경쟁에 따른 문명 간의 충돌이 기술된 은밀하고도 오랜 서사를 발굴한 한 작가. 그가 자연으로부터 복제한 '위대한 다큐멘터리'는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아우라'를 뿜어 내고 있다.
[한성필 작가는?]
한성필 작가는 1972년 서울생으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런던 킹스턴 대학교에서 큐레이팅 컨템포러리 디자인 석사를 졸업했다. 다양한 여행과 독서를 통한 깊은 통찰은 우리들에게 일상적인 것을 넘어 철학적인 화두를 던진다. 또 개념적이고 사유 넘치는 작업은 내밀한 감성과 유머, 더 나아가 숭고의 미까지 함축돼 있다.
국립현대 미술관, 국회도서관, 서울시립미술관, 휴스턴 현대 미술관, 미국 뉴 멕시코 미술관, 상해 현대 미술관, 동경사진미술관, 아르헨티나 국립 미술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하바나 비엔날레 등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에 작품이 초대됐다. 각 미술관 작품 소장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또 그의 대표작인 파사드 설치 프로젝트는 공간 사옥, 남한산성 등 유수 문화재에서 시행됐으며, 작가의 작품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