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한민국 新 쩐의 전쟁 ②재계 현금사수 백태

재계가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 이는 대기업일수록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유동성 위기설, 부도설, 사정설 등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경영환경 속에서 믿을 만한 구석이 ‘쩐’밖에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세상’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이런 분위기는 이명박(MB) 대통령의 강력한 투자 주문에도 요지부동이다. 재계는 ‘곳간’을 쉽게 열지 않을 태세다. 각 기업들의 현금 확보를 위한 눈물(?)겨운 사투를 조명해 봤다.

‘보릿고개 초비상’ 곳간 걸어 잠그기

재계는 폭풍전야다. 유동성 악화설, 부도설, 사정설 등의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하다. 여기에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도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겹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 자금사정 심각“부채비율 등 부담”
더구나 기업들은 고유가, 환율하락 등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의 악화에서 비롯된 ‘9월 위기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STX그룹, 유진그룹, 코오롱그룹 등 최근 몇년 사이 대형 M&A를 성공시킨 대기업들은 더 그렇다.
실제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심각하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2천1백6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작성한 ‘8월 기업경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종업원 3백인 이상)의 자금사정 실사지수(BSI)는 지난 8월 85로 전월의 89에 비해 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BSI 통계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대기업 BSI는 지난 5월 96에서 6·7월 89, 8월 85 등으로 하락 추세다. 8월 기준으로만 보면 2003년 91, 2004년 93, 2005·2006년 96, 2007년 103 등이었다.
여기에 현금을 창출하는 능력인 영업현금흐름도 좋지 않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비금융기업 중 12월 결산법인 6백1개사의 영업현금흐름이 올해 상반기 1.1%로 지난해 상반기(4.0%)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연간 기준으론 2002년 8.1%, 2003년 6.2%, 2005년 5.8%, 2006년 5.4%, 2007년 4.5%로 역시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중 영업현금흐름이 전혀 없는 기업도 41.1%에 달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각종 위기설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대기업들이 부채비율 상승 등 자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해당 그룹들은 설명회 등을 통해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한번 고개를 든 위기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기업마다 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대기업들은 금융 불안이 단기간에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 철저한 유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혹시 모를 경기부진 장기화를 미리 대비해 현금 확보에 혈안인 것. MB정부와 여당이 “기업이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며 재계를 몰아세우는 동시에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이같이 투자를 기피하고 현금을 쌓아두는 현상은 대기업일수록 두드러진다.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중 비교 가능한 5백67개사의 현금성 자산은 올 상반기 64조3천5백1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9천9백3억원(3.19%) 늘어났다.
이 가운데 10대 그룹은 38조1천8백34억원으로 13.85%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10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28조8천2백20억원에서 26조1천6백81억원으로 9.21% 줄었다.
반면 투자는 제자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설비·건설·무형 고정투자를 합한 총고정자본의 전년 동기 대비 실질증가율은 0.5%에 그쳤다. 2001년 -3.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재계의 투자와 고용 등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 감소하고 있다”며 “기업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몇 십조 원씩 쌓아놓고도 투자를 안 한다”고 말했다.
이도 모자라 대기업들은 ‘돈될 만한’부동산과 계열사 등 자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대우건설 M&A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7월 자산 매각 등으로 4조5천억원을 확보하는 그룹 자산 감축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대우건설,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손에 쥐겠다는 복안이다.
대우건설은 내년 말까지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지분 매각을 통해 2조원 이상 마련할 계획. 대우건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부산 밀리오레와 대구 대우빌딩 등 비유형자산 1조8천억원, 유가증권 등 유동자산이 3조7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금호산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금호생명 등 계열사 지분 매각 등으로 1조원을, 아시아나항공도 내년 상반기까지 대한통운 유상감자 등으로 1조4천억원을 확보키로 했다.
 
‘돈될 만한’재산 팔기“과연 제값에 팔릴까”
유동성 악화설에 휩싸인 유진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부채비율이 93%에서 1백95%까지 치솟아 이자 등의 부담이 커진 유진그룹은 유가증권, 부동산 등 보유자산 매각을 결심했다. 이를 통해 3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진그룹은 지난해 3월 인수한 유진투자증권의 재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리한 신규 투자로 자금난에 몰린 C&그룹도 불끄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계열사 CEO가 “돌아오는 자금을 막느라 매일 전쟁을 치른다”고 말할 정도로 코너에 몰린 C&그룹은 C&우방랜드, 진도F&, C&우방ENC, C&중공업 철강사업부, C&컨리 컨테이너 부분 등 비주력 계열사의 매각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자산 매각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M&A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기업들이 이를 진화하기 위해 부동산과 계열사 등 자산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등 시장 침체 상황에서 매입할 기업이 있을지,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출을 통해 현금 잡기에 나선 경우도 있다. 대기업의 ‘은행 노크’가 늘고 있는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대기업은 은행권에서 3조1천원을 조달했다. 지난달 2조1천억원으로 줄었지만, 1월 3조8천억원과 4월 3조5천억원 등 3조원 이상 ‘대출 달’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이 3조원을 대출한 것은 2000년 7월(3조8천억원) 이후 처음이다.
한은 측은 “은행들의 기업대출 증가액을 보면 대부분이 시설투자자금이 아닌 운전자금”이라며 “운전자금을 쌓아두는 것은 어두운 경제 사정 때문에 투자를 미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움직임도 곳곳에서 일고 있다. 원자재·에너지 절약, 비용절감, 임금동결 등의 비상경영체제를 항시 유지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올해 주력 사업인 반도체의 가격 급락에 따른 수익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원가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하이닉스도 경비절감 차원에서 ‘제품당 1센트 원가 줄이기’운동을 전개 중이다. LG전자 역시 대대적인 경비 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LG전자,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코오롱,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동국제강 등은 무분규로 임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무분별한 ‘곳간 잠그기’에 따른 어두운 단면도 드러나고 있다. 기부금이 줄어든 것이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연간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남기면서 1백만원 수준의 미미한 액수를 사회에 기부하는 사례도 많다.
재계 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이 2007년 매출 1조원 이상인 1백10개 상장기업의 순수 사회 기부금 지출 내역(사원 복지 부분 제외)을 집계한 결과 기부금 총액은 2006년 1조1천2백67억원에서 2007년 9천948억원으로 1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순이익은 32조2천8백90억원에서 38조1천8백96억원으로 18.3%나 늘었다. 따라서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정도를 측정하는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도 2006년 3.5%에서 2007년 2.6%로 낮아졌다.

기부금까지 잠그나 사회환원 감소 추세
재계 관계자는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나쁠 것이란 우려 속에서 꼭 필요한 비용 외에는 지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아껴야 잘 산다’는 말이 사훈처럼 굳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의 순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형적인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위기 탈출법
자산매각·대출 ‘그림의 떡’
중소기업에겐 자산 매각, 대출 등이 ‘그림의 떡’이다. 계열사 등 내다 팔 자산이 없고, 대출 또한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내실경영을 표방하며 대출한도를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선 상태”라며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신규 대출을 사실상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은 결국 인력 구조조정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 절반가량이 올 하반기 중에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전문기업 코리아리크루트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2백59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란 주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 53.3%(1백38개사)가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78.0%가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력 구조조정 시행 방법’에 대해선 “부서간 통합”(26.1%)이 가장 많았으며, “정리해고”(23.9%), “신규채용 중단·축소”(16.7%), “일부사업 정리·철수”(13.8%), “명예퇴직 권고”(8.7%) 등의 순이었다.
‘인력 구조조정 시행 시기’는 “시기 미정”(34.1%)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9월(28.3%), 12월(22.4%), 11월(9.4%), 10월(5.8%) 순이었다.
규모는 ‘5% 미만’과 ‘5∼10% 미만’이 각각 26.8%, 23.2%를 차지했으며 ‘미정’이라는 응답도 21.0%에 달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큰 불황을 겪을 때마다 중소기업들은 인력 조정을 선택한다”며 “이도 안 되면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전반적인 경기 하락 전망 속에서도 신규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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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