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한민국 新 쩐의 전쟁’(3) 절찬리 방영중인 현실 속 ‘쩐의 전쟁’

빚잔치를 위해 빚을 내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신용등급조차 되지 않는 서민들은 고금리 사금융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카드돌려막기로 눈앞의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해 결국 눈덩이같은 빚을 떠안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빚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들은 범죄자의 길을 걷거나 자살을 택하기도 하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빚이 무려 4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계빚만도 6백60조원을 넘은 상태다. 이처럼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은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 몰고 있다. 지금도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민들의 ‘쩐의 전쟁’을 들여다봤다.

허리띠 졸라맨 서민들 고리대출에 ‘허덕’

서민들의 눈물겨운 빚 전쟁이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빚을 갚기 위해 고리대출을 받았다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신음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사금융 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사금융시장 규모는 무려 10조원에 이른다. 통계에 의하면 전 국민의 5.4%인 1백89만명이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고 절반인 49.9%가 등록 대부업체를, 17.6%가 무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조원에 육박하는 사금융 시장
빚의 수렁에 빠지는 사람도 증가

사금융 대출의 이자율 평균은 연 72.2%로, 대부업법상 이자상한인 연 49%를 훌쩍 넘겼다. 상한선(연 49%)을 넘는 대출이 절반 가까운 48.1%나 됐다. 사금융 이용 계기는 가계 생활자금(47.4%)이 제일 많았고, 사금융 연체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1백66만원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위험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고리대출을 받는 이들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1휴대폰으로 80만원 대출 받고
1천만원 요금 나온 A씨

신용상태가 나빴던 A씨는 작년 11월 울며 겨자 먹기로 휴대폰 대출을 받았다. 대출업체의 상담원이 지금의 신용상태에서는 일반대출을 받기 힘들다고 했고 하는 수 없이 LG텔레콤, KTF, SKT등의 통신사에서 무려 9대의 휴대폰에 가입했다. 그리고 A씨가 받은 돈은 80만원.
그러나 80만원을 받아 쓴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휴대폰 9대에서 나오는 한 달 요금이 수 백만 원에 가까웠다. 대부분 060, 해외전화, 소액결제 등의 명목으로 빠져나간 요금이었다. 놀란 A씨는 휴대폰을 정지시켰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정지가 풀려 요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현재 A씨의 휴대폰 요금은 무려 1천만원.
임신 만삭인 탓에 여기저기 다니며 알아보는 것도 힘든 A씨는 오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통신사의 전화와 요금고지서 뭉치 앞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지옥이라고 한다.

#2카드돌려막기로
가정 파탄난 B씨

50대의 B씨는 시부모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병원비는 점차 늘어났고 결국 몇 개의 카드를 이용해 돌려 막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고 결국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를 보고 사채업자를 찾았다.
시부모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B씨는 위험한 줄 알면서 대부업자에 급전 7백만원을 빌렸다. 그리고 이를 갚기 위해 다른 대부업체를 찾아 또 돈을 빌렸고 이런 식으로 3천만원의 돈을 상환했다.
그러나 B씨는 이렇게 큰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고 결국 빚은 1억원으로 늘어났다.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있는 희망이 보이지 않자 남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두 명의 자녀는 집을 나간 상태다. B씨는 오늘도 언제 사채업자가 찾아와 협박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3 펀드투자하다
빚잔치만 남은 C씨.

직장인 C씨는 작년 9월 여유자금으로 펀드에 투자했다. 당시 과열된 펀드열풍으로 너도나도 펀드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C씨도 이 열풍에 동참하게 된 것. 시작은 좋았다. 수익률은 생각한 것보다 더 높았고 차츰차츰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C씨는 은행대출까지 받으면서 펀드에 투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잘나가던 펀드는 주춤했고 급기야 손해를 보기에 이르렀다. 결국 은행대출금을 갚지 못할 위기에 처한 C씨는 사채업자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고 빚은 천정부지로 올라 1억원에 가까운 빚이 그를 짓누르고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사채업체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이처럼 대부분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이자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또 불어나는 빚을 갚지 못하고 결국 개인파산신청을 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부채 등으로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사람이 지난 3년 동안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 것. 법원행정처가 낸 올해 사법 연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만 2천건이던 개인 파산 신청 건수가 3년 만에 15만건으로 늘어났다.
대법원이 발행한 ‘2008년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파산이나 개인파산 등 도산사건은 36만1천1백89건으로, 전년에 비해 15.7% 증가했다. 이 중 개인파산의 경우 지난해 15만4천39건을 기록, 전년 12만3천6백91건에 비해 3만3백48건이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개인파산 신청자도 급증
빚 못갚아 목숨 끊는 이도

일부 서민들은 빚을 갚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등록금을 조달하기 위해 휴대폰 소액대출을 받았다 갚지 못해 목숨을 끊은 대학생의 사건이 알려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전주의 한 대학교 실습실에서 이 대학에 다니는 2학년 양모(22)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학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내지 못해 먼저 간다”며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어 등록금 문제로 고민하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숨진 양씨는 담당 교수와의 상담 끝에 휴학을 결심했으며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수차례 은행을 찾았지만 매번 거절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양씨의 유가족들은 양씨가 휴대폰 대출을 받았다가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에 따르면 양씨는 두 달 전 휴대폰 대출로 50만원을 빌렸는데 한 달만에 양씨의 명의로 된 휴대폰 15대에서 통화요금 7백50만원이 청구됐고 고민하다 결국 자살을 택했다는 것.
이처럼 휴대폰 대출은 직장이나 담보가 없는 20대 젊은이들도 쉽게 받을 수 있어 최근 그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등의 시민단체들은 휴대폰 대출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방법 등을 알려주며 더 많은 피해자가 생겨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펀드투자 실패로 고민하던 30대 임신부가 자신의 차에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3월7일 오전 부산 남천동 횡령산 청소년수련원 인근 교회 주차장에서 이모(32·여)씨가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에서 숨져 있었다. 출산예정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았던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펀드투자 실패에 따른 빚을 청산하기 못해서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은행대출을 받고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3억원을 펀드에 투자했으나 펀드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상환 요구에 시달렸다. 카드빚도 점차 불어나고 있었고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얼마 전 자살한 서울 장안동 유흥업소 업주 역시 수억원의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인해 영업마저 할 수 없게 되자 생활고가 계속 이어졌고 이를 비관해 자살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어쩔 수 없이 사채업자들에게 도움을 구했다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늘고 그에 따르는 범죄와 자살율 등도 덩달아 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신용회복기금 설치해 진화 나서
실질적 효과 있을지는 미지수

이 같은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했다. 이는 금융 소외자에 대한 정부의 신용회복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대부업체에 진 빚에 대한 연체이자를 탕감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용회복기금 출범과 관련해 “신용회복기금은 채무 불이행과 고금리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빚을 탕감해 주는 일방적인 시혜정책이 아니라 원금을 분할해서 상환하도록 하고 높은 금리를 낮춰서 생활의 숨통부터 트이게 하는 채무조정의 방식”이라고 말하며 신용회복기금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는 1천만원 이하 빚이 있는 사람만, 내년부터는 3천만원 이하 채무자가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업자들이 반발하는 등 시행초기부터 잡음이 새나오고 있어 실질적으로 빚에 쪼들리는 서민들에게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늘도 많은 서민들은 빌린 돈을 갚으라는 대출업자의 협박에 시달리며 조마조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드라마보다 더욱 무서운 현실 속 ‘쩐의 전쟁’은 서민들의 목을 조이며 방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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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