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 ⑦세월호의 진실에 다가간 <다이빙벨>

알려진 참사 진실과 다른 세월호의 기록

전창걸 영화칼럼니스트 = 개그맨, 영화인, 영화평론가 등 다양한 옷을 입고 한국 대중문화계를 맛깔나게 했던 전창걸이 돌아왔다. 한동안 대중 곁을 떠나 있었던 그가 <일요시사>의 새 코너 ‘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의 영화칼럼니스트로 대중 앞에 돌아온 것이다. 아직도 회자되는 MBC <출발! 비디오여행>의 ‘영화 대 영화’ 코너에서 전창걸식 유머와 속사포 말투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에는 말이 아닌 글로써 영화로 보는 세상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 일곱 번째 이야기는 알려진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 <다이빙벨>이다.

세월호 사건 발생 200일이 지나가도록 오늘까지도 사고경위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유가족의 급성 말기암 사망 소식까지 들리고 있지만, 진실규명의 외침과 요구는 책임자들에게 방관·묵살당하고 있다.

책임자들의 외면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은 세월호 침몰 직후 72시간의 골든타임에 이뤄진 국가의 대처에 의문을 품은 이상호 기자의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다이빙벨 투입이라는 상징적인 사건을 통해 국가 또는 정부라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던 세월호 참사의 본질적 문제를 파고든다.

이 영화는 구조지연 의혹이 일 정도로 부실했던 해경의 구조대응, 엉터리 브리핑을 남발했던 청와대, 각종 오보와 선정적 보도들로 엉터리에 빌붙은 언론까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다양한 의혹들을 추적한다.

특히 주류언론이 외면하거나 왜곡했던 주요 사항들을 현장의 기록과 인터뷰 영상을 통해서 생생하게 담았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대한민국 최고의 탐사기자 이상호의 시선은 시간이 적당히 묻어버릴 진실의 면면을 파헤친다.


<다이빙벨>의 앵글을 통한 세월호의 기록은 기존의 방송보도와 신문을 통해서 보도된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세월호 침몰 원인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초기 모습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세월호 현장을 지킨 이상호 기자 취재진이 촬영하고 기록한 현장영상과 다이빙벨 투입을 자원한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영화는 차분하게 시작한다. 호소력으로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영화 내내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차분한 진실은 보는 이의 가슴에 파도가 되고 격랑이 되어 처음에는 당혹해하다가, 분노하고, 끝내는 울음을 터트리게 한다. 부정하고 싶은 죽음이, 차오르는 고통이 느껴져 억울해진다.

진실 알리려는 기자·영화인의 피땀 어린 용기
“타락사회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영화”

정치는 피폐해지고, 국고는 담합으로 빨리고, 민심은 흉흉해간다. 부패한 정치인들 및 관료들과 거대 기업 간에는 ‘블랙딜’이 노골적으로 횡행한다.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의 부패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조금 앞서는 수준이다. ‘부패 적발 시 사법당국 처벌’ ‘민간 기업의 뇌물 통용’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는 꼬리를 감춘지 오래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는 2011년 42위, 2012년 44위, 2013년 50위, 2014년 57위를 기록했다. 3년 연속 하락은 물론, 31위를 기록했던 참여정부 이후 무려 26단계나 추락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 수준이다. 해직기자도 20명이 넘는다. 정치권력과 ‘기레기’라고 조롱받는 언론의 결탁은 더욱 심각하다. 적폐 똥고물에 중독된 것이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지만 그 안에 이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 이익과 이기적 부의 축적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죽음은 반가울지도 모를 것들의 결합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어느 것 하나도 시원스럽게 밝혀진 것은 없다. 정보도 매우 한정되어 있다. 그저 주류 언론이 공급하는 정보를 통해 듣고 볼 뿐이다. 그것이 진실과 얼마나 멀리 있는지,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다이빙벨>이 더 많은 극장에서 상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 영화는 ‘구하지 않은 것인가, 구하지 못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지 않는다. 다만 국민들이 잘 모르거나 왜곡된 뉴스 공급을 통해 인식되어 온 세월호의 진실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할 뿐이다.

<다이빙벨>은 불리한 환경에서도 대중에게 진실을 알려야 하는 한 기자와 영화인의 피땀 어린 용기다. <토리노의 말>의 감독이자 2012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등 세계가 인정하는 감독인 벨라 타르는 <다이빙벨>을 이렇게 평가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상태인지, 이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보여주고 있는 아주 중요한 영화다. 감독의 노고와 용기, 올곧음에 경의를 표한다.”

<다이빙벨>을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하는 세상, 더 이상 억울한 참극이 탄생하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라도 참여했으면 좋겠다.

타락한 사회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 인병선씨가 지난달 26일 말기암으로 숨졌다.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변인과 세월호 유족들의 말에 따르면, 인병선씨는 최근 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투병하다 이날 오후 10시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원고 학생 고 인태범(2학년5반)군의 아버지 인병선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암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가 나고 부모들이 아이를 찾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 후엔 진상규명을 위해 나서면서 가사도 건강도 제대로 못 챙긴다는 소식이다. 미안한 마음으로 그 분들의 사진 한 장을 띄운다.

 

<www.전창걸.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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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