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⑦가미카제 특공대의 실상

"나는 죽고 싶지 않다"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이렇듯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가나 정치가에 이르기까지 나서서,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을 숭고한 애국심으로 국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애국자로 묘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된 가미카제 대원들이 출격에 앞서 천황이 내리는 술 한 잔을 받으며 ‘텐노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 만세 : 天皇陛下 萬歲)!’를 외치고, 용감하게 미군 함정에 돌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미카제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사무라이 정신이요, 일본인들의 정신 ‘야마토 다마시(大和魂)’라며 추켜세우고 있다.

협박과 회유

가미카제 특공대의 실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 정부가 주장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같이 또는 대중문화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이 애국의 신념으로 일왕과 국가를 위하여 스스로 가미카제 특공대원으로 자원한 것도 아니며, 또한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되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군 함정을 향하여 용감히 돌진한 것도 아니었다. 이는 명백히 왜곡된 이야기이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가미카제 특공대의 얘기가 허황된 거짓이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의심의 여지도 없이. 일본 정부는 그들이 일으켰던 전쟁을 미화하여 영광스러웠던 역사로 가르치고 싶었듯이, 가미카제 특공대의 실상도 그 내용을 왜곡하여 그들을 영웅으로 받들면서 은연중에 자국민과 학생들에게 맹목적적인 애국심을 심어 주고 있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대략 3940명의 가미카제 대원들이 자살 비행기를 탔으나, 그중 실제로 미 함정에 돌진한 숫자는 불과 10퍼센트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조종사가 직접 비행기를 몰고 미군 함정을 향해 돌진하는, 오늘날의 미사일보다 더 정확히 목표를 맞출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이 상당히 낮았던 것이다. 그 10퍼센트 안팎의 성공률로 미군 함정 30척이 침몰했고, 120척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들, 특공대원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었다고 한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인류학과의 미국 국적의 일본인 오누키 에미코(大貴惠美子) 교수는 가미카제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가미카제 병사의 85퍼센트가 고등교육을 받은 학도병이었고, 그중 상당수가 일본의 최고 대학인 도쿄(東京)제국대학 출신이었다’라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는 전쟁 초기에 농촌 출신의 젊은이들은 이미 육군으로 징집되어 전선에 투입되었고,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선에 투입할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게 되자 대학 출신의 젊은이들을 징집하여 가미카제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비행기 조종술을 빠른 시일에 습득하려면, 교육 수준이 낮은 농촌 출신 젊은이들보다는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적합하다는 점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미카제 대원으로 끌려간 젊은이들
전쟁 미화 위해 국민영웅으로 추앙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높은 교육을 받은 탓인지, 나름대로 뚜렷한 주관과 국가관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전쟁 초기에 투입되었던 순진했던 농촌 출신 군인들보다는 사무라이 정신을 앞세워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일본 군부의 교육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던 것 같다. 일본 군부가 아무리 일왕(日王)의 신성(神性)을 강조하고, 국가를 위한 충성심을 교육시키며 헌신적인 희생을 요구해도, 이들은 자신의 이해타산에 따라 행동했던 것 같다.

오누키 에미코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은 왕을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무사도로 무장된 젊은이라기보다는 대다수가 강압적으로 지원을 강요받아 불가피한 죽음을 맞은 불쌍한 젊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도쿄 제국대학 재학 중 가미카제로 징집된 하야시 다다오의 일기에, “지금은 새벽 3시다. 날이 밝으면 나는 죽어야 한다. 아! 그러나 죽고 싶지 않다. 내가 왜 가미카제를 해야 하는가?”라고 쓰여 있었고, 게이오대학 경제학부 학부생인 우에하라 료지는 ‘권력주의 국가는 일시적으로 흥했다가도 결국에는 망한다. 파시즘의 이탈리아와 나치즘의 독일이 패한 것이 그 증거다’라고 하며, ‘이러한 상태로 죽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라고 출격하기 전 유서에 남겨 놓았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징집 경험이 있는 <요미우리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회장이 2006년 2월11일 전후 일본의 태도에 대하여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일본은 주변국들에 말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주었던 포악했던 전시시대를 인정하고, 침략전쟁을 더 이상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그 예로 가미카제 특공대를 들었다.

“나는 당시 사병으로 그들 주변에 함께 있었다. 가미카제 특공대에 대한 진실 또한 우리가 아는 것 대부분이 왜곡되어 있다. 가미카제 대원들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용맹과 기쁨으로 미군 함정에 돌진했다는 것은, 모든 정치인들과 역사 인식이 부족한 역사학자들이 지어낸 거짓말이며,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진실은,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을 흘리고, 공포에 질려 일어서지도 못하는 대원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겁에 질려 오줌을 흘리고, 일어서지도 못하는 대원을 강제로 비행기에 밀어 넣었고, 순순히 따르지 않을 때에는 그 자리에서 폭력을 써 가며 강제 탑승시켰다.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은 단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 같은 신세였을 뿐이고, 그들에겐 애국심도 천황에 대한 충성심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강제적 죽음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회장의 이 발언은 가미카제 특공대의 실상을 밝혀주는 중요한 증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최대 우익신문인 <요미우리신문> 회장이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바로 오늘날까지도 일본 정부가 자국 국민들에게 허황된 자부심과 긍지를 주기 위하여 심각하게 사실을 오도하고, 역사를 왜곡하면서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증언이다.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의 가미카제에 대한 증언도 “일본 정부는 침략전쟁을 더 이상 거짓으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그 예로 든 것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미국 국적의 또 다른 일본인인 ‘리사 모리모토’가 가미카제 생존자와 인터뷰를 통한 조사에 의하면, 일본 군부는 가미카제를 모집하면서 국가를 위한 사명이라는 미명 아래 모집에 부응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수없이 협박과 회유를 했다고 한다.

“이 국가적 사명에 목숨을 바치지 않는다면 너도 죽이고 네 가족들까지 몰살하겠다고 협박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가미카제로 나서면 가족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 주겠다며 회유했다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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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