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전창걸 영화칼럼니스트 = 개그맨, 영화인, 영화평론가 등 다양한 옷을 입고 한국 대중문화계를 맛깔나게 했던 전창걸이 돌아왔다. 한동안 대중 곁을 떠나 있었던 그가 <일요시사>의 새 코너 ‘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의 영화칼럼니스트로 대중 앞에 돌아온 것이다. 아직도 회자되는 MBC <출발! 비디오여행>의 ‘영화 대 영화’ 코너에서 전창걸식 유머와 속사포 말투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에는 말이 아닌 글로써 영화로 보는 세상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 세 번째 이야기는 존 파브로가 감독·주연을 맡은 <셰프>다.
몇 년 전 전라북도 전주를 찾았다. 그때 한참 방송에서 전주 막걸리동네를 소개했는데, 막걸리 한 주전자 시키면 안주를 많이 깔아준다는 방송의 호들갑에 겸사겸사 전주를 들러보고 싶어서였다. 서울 기준으로 치면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었는데 이미 막걸리 집들은 파장 분위기였다. 부랴부랴 한 상을 보고 나오는 길, 뭔가 아쉬움에 이왕 온 거 전주에서 하루를 자고 비빔밥도 먹고 맛집 투어를 하기로 했다.
바뀐 풍경
전북대 앞으로 갔다. 그래도 늦은 시간에 가게 문이 열려 있을 동네니 살짝 한 잔 받히면서 지방의 맛을 보충할 계획이었다. “전라도 하면 음식 아닌가? 백반 하나 시켜도 상다리 휘게 반찬이 나오고….” 중년 이상의 사내들이라면 이런 얘기 한 번씩은 주고받았을 터. 이윽고 전북대 앞에 도착했다.
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온통 프랜차이즈 술집, 식당 일색. 얼마 걷다가 학사주점 비슷한 곳에 들어가 대충 요기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 택시기사가 안내한 뜨내기손님용 전주비빔밥 코스프레 아점을 마친 뒤 전주를 떠났다(고속터미널 주변 밥집은 정말 맛이 없었다. 그 집 사장의 예상대로 나는 다시는 그 곳에 가지 않을 거다).
아!! 내 기억 속에 전주는 프랜차이즈에 밀려 비싸지고 귀한 곳에 감춰져 있겠지…. 어디를 가도 똑같은 상가가 구성되어 치킨, 삼겹살, 호프, 일본식 포장마차, 커피 가맹점 일색이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냉동식재료를 간편 조리해서 판매하는 곳이 대다수다 보니 맛이야 어디서 먹든 비슷하지 않겠는가.
나는 왜 전주에 있었지? 혹시 한 사람이 도시계획을 하는 걸까? 비슷한 동네가 많아서 일산 외곽을 돌아보다가 김포 외곽을 돌아보더라도 거기가 거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게 수많은 식당이 돈을 다 벌지는 못한다. 대부분 이 핑계 저 핑계 좌절한 채 물러난다.
반면 식당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어려운 경기에도 돈을 번다. 돈 벌고 생활할 수 있는 식당 창업이 어려운 걸까? 2013년 6월 백석동 오피스텔타운 근처에 15평 식당을 꾸몄다. 본래 세탁소였다가 6개월 만에 폐업한 자리여서 간판 재활용 빼고는 처음부터 다 손을 봐야 했다. “에휴 그 어려운 걸 왜 하려 그래?” “고생문이 열렸네” “이 동네에서 3개월 버틸 수 있겠어? 그 자리가 외져요” “식당 뭐 남는 거 있겠어?”
밀려오는 저주를 비끼며 이름을 지었다. ‘삼촌’으로…. 이모네도, 할머니네도 있고 주로 여성에 관한 식당 이름은 많은데 남자 촌수로는 식당이름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사내가 하는데 ‘누나네’ 할 수 없으니 ‘삼촌’이 이름으로 좋은 것 같았다.
‘1자녀 정책과 경제적 압박을 이유로 먼 훗날 삼촌과 이모 같은 촌수 명칭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라는 음모론적인 재미의 결론에서였다. 이렇게 저렇게 식당을 완성하고 오픈한 뒤 시행착오를 수정하며 1년4개월…. 그 사이 식당은 자리를 잡았다. 식당 폐업률이 자영업자 중 으뜸이며, 절반 이상의 자영업자가 월 100만원 수익도 올리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지만 식당은 자리를 잡았고 온라인에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있다.
기왕 음식, 식당 얘기가 나왔으니 ‘이러면 망한다’라는 부채질보다도 자리를 잡게 된 원칙을 공개한다. ‘1재2간3정 원칙’이다.
여기서 1은 ‘재료’다. 재료가 좋아야 한다. 삼겹살, 곱창, 순대나 튀김, 국수 등 무슨 음식을 선택해도 좋다. 식재료가 무조건 좋아야 한다. 삼겹살집을 하려면 삼겹살이 좋아야 한다. 마늘, 고춧가루 등 음식에 들어가는 필수 식자재는 반드시 좋은 재료를 찾아 공급받아야 한다. 좋은 재료를 쓰고 재료값만큼의 음식값을 올려라.
2는 ‘간’이다. 재료가 좋으면 간만 맞아도 음식이 맛있다. 이 얼마나 간단한가?
3은 ‘정성’이다. 좋은 재료에는 그 재료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 있다. 그 정성들을 다시 주인이 정성으로 요리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 손에는 누구나 스마트폰이 있다. 좋은 음식으로 소문나는 것은 한순간이다. 순간을 속이려는 마음은 반드시 누적되어 큰 신뢰를 잃게 된다.
글을 보시며 연이 닿는 분들 중 식당을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1재2간3정의 기본을 지켜 재기의 팁이 되길 바라는 마음 보태며 기운 나라고 흐뭇한 영화 한 편 띄운다.
기라성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 카메오 출연
아들, 동료와 떠나는 즐거운 푸드트럭 여행
오늘 소개할 영화는 존 파브로 감독·주연의 영화 <셰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본 영화다. 존 파브로, 일단 이 사람이 재밌다. <아이언 맨> 1, 2편 감독이자 토니의 경호원역을 맡아서 출연하기도 했었고 많은 영화와 미드에서 감독·프로듀서·극작가로 활동하며 종횡무진 하는 할리우드 보석 중에 한 명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셰프>에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하며 우정을 과시한다. <빠삐용>으로 기억하는 더스틴 호프먼이 보수적인 식당 주인으로, 스칼렛 요한슨이 식당 매니저이며 주인공 존 파브로의 잠시 그녀로,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혼한 아내의 전남편으로 나와 짧고 임펙트 있게 똘끼 있는 부호역을 맛깔나게 소화한다.
<원 포더 머니>의 존 레귀자모는 악당 역할의 이미지에서 훈훈하게 비중 있는 요리사 동료로 나와 재미를 더한다. 한 유명 블로거와 온라인 논쟁으로 셰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주인공 칼(존 파브로)과 열 살짜리 아들…. 같은 식당에서 뛰쳐나와 합류한 동료 레귀자모가 푸드트럭으로 재기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남미와 바다를 경계한 마이애미에서 출발한 푸드트럭이 뉴올리언스를 거쳐 캘리포니아로 돌아올 때까지 아버지는 아들과 자신이 알고 있는 제일 맛있는 음식을 같이 만들며 여행한다. SNS를 모르고 살아온 아버지는 아들을 통해 새로운 온라인문화를 접하게 되고, 아들은 낡은 푸드트럭의 보수부터 요리까지 아버지에게 노동을 배운다.
흐뭇한 영화
즐거운 여행으로 칼은 다시 시작한다. 음악 좋고 풍경 역시 좋은 영화며, 리얼한 대사터치 덕에 킥킥 소리가 나오는 영화다(비슷한 나이 때의 존 파브로처럼 활약할 날을 그려본다. 과연 꿈일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
존 파브로처럼 퉁퉁하고 훈훈한 사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할리우드 배경 역시 부러운 점 중에 하나다. 삶이 고통뿐이라 느껴질 때 영화 <셰프>와 연이 닿아 에너지 충전하는 시간되시길….
<www.전창걸.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