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 ②뤽 베송 감독의 <루시>

“뤽 베송! 한 번 더 기회 준다”

일요시사 전창걸 영화칼럼니스트 = 개그맨, 영화인, 영화평론가 등 다양한 옷을 입고 한국 대중문화계를 맛깔나게 했던 전창걸이 돌아왔다. 한동안 대중 곁을 떠나 있었던 그가 <일요시사>의 새 코너 ‘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의 영화칼럼니스트로 대중 앞에 돌아온 것이다. 아직도 회자되는 MBC <출발! 비디오여행>의 ‘영화 대 영화’ 코너에서 전창걸식 유머와 속사포 말투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에는 말이 아닌 글로써 영화로 보는 세상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 두 번째 이야기는 뤽 베송 감독의 <루시>다.

1994년 <레옹>으로 찾아와 소설 <소나기>처럼 아름답고 풋풋한 사내의 순정멜로와 액션 조화의 마법을 펼치며 사내들 가슴을 진탕 설레게 만들더니 3년 후, 명절만 되면 지구를 구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표 배우 부르스 윌리스를 앞세워 공상의 폭을 넓힌 <제5원소>로 천재 입증 도장을 확실히 받은 감독 뤽 베송. 그가 요란하게 한국배우 최민식까지 캐스팅하며 영화 <루시>로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고 한국을 찾아왔다.

천재 감독 뤽 베송의 귀환

때마침 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명량>이 한국영화 흥행 역사 기록을 갈아 치우는 판이었다. 배우 최민식은 <올드보이>와 스크린쿼터 운동 이후 잠잠하던 주가를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 <명량> 등 출연한 영화를 견인하는 에너지로 이전보다 폭발적인 가치의 새로운 흥행코드로 전환한 뒤였다.

거기에 주인공이 스칼렛 요한슨! 때론 터프한 바비인형, 털털한 금발 미녀, 근접하기 어렵지 않은 친근함까지 무장한 채 깊이를 요구하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는 포근한 감성과 이지적 내면에 몰입하는 그녀의 매력…감히 함부로 안젤리나 졸리가 누렸던 여신의 경지를 가뿐하게 제치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뤽 베송의 <제5원소>에서 지구를 구하며 일약 여신 경계를 누린 밀라 요보비치의 좀비로 덮인 지구의 마지막 희망을 가진 변종 구원자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쇠퇴하고 새로운 구원자에 갈증을 느낄즈음 탄생한 여신 구원자라니…. 우와~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보여준 액션의 역동성까지 검증시킨 그녀가 <루시>로 재탄생한다는 환희는 이미 영화를 보기 한참 전부터 비주얼과 스토리가 엄청날 것이라는 신뢰적 기대감을 팝콘처럼 튀겨 놓았다.


그리고 영화를 봤다. 극장에서 혼자서…. 명절 때라 1만2000원을 주고. 앗! 뤽 베송의 제작자와 감독을 아우르는 고통? 아니면 ‘이만한 조합이면 재밌게 볼 거야. 그럼 난 돈 좀 만지겠지…’ 이건가? 나는 영화 <루시>에서 뤽 베송의 귀찮음을 발견했다. 시나리오의 상당부분이 독재의 칼질에 성형당한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 곳곳을 지겨울 정도의 교육에 할애한다. 생명 탄생의 근원에서 뇌의 활용까지 동영상 강의로 구구절절 반복하고,  최민식과 3류급 악당무리가 루시에 반하는 악의 대표라니…. 무게 비중이 너무 차이난다.

추측컨대 뤽은 영화 <리미트리스>와 워쇼스키 남매의 최근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접한 뒤 질투심이 솟았을 것이다. 그 질투심이 양자물리학의 영화적 가치와 구원자를 어설프게 혼합하는 요령으로 변질돼 루시 프로젝트가 진행됐겠지만, 결국 고수들의 시선을 만족시킬 만한 깊은 사색의 결과를 대신해 교육자료들로 서둘러 봉합한 흔적이 역력하다(흥부가 대박 전에 입었던 저고리가 연상된다).

시나리오 상당부분 독재의 칼질에 성형당한 흔적 역력
영화 고수들의 시선 만족시킬 사색 대신 서둘러 봉합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루시>의 후속이 기대된다. 0 : 2로 전반전을 마친 축구처럼 <루시>의 후속편이 대역전을 일으키길 응원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영화 <루시>는 못마땅해 하는가? 그 이유는 악의 설정에 있다.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날리고 총알을 멈추고 물질의 본질을 변화시킬 에너지를 가진 루시에 대항한 세력이 기껏 3류 국제 조직이었다니….
 

자, 영화 속 악의 근원을 보자. 밀레니엄 시대를 넘기며 극장에 걸리는 영화의 장르가 확연하게 교체됐다. 2000년 이전 지구를 구하던 영웅들은 제국에 대항하는 테러리즘, 핵폭탄과 3차 세계대전 유발을 막는 것이 주류였다. 이후 은막의 영웅들은 만화를 능가하는 초인적 캐릭터로 대체된다. 좀비, 외계생명체, 바이러스, 변종 초능력자, 구원자 등을 필두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도 모자라 가상의 세계를 실제 현실보다 믿음직하게 구상·재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악의 근원을 허상, 즉 상상 속 공포로 상징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테러리즘이 절대 악이던 시절 이전에는 공포의 대상이 유령, 대자연의 재앙, 괴수 등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할리우드식 대표 악은 사실 막연하며 그 악을 대항하는 선마저 막연하다. 자본과 시스템에 의해 공포가 주입되며 시선을 사육당하는 느낌이다(물론 간헐적으로 현실의 악을 표현한 영화들이 나오긴 하지만, 상상 속의 악을 주입하는 스케일과 비교하면 뒤떨어지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다룰 만한 실감나는 악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솟을 것이다. 나는 넘버원 악으로 소시오패스를 꼽는다. 그것도 권좌에 앉아 있는 소시오패스들. 법을 유린하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백색테러를 일삼고 오로지 탐욕을 향한 금전 불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자연 파괴를 일삼으며 전쟁을 서슴지 않는 변종들이 내가 꼽는 넘버원 악이다.

자본의 권좌에 앉은 소시오패스, 그 상인일족이 돈벌이용으로 국가를 조정·경영하는 광경이 상상된다. 살인을 일삼으며 때론 그런 상인이 권좌에 앉아 상인 무리와 담합하여 국토를 헤집고 혈세를 빨아가는 장면이 상상된다. 그 패악의 반복을 끊으려는 시민의 외침에 자갈을 물리고 색깔을 씌우고, 억울함과 분통을 위로하는 국민을 조롱하며 꼬리표 달기를 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악’ 설정 실패

이렇게 실감나는 악의 근원을 헤집고 파헤치며 악에 빌붙은 자들까지 통쾌하게 소탕하는 루시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두려움의 침묵을 깨고 진실을 외치는 시민의 힘이 더해져 루시가 결정적 위기를 막아내는 권선징악 스토리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레옹> 시절 게리 올드만 비슷한 하류 조직들을 상대하던 초능력 루시에 대한 응원이 덜 했는지도 모르겠다. 재밌게 본 분들의 기준에 걸맞지 않는 비평의 글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영화만큼은 좋은 세상을 꿈꾸는 한 중년 총각의 상상임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다. “뤽 베송! 한 번 더 기회 준다.”

 

<www.전창걸.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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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