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⑤미화·과장된 사무라이

"사무라이는 야만적인 싸움꾼에 불과"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이 화려한 문화는 그의 수하 무장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부하 무장으로 있을 때부터였다.

여러 책에 나오는 그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오다 노부나가’의 수하 무장으로 전선을 누비면서도 갑옷과 말 장식 등이 호화롭고 사치스러웠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12만 석의 영주가 되어 영지에 입성할 때, 갑옷은 금으로 장식을 했고, 투구는 은으로 만든 것을 썼으며, 깃발에는 금으로 만든 표주박을 달고, 부하 무사들에게는 자주색 비단옷을 입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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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롭게 치장한 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만이 아니었다. 당시의 거의 모든 가신급 사무라이들은 화려한 갑옷을 입고 투구를 썼다. 당시 고위급 사무라이들의 갑옷과 투구는 단순히 전쟁에서 몸을 보호하는 이상의 예술성을 지닌 화려한 것이었다. 이 갑옷과 투구는 한국이나 중국은 물론 유럽 무사들의 그것과 비교해도 매우 화려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갑옷과 투구로 평가될 정도이다.

심지어 일부 사무라이는 상투에 향을 넣고 다니기도 하였다. 당시 향은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 값비싼 물품이었다. 다도에 열광했던 ‘도요토미’는 오사카 성에 아예 황금다실을 만들었다. 방 한칸을 전부 황금으로 만들고, 거기에 장식한 그림과 병풍도 황금박이로 만들고, 차를 마실 때 사용되는 찻잔과 탁자 등 다구들도 전부 황금으로 만들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모모야마(桃山) 문화를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좋게 말해서 문화이지, 그 실상은 바로 사치였다. 사치도 보통 사치가 아닌 도를 넘어선 사치였다. 갑옷을 금으로 장식하고, 투구는 은으로 만들고, 방 전체를 황금으로 꾸미는 사치였다.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고, 고위급 가신들 또한 화려한 갑옷에 은으로 만든 투구를 쓰고 머리에는 비싼 향을 넣고 예복으로 ‘가미시모도’라고 하는 화려한 옷을 입는 등 나름대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으며,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겐로쿠’라고 하는 화려하게 염색된 옷이 유행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평화가 찾아온 에도시대에 들어오면서 무사들의 생활은 더욱 사치스러워졌다. ‘아사히 분자에몬(朝日文左衛門 : 1673~1718년)’이라는 에도시대의 하급 무사는 그의 나이 18세가 되는 1691년부터 사망 일 년 전인 1717년까지 약 27년간을 상세하게 기록한 오무로추기(鸚鵡籠中記 : 앵무롱중기)라는 37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일기를 남겼다.

사치스럽고, 허세 가득했던 사무라이
청빈한 생활은 허구로 꾸며진 이미지


고작 100석의 영지를 받는 하급 무사임에도 불구하고, 백여 회나 연극을 관람한 기록이 있고, 즐겨먹던 맛있는 먹거리에 대한 자세한 묘사, 만나서 놀았던 여자들에 대한 기록, 그리고 즐기던 도박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그의 생활 모습을 통하여 볼 때 당시 무사들의 생활이 얼마나 호화롭고 사치스러웠는지 명백히 알 수 있다.

절제되고 검소하고 청빈한 생활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당시의 사무라이들이 일본 역사상 가장 청빈하고,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맞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일부 사무라이들은 청빈하고 검소한 생활을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는 불교문화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검소하고 청빈한 생활을 하는 사무라이들이 있었을 것으로 믿어진다. 그러나 사무라이들이 생활의 규범 내지 사회적 관념으로 청빈하고 검소한 생활을 미덕으로 여기고, 주어진 생활 여건보다 의도적으로 청빈하고 검소한 생활을 했다는 것은 가식되고 미화된 얘기지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맞는 얘기가 아니다.

당시 사무라이들은 배운 것 없이 무식하고 야만적이며, 화려하고, 사치스럽고, 허세부리는 것을 좋아하던 단순한 싸움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사무라이를,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는 서양의 기독교 정신과 상통하는 근검과 청빈을 강조하는 청교도적인 모습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이에 서양의 기사도를 거론하고, 셰익스피어 작품까지 들먹거리면서 검소하고 청빈한 생활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려 했지만, 이 모든 것이 근거 없는 허황된 주장이었고, 일본 정부는 이 왜곡된 사실을 더욱 과장시켜가면서 자국 국민을 세뇌시켰던 것이다.

셋째는 사무라이가 ‘의와 명예’를 목숨같이 중요시했다는 것도 미화되고 과장 되어 있다. 전국시대 당시의 여러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사무라이들은 주군의 뜻에 어긋나는 바른말 한마디, 주군의 뜻을 거스르는 고집 한번 제대로 부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매사에 주군의 눈치를 살피고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했을 것이다. 신하된 도리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주군(主君)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것을 충(忠)이라고 강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주군이 올바르지 못한 명을 내렸을 경우 이에 복종하는 것을 충(忠)이라고 할지 몰라도 결코 의(義)라고 할 수는 없으며 명예스러운 일이라고도 할 수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충(忠)이라고도 할 수 없다. 맹종하는 행태에서는 결코 ‘의’와 ‘명예’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의’와 ‘명예’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관철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주군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하고, 주군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행태에서 나오는 것은 아부뿐이다. 사육신처럼, 그 모진 고문과 형벌 속에서도 단종을 향한 충절을 꺾지 않았던 그 충정에 ‘의’가 있고 ‘명예’가 있는 것이다.

아부에만 열중


물론 일부 사무라이들이 ‘의’와 ‘명예’를 위하여 목숨을 버린 경우도 있었다. 사무라이 책을 보면 감동을 주는 훌륭한 인물들의 얘기가 많이 나온다. 어찌 일본엔들 충신이 없고 영웅호걸이 없었겠는가. 일부 학자들이 이러한 감동을 주는 사무라이들의 행동을 들어 사무라이 정신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감동을 주는 충신의 이야기, 귀감이 되는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는 어느 민족 어느 나라에나 다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 사람들도 그들의 영웅 이야기를 한다. 특별히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 있었던 영웅호걸들의 행동 때문에 일본에 사무라이 정신이 있었다고 강변한다면,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게 있었던 영웅호걸들의 행동은 무엇이라고 해야 하는가? 그들에게도 사무라이 정신과 비슷한 어떤 정신적, 도덕적 개념이 있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어느 나라 어느 민족도 그들의 충신이나 영웅의 행동에 그러한 개념을 붙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충신 또는 영웅호걸로서 존경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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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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