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 ①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

“당신만의 풍경과 별을 찾을 수 있는 기회”

일요시사 전창걸 영화칼럼니스트 = 개그맨, 영화인, 영화평론가 등 다양한 옷을 입고 한국 대중문화계를 맛깔나게 했던 전창걸이 돌아왔다. 한동안 대중 곁을 떠나 있었던 그가 <일요시사>의 새 코너 ‘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의 영화칼럼니스트로 대중 앞에 돌아온 것이다. 아직도 회자되는 MBC <출발! 비디오여행>의 ‘영화 대 영화’ 코너에서 전창걸식 유머와 속사포 말투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에는 말이 아닌 글로써 영화로 보는 세상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이다.

존 카니는 거칠고 투박하기에 오히려 덜 가공한 느낌의 음악 영화 <원스>를 연출한 감독이다. <원스>는 2007년 가을 감수성 풍부한 여인들의 심장을 녹여내고 통기타 좀 만지는 사내들의 18번을 ‘폴링 슬로우리’로 바꾸는 아리도록 포근한 긴 여운을 아직까지 퍼뜨리고 있다.

존 카니의 귀환

그리고 7년이 지난 2014년 여름 단언컨대 연기력 최절정의 키이라 나이틀리를 품고 <비긴 어게인>으로 돌아왔다. 굳이 강조하지 않고, 애써 긴장시키려는 그 어떤 흔적도 없지만 이 영화는 가슴을 후빈다.

“아 다음 장면은 이렇게 전개될지도 몰라…둘이 사귈까? 그녀의 남자 친구는 돌아올까? 아냐 안 만났으면 좋겠어…” 중간 중간 습관적이며 경험에 근거한 예측은 어김없이 빗나가고 영화는 아주 깨끗하게 막을 내린다.

섣부른 예측을 몇 번 하다 실패하며 부끄러움을 느끼긴 했지만 정말 좋은 영화다. 개인적으로 살면서 마음이 각박해진 순간 몇 번이고 돌아볼 영화리스트에 낙점했을 정도다.


좌절의 벼랑 끝에 선 남녀의, 우리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 실현 가능한 신선한 도전. 어디선가 스칠 것 같은 현실 속의 이상형을 연기하는 키이라 나이틀리. 몇 곡의 음악 제목과 가수를 떠올리며 소통되는 풍경들까지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 그들이 함께한 풍경이 두고두고 마음에 간직될 듯하다.

“내가 이래서 음악을 좋아해. 가장 따분한 순간까지 갑자기 의미를 갖게 되니까. 이런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해버려. 그게 음악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나이가 들수록 이런 진주들이 점점 보이지 않아. 진주까지 가는 줄이 점점 길어져…이 순간이 진주야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이 모든 순간들이 진주였어.”

좌절의 벼랑 끝에 선 남녀의 신선한 도전
강제적 자극의 세상…가슴 적시는 영화

우리는 강제적 자극의 세상에 살고 있다. TV를 틀면 수 없이 반복되는 광고와 가공된 뉴스들, 정적을 깨는 휴대폰 스팸메일과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뻥치는 광고전화까지…(혹시 케이블 TV 본 콘텐츠와 광고의 볼륨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건 느끼시는지…광고 시간이 되면 볼륨이 엄청 커짐)

개인적으로 다른 동네는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에는 횡단보도에 네모난 말뚝의 기계가 양쪽으로 설치돼서 신호 전에 대기선을 약간만 넘어도 큰소리로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나 주세요.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나 주세요’ 하고 나온다.
 

그 소리는 사람이 열 명이 대기하다가 한 사람이 무심코 선에 걸쳐도 나오고 스무 명이 기다리다 한 사람이 무심코 걸쳐도 나오기 때문에 순식간에 횡단보도에 있던 사람의 생각을 부수고 원치 않는 집중을 시킨다.

‘아! 이건 뭐지?’ 무섭다.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돈 버는 사람이야 좋겠지만 그 명분의 결과 덕분에 깨지는 사유가, 그리고 그런 현상의 자극을 아무렇지 않은 듯 넘어가는 사람들이 무섭다.


버스를 타면 젊은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어폰을 끼고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버스가 제공하는 라디오 소리와 몇 년 전부터 달린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있다. 이어폰을 두고 버스를 탄 날 잘못 걸리면 별 관심 없는 라디오 소리를 크게 들으며 목적지까지 생각 없이 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속 시간이 남았을 땐 가끔 버스에서 내려 다음 버스를 타곤 한다.

우린 그렇게 무차별적 공급용 소리에 노출되어 있다. 어떤 소리는 내게 공감을 자아내고, 어떤 소리는 도망치고 싶을까? 나의 답은 단연 풍경이다.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세뇌용으로 사적인의 탐욕을 채우려는 목적적 가짜풍경은 비극을 만들고 진실을 조롱하며 통제에 집착한다. 참 풍경은 존재하는 것의 자연스러운 조화의 소리다. 그리고 그것은 발견한 사람의 아름다운 추억과 질문들이다.

그 아름다운 추억과 질문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고, 연극, 영화, 드라마가 된다. 또 집이 되고, 밥이 되고, 평화가 되고,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며, 그리움이 되고, 사랑이 된다. 그리하여 참 풍경을 전달하는 메신저는 저절로 사람들 가슴에 영원히 그리운 별이 되어 남게 된다. 이 가을 나는 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에 별은 하나 새겼다.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 수 있다니 참으로 흐뭇한 시간이다.

가슴 적시는 영화

요즘 뭔가 갑갑하면 음악을 듣는다. 유튜브, 사운드클라우드, 팟캐스트를 뒤져 취향의 음악 목록을 만들어 놓고 때에 따라 바꿔서, 때론 새로운 장르의 음악까지 두려움 없이 듣는다.

음악이 나오는 순간, 그 이전까지 저절로 생각되던 원치 않는 복잡한 잡념이 사라지고 꽤 괜찮은 시간과 공간이 나타난다. 그 시공은 한 치 변함없지만 생각을 멈춘 마음이 바라보는 풍경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간을 일부러 내서 영화 <비긴 어게인> 꼭 보시고, 이어폰을 끼고 볼륨을 높여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시라. 더 시간이 나시면 영화 <원스>를 안 본 사람은 꼭 보시고 스토리로만 기억하는 봤던 사람들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번 더 보시라. 그리고 당신의 풍경, 당신의 별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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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