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잘 나가는 수입차의 그늘

막가는 외제차 “브레이크가 없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내수 점유율이 70% 아래로 떨어졌다. 반대로 국내 등록된 수입차는 100만대를 넘어섰다. 7대 가운데 1대 꼴이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고가 수리비와 보험료, 가격거품, AS 미흡, 할부금융 피해 등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급성장한 수입차 시장의 그늘을 짚어봤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내수 점유율이 각각 42.7%, 26.8%로 도합 69.5%에 그치면서 7년 만에 70% 아래로 떨어졌다. 기아차는 2010년부터 3년 연속 유지하던 30%대 점유율이 지난해 무너졌고 현대차도 4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내수 점유율은 기아차가 2007년 20.8%에서 이듬해 23.8%, 2009년 29.5%로 꾸준히 상승하면서 2008년 71.7%로 올라선 뒤 2009년 78.0%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0년 기아차가 31.0%로 오르며 30% 선을 돌파했지만 현대차가 41.0%로 주저앉는 바람에 두 회사 점유율은 72.0%로 추락했다. 2011년 73.8%, 2012년 75.0%로 상승세를 타던 점유율은 지난해 71.1%, 올해 70% 밑으로 떨어졌다.

국산차 3∼6배
수리비 잔혹사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수입차 입지 확대다. 상반기 기준 2007년 4.5%던 수입차 점유율은 12.4%로 3배 가깝게 늘었다. 2008과 2009년 사이 금융위기 여파로 5.7%에서 5.1%로 한차례 하락한 수입차 점유율은 매년 상승세를 탔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 점유율도 모두 수입차에 밀리고 있다. 2007년 상반기 GM대우는 11.1%, 르노삼성자동차 9.3%, 쌍용자동차 4.9%로 수입차 4.5%를 앞섰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수입차 12.4%, 한국GM 9.3%, 쌍용차 4.1%, 르노삼성 3.7%로 수입차가 모두를 제쳤다.


지난 7월2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6월 자동차등록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승용차와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등을 모두 합쳐 100만4665대를 기록했다. 수입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말 90만4314대에서 6개월 만에 10만351대가 늘었다. 특히 수입차 성장세를 등에 업고 승용차가 9만8394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의 대중화로 업체들의 이익은 늘어가고 있지만 부실한 AS와 턱없이 비싼 부품값, 카푸어를 양산하는 수입차 유예할부 시스템, 국부유출, 비위·탈법 향위 등의 문제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수입차 100만 시대를 맞아 <일요시사>가 수입차 급성장의 그늘을 집중 조명해 봤다.

소비자 피해 급증, 사후서비스 개선 시급
여전히 부품값 비공개…가격 인하 미지수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의 5.4배에 달한다. 부품 값은 6.3배, 공임비는 5.3배, 도장료는 3.4배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수입차 수리비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비싼 부품 값에 있다. 외국에서 직접 들여오는 순정부품의 가격은 관세와 운송비용 등이 더해져 현지보다 2배가량 높아진다.

높은 수리비는 고스란히 손보사와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수입차가 늘면서 수입차 사고율이 올라가고 이와 함께 손보사의 수리비 지급이 증가하면서 손보사의 손해율이 증가하는 것.

손보사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지난해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5.1%에 달했다. 흥국화재는 104%, 메리츠화재 99.2%, 더케이손보 98.7%, 롯데손보 97.0%, LIG손보 96.3%, 현대해상 93.3%, 한화손보 92.6% 등 업계 상위권 업체들마저 적정 손해율 77%를 크게 웃돌고 있다. 자동차손해율은 자동차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으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하는데 업계에서는 77%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80%가 넘으면 이상 신호로 받아들인다.

수입차 보험료는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에 비해 2배도 채 되지 않는다. A손보사가 제공한 최초 보험료(34세 1인 운전자, 대인 무제한, 대물 2억원, 2013년 3월11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수입차 보험료는 국산차 대비 1.3∼1.7배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조건 풀옵션
선택 여지 없다

먼저 6000만원대 모델을 살펴보면 신차 가격이 6880만원인 '에쿠스 VS380 럭셔리' 모델의 최초 보험료는 99만5190원인 반면 신차 가격이 6260만원인 'BMW 520d'의 보험료는 156만2086원으로 1.6배밖에 높지 않다. 가격이 6800만원인 '벤츠 E300 3.5 엘레강스'와 6610만원인 'BMW 528i'도 각각 1.5배와 1.6배 차이에 그쳤다.

4000만원대 국산차인 '제네시스 BH330 모던스페셜'의 최초 보험료와 '폭스바겐cc 2.0TDI' 'BMW 320d'를 비교해본 결과 각각 1.7배와 1.5배밖에 높지 않았으며 3000만원대에서는 1.3∼1.5배에 불과해 국산차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수입차 수리비 부담은 단순히 수입차 고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입차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료 상승을 부담해야 하는 국산차 고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수입차와 국산차 간 보험료 현실화를 통해 국산차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이달 초 자동차 업체들에게 개별 부품 값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가격을 공개하고 환율 변동에 따라 분기마다 가격 정보를 갱신하라는 국토부의 지시에 따라 수입차 업체들이 부품 가격을 공개했지만 부품 명을 영문으로만 표시하고 제대로 된 검색기능을 갖추지 않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와 렉서스, 볼보를 제외한 수입차 업체 16곳은 부품명을 대부분 영문으로 표시해 일반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했고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등은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았다.

무리한 할부금융
쉽게 샀다간 큰일

부품 값 공개만으로는 수리비를 인하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품 원가가 아니라 단순히 소비자 가격만 공개한 것이고 부품 값을 낮춘다고 해도 수입차 업체가 공임비를 늘리면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입차가 비싼 이유를 '브랜드 가치 차이'와 '수입관세'로 드는 경우가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산차인 현대차와 수입차의 브랜드 가치 차이는 좁다. 글로벌 브랜드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해마다 발표하는 '글로벌 톱 100 브랜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업체 중 7번째로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는 2위, BMW는 3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2000년대 초반 이후 꾸준히 상승해 왔다. 3위와 7위의 격차가 수천만원의 가격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관세로도 설명이 어렵다. 지난해 국내에서 6260만원에 판매된 BMW 520d를 살펴봤다. 수입차의 수입원가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원가는 알 수 없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원가를 판매가의 60∼7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계산을 해보면 약 4000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유럽차량의 수입관세가 4%인 점을 감안하면 BMW 520d의 관세는 160만원, 원가에 관세를 더해도 4160만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많은 가격 거품은 어디서 온 걸까? 바로 옵션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는 모두 '풀옵션'이다. 소비자들은 가솔린·디젤, 2륜·4륜 중 하나를 고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미국 시장은 다르다. 소위 '깡통차'라고 불리는 옵션 없는 차량부터 세세한 옵션 가격을 모두 공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깡통차'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BMW 528i를 놓고 보면 한국에서는 6740만원, 미국에서는 4만9245달러(5365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우드 소재 스티어링휠은 800달러, 파킹 어시스턴트 기능 500달러,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2400달러, 후방 카메라 400달러 등 옵션별 가격도 공개돼 있다. 모든 기능을 더한 풀옵션을 선택할 경우 차량 가격은 7만8320달러(8532만원)에 이른다. 한국에서 BMW 528i는 6740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미국에서는 5365만~8532만원 사이에서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리비 대신 내는 손보사·소비자
유예할부로 샀다 카푸어 신세 전락

수입차 업체에서는 고객이 원할 경우 세부 옵션을 넣고 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세하게 옵션을 주문하던 고객들은 차를 받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업체의 말에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자동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현금(일시불)보다는 할부·대출 등 파이낸싱을 이용해 수입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BMW·벤츠·폭스바겐 등 주요 수입차 업체가 할부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경제력이 시원치 않은 사람들이 할부금융의 유혹에 넘어가 ‘카푸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무리하게 비싼 차를 구입해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을 뜻하는 카푸어가 증가할수록 할부금융사의 배는 불러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할부기간 원금과 이자를 매월 상환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할부금융과 달리 수입차 할부금융사는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은 차량구입과 동시에 차값의 30%를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 원금 중 10% 가량을 할부기간 이자와 함께 상환한 뒤 할부기간이 끝나면 60%에 이르는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식이다. 원금유예할부는 차량을 구입하고 3년 후 차를 되팔아 또 다른 차량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에게 걸 맞는 프로그램이지 돈이 없는 사람이 고가의 차를 사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얘기다.

완성차 업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유예할부로 덕을 보는 건 소비자가 아닌 수입차 업체다.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 등 국내 5대 수입차 업체의 할부금융사 영업이익은 지난 2년간 34% 급증한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싫으면 말고' 식
비싸고 불편한 AS

수입차 할부금융사들은 만기 시 원금 상황이 어려울 경우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만기 연장시 2%가량 증가한 이자를 내야해 빚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비싼 돈을 주고 차량을 구입했다면 그에 걸맞은 AS가 주어져야 맞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지난 7월28일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입수한 2012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자동차 피해상담 건수를 분석한 결과, 수입차 10만 대당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는 476대로 국산차 145대의 3.3배에 달했다. 

불만은 대부분 차량품질과 AS에 집중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 소비자원이 실제로 접수한 73건 중 64건이 이와 관련돼 있었다.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의 불만이 높은 것은 여전히 정비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수입차 업체는 국내 판매량 증가에 발맞춰 2010년 240여곳이던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를 최근까지 100곳 가까이 늘리며 대응했지만 아직도 1곳당 책임져야 할 차량이 3000대에 달하는 등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보니 수리 맡긴 차를 다시 받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리는 게 다반사다. 그마저도 서비스센터가 수도권에 60%가 집중돼 소규모 도시 지역에도 수백개의 정비협력소를 구축해 정비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산차와 대비되고 있다.

차량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급히 찾게 되는 긴급출동서비스 차량을 1대도 보유하지 않은 수입 브랜드도 상당수다. 국내 판매 상위 5개 수입차 브랜드 중 BMW(35대), 벤츠(22대), 아우디(17대)만이 자체 긴급출동 차량을 보유했다. 폭스바겐과 토요타 등은 자체 차량이나 출동 요원 없이 제휴업체를 통한 견인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AS 수리로 인해 다른 차를 제공받는 대차 서비스를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차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장기간 빌려 타기도 어렵다. 설령 예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연말이면 이전에 대차된 물량 때문에 빌리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서 팔면 끝
사회적 책임 인색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업계 1위에 해당하는 2조1500억원대의 매출에 영업이익은 400억원을 넘겼지만 사회공헌 기부금은 2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매출액의 0.01%도 안되는 수준.

벤츠코리아는 매출액 1조3600억원에 영업이익 424억원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4억5000여만원에 그쳤다. 매출액의 0.03% 수준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와 한불모터스 등은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나 기부금은 전혀 내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도 소극적이다. 지난해 4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르노삼성의 직원 수가 4400여명인 데 비해 영업이익 1090억원을 올린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4개 브랜드의 본사 직원은 도합 40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가 한국지사에서 뽑는 한 해 신규 채용은 3~10여명 안팎에 그친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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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