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그룹 수상한 대물림 내막

회장님의 아들 사랑 ‘유별나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장남을 각자 대표로 선임 → 쿠쿠홈시스의 잇따른 쿠쿠전자 지분 매입 →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의 합병 → 쿠쿠전자의 IPO' 밥솥기업 쿠쿠그룹의 지난 8년간 움직임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가업승계는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고 상속·증여세는 한 푼도 들지 않았다. 편법승계 의혹이 드는 이유다.

쿠쿠전자가 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걸었다. 쿠쿠전자는 지난달 1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쿠쿠전자의 상장 예정일은 오는 7월이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4998억원에 당기순이익 512억원을 올렸다. 업계는 쿠쿠전자의 상장이 성공하면 시가총액이 8000억∼1조원선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짜여진 각본대로

업계는 몸집이 커질 쿠쿠전자보다 쿠쿠그룹의 가업승계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물림이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지만 상속·증여세가 한 푼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쿠그룹은 지난 8년간 착실(?)하게 승계 수순을 밟아 왔다.

첫 걸음은 장남의 각자 대표 선임이었다. 구자신 쿠쿠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 그룹 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장남 구본학 대표에게 쿠쿠홈시스의 각자 대표직을 맡겼다. 구 회장은 지분율도 24.84%로 떨어져 2대 주주의 자리를 내줬다. 쿠쿠홈시스는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는 자회사다. 쿠쿠홈시스의 지분은 구 대표와 차남 본진씨가 각각 53%, 47%씩 소유하고 있었다.

이후 '쿠쿠' 브랜드가 국내 밥솥 업계 1위로 자리매김 하면서 자연스럽게 쿠쿠홈시스의 실적이 성장했다. 여기에 쿠쿠전자의 '힘'이 더해지면서 몸집은 커져만 갔다. '쿠쿠'라는 자체브랜드로 밥솥 시장에 뛰어든 2000년대 이후 쿠쿠홈시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90%를 넘나들었다.


실제로 2001년 81.70%(798억원 중 652억원)던 내부거래 비중은 2002년 85.50%(1180억원 중 1109억원), 2003년 87.87%(1328억원 중 1167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04년 95.72%(1309억원 중 1253억원)으로 90%를 돌파했으며 2005년 93.99%(1616억원 중 1519억원), 2006년 93.10%(1929억원 중 1796억원), 2007년 92.67%(1965억원 중 1821억원), 2008년 92.47%(2020억원 중 1898억원), 2009년 92.26%(2096억원 중 1933억원), 2010년 91.47%(2428억원 중 2221억원)로 7년 동안 매출의 90% 이상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2011년에는 89.29%를 기록했다.

그룹의 힘을 받은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2001년 27.09%던 지분율은 2002년 35.01%로, 2005년 37.17%로 늘어갔고 2008년에는 33.86%로 7년 동안 무려 17%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에 흡수합병됐다.

구 대표는 통합법인 지분을 33.10%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본진씨도 29.36%로 2대 주주에 올랐다. 쿠쿠홈시스가 보유하던 쿠쿠전자 지분 16.84%는 자사주가 됐고 구 회장 지분율은 9.32%로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경영권과 지분이 2세들에게 승계된 것. 전형적인 편법 상속방식이다.

상속·증여세 안 내고 승계 마무리 수순
8년 준비 드디어 결실?…편법승계 의혹

IPO는 마지막 단계다. 업계는 쿠쿠전자의 IPO 이유를 쿠쿠홈시스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사주를 털어내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상장 이후 자사주가 출회되면 주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쿠쿠전자의 IPO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가 또 다른 이름의 가족회의였기 때문이다. 쿠쿠전자 이사회는 지난해까지 구자신 3부자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이사회를 감시하는 감사 자리도 구 회장의 친인척인 구자혁씨가 맡았다. 회사 배당금 규모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대주주 일가로만 구성됨에 따라 대부분의 배당금이 구씨 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실제로 쿠쿠전자는 2012년 주주들에게 73억60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72% 가량인 약 53억원이 구 회장 부자에게 배당됐다. 쿠쿠홈시스도 합병 전인 2011년 배당한 80억원 모두를 본학·본진 형제가 챙겼다.

물론 현행 상법은 회사 자본금 규모에 따라 이사회 구성 최소 인원을 정해 놓고 있을 뿐 대주주 일가의 이사회 장악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IPO를 준비하고 있는 쿠쿠전자의 경우는 다르다. 상장 기업에 걸 맞는 내부 견제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쿠쿠전자도 이를 의식한 듯 올 초 재무책임자(CFO)를 새롭게 영입하고 IR 조직을 구축하는 등 조직 체계 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급조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거래소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장남을 각자 대표로 선임하고 자회사 덩치를 불려 합병을 하는 등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이뤄진 경영권 승계작업은 편법 승계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쿠쿠전자 관계자는 편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합병은 쿠쿠전자가 밥솥뿐 아니라 전기 그릴, 식기 건조기, 믹서기, 공기청정기, 비데, 가습기 등을 생산하는 데도 밥솥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종합 생활가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IPO만 하면 '끝'

이 관계자는 또 "기업공개를 준비하면서 경영 투명성을 갖추기 위해 재무책임자를 새롭게 영입하고 조직 체계 정비를 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구 회장은 범 LG가의 일원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10촌 간으로 이 같은 인연을 토대로 쿠쿠전자는 1978년 설립부터 1998년 쿠쿠브랜드 출시까지 20년간 LG전자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밥솥을 납품했다.

이후에는 쿠쿠 브랜드를 만들어 2010년 11월 국내 밥솥 누적 판매량 2000만대를 돌파했고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 리홈과 쿠첸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