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①무능 정부의 민낯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도 침몰했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충격과 깊은 슬픔에 빠졌다. 476명(잠정집계)의 승객 중 302명이 실종 및 사망한 초대형 사고인데다 희생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떠나던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간절히 바라던 기적은 없었다. 대신 피해를 더 키운 정부의 늑장 대처, 안일한 대응 등으로 인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무능한 정부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직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유달리 '안전'을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꿔 '국민 안전'에 대한 정부의 높은 관심과 의지도 여실히 드러냈다. 출범 후 1년이 지날 무렵인 지난 2월1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는 당시 안행부 수장이었던 유정복 장관이 "지난해 50년 만에 처음으로 사망자 10명이 넘는 사건·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라며 정부의 안전 정책과 성과를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안전' 강조한
'불안전' 정부

하지만 불과 3일 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진행 중이던 대학생 10명이 생명을 잃고, 204명이 상해를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또 두 달 뒤인 지난 16일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을 포함한 476명이 탑승했던 여객기 세월호가 진도 해상 인근에서 침몰하는 초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자는 배가 침몰하기 직전 스스로 여객선을 탈출한 승객 174명뿐이며 302명의 승객이 실종 및 희생됐다. 사건 발생 열흘이 넘도록 실질적 구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구조당국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초동 대처, 부처 간 엇박자, 안일한 구조활동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된 총체적 무능
무능력·무기력·무책임…예고된 인재

당국의 무능했던 대처과정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되기 전 해경의 구조활동은 배 밖으로 스스로 나오는 선원과 승객들에 대한 구조로 국한됐다. 해경에 앞서 도착한 어선들의 구조활동과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소극적 구조활동을 펼쳐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해경 측은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세월호는 이미 왼쪽으로 50도 넘게 기울었기 때문에 수중 특공대가 아니면 여객선 진입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서해해양청 소속 특공대가 사고당일 목포항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출발은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20분이 지나서였다.

뒤늦게 도착한 특공대의 선체 진입 시도는 배가 완전히 뒤집힌 지 한 시간 가까이 지난 11시20분께부터 시작됐고, 이마저도 조류가 강하다는 이유로 진입 시도 15분여 만에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 민간 구조전문가는 "처음부터 구조 전문 특공대가 같이 출동해 선체 내 수색을 하거나 출동한 해경이 승객들이 배에서 탈출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했다면 더 많은 인원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일한 상황인식
기본도 못한 대응

그러나 한 해경 간부는 "배를 탈출한 승객 80명을 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아니냐"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실언을 하기도 했다. 오히려 해경보다 먼저 도착한 어선들이 탈출한 승객들을 더 많이 구조한 셈인데도 해경 일부에선 "이정도면 됐다"는 납득하기 힘든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경은 해당 간부를 즉각 직위해제했지만 초동 대처가 중요한 구조활동을 안일하게 했던 해경의 초동 대응 실패를 감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등으로 나눠진 지휘라인은 엇박자를 내며 정상적으로 지휘체계가 가동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구조와 관련한 정보전달도 각 기관별로 언론에 전달하다보니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큰 고통을 겪었다.
 

특히 기본 중의 기본인 승객들의 총인원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그간 정부는 "집계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라는 이유를 대며 전체 승객 수를 '476명→477명→459명→462명→476명' 등으로 수차례 번복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21일 외국인 시신 3구를 수습하면서 정부당국이 발표한 승객 명단에 없던 리샹(46)씨가 희생자로 확인되며 수차례 정정을 한 구조당국의 476명 발표도 엉터리라는 것이 드러났다.

구조자 집계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최초 단원고 학생, 교사 '전원 구조'에서 '164명→174명→175명→176명→179명→174명' 등으로 수차례 구조자 현황이 바뀌었다.

당국이 밝힌 수색 작업 관련 브리핑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당국은 사고 당일 함정 167척, 항공기 29대, 잠수요원 512명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사비를 털어 배를 빌려 사고 인근 해역에 다녀온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 다음날까지도 사실상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해경은 "대책본부에서 주는 정보대로만 알고 있다"고 했고, 총리가 주도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해경에서 파악하고 있다"며 모른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승선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에 무엇을 기대하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신도 바뀌는
황당한 대응

희생자의 시신이 뒤바뀐 황당한 사례도 수차례 반복되며 희생자 가족들을 두 번 울렸다. 지난 17일 김모양으로 알려졌던 시신은 다른 반 김모양으로 확인돼 목포에서 안산으로 시신이 옮겨졌다가 다시 목포로 되돌아갔다. 지난 21일 새벽에는 안산 제일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진 시신이 이모군으로 알려졌으나 DNA 검사 결과 심모군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장모군의 시신이 '가족과 불일치 한다'는 통보를 받고 유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장군으로 알았던 시신은 다음날 오전 발인을 앞두고 있어 하마터면 다른 시신을 아들로 오인해 장례절차를 마칠 뻔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가 다른 부모의 품에서 장례절차를 지내다가 뒤늦게 진짜 부모의 품으로 되돌아온 황당한 사건을 겪은 가족들은 절규했고, 정부의 어이없는 실수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해경 관계자는 "사고 후 장시간 물 속에 있던 시신이 수습되다보니 가족도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지에서 DNA 확인 없이는 이송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부모들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시신을 가인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실종·희생자 가족들
깊은 슬픔 넘어 분노
정부 신뢰 바닥 추락

국가의 존재 이유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지만 정부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왕좌왕, 갈팡질팡, 거짓말에 책임 떠넘기기까지 그야말로 수준 이하의 재난 대응책을 잇달아 보이며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에 아직 자식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한 학부모는 지난 22일 정부와 공무원들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글을 진도 팽목항의 시신확인실 천막에 쓰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글에서 "저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땅에 살아가고 있지만 현재 살아있다는 자체가 부끄럽기만 하다" "계속되는 인재에도 재난대비 매뉴얼도 없고, 지휘체계는 엉망진창에다 거짓말만 일삼는 이 '무능한 정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 "둘째 자식에게 이 나라 이 땅에 사는 한 이 무능한 정부와 관료들을 믿지 말라고 가르칠 것이고, 가능하다면 이 땅을 떠나라고 가르칠 것이다" 등의 말을 적었다.
 

"정부 대응을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는 얘기는 실종 가족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여온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박근혜 대통령은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며 공무원들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그러나 안전을 최우선 한다면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도 않고 질타만 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현장에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컸다"며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 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의 벽을 반드시 안전행정과 책임행정을 이뤄서 신뢰와 믿음의 벽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공직자들은 주인의식과 열정, 사명감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길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초기대응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피해 가족들을 배려한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했다. 이어 지난 27일에는 실종자 수습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피한
공무원 질타?

이러한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행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본적으로 구조가 최우선이기에 정부의 대응 실패를 꼼꼼히 따지고 있지는 않지만 실종자 수색이 완료되는 대로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드러난 정부의 실패를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새민련 핵심관계자는 "역대 최악의 재난사고에 이어 역대 최악의 재난대처를 보여주고 있다"며 "박근혜정부의 무능력, 무책임, 무기력한 모습에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박근혜호도 침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신 반응 "정부가 무능해 아이들 죽었다"

세월호 참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외신들은 사고 직후 박근혜정부의 대처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1일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변경하며 안전강화를 홍보해 온 박근혜정부가 이번 사고에서 구조대가 침수하는 배 안에서 고교생을 구조하지 못하고 물에 잠긴 여객선 내부 수색 시작까지 3일 이상이 걸렸다"며 "정부가 무능해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죽어간다는 불신감이 한국 사회 전체를 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공무원은 이미 국민에게 불신의 낙인이 찍혔다"며 "안행부 대책본부와 해경, 해군, 해양수산부가 제각각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BBC>는 한국 정부의 구조 작업이 너무 느리다고 지적하는 한편, 더딘 구조 작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청와대로 가려는 피해 학부모들을 경찰로 강제로 막았던 정부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2년 1월13일 이탈리아에서도 세월호 침몰과 유사한 선박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장의 신속한 대처로 배에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 4234명 대부분이 구출됐고, 사망자는 32명에 그쳤다.

이처럼 선박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 대한 무능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여타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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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