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①무능 정부의 민낯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도 침몰했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충격과 깊은 슬픔에 빠졌다. 476명(잠정집계)의 승객 중 302명이 실종 및 사망한 초대형 사고인데다 희생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떠나던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간절히 바라던 기적은 없었다. 대신 피해를 더 키운 정부의 늑장 대처, 안일한 대응 등으로 인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무능한 정부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직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유달리 '안전'을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꿔 '국민 안전'에 대한 정부의 높은 관심과 의지도 여실히 드러냈다. 출범 후 1년이 지날 무렵인 지난 2월1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는 당시 안행부 수장이었던 유정복 장관이 "지난해 50년 만에 처음으로 사망자 10명이 넘는 사건·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라며 정부의 안전 정책과 성과를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안전' 강조한
'불안전' 정부

하지만 불과 3일 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진행 중이던 대학생 10명이 생명을 잃고, 204명이 상해를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또 두 달 뒤인 지난 16일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을 포함한 476명이 탑승했던 여객기 세월호가 진도 해상 인근에서 침몰하는 초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자는 배가 침몰하기 직전 스스로 여객선을 탈출한 승객 174명뿐이며 302명의 승객이 실종 및 희생됐다. 사건 발생 열흘이 넘도록 실질적 구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구조당국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초동 대처, 부처 간 엇박자, 안일한 구조활동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된 총체적 무능
무능력·무기력·무책임…예고된 인재


당국의 무능했던 대처과정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되기 전 해경의 구조활동은 배 밖으로 스스로 나오는 선원과 승객들에 대한 구조로 국한됐다. 해경에 앞서 도착한 어선들의 구조활동과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소극적 구조활동을 펼쳐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해경 측은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세월호는 이미 왼쪽으로 50도 넘게 기울었기 때문에 수중 특공대가 아니면 여객선 진입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서해해양청 소속 특공대가 사고당일 목포항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출발은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20분이 지나서였다.

뒤늦게 도착한 특공대의 선체 진입 시도는 배가 완전히 뒤집힌 지 한 시간 가까이 지난 11시20분께부터 시작됐고, 이마저도 조류가 강하다는 이유로 진입 시도 15분여 만에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 민간 구조전문가는 "처음부터 구조 전문 특공대가 같이 출동해 선체 내 수색을 하거나 출동한 해경이 승객들이 배에서 탈출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했다면 더 많은 인원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일한 상황인식
기본도 못한 대응

그러나 한 해경 간부는 "배를 탈출한 승객 80명을 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아니냐"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실언을 하기도 했다. 오히려 해경보다 먼저 도착한 어선들이 탈출한 승객들을 더 많이 구조한 셈인데도 해경 일부에선 "이정도면 됐다"는 납득하기 힘든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경은 해당 간부를 즉각 직위해제했지만 초동 대처가 중요한 구조활동을 안일하게 했던 해경의 초동 대응 실패를 감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등으로 나눠진 지휘라인은 엇박자를 내며 정상적으로 지휘체계가 가동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구조와 관련한 정보전달도 각 기관별로 언론에 전달하다보니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큰 고통을 겪었다.
 

특히 기본 중의 기본인 승객들의 총인원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그간 정부는 "집계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라는 이유를 대며 전체 승객 수를 '476명→477명→459명→462명→476명' 등으로 수차례 번복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21일 외국인 시신 3구를 수습하면서 정부당국이 발표한 승객 명단에 없던 리샹(46)씨가 희생자로 확인되며 수차례 정정을 한 구조당국의 476명 발표도 엉터리라는 것이 드러났다.


구조자 집계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최초 단원고 학생, 교사 '전원 구조'에서 '164명→174명→175명→176명→179명→174명' 등으로 수차례 구조자 현황이 바뀌었다.

당국이 밝힌 수색 작업 관련 브리핑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당국은 사고 당일 함정 167척, 항공기 29대, 잠수요원 512명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사비를 털어 배를 빌려 사고 인근 해역에 다녀온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 다음날까지도 사실상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해경은 "대책본부에서 주는 정보대로만 알고 있다"고 했고, 총리가 주도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해경에서 파악하고 있다"며 모른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승선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에 무엇을 기대하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신도 바뀌는
황당한 대응

희생자의 시신이 뒤바뀐 황당한 사례도 수차례 반복되며 희생자 가족들을 두 번 울렸다. 지난 17일 김모양으로 알려졌던 시신은 다른 반 김모양으로 확인돼 목포에서 안산으로 시신이 옮겨졌다가 다시 목포로 되돌아갔다. 지난 21일 새벽에는 안산 제일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진 시신이 이모군으로 알려졌으나 DNA 검사 결과 심모군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장모군의 시신이 '가족과 불일치 한다'는 통보를 받고 유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장군으로 알았던 시신은 다음날 오전 발인을 앞두고 있어 하마터면 다른 시신을 아들로 오인해 장례절차를 마칠 뻔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가 다른 부모의 품에서 장례절차를 지내다가 뒤늦게 진짜 부모의 품으로 되돌아온 황당한 사건을 겪은 가족들은 절규했고, 정부의 어이없는 실수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해경 관계자는 "사고 후 장시간 물 속에 있던 시신이 수습되다보니 가족도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지에서 DNA 확인 없이는 이송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부모들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시신을 가인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실종·희생자 가족들
깊은 슬픔 넘어 분노
정부 신뢰 바닥 추락

국가의 존재 이유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지만 정부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왕좌왕, 갈팡질팡, 거짓말에 책임 떠넘기기까지 그야말로 수준 이하의 재난 대응책을 잇달아 보이며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에 아직 자식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한 학부모는 지난 22일 정부와 공무원들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글을 진도 팽목항의 시신확인실 천막에 쓰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글에서 "저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땅에 살아가고 있지만 현재 살아있다는 자체가 부끄럽기만 하다" "계속되는 인재에도 재난대비 매뉴얼도 없고, 지휘체계는 엉망진창에다 거짓말만 일삼는 이 '무능한 정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 "둘째 자식에게 이 나라 이 땅에 사는 한 이 무능한 정부와 관료들을 믿지 말라고 가르칠 것이고, 가능하다면 이 땅을 떠나라고 가르칠 것이다" 등의 말을 적었다.
 

"정부 대응을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는 얘기는 실종 가족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여온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박근혜 대통령은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며 공무원들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그러나 안전을 최우선 한다면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도 않고 질타만 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현장에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컸다"며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 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의 벽을 반드시 안전행정과 책임행정을 이뤄서 신뢰와 믿음의 벽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공직자들은 주인의식과 열정, 사명감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길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초기대응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피해 가족들을 배려한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했다. 이어 지난 27일에는 실종자 수습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피한
공무원 질타?

이러한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행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본적으로 구조가 최우선이기에 정부의 대응 실패를 꼼꼼히 따지고 있지는 않지만 실종자 수색이 완료되는 대로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드러난 정부의 실패를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새민련 핵심관계자는 "역대 최악의 재난사고에 이어 역대 최악의 재난대처를 보여주고 있다"며 "박근혜정부의 무능력, 무책임, 무기력한 모습에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박근혜호도 침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신 반응 "정부가 무능해 아이들 죽었다"

세월호 참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외신들은 사고 직후 박근혜정부의 대처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1일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변경하며 안전강화를 홍보해 온 박근혜정부가 이번 사고에서 구조대가 침수하는 배 안에서 고교생을 구조하지 못하고 물에 잠긴 여객선 내부 수색 시작까지 3일 이상이 걸렸다"며 "정부가 무능해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죽어간다는 불신감이 한국 사회 전체를 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공무원은 이미 국민에게 불신의 낙인이 찍혔다"며 "안행부 대책본부와 해경, 해군, 해양수산부가 제각각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BBC>는 한국 정부의 구조 작업이 너무 느리다고 지적하는 한편, 더딘 구조 작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청와대로 가려는 피해 학부모들을 경찰로 강제로 막았던 정부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2년 1월13일 이탈리아에서도 세월호 침몰과 유사한 선박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장의 신속한 대처로 배에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 4234명 대부분이 구출됐고, 사망자는 32명에 그쳤다.

이처럼 선박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 대한 무능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여타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