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①무능 정부의 민낯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도 침몰했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충격과 깊은 슬픔에 빠졌다. 476명(잠정집계)의 승객 중 302명이 실종 및 사망한 초대형 사고인데다 희생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떠나던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간절히 바라던 기적은 없었다. 대신 피해를 더 키운 정부의 늑장 대처, 안일한 대응 등으로 인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무능한 정부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직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유달리 '안전'을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꿔 '국민 안전'에 대한 정부의 높은 관심과 의지도 여실히 드러냈다. 출범 후 1년이 지날 무렵인 지난 2월1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는 당시 안행부 수장이었던 유정복 장관이 "지난해 50년 만에 처음으로 사망자 10명이 넘는 사건·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라며 정부의 안전 정책과 성과를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안전' 강조한
'불안전' 정부

하지만 불과 3일 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진행 중이던 대학생 10명이 생명을 잃고, 204명이 상해를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또 두 달 뒤인 지난 16일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을 포함한 476명이 탑승했던 여객기 세월호가 진도 해상 인근에서 침몰하는 초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자는 배가 침몰하기 직전 스스로 여객선을 탈출한 승객 174명뿐이며 302명의 승객이 실종 및 희생됐다. 사건 발생 열흘이 넘도록 실질적 구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구조당국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초동 대처, 부처 간 엇박자, 안일한 구조활동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된 총체적 무능
무능력·무기력·무책임…예고된 인재


당국의 무능했던 대처과정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되기 전 해경의 구조활동은 배 밖으로 스스로 나오는 선원과 승객들에 대한 구조로 국한됐다. 해경에 앞서 도착한 어선들의 구조활동과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소극적 구조활동을 펼쳐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해경 측은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세월호는 이미 왼쪽으로 50도 넘게 기울었기 때문에 수중 특공대가 아니면 여객선 진입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서해해양청 소속 특공대가 사고당일 목포항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출발은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20분이 지나서였다.

뒤늦게 도착한 특공대의 선체 진입 시도는 배가 완전히 뒤집힌 지 한 시간 가까이 지난 11시20분께부터 시작됐고, 이마저도 조류가 강하다는 이유로 진입 시도 15분여 만에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 민간 구조전문가는 "처음부터 구조 전문 특공대가 같이 출동해 선체 내 수색을 하거나 출동한 해경이 승객들이 배에서 탈출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했다면 더 많은 인원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일한 상황인식
기본도 못한 대응

그러나 한 해경 간부는 "배를 탈출한 승객 80명을 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아니냐"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실언을 하기도 했다. 오히려 해경보다 먼저 도착한 어선들이 탈출한 승객들을 더 많이 구조한 셈인데도 해경 일부에선 "이정도면 됐다"는 납득하기 힘든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경은 해당 간부를 즉각 직위해제했지만 초동 대처가 중요한 구조활동을 안일하게 했던 해경의 초동 대응 실패를 감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등으로 나눠진 지휘라인은 엇박자를 내며 정상적으로 지휘체계가 가동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구조와 관련한 정보전달도 각 기관별로 언론에 전달하다보니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큰 고통을 겪었다.
 

특히 기본 중의 기본인 승객들의 총인원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그간 정부는 "집계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라는 이유를 대며 전체 승객 수를 '476명→477명→459명→462명→476명' 등으로 수차례 번복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21일 외국인 시신 3구를 수습하면서 정부당국이 발표한 승객 명단에 없던 리샹(46)씨가 희생자로 확인되며 수차례 정정을 한 구조당국의 476명 발표도 엉터리라는 것이 드러났다.


구조자 집계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최초 단원고 학생, 교사 '전원 구조'에서 '164명→174명→175명→176명→179명→174명' 등으로 수차례 구조자 현황이 바뀌었다.

당국이 밝힌 수색 작업 관련 브리핑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당국은 사고 당일 함정 167척, 항공기 29대, 잠수요원 512명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사비를 털어 배를 빌려 사고 인근 해역에 다녀온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 다음날까지도 사실상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해경은 "대책본부에서 주는 정보대로만 알고 있다"고 했고, 총리가 주도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해경에서 파악하고 있다"며 모른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승선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에 무엇을 기대하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신도 바뀌는
황당한 대응

희생자의 시신이 뒤바뀐 황당한 사례도 수차례 반복되며 희생자 가족들을 두 번 울렸다. 지난 17일 김모양으로 알려졌던 시신은 다른 반 김모양으로 확인돼 목포에서 안산으로 시신이 옮겨졌다가 다시 목포로 되돌아갔다. 지난 21일 새벽에는 안산 제일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진 시신이 이모군으로 알려졌으나 DNA 검사 결과 심모군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장모군의 시신이 '가족과 불일치 한다'는 통보를 받고 유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장군으로 알았던 시신은 다음날 오전 발인을 앞두고 있어 하마터면 다른 시신을 아들로 오인해 장례절차를 마칠 뻔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가 다른 부모의 품에서 장례절차를 지내다가 뒤늦게 진짜 부모의 품으로 되돌아온 황당한 사건을 겪은 가족들은 절규했고, 정부의 어이없는 실수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해경 관계자는 "사고 후 장시간 물 속에 있던 시신이 수습되다보니 가족도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지에서 DNA 확인 없이는 이송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부모들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시신을 가인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실종·희생자 가족들
깊은 슬픔 넘어 분노
정부 신뢰 바닥 추락

국가의 존재 이유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지만 정부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왕좌왕, 갈팡질팡, 거짓말에 책임 떠넘기기까지 그야말로 수준 이하의 재난 대응책을 잇달아 보이며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에 아직 자식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한 학부모는 지난 22일 정부와 공무원들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글을 진도 팽목항의 시신확인실 천막에 쓰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글에서 "저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땅에 살아가고 있지만 현재 살아있다는 자체가 부끄럽기만 하다" "계속되는 인재에도 재난대비 매뉴얼도 없고, 지휘체계는 엉망진창에다 거짓말만 일삼는 이 '무능한 정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 "둘째 자식에게 이 나라 이 땅에 사는 한 이 무능한 정부와 관료들을 믿지 말라고 가르칠 것이고, 가능하다면 이 땅을 떠나라고 가르칠 것이다" 등의 말을 적었다.
 

"정부 대응을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는 얘기는 실종 가족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여온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박근혜 대통령은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며 공무원들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그러나 안전을 최우선 한다면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도 않고 질타만 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현장에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컸다"며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 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의 벽을 반드시 안전행정과 책임행정을 이뤄서 신뢰와 믿음의 벽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공직자들은 주인의식과 열정, 사명감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길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초기대응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피해 가족들을 배려한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했다. 이어 지난 27일에는 실종자 수습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피한
공무원 질타?

이러한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행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본적으로 구조가 최우선이기에 정부의 대응 실패를 꼼꼼히 따지고 있지는 않지만 실종자 수색이 완료되는 대로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드러난 정부의 실패를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새민련 핵심관계자는 "역대 최악의 재난사고에 이어 역대 최악의 재난대처를 보여주고 있다"며 "박근혜정부의 무능력, 무책임, 무기력한 모습에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박근혜호도 침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신 반응 "정부가 무능해 아이들 죽었다"

세월호 참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외신들은 사고 직후 박근혜정부의 대처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1일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변경하며 안전강화를 홍보해 온 박근혜정부가 이번 사고에서 구조대가 침수하는 배 안에서 고교생을 구조하지 못하고 물에 잠긴 여객선 내부 수색 시작까지 3일 이상이 걸렸다"며 "정부가 무능해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죽어간다는 불신감이 한국 사회 전체를 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공무원은 이미 국민에게 불신의 낙인이 찍혔다"며 "안행부 대책본부와 해경, 해군, 해양수산부가 제각각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BBC>는 한국 정부의 구조 작업이 너무 느리다고 지적하는 한편, 더딘 구조 작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청와대로 가려는 피해 학부모들을 경찰로 강제로 막았던 정부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2년 1월13일 이탈리아에서도 세월호 침몰과 유사한 선박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장의 신속한 대처로 배에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 4234명 대부분이 구출됐고, 사망자는 32명에 그쳤다.

이처럼 선박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 대한 무능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여타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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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