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⑩국민 우롱 홍가혜 실체

까도까도 끝없는 ‘양파 구라녀’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까도까도 끝이 없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된 거짓 인터뷰로 유가족 가슴에 못질을 한 홍가혜씨에 대한 논란의 과거 행적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도쿄 거주 교민, 잠수부, 기자, 야구선수 여자친구, 연예인 친척 등 홍씨 인생 자체가 거짓투성이다. 누리꾼들은 국민 '양파녀'로 등극한 홍씨에게 맹비난을 보내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구조과정에서 거짓 인터뷰를 한 홍가혜씨가 결국 구속됐다. 광주지검 목포지원 영장전담 박종환 판사는 지난 23일 홍씨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잠적한 홍씨에게 도주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석연찮은 행적

홍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 사흘째인 지난 18일 종편 <MBN> 뉴스특보 인터뷰 중 자신을 민간잠수부라고 소개하며 "해경이 민간잠수부의 구조 활동을 막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했다. 다른 잠수부가 생존자를 확인하고 소리까지 들었다"고 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

홍씨는 인터뷰 직후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국민들은 정부의 허술한 사태 수습에 분노했다. 하지만 홍씨의 석연찮은 과거 행적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해경도 홍씨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홍씨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고 정체가 탄로 난 홍씨는 잠적했다.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자 홍씨는 스스로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홍씨는 경찰조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사고현장으로 가던 중 방송사 작가의 연락처로 전화해 인터뷰를 자청했다"며 "현장 상황이 방송과 다르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는 또 "현장에 도착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방송 내용과 달라 흥분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했다. 뜬소문만 믿고 인터뷰한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모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홍씨는 "방송사에 민간잠수사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며 일부 책임을 <MBN>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홍씨가 자신의 SNS에 자필로 자신이 잠수사 마스터 등급이라며 쓴 A4용지를 사진으로 찍어 올린 것이 전해지면서 경찰조사 조차 거짓으로 일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사 중 눈물을 흘리다가 취재진이 빠져나가자 울음을 멈추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사실도 전해졌다.

<MBN> 인터뷰가 진행된 후 홍가혜로 추정되는 트위터에는 "내가 MBN에 출연한 게 그렇게 부럽냐? 그러면 너네들도 현장 와서 얼굴 맞대고 얘기해 보든가. 이러다 나 영화배우 데뷔하는 거 아닌가 몰라"라는 글도 올라왔다. 그녀의 반성이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다.

전문잠수부 연기 언론과 거짓 인터뷰
유족들 판단 흐려…각종 루머도 키워

속속들이 공개되는 홍씨의 과거 행적들도 의문투성이다. 지난달 21일에는 대구에서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다투다 골프채를 휘둘러 폭행 혐의로 입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도쿄 거주 주민이라고 소개한 뒤 "사랑하는 사람도 일본에 있고 친구들도 있고 어떻게 나 혼자 살겠다고 가는 것도 웃기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과거 '티아라 왕따 사건'에도 등장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홍씨는 걸그룹 티아라의 전 멤버 화영의 왕따 사건에 관련됐음을 알리고 화영의 사촌언니 행세를 했다. 홍씨는 SNS 등에 티아라에 대한 분노의 글을 쏟아냈지만 화영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홍씨가 다수의 야구선수들과 교제를 했고 유명 프로야구 선수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거짓 사실을 유포한 적이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홍씨가 과거 10억 대 사기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는 언론 기사도 나왔다. 기사를 작성한 김용호 기자는 "당시 홍가혜를 수사한 형사를 통해서 그녀의 과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홍가혜가 지난 2월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B1A4 세 번째 단독콘서트 'THE CLASS'에서 기자라고 신분을 속이고 찍은 사진"이라는 설명과 함께 B1A4 멤버들과 홍가혜가 함께 찍힌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외에도 "사망한 모 야구선수와 일면식이 없음에도 홍씨의 통장으로 관련 모금을 진행했다" "일본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다 성공을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한 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았다" "일본에서 돈 문제로 한국에 돌아온 뒤 부산의 한 술집에서 일하다가 자신을 작사가라고 소개하면서 한 사업가에게 접근해 10억여원을 챙겨 사기혐의로 피소돼 수사를 받았다" 등 홍씨과 관련한 의혹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홍씨의 과거 행적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누리꾼들은 까도까도 끝이 없이 드러나는 홍씨의 실체를 빗대 '양파녀'라고 부를 정도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홍씨와 관련된 기사를 링크하며 "중대한 재난이 있을 때마다 방송에 얼굴 비추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아 정신이 좀 이상한 분으로 보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아이디 sams****는 "홍가혜씨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극복해 나가는 것입니다. 당신도 해낼 수 있습니다"며 서울 소재의 정신병원을 소개했다.

아이디 dygk****은 "홍가혜씨 축하해요. 바라던 대로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시네요. 검찰과 경찰의 뜨거운 관심까지 받는 건 함정. 저번에 보니까 영화배우 되는 것 아니냐고 하시던데 재판정에서 당신이 주연배우가 되실 수 있겠네요. 축하해요"라고 전했다.

아이디 silv****는 뉴스 댓글에 "자신을 위한 일이라면 주변의 슬픔도 아랑곳 않고 이용하다니. 진짜 사이코패스 테스트 해봐야 할 듯. 까면 깔수록 무섭다. 이 여자"라고 적었다. 아이디 gidf****도 뉴스 댓글에 "진도, 부산, 일본, 대구, 구미, 서울.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현대판 홍길동이 따로 없네"라고 적어 누리꾼들의 많은 추천을 얻었다.

이 와중에 홍씨를 옹호하는 의견도 많았다. 아이디 esh1***은 블로그에 "거짓말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허언증이고 뭐고 그건 증명된 부분도 아니다. A가 그랬더라에 반응해서 B가 C한테 그랬었는데 몰랐어? 이렇게 원래 홍가혜씨가 이상한 여자마냥 몰고 있다. 상식적으로 유가족이 모여 있는 곳까지 굳이 가서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고 하겠냐"는 게시글을 올렸다.

결국 철창행

아이디 우하*는 이 게시글 댓글을 통해 "그 사람이 뭘 얻겠다고 그렇게 인터뷰했겠음. 왜 실종자 가족들이 대국민한테 호소하겠음. 언론은 정부에 불똥 튈까봐 걱정을 하고 있고 대책본부는 브리핑 한 번 하지 않고 구조가 한시가 바쁜 상황에 누구 책임 지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죠. 과연 지금 사고책임 운운할 때인가? 포커스가 잘못됐다. 대책본부는 여기서 일 더 크게 안 만드려는 노력만 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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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