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⑧심상찮은 북풍

여태 가만히 있다가…"냄새 난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대한민국이 또 다시 메가톤급 악재에 부딪혔다. 구멍 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손 볼 겨를도 없이 북한발 안보위협이 먹구름처럼 밀려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정국은 안갯속이다. 악화된 여론은 반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우외환으로 만신창이가 된 대한민국. 정부는 이번에도 실책을 거듭할 것인가.

세월호 침몰 여파로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북한발 안보 위협까지 가시화되는 등 박근혜정부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2일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도발 위협의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4차 핵실험이든 전선(국경)에서 문제가 나든 심각한 분위기인데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급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큰 거 한 방'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우리 군은 최근 함경북도 길주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핵실험 준비로 의심되는 활동을 감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2월 전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핵실험(3차)을 강행한 바 있다.

현재 군은 북한 당국이 대내외적으로 '적들이 상상하기조차 힘든 다음 단계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4월30일 이전에 큰 일이 날 것이다'라고 말한 점 등을 미뤄 실험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종승인만 있으면 핵실험이 즉각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단 과거 전례를 볼 때 핵실험을 가장한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브리핑에서 김 대변인은 "(북한의) 구체적인 활동은 공개할 수 없지만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징후를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군은 미국으로부터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가 확인되지 않은 북한 내부 정보를 토대로 공식 브리핑에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이번 발표의 배경과 의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첩보의 진위 여부와 관련한 의혹이 첫 번째이고, 브리핑의 시점과 관련한 의문이 두 번째이다. 먼저 동북아 방위 파트너인 미국 측 반응이 우리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한) 전력이 있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증거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우리(미국)는 북한의 활동에 대해 언제나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한 보도를 봤으며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마찬가지로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특별히 발표하거나 확인할 것은 없고 미군과 구체적으로 정보를 공유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건 "한·미간 정보를 긴밀히 공유했다"던 우리 측 입장과는 차이를 보인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우리 측 발표와 배치되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당장에 있을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핵실험장을 유지 또는 보수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에 게재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핵실험이 임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미연구소는 "지난 19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북동쪽 갱도 인근에 목재 추정 물건들과 물품 운송용 대형 상자들의 움직임이 보인다"며 "지난 수 주 동안 차량과 장비들의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 트레일러 1대가 실험장에서 도로로 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미연구소는 "(지난 3차 핵실험을 전후로 한 시점의 사진과 비교해볼 때) 핵실험 준비 초기 단계일 수 있고, 덜 위험한 의도로 보면 유지·보수 작업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핵실험 가능성을 낮게 내다본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 국방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과 만났다. 관계자는 "38노스의 사진은 정보당국에서 찍은 것과 달리 흐릿하며 정보당국은 위성사진 외에도 다양한 정보 수집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핵실험장 갱도에 설치된 가림막이 사라졌는데 이는 3차 핵실험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핵실험 당시 갱도 입구에 설치된 가림막을 치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환구시보>는 올 3월 말 북한 외무성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던 것을 짚으며 이같이 전했다. 비슷한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설득노력을 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수습 와중에 북한 핵실험 임박설
갑자기 안보 위협…여론 물타기 의혹

핵실험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일종의 협상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27일부터 30일까지가 중대 기로로 점쳐지는데 여기서 진짜 문제는 핵실험의 실체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앞서 밝혔듯 군은 최초 브리핑에서 확인 불가한 첩보를 동원했다. 출처조차 불분명한 멘트인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가 유력매체를 통해 사실로 둔갑했다. 외교 관례상 상대국의 공식기구 또는 매체의 말을 인용해야 했음에도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언론계 안팎에선 정부가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배경을 놓고 '물타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여파로 악화된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정부가 '만능열쇠'인 북한을 집어든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정부의 무능함을 탓하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던 시점에 의도적으로 남북 긴장국면을 조성했다는 주장은 다각도로 힘을 받고 있다. 야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북풍' 조작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실제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북한발 이슈가 터졌을 경우 야권보다는 여권에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브리핑을 한 건 국방부지만 관료조직문화상 청와대 허락 없이 유관 부처가 튀는 행동을 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왕창 부풀리기?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북핵 문제가 대두되면 될수록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부각된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안보장사'를 했다가 수습하지 못할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권 일각의 주장대로 북한이 흉흉한 민심을 이용해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면 박근혜정부가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의 이중행보
핵실험 한다면서 조의문?

북한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조의의 뜻을 담은 전화통지문을 남측에 보냈다. 지난 23일 통일부는 "북한이 적십자회중앙위원회 명의로 된 전통문을 대한적십자사 앞으로 보내왔다"며 "답신은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통지문에서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승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데 대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의 전통문 발신은 국가 간 외교적 관례 행위이며,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는 것으로 통일부는 전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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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