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③> 재계발 ‘2010 희망가’

“경인년, 우리에겐 새로운 출발입니다”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5% 내외 전망 “OECD 최고 수준”
경제기관들도 3.6∼5.5% 예상 … 기업들 안정궤도 재진입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불똥이 국내 실물경제로 옮겨 붙은 탓에 과거 IMF 시절보다 더 춥다는 게 국민들의 이구동성이다. 온 국민의 관심은 2010년 경제 전망에 쏠려 있다. 과연 한국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해 재계에서 답을 찾아봤다.

재계는 지난 연말 ‘보너스 잔치’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삼성그룹, 현대·기아차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 이어 중견·중소기업들도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내내 임금삭감, 희망퇴직, 유·무급휴직, 공장가동 중단 등 최소한 제2의 IMF 사태를 막기 위해 뼈를 깎고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 결과다. 2008년 말 터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1년 만에 안정궤도에 재진입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신수종 사업 육성 등
먹을거리 확보 총력

2010년 한국경제는 밝다. 각종 전망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2010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간 5% 내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고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4.6%, 한국개발연구원(KDI) 5.5%, 국제통화기금(IMF) 4.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4%, 삼상경제연구소 4.3%, 현대경제연구소 4.5%, LG경제연구소 4.6%, 산업연구원 4.0%, 한국경제연구원 3.6% 등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도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2010년 경인년을 맞아 다시 뛰고 있는 재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2010년 경영 로드맵’을 마무리한 상태다. 재계 전체의 올해 화두는 ‘공격 경영’으로 압축된다. 대내외 환경이 아직 불안하지만 연구·개발(R&D) 등에 투자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공격경영 목표를 설정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에 각각 5조5000억원과 3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8조5000억원 이상 쏟아 부을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그룹, LG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GS그룹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도 ‘돌격 앞으로’를 선언했다. 이들 그룹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투자 계획대로 신수종 사업육성 등 미래 먹을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과감한 베팅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IMF 때와 달리 자신감이 넘친다.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도 엿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주요 회원기업 17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결과 새해 경영계획 수립 방향에 대해 43.6%가 ‘확대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비율은 29.6%,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의견은 26.8%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확대경영 9.8%, 긴축경영 67.1%로 응답했던 것과 대조되는 결과로 회복 조짐을 보이는 현 경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확대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핵심키워드는 ‘신사업 진출’(28.6%), ‘해외시장 개척’(25.5%), ‘설비투자 확대’(19.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올해 투자에 대해선 51.6%가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대기업이 60%를 차지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발표도 다르지 않다. 대한상의가 최근 전국 1100여 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설비투자계획’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평균 6.4%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확대 예정인 기업들은 ‘생산물량 확대 및 신제품 생산’(45.8%), ‘노후시설 개선’(25.5%), ‘신규산업 진출’(18.6%), ‘미래대비 선행투자’(8.8%)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대한상의 측은 “세계 금융위기 상황이 끝나가면서 기업들은 내년 경제를 비교적 밝게 보고 있다”며 “최근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내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그동안 크게 위축됐던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투자와 함께 채용에도 바짝 신경 쓰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일자리 창출에 발 벗고 나서기로 한 것.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77개사)의 66.2%(51개사)가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밝힌 채용규모는 총 1만950명으로 지난해(1만365명)보다 5.6% 증가한 수치다.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26.0%·20개사)들이 예년 수준으로 채용할 경우 채용인원은 1만2306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감원 바람과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 등을 감안하면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라는 평가다.

커리어 측은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여파가 고용시장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했을 때 올해 고용시장이 서서히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긍정적으로 지켜볼 만하다”고 전했다.



대기업 총수들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총수들은 하나같이 국내외 ‘현장 경영’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각 기업마다 고위경영진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오너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절반가량 ‘확대 경영’
작년보다 6.4% 늘린다

삼성그룹은 지난 연말 물갈이 인사를 통해 ‘최지성-이재용’체제를 갖췄다. 2인 체제로 꾸려진 새 수뇌부는 효율 강화와 스피드 극대화에 중점을 둔 현장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미국이 첫 공식 대외활동지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 최지성 사장과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부사장 등 삼성그룹 경영진은 새해 초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를 방문해 ‘버즈 두바이’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쇼(CES) 2010’참석도 예정돼 있다. 두바이, 라스베이거스 출장엔 이건희 전 회장도 동행해 시선을 모았다.

현장경영의 대표주자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 제3공장 건설을 선언했다. 인도 현대차 인도기술연구소 방문 후 한 달만의 해외 출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유럽과 러시아, 미국, 브라질 등 주요 해외 생산 거점들을 방문해 현지 판매현황과 생산라인 등을 점검했다.

앞서 해외 지역 본부장들에게 “앉아서 전화로 대충 확인하려 들지 말고 주 4일 이상 현장에 뛰어가 눈으로 확인하라”고 지시한 정 회장은 올해도 국내외 사업 현장을 둘러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밖에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등도 직접 발로 뛰며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오너들의 적극적인 대외 행보에 노조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로자들도 불황 탈출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노사가 상생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노조 창립 이래 처음으로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의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올해 단 한 차례의 파업도 하지 않아 지난 1994년 이후 15년 만에 무파업을 기록하게 된다. 또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임단협 첫 무쟁의 합의기록도 세우게 된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차 노조가 파업 없이 임단협에 잠정합의한 것은 아직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동반자 입장에서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사내 여론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의 무파업 임단협 타결은 다른 회사 노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지난해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LG전자는 1990년부터 20년째 단 한 번도 노조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뤄내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올해 역시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게 LG전자 노조의 생각이다.

KT 노사 역시 어려운 경영상황을 인식하고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다.


총수들, 대외 행보 분주
노사 상생 분위기 확산

대한항공 노조는 1999년 노조 설립 이후 최초로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받아들였고 이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 노조도 임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코오롱, 금호석유화학, 동국제강 등의 노조도 노사협력을 선언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을 회사에 위임해 무분규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화합선언(무파업, 임금동결, 교섭위임 등) 사업장 수는 2007년 749개 사업장에서 2008년 2678개 사업장으로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급격한 증가 추세”라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노사를 떠나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 그룹 한 임원은 “올해 국내 경제 전망이 밝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우는 등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근로자들의 완전한 삼위일체만이 경제 환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금융·세제 지원 확대, 저금리 기조 등의 기업 지원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기업은 정부의 요구대로 공격 경영을, 근로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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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