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②> 경인년 국운 천기누설 훔쳐보기

“재앙의 해…청계천 원위치하면 만사형통”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불황에 전염병까지 여러 악재들과 싸웠던 국민들은 호랑이의 기운이 자신에게도 오길 바라며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예로부터 호랑이해는 국가의 위기가 찾아온 해였다는 점에서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많은 역술가들은 2010년 경인년에 닥칠지도 모를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민찬(풍수지리 신안계형물학연구소) 원장을 만나 천기누설을 들었다.

정치  적잖은 공방전과 갈등 이어지면서 ‘으르렁’ 대는 형국
경제  몇몇 기업들 제외하곤 회생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련


박민찬 원장에 따르면 경인년은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며 국운을 위협받는 해다. 호랑이들이 날뛰는 해에는 환란이 많았다는 과거가 이를 말해준다. 특히 청계천 복원에 따른 풍수의 발복 현상까지 겹치면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원장은 이 같은 근거로 2010년은 ‘재앙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다. 박 원장은 “경인년은 나라에 재앙과 큰 사건이 많았다. 올해도 재앙의 기운이 강하다. 예측하기 어려운 화재나 홍수, 붕괴 등 자연재해나 불미스러운 일,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2010 경인년은
재앙 기운 강해”


특히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비관론을 내놨다. 그는 이어 “호랑이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9월부터 11월 사이다. 이때 큰 사건들이 많이 발생할 것이며 예기치 못한 사건들의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변했다. 실제 역사적으로 경인년과 호랑이해에는 유독 큰 환란들이 발생했다. 경인년에 일어난 대표적인 사건은 1950년 에 일어난 한국전쟁이다.

1170년 고려 말 문무차별에 한을 품은 무신정변이 발생한 해도 경인년이다. 이는 고려가 멸망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가 하면 1890년 경인년에는 ‘운디드 니 학살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같은 해 12월20일 미제7기병대가 수우스다코다주(운디드 니)에서 우리의 동족인 북미인디언 여자와 어린이를 포함해 400명 이상을 학살한 사건이다.

뿐만 아니다. 호랑이들은 자신의 해에 어김없이 날뛰었다. 1974년 갑인년 호랑이해에는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됐다. 그런가 하면 1998년 무인년에는 외환위기가 터져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박 원장은 “정치적으로는 적잖은 공방전과 갈등이 이어져 서로 ‘으르렁’거리는 형국이 한 해 동안 계속되면서 대립각은 더욱 심화되고 과거 정치적 대립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하고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정치인들이 속출하며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경제적 비관론도 이어졌다. 지금 경제는 망가지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 기업들이 무너지고 실직자들이 급증하면서 과거 보릿고개 시절이 재현될 만큼 힘든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회생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련을 겪을 것이란 예측도 내놨다. 박 원장은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다. 아주 각박하고 살벌한 사회가 될 것이다. 따뜻한 기운이 점점 없어지고 평안함을 가지는 상태가 지속되지 못하는 운이다.

국민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고 초초해지며 도덕, 윤리, 질서 등이 무너져 내리고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강력범죄와 엽기적 사건사고 등을 접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북한과의 관계도 비관적이다. 북한의 핵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불미스러운 불상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앞으로 대북관계는 더욱 악화일로에 놓일 것이며 극한 대립각을 형성할 공산도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화합하고는 거리가 멀어진다. 일례로 과거 DJ정부 때 사이가 좋은 상태에서도 대치국면에 있었는데 현 MB정부에선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 좋지 않은 사이에서 대치국면이 지속되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어 “2010년은 국운에서 북한 문제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비참한 생활을 하는 북한으로는 언제 도발 또는 위협을 할지 알 수가 없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고 조언했다.

“뱀과 호랑이는
좋은 사이 아냐”

박 원장은 “외교적으로도 모든 일이 과거보다 잘 풀리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세계 각국들과의 관계가 좋았지만 미국의 입지 약화와 유럽 열강, 중국, 일본 등의 약진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 사주와 국운과의 관계는 어떨까. 박 원장은 이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국운이 대통령 사주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뱀과 호랑이는 좋은 사이가 아니다. 고전을 할 것이다”라며 “경제가 특히 걱정이 된다. 또 예상치 못한 재앙 즉 민족의 대격변이나 남북전쟁, 제2차 IMF 등이 걱정되는데 전쟁발발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정치적으로는 협조하는 융통성을 보임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견제와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며 “사회적으로도 예전 IMF 환란 시 보여준 것처럼 범국민적인 단합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박 원장이 이처럼 비관론을 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비관론을 희망론으로 바꿀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는 경인년 대환란의 근거로 청계천 복원을 지적했다. 박 원장은 “지난 2003년 복원된 청계천은 풍수적으로 올해 8년을 맞이한다.

풍수는 10년이 지나면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데 올해 호랑이해를 맞이하면서 조금 일찍부터 그 영향권에 들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로부터 청계천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운명을 결정했다.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 등지에서 흘러내려 온 하천이 연결되어 있는 청계천은 한때는 국가의 성장을 가져다줬고, 한때는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풍수적 작용을 했다.

사회  민심 흉흉해지면서 강력범죄와 엽기적 사건사고 속출
“청계천 길지로 만들면 국가·경제적으로 성장 탄력세” 조언

하지만 현재 청계천은 인위적 복원으로 인해 서울의 중심부를 갈라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풍수지리학적으로 공동체 운명은 상징적 지역의 형태에 따라 변화되며 그 중심이 서울이고 청계천은 사람으로 치면 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청계천 복원은 사람의 배를 가른 것과 같은 이치로 작금의 현실은 자연의 벌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지난 2003년 7월부터 서울의 중심부를 파기 시작하면서 나라의 모든 일이 엉망이 됐다.

우리나라의 운명은 서울이 중심이고 핵심인데 그 핵심을 갈라 흉상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계천을 지나칠 정도로 넓고 깊게 만들어 서울 중심부를 6km 이상 끊어 흉상을 만들었다. 이어 “더욱이 한강물을 끌어 올려 인위적으로 흘려보내도록 한 것은 자연의 순리를 역행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 경제가 파탄됐을 뿐만 아니라 국민이 분열됐다. 또 외세에 더욱 약화됐고 북한의 도발 위협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기운이 호랑이와 만나면서 올해 그 극치를 달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박 원장은 그 근거로 조선 영조 시기와 박정희 정권 시기를 꼽았다. 청계천 복원에 따른 흉(凶)이 발발한 것은 영조 재위 당시 자연적 하천 형태를 갖추고 있던 청계천을 좀 더 깊고 넓게 파면서부터라는 것. 재물을 상징하는 물은 기본적으로 3분의 2 정도의 수위가 흘러야 교량 역할을 하면서 길지로 작용하는데 개량으로 인해 흉지로 탈바꿈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그때부터 조선왕조는 시련을 겪기 시작했고 급기야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수난까지 겪게 됐다는 것이다. 만일 청계천 개량을 단행하지 않았으면 길지로서 국운을 위태롭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반면에 박정희 정권 시기는 흥(興)한 대표적 사례라고. 예컨대 일제치하와 전쟁 후유증으로 1957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로 지목받던 우리나라가 1958년 청계천 복개를 진행하면서 발전하기 시작, 30년 만에 세계 11위 국가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청계천을 복개해 길지로 만들면 국가적 차원의 흉을 없애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호랑이의 기운을 상쇄시킬 수 있다. 호랑이를 자연에서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면 청계천은 자연 전체다. 자연 속의 호랑이 한 마리가 되는 셈이다. 해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나라 잘못은
풍수인들 책임이다”

그는 이어 “청계천을 길지로 만들면 서민경제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경제적으로 성장 탄력을 받게 된다. 경제가 안정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사라지고 국민들이 단합하면서 흥한 기운이 전국을 덮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급신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나라가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나를 비롯한 풍수인들에게 책임이 있다. 잘못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지 못한 것이 그 책임이다. 지금부터라도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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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