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조삼현 아이엠핸드메이드 대표는 이른바 초짜였다. 문화계와 연결된 인적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예술 작품을 보는 안목도 없었던 그는 오로지 진심만으로 수백명의 예술가와 만났다. 창작자의 정직한 '손'에 인생을 걸었던 조 대표. "핸드메이드 문화를 꽃피우겠다"던 그의 땀방울은 이제 조금씩 그 싹을 틔우고 있다.
이 세상 단 하나 밖에 없는 머그컵이 있다고 해보자. 그것도 나를 위해 누군가 손수 만들어 준 머그컵이라고 해보자. 과연 이 머그컵의 가치는 계량화될 수 있을까. 조삼현 아이엠핸드메이드 대표는 현업 예술 작가가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소개·전시·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쓰는 주방·생활용품부터 귀여운 장난감·액세서리,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인테리어 소품까지 그야말로 장인이 '한땀 한땀' 공들인 작품은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의 온기를 상기시킨다.
직접 손으로
"핸드메이드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핸드크래프트라고 불러요.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을 인간의 손을 이용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만드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가 다루는 수공예품은 예술가 고유의 창의성이 집약된 작품으로 봐야 하는 겁니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 대부분은 수제였다. 하지만 일제 침략과 산업화를 겪으면서 손으로 무엇인가 만들고 나누는 문화는 쇠락했다. 생산으로부터 소외된 결과, 수제품은 공산품으로 대체됐고, 물건과 인간이 유리된 틈으로는 '돈'이 들어왔다.
"이번 사업을 준비하면서 공산품이 뭘까 생각했습니다. 우선 편리하죠. 기능도 있고요. 이건 소비자의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생산자는 어떨까요. 공산품을 만드는 사람은 상품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돈이 안 되면 안 해요. 즉 돈에 대한 욕망을 빼고 나면 공산품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됩니다. 그렇다면 크래프트는 뭐가 다를까, 우선 사람이 있습니다. 돈 이전에 내가 만든 걸 사람들에게 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거지요. 그래서 크래프트에는 온기가 있습니다. 희소성과 심미적 아름다움이 있고, 물건을 가교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는 거죠."
조 대표는 자신이 쓰고 있는 유리컵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집에 여러 컵이 있지만 유리회화 작가가 직접 만든 수제 유리컵이 유독 눈길을 끈다고 했다. 주방을 지나간다던가 물을 마시다가도 컵을 보면, 그림을 그린 작가의 얼굴이 이따금 떠오른다고 했다.
"공산품에서는 이런 정서가 환기될 수 없어요. 한 가지 놀라웠던 건 공산품의 차가움을 거부했던 소비층은 이전부터 있었다는 겁니다. 일종의 문화 관심 계층이죠. 아직까지 국내 시장은 도입기라고 판단됩니다만 수요와 공급, 모두 늘어나고 있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친환경 핸드메이드를 선호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고요. 요즘은 기업도 그 가치에 눈을 돌리는 추세입니다."
조 대표는 작가가 만든 창작물을 상품으로 보는 것에 민감해했다. 그는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와 작품을 향유하는 계층을 결합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자본의 생리에서 자유로울 순 없더라도 굴복할 순 없다는 의지가 또렷해 보였다.
핸드크래프트 주목…20∼60대 폭넓은 수요
수준 높은 수공예품 소개·전시·판매 호평
"2011년에 기획해서, 2012년 6월께 조직을 만들었고, 작가 섭외는 7월부터 했죠. 전 처음부터 이 사업의 성패가 창작자에게 달려 있다고 봤어요. 사실 작가한테 '내가 당신 작품 몇 점 팔아줄게' 하면 저 말고도 잘 파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그걸로 끝입니다. '한 달에 몇 개나 만들 수 있어요' 대부분 작가한테 이렇게 묻는다는 거죠. 하지만 전 크래프트를 대중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만 밝혔어요. 왜냐면 작가란 핸드메이드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갈 동반자이지, 돈을 벌어주는 도구는 아니었거든요. 왜 많은 사업가가 핸드메이드 시장에서 실패를 경험했느냐, 그건 작가를 아티스트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최근 조 대표는 사업 플랫폼 구축에 전력을 가하고 있다. 서울시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아트 프로젝트와 유명 호텔 기프트샵 컬렉션 입점 등은 작가와 대중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작가의 동반자
"지난해부터 외부에서 전화가 와요. 어떤 대기업에선 '외국 VIP를 상대로 선물을 하고 싶다'며 의뢰를 하기도 했죠. 그러면 저는 연락을 받고 작가들을 소개시켜줘요. 일단은 작가가 먹고 살아야 합니다. 이 사업의 가치는 회사가 버텨주는 데서 나와요. 우리가 인간(작가)의 가치를 인정하니까 인간이 만든 것(작품)도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거고요. 혹여 전 이 사업을 하는 동안 과실을 딸 수 없을지 몰라요. 그렇지만 제 뒤가 됐든 누가 됐든 이 분야에 투자하면 반드시 열매는 맺힐 거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작가 중에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 많거든요. 그런 작가들이 외부로 드러나고, 온당히 평가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꿈입니다."
조 대표는 기회가 닿으면 크래프트 작가들에 대한 평론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인간의 손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가 독점하고 있는 소비시장의 아성, 그 틈바구니에 끼어든 핸드메이드의 '작은 기적'에 관심이 모아진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아이엠핸드메이드는?]
▲2011년 핸드메이드 사업 기획 및 법인설립
▲2012년 크리에이티브 핸드메이드 온라인 플랫폼 오픈
▲2013년 핸드메이드 오픈 갤러리(북촌 한옥마을) 개최
갤러리 카페 찰리 입점
▲2014년 안나비니-아이엠핸드메이드 아트센터 오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