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한솔 '조동만'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4.02.21 16: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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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째라!"…집안 망신 '체납왕'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14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한솔의 '조동만'이다.




집안마다 분위기를 흐리는 미꾸라지가 있기 마련이다. 재벌가도 예외가 아니다. 꼭 사고뭉치 한두명이 있다. 툭하면 구설에 오르내리는 스캔들 메이커가 있는가 하면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는 문제아도 있다. 집안 어른들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범삼성가인 한솔일가에도 집안 망신을 시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동만씨다. 조씨는 '체납왕'이란 불명예 타이틀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밀린 세금이 무려 800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씨는 양도소득세 등 715억원을 체납해 개인 체납자 가운데 체납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84억원의 지방세도 체납한 상태다.


재산 은닉 의혹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그가 빚더미에 앉게 된 배경은 석연치 않다. 그 시작은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솔그룹은 1997년부터 3형제(조동혁-조동만-조동길) 공동체체로 경영됐다. 장남은 금융, 차남은 정보통신, 3남은 제지를 맡았다.

조씨는 연세대 법대와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솔제지 상무이사, 한솔PCS 기획관리총괄 부사장, 한솔그룹 정보통신부문 부회장, 한솔아이글로브 회장 등을 맡아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19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권을 따내면서 물오른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


이도 잠시. 외환위기 이후 그룹이 PCS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단이 났다. 조씨는 1999년 한솔텔레콤이 보유한 한솔엠닷컴 주식 588만주의 신주인수권을 주당 203원씩, 총 12억원에 사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그는 이듬해 KT에 되팔아 무려 1909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를 계기로 조씨는 그룹에서 독립했다.




구린 냄새를 맡은 국세청은 2004년 조사에 나섰고, 조씨의 포탈 혐의를 포착했다. 조씨의 체납금이 이때 생긴 것이다. 당시 국세청과 서울시는 포탈한 돈에 대해 양도소득세와 지방세를 부과했고, 조씨는 "낼 세금을 다 냈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국세청의 승. 대법원은 1·2심과 같이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고, 조씨는 확정 판결에 따라 체납자 명단에 오르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푼도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 사건은 이른바 '조동만 게이트' 수사로 확대돼 조씨는 큰 고초를 겪기도 했다. 국세청은 돈의 흐름이 수상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조씨의 돈이 정관계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계열사 BW 헐값 인수뒤 되팔아 1900억 차익
세금 800억 부과…"한푼없다" 10년째 버텨


YS정부 시절 잘나가던 정관계 인사들이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를 구속한 것 이외엔 대부분 불기소 되는 등 '유야무야'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조씨는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인수해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회삿돈을 담보로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2005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800억원을 체납한 조씨. 그의 집안이 잘 먹고 잘 사는 재벌이란 점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인 조씨가 돈에 눈이 멀어 꼼수를 부리는 동안 사업은 잘 되지 않았고, 결국 독립한 한솔 IT계열사들은 공중분해됐다.





현재 '백수'로 지내고 있는 조씨와 달리 그의 형제들은 여전히 '떵떵'거리고 있다. 조씨가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는 이유다. 자식사랑이 남다른 이인희 고문도 아들의 '빚'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 고문은 틈틈이 자손들에게 계열사 지분을 넘겨주면서 유독 조씨에겐 '국물'도 없었다. 대신 조씨의 부인과 아들을 챙겨 세금 추징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고문의 장남 조동혁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지만 계열사에서 두둑한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한솔케미칼 지분 14.34%를 소유한 조 명예회장은 한솔케미칼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3남 조동길 회장은 2002년 그룹의 주력사업이 제지로 전환되면서 자연스럽게 한솔의 '대권'을 물려받았다. 이미 주요 계열사들을 장악한 상태다.


"그룹과 남남"


그래서인지 한솔그룹 측은 조씨와 거리를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을 실패하면 채무·체납이 있기 마련"이라면서도 "조씨는 그룹과 무관해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조씨의 재산 은닉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도 이를 의심해 강제추징에 나선 적이 있다. 하지만 한 푼도 걷어 들이지 못했다. 조씨 명의로 된 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체납세금에 대한 강제추징은 본인 이름으로 된 재산에만 할 수 있다.

조씨가 거주 중인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고급 빌라는 부인 이미성씨 명의의 주택이다. 세금징수 요원들이 방문한 그의 집은 가구나 집기가 거의 없었다. 요원들은 이 집과 연결된 옆집을 발견했는데 명품의류와 다량의 현금이 나오기도 했다. 옆집은 조씨 소유였다가 세금체납으로 경매 처분돼 그의 매제가 구입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빈털터리' 조동만 가족은?

"잘먹고 잘산다"

법적으로 '빈털터리'인 조동만씨와 달리 그의 가족들은 잘 산다.

조씨는 부인 이미성씨와 사이에 1남2녀(현승-은정-성진)를 두고 있다. 장남 현승씨와 이씨는 한솔그룹 계열사인 한솔인티큐브 지분을 각각 10%, 4% 보유 중이다. 이들의 지분 가치는 각각 26억원, 15억원에 이른다.

장녀 은정씨는 재벌가로 시집갔다. 2008년 이동윤 세하 회장의 장남 준석씨와 결혼했다. 이 회장은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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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