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재벌가 운전사 스캔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4.02.10 11: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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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우리 회장님을…' 충성심에 스파이 노릇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운전사 스캔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회장을 향한 충성심에 순간 오버해 큰 문제를 일으킨 운전사. 윗분의 명성을 빌려 지저분한 비리를 저지른 운전사. 반대로 자신도 모르게 나쁜 일에 이용되는가 하면 오너와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는 운전사도 있다. 대기업 회장과 운전사,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재벌 회장의 운전사는 최측근 개인비서나 다름없다. 수족 노릇은 물론 평상시 안전을 책임지고, 비상시 신변을 보호하는 '1인 다역'을 수행해야 한다. '주군'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비위를 맞춰야 한다. 심지어 개인사까지 돌봐야 하는 사실상 '집사'역할도 한다. 그만큼 엄청난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다시 말해 재벌 운전사는 충성심이 없으면 못하는 직업이다.

최근 재계에 회자되는 한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바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부장) 김모씨 얘기다.


너무 좋아도 문제


10년 이상 박찬구 회장의 차를 운전한 김씨는 보안용역 직원을 사주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료를 몰래 빼낸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는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됐다. 김씨는 보안용역 직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포섭하고 박삼구 회장의 개인일정 등 비서실에서 관리하는 문건 등을 빼내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평소 박찬구 회장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던 김씨는 지난해에도 사고를 쳤었다. 박삼구 회장과 뜻을 같이 한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를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김씨는 "(박찬구) 회장님을 배신했다"며 기 대표 얼굴에 술을 들이붓고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어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재벌그룹 총수의 운전기사. 남모를 고충과 비애를 지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접은 극과 극이다. 동반자 입장에서 서로를 다독이는 파트너 관계가 있는가 하면 단지 심부름꾼에 불과한 수족 역할로 치부해 막 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단 입이 가벼우면 큰일이다. 항상 과묵해야 한다. '회장님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약속은 필수 계약 사항 중 하나다. 간혹 운전사들이 오너의 비리를 폭로해서다.

운전사가 최규선씨의 체육복표 사업 이권개입 등 비리를 폭로해 난리가 났던 '최규선 게이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2012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구속된 파이시티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도 그들의 운전사였다. 이상득 전 의원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구속에도 이들의 운전기사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충성의 대가'로 재벌가 운전사들은 꽤 괜찮은 대우를 받는다. 대기업 과장급 이상 연봉은 기본. 오너 마음에만 들면 평생직장이 보장된다.


까칠한 오너 성격에 줄줄이 줄행랑
운전기사 폭로로 대형사건 터지기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전속 운전사를 '가족'으로 여겼다. 무려 40년간이나 동고동락했다.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한 것이다. 이 창업주는 운전기사에게 이사급 타이틀과 함께 개인 집무실까지 마련해 줬다. 6·25전쟁 당시 이 운전사가 이 창업주를 인민군에게 들키지 않게 자신의 다락방에 숨겨주고, 나중에 피란 비용까지 대준 일화는 유명하다.

대성 오너와 운전사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영대 회장과 그의 운전기사였던 정홍씨가 주인공. 올해 72세 동갑내기인 김 회장과 정씨는 40년 넘은 우정을 과시한다. 서로를 스스럼 없이 '친구'라 소개할 정도. 1965년 대성탄좌(옛 문경광산)에 입사한 정씨는 1960년대 후반 무렵부터 김 회장(당시 상무)의 차를 운전하게 됐다. 정씨는 재벌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눈앞이 캄캄했지만, 금세 걱정은 눈 녹듯 사그라졌다. 첫 대면에서 깎듯이 경어를 쓰고, 첫 출장지에서 허름한 숙소를 바꿔준 김 회장을 보고 '평생 모셔도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지금껏 이어져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같이 다닐 사이가 됐다. 정씨 자녀들도 김 회장의 배려로 '대성 식구'가 됐다.



반면 운전사를 박대하는 총수도 적지 않다. 모 그룹 A회장이 그렇다. A회장의 운전사들은 한 달도 채 못 버티고 줄줄이 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 명의 운전사들이 교체됐다고 한다. A회장의 괴팍한 성격과 늦은 귀가, 짠 월급 등이 주된 이유다. 실제 A회장에게 잘리거나 제 발로 나온 운전사들의 토로는 거의 비슷하다. 퇴직한 한 운전사가 털어놓은 경험담은 이렇다. A회장은 외박을 밥 먹듯 한다. 운전사가 룸살롱 등 술집 앞에서 새벽까지 기다리는 지루한 하루는 일상이다. 술잔만 기울이면 밤이 새는 줄 모르는 A회장의 '애주' 탓이다.


대리운전 등의 귀가 수단으로 전속 운전사를 돌려보낼 법도 한데 A회장은 자정이건 새벽이건 일단 약속이 잡히면 무조건 운전사를 대동한다. 휴일도 따로 없다. 설날과 추석 등 명절에도 핸들을 잡게 했고, 심지어 가족의 사적인 일까지 시킨다고 한다.

"완전 종이었죠. 막 부려먹습니다. 새벽까지 기다리게 해놓고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비인격적 대우'가 가장 큰 불만이었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무차별 쏟아낸다고 한다. 배려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다. 월급은 200만원 안팎. 보너스는 '딴 나라'얘기다. 이런 척박한 환경 때문에 기사들이 하나둘 배겨나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이다. 그는 "대놓고 항의할 수도 없다"며 "불같은 성격인 A회장에게 밉보이면 운전을 하다가도 그 자리에서 쫓겨나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너무 나빠도 문제


윗분의 명성을 빌려 지저분한 비리를 저지른 운전사도 있다. 대기업 B사장은 요즘 노심초사하고 있다. 옛 자신의 운전기사가 취업 미끼 사기를 치다 구속되자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해서다. 운전기사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사람들에게 접근해 사장 이름을 팔면서 자신이 일했던 회사에 취직시켜 주겠다며 수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반대로 자신도 모르게 나쁜 일에 이용되기도 한다.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외손자는 모친의 운전기사 명의를 빌려 차명으로 주식투자를 한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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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