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③> 추석 이후 ‘팡’ 터진다

‘병풍’ 앞세우고 ‘성매매 전쟁’ 뒤따르고

연달아 터진 병역비리 대대적 수사, 감시 이어질 듯
병역비리 연루자 수백명 줄소환…‘병풍’ 불 우려
고향 길 방해한 신종플루 10월 감염 확산 우려도


설레고 들뜬 기분으로 추석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경제사정과 신종플루, 짧은 연휴 등의 이유로 고향 길을 주저하는 분위기에도 여전히 한가위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최대의 명절이다. 그러나 마음 놓고 추석을 즐기기엔 불안한 기운들이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 추석 이후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신종플루 공포, 대대적인 병역비리 수사가 몰고 올 병풍, 성매매 특별법 재점검 등 다가올 과제들이 숱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것 중 하나는 병역비리 논란이다. 최근 잇달아 불거진 병역비리 사건은 추석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검찰은 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착수를 준비 중에 있어 병역비리와 연관된 이들을 떨게 하고 있다.
이번 병역비리는 지난달 시작됐다. 이른바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병역기피자들에게 돈을 받고 병역을 빠져나가는 것을 도와준 윤모(31)씨가 덜미를 잡히면서부터였다.

환자 바꾸고 어깨 빼고
또 불거진 병역비리

윤씨는 지난 2006년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사무실을 차리고 인터넷 게시판에 ‘비밀 상담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가 상담방에 모집한 이들은 신체검사 등급을 조작해 병역을 면제받으려는 의뢰자들. 신체검사 등급 조작에는 김모(26)씨의 진단서가 큰 역할을 했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급격히 높아져 발작을 일으키는 발작성 신부전증이란 희소질환을 앓고 있는 김씨는 병역면제까지 받을 수 있는 자신의 병을 다른 이들에게 빌려 주는 방식으로 병역비리에 가담했다. 이른바 ‘환자 바꿔치기’ 수법을 이용한 것.


발작성 신부전증은 희소병인데다 언제 증상이 발생할지 모르는 병이기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들킬 위험성이 거의 없어 병역비리로 이용하기엔 제격이었다.

김씨는 갑자기 발작이 일어나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신분 확인이 철저한 낮 시간은 되도록 피했고 밤늦은 시간에만 진단서를 끊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에 간 그는 자신의 건강보험카드가 아닌 다른 이의 건강보험카드를 내밀고 진단서를 끊었다. 병역 면제를 원하는 병역 기피자의 보험카드를 내민 것이다.

그리고 진단서를 윤씨에게 전달했고 윤씨는 이를 돈을 받고 의뢰인에게 전달했다. 의뢰인은 진단서를 들고 병무청을 찾았고 이를 본 병무청은 별다른 의심 없이 병역 면제 또는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내리거나 입영을 연기하기도 했다.

처음 윤씨에게 돈을 주고 병역비리를 저지른 이들은 3명으로 드러났지만 경찰조사가 깊어지면서 연루자는 점점 늘어만 갔다. 113씨의 도움으로 신체검사 일정을 연기한 기록이 나온데다 안구나 척추 등 다른 신체부위 질병을 가장해 병역 면제 등을 받은 정황 또한 포착된 것이다.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브로커 윤씨와 접촉한 정황이 있고 병역 면제 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을 받은 12명이 척추나 안구 이상 진단을 받은 사실을 확인, 이들의 병역처분 과정까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씨가 저지른 병역비리수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터져 나온 또 다른 방식의 병역비리는 ‘어깨 탈골수술’을 이용한 비리다. 이 사건에는 연예인, 프로선수 등 유명인들까지 수사선상에 올라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습관성 어깨 탈골수술을 이용해 병역을 회피하려 한 사람들과 멀쩡한 이들을 환자로 만드는 것을 도와준 정형외과의가 적발되면서 병역비리는 확대될 조짐을 보였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203명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들 가운데는 간부 공무원, 프로 축구선수,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경찰서는 9월23일 현재 203명 중 150명을 소환해 조사하는 것으로 1차 소환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월 병무청으로부터 신체검사에서 4∼6급 처분을 받은 입영대상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203명의 보험금 지급내용 등을 파악한 뒤 소환조사를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모두 150여 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처럼 병역비리 조사가 확대되는 가운데 병역기피자들의 어깨 탈골수술을 해온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A병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병역비리와 병원은 무관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병원 측은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일이다.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수개월 혹은 수년 전부터 탈골 상태를 조장했는지 의학적으로 알 수 없다”며 병역비리 연루를 반박했다.

A병원의 의료인 3명의 변호를 맡고 있는 길영인 변호사는 “소환 조사 한 번 없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사전에 공표하고 이를 보도케 해 인권을 유린당함은 물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길 변호사는 또 “A병원이 개원 이래 지난 6월까지 수술 건수가 5823명이었는데 경찰이 유독 203명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술의 적절성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전문기관에 추가로 자료분석 요청을 검토하는 등 혐의 입증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병역비리 수사는 급물살을 타며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잊힐 만하면 병역관련 비리가 터지는 데는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있기 때문이란 생각에서다.

또 최근 몇 년간 적발된 병역비리 사범 중 정식 재판에 회부된 비율이 계속 낮아진 조사결과도 나와 솜방망이 처벌이 병역비리 사범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이번에 터진 사건으로 인해 병역과 관련된 법과 제도 등의 개선이 요구될 것으로 보여 추석 이후에도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신종플루 공포 확산
추석 이후가 절정?

추석이 지나는 것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또 하나는 확산되는 신종플루 공포다. 특히 추석 이후 10월 초순부터 신종플루가 더욱 기승을 보일 것으로 예고되면서 공포는 극에 달한 상태다.

신종플루 공포는 추석 고향 길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속버스나 기차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고향 길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에서 고향 행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설문조사로도 나타난다. 커리어가 직장인 1085명을 대상으로 ‘추석 귀성계획’에 대해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9.6%가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고향 행을 포기한 사람들 중 27.2%가 ‘자신이나 가족이 신종플루에 걸릴 것이 걱정돼서’라고 응답한 것.

특히 꾸준히 늘어나는 신종플루 사망자는 다가올 감염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9월23일 현재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0명. 이날 71세의 남성이 신종플루 감염에 의해 숨이 끊어지면서 사망자는 두 자리 수로 늘어났다.


신종플루 공포를 더욱 확산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사망한 10명 가운데 2명이 만성질환자, 임산부, 노인 등 고위험군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신종플루는 스쳐 지나가는 병이라는 기존 발표를 뒤엎는 결과다.

설령 감염이 되더라도 감기처럼 쉽게 이겨낼 거라며 안심했던 비 고위험군조차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전염병의 공포는 커지는데 당국의 대처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충분한 양의 백신이 공급될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치료약 확보에 대한 논란도 가라앉지 않은 상황인 탓이다.

개인위생을 아무리 철저히 해도 공기로 전염되기 쉬운 신종플루의 감염을 막는 데엔 무리가 있다는 연구 결과에도 별다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손 씻기 캠페인’ 등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의존해 감염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이 같은 지적은 감염자가 더욱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추석 이후 더욱 폭발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이하 특별법)과 관련된 논란 역시 추석 이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고된다. 특별법이 만들어진 것은 2004년 5월23일. 꼬박 5년이 지난 지금 특별법에 대한 성과를 인정하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풍선효과로 인해 암암리에 이뤄지는 변종 성매매가 더욱 늘어났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적발된 성매매 사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에 단속된 성매매 사범은 특별법 시행 첫해인 2004년 1만6947명이었다가 2005년엔 1만8508명, 2006년 3만4795명, 2007년 3만9236명, 지난해 5만157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1∼8월에만 4만8735명이 적발됐다.

성매매 장소도, 포주도, 성매매 여성도 다양화되고 있다. ‘홍등가’로 불리던 성매매 집결지가 줄어든 반면 불빛도 간판도 없는 곳에서 교묘하게 성매매가 일어나고 있었다.

경찰이 지난 4월6일부터 2주간 성매매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전체 적발자 3306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7%가 마사지 휴게텔에서 단속됐다. 이어 안마시술소가 19.7%,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7.5%를 차지했고 성매매 집결지에서 단속된 인원은 3.7%에 그쳤다는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성매매로 돈을 버는 여성의 나이와 계층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특별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 하는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섰다면 지금은 단순한 이유로 보다 쉽게 성매매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졌다.

“5년 동안 뭐했어?”
무용지물 성매매특별법

인터넷을 통해 성인남성들과 만나 조건만남을 가지는 청소년들, 키스방이나 대딸방 등 유사성행위업소를 전전하다 결국 돈의 유혹에 넘어가 안마시술소 등의 성매매 업소에서 몸을 파는 여대생들,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성매매를 하는 주부 등이 그들이다.

성매매의 규모도 커졌다. 호텔과 룸살롱이 연계해 대규모의 성매매업소를 만들어낸 ‘풀살롱’의 등장이 그것이다.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의 직원을 고용하고 기하급수적인 매출을 얻어온 기업형 성매매업소들은 지금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성매매특별법은 실효성 없이 부작용만 늘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논란은 폭발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추석이 지난 뒤 성매매업소에 대한 검경의 대대적 단속과 함께 법 자체에 대한 재개정 논의 또한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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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