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③> 추석 이후 ‘팡’ 터진다

‘병풍’ 앞세우고 ‘성매매 전쟁’ 뒤따르고

연달아 터진 병역비리 대대적 수사, 감시 이어질 듯
병역비리 연루자 수백명 줄소환…‘병풍’ 불 우려
고향 길 방해한 신종플루 10월 감염 확산 우려도


설레고 들뜬 기분으로 추석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경제사정과 신종플루, 짧은 연휴 등의 이유로 고향 길을 주저하는 분위기에도 여전히 한가위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최대의 명절이다. 그러나 마음 놓고 추석을 즐기기엔 불안한 기운들이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 추석 이후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신종플루 공포, 대대적인 병역비리 수사가 몰고 올 병풍, 성매매 특별법 재점검 등 다가올 과제들이 숱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것 중 하나는 병역비리 논란이다. 최근 잇달아 불거진 병역비리 사건은 추석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검찰은 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착수를 준비 중에 있어 병역비리와 연관된 이들을 떨게 하고 있다.
이번 병역비리는 지난달 시작됐다. 이른바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병역기피자들에게 돈을 받고 병역을 빠져나가는 것을 도와준 윤모(31)씨가 덜미를 잡히면서부터였다.

환자 바꾸고 어깨 빼고
또 불거진 병역비리

윤씨는 지난 2006년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사무실을 차리고 인터넷 게시판에 ‘비밀 상담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가 상담방에 모집한 이들은 신체검사 등급을 조작해 병역을 면제받으려는 의뢰자들. 신체검사 등급 조작에는 김모(26)씨의 진단서가 큰 역할을 했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급격히 높아져 발작을 일으키는 발작성 신부전증이란 희소질환을 앓고 있는 김씨는 병역면제까지 받을 수 있는 자신의 병을 다른 이들에게 빌려 주는 방식으로 병역비리에 가담했다. 이른바 ‘환자 바꿔치기’ 수법을 이용한 것.


발작성 신부전증은 희소병인데다 언제 증상이 발생할지 모르는 병이기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들킬 위험성이 거의 없어 병역비리로 이용하기엔 제격이었다.

김씨는 갑자기 발작이 일어나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신분 확인이 철저한 낮 시간은 되도록 피했고 밤늦은 시간에만 진단서를 끊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에 간 그는 자신의 건강보험카드가 아닌 다른 이의 건강보험카드를 내밀고 진단서를 끊었다. 병역 면제를 원하는 병역 기피자의 보험카드를 내민 것이다.

그리고 진단서를 윤씨에게 전달했고 윤씨는 이를 돈을 받고 의뢰인에게 전달했다. 의뢰인은 진단서를 들고 병무청을 찾았고 이를 본 병무청은 별다른 의심 없이 병역 면제 또는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내리거나 입영을 연기하기도 했다.

처음 윤씨에게 돈을 주고 병역비리를 저지른 이들은 3명으로 드러났지만 경찰조사가 깊어지면서 연루자는 점점 늘어만 갔다. 113씨의 도움으로 신체검사 일정을 연기한 기록이 나온데다 안구나 척추 등 다른 신체부위 질병을 가장해 병역 면제 등을 받은 정황 또한 포착된 것이다.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브로커 윤씨와 접촉한 정황이 있고 병역 면제 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을 받은 12명이 척추나 안구 이상 진단을 받은 사실을 확인, 이들의 병역처분 과정까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씨가 저지른 병역비리수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터져 나온 또 다른 방식의 병역비리는 ‘어깨 탈골수술’을 이용한 비리다. 이 사건에는 연예인, 프로선수 등 유명인들까지 수사선상에 올라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습관성 어깨 탈골수술을 이용해 병역을 회피하려 한 사람들과 멀쩡한 이들을 환자로 만드는 것을 도와준 정형외과의가 적발되면서 병역비리는 확대될 조짐을 보였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203명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들 가운데는 간부 공무원, 프로 축구선수,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경찰서는 9월23일 현재 203명 중 150명을 소환해 조사하는 것으로 1차 소환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월 병무청으로부터 신체검사에서 4∼6급 처분을 받은 입영대상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203명의 보험금 지급내용 등을 파악한 뒤 소환조사를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모두 150여 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처럼 병역비리 조사가 확대되는 가운데 병역기피자들의 어깨 탈골수술을 해온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A병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병역비리와 병원은 무관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병원 측은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일이다.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수개월 혹은 수년 전부터 탈골 상태를 조장했는지 의학적으로 알 수 없다”며 병역비리 연루를 반박했다.

A병원의 의료인 3명의 변호를 맡고 있는 길영인 변호사는 “소환 조사 한 번 없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사전에 공표하고 이를 보도케 해 인권을 유린당함은 물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길 변호사는 또 “A병원이 개원 이래 지난 6월까지 수술 건수가 5823명이었는데 경찰이 유독 203명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술의 적절성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전문기관에 추가로 자료분석 요청을 검토하는 등 혐의 입증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병역비리 수사는 급물살을 타며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잊힐 만하면 병역관련 비리가 터지는 데는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있기 때문이란 생각에서다.

또 최근 몇 년간 적발된 병역비리 사범 중 정식 재판에 회부된 비율이 계속 낮아진 조사결과도 나와 솜방망이 처벌이 병역비리 사범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이번에 터진 사건으로 인해 병역과 관련된 법과 제도 등의 개선이 요구될 것으로 보여 추석 이후에도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신종플루 공포 확산
추석 이후가 절정?

추석이 지나는 것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또 하나는 확산되는 신종플루 공포다. 특히 추석 이후 10월 초순부터 신종플루가 더욱 기승을 보일 것으로 예고되면서 공포는 극에 달한 상태다.

신종플루 공포는 추석 고향 길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속버스나 기차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고향 길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에서 고향 행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설문조사로도 나타난다. 커리어가 직장인 1085명을 대상으로 ‘추석 귀성계획’에 대해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9.6%가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고향 행을 포기한 사람들 중 27.2%가 ‘자신이나 가족이 신종플루에 걸릴 것이 걱정돼서’라고 응답한 것.

특히 꾸준히 늘어나는 신종플루 사망자는 다가올 감염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9월23일 현재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0명. 이날 71세의 남성이 신종플루 감염에 의해 숨이 끊어지면서 사망자는 두 자리 수로 늘어났다.


신종플루 공포를 더욱 확산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사망한 10명 가운데 2명이 만성질환자, 임산부, 노인 등 고위험군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신종플루는 스쳐 지나가는 병이라는 기존 발표를 뒤엎는 결과다.

설령 감염이 되더라도 감기처럼 쉽게 이겨낼 거라며 안심했던 비 고위험군조차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전염병의 공포는 커지는데 당국의 대처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충분한 양의 백신이 공급될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치료약 확보에 대한 논란도 가라앉지 않은 상황인 탓이다.

개인위생을 아무리 철저히 해도 공기로 전염되기 쉬운 신종플루의 감염을 막는 데엔 무리가 있다는 연구 결과에도 별다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손 씻기 캠페인’ 등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의존해 감염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이 같은 지적은 감염자가 더욱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추석 이후 더욱 폭발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이하 특별법)과 관련된 논란 역시 추석 이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고된다. 특별법이 만들어진 것은 2004년 5월23일. 꼬박 5년이 지난 지금 특별법에 대한 성과를 인정하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풍선효과로 인해 암암리에 이뤄지는 변종 성매매가 더욱 늘어났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적발된 성매매 사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에 단속된 성매매 사범은 특별법 시행 첫해인 2004년 1만6947명이었다가 2005년엔 1만8508명, 2006년 3만4795명, 2007년 3만9236명, 지난해 5만157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1∼8월에만 4만8735명이 적발됐다.

성매매 장소도, 포주도, 성매매 여성도 다양화되고 있다. ‘홍등가’로 불리던 성매매 집결지가 줄어든 반면 불빛도 간판도 없는 곳에서 교묘하게 성매매가 일어나고 있었다.

경찰이 지난 4월6일부터 2주간 성매매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전체 적발자 3306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7%가 마사지 휴게텔에서 단속됐다. 이어 안마시술소가 19.7%,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7.5%를 차지했고 성매매 집결지에서 단속된 인원은 3.7%에 그쳤다는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성매매로 돈을 버는 여성의 나이와 계층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특별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 하는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섰다면 지금은 단순한 이유로 보다 쉽게 성매매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졌다.

“5년 동안 뭐했어?”
무용지물 성매매특별법

인터넷을 통해 성인남성들과 만나 조건만남을 가지는 청소년들, 키스방이나 대딸방 등 유사성행위업소를 전전하다 결국 돈의 유혹에 넘어가 안마시술소 등의 성매매 업소에서 몸을 파는 여대생들,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성매매를 하는 주부 등이 그들이다.

성매매의 규모도 커졌다. 호텔과 룸살롱이 연계해 대규모의 성매매업소를 만들어낸 ‘풀살롱’의 등장이 그것이다.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의 직원을 고용하고 기하급수적인 매출을 얻어온 기업형 성매매업소들은 지금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성매매특별법은 실효성 없이 부작용만 늘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논란은 폭발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추석이 지난 뒤 성매매업소에 대한 검경의 대대적 단속과 함께 법 자체에 대한 재개정 논의 또한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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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여사에게 공적 사안마다 조언해 주는 무속 인물 7~8명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건진법사, 천공 등이 아닌 명리학자 류모씨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도 김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했으나 컨트롤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이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는 건 욕먹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인이 공적 사안에 대해 무속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캠프 출신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과거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다르다. 터질 게 터졌다며 한숨부터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 의지 지속 서울 강남구 광평로 한 빌딩서 H 학술원을 운영하는 류모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서 활동해 왔다. 대중 강연과 지역 일간지 기고, 언론사와 보수 유튜버 등에도 출연해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등을 예측해 정치권에서는 나름 알려진 인물이다. 류 원장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 건 김 여사다. 류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예측하면서 본인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초대하게 된 것이다. 류 원장은 김 여사와 5번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김 여사가 류 원장에게 자동으로 삭제되는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하면 이에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류 원장은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빚던 갈등에 대해 김 여사에게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고 답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에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여사가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12월에는 김 여사가 ‘저 감옥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가지는 않는다고 충고했다”고 했다. 윤 당선 예측하자 아크로비스타로 류 초대 정치적 위기마다 5번 텔레그램 상담 진행 당시 김 여사에게는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고, 보름 뒤인 12월14일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주문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류 원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김 여사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했다. 류 원장은 “나 말고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일반 사람들이 강남이나 종로서 사주나 전생운을 보듯이 김 여사도 가볍게 보는 거라고 여겨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며 “터질 게 터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을 김 여사가 개입해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건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라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실 직원 이력서를 김 여사가 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력서를 봤다면 조처해야 하는 문제고 무당을 통해 그 이력서의 인물이 어떤지 평가한다는 풍문까지 있다”며 “영부인이 설마 인사에 개입했겠느냐며 넘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류 원장 이전 무속 논란의 진앙지는 건진법사 전모씨라고 할 수 있다.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무속의 진앙지 전씨의 무속 활동에는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지난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교 축제가 있다.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전씨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다. 전씨 외에도 김모 교수와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 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씨의 제자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 박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서 등장한다. 그는 이 기자와의 연락서 자신이 황씨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본부 논란으로 인해 축출됐다. 전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처서 지난 2022년 6월까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자주 소통해 왔으나 이후 강남서 늦은 저녁에만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 중 이른바 ‘MB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낙원동 쪽에 MB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을 차렸다. 인수위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면서 ‘MB 라인’ 인사들과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 외에도…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2년 전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른바 ‘왕따’가 된 전씨는 지난해까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전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았다. 전씨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은 전씨 외에도 김 여사에게 조언하는 무속인이 더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굿당의 당주이자 70대 할머니인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여사는 A씨로부터 자신과 어머니이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구속 위기에 있을 때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약 10년 전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다. 소위 ‘무정 스님’으로 알려진 심모씨와도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인물이다. 심씨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을 주선한 장본인이며 윤 대통령에게 ‘검사’ 직업까지 지정해준 멘토였다. 원주 굿당 당주 ‘영빨’로 김 측근 관리? 측근 주장 대부분 이권 개입·청탁 의혹 연루 심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개인 일정표가 공개되면서다. 지난 2011년 8월 등이 포함된 일정표에 심씨는 ‘무정 스님’이란 호칭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는 “2년 전 캠프서 전씨 말고도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차지하려던 인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A씨가 김 여사에게 ‘걔는 영빨이 부족해서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물갈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도 “어머니인 최씨가 2021년 7월에 구속되기 전 김 여사가 명태균씨를 비롯한 A씨로부터 조언을 여러 번 구했다.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 상당히 많이 의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명씨가 최근까지 김 여사와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위 ‘영빨’로 김 여사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명씨의 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서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아예, 진짜, 완전히 광화문 그쪽으로 (이전)할 모양인가 보네”라고 물었고 명씨는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청와대 이전을 위한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광화문 정부청사를 거론한 바 있는데, 명씨 본인이 김 여사에게 대통령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지인과의 대화서 김 여사에게 ‘무속적인 조언’을 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명씨는 “내가(김 여사에게)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고 했다. 명씨는 “내가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고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되고),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으로 승부수? 명씨는 또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청와대 기운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해당 대화서 명씨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화문 사무실 15층서 청와대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