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탐방기> 국내 최고 클럽 '옥타곤'에선 지금…

  • 김종민 kjm@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6: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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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르는 훈남·훈녀 '영계 천국'

[일요시사=사회팀] 금요일 밤 10시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뉴힐탑호텔 앞. 설레는 표정의 훈남·훈녀들이 모여든다. 그들의 개성과 열정은 추위를 비웃는다. 살을 에는 듯한 날씨에도 맨살의 향연이다. 젊음이다. 기자의 가슴도 통통 튄다. 지난 연말 <일요시사>는 국내 최고의 핫플레이스, 클럽 옥타곤의 열기를 직접 느껴봤다.




대한민국 최고 클럽 '옥타곤'은 강남구 뉴힐탑호텔 지하에 위치해 있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 3일간 뉴힐탑호텔 대로변은 옥타곤을 찾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옥타곤에 입장하는 출입구는 두 개. 호텔 정문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VIP, 왼쪽은 일반인들이 입장한다. 클럽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클럽 내부로 들어섰다.

 

살인추위 비웃는
젊음의 열기

 

입장료는 밤 11시 전에 오면 1만원, 밤 11시에서 새벽 4시까지는 3만원, 새벽 4시 이후에는 1만원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여성들에 한해서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목타곤’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목요일에는 옥타곤'이라는 뜻이다. 입장료를 결제하면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고 음료 1잔을 마실 수 있는 음료권을 준다. 한번 팔찌를 받으면 그날 하루는 출입이 자유롭다.


팔찌는 총 세 종류다. 테이블이나 룸을 예약하면 VIP 팔찌를, 일반 입장객에게는 일반 팔찌를 채워준다. 옥타곤의 자랑 '빌라룸'을 예약하면 VVIP 팔찌가 주어진다. 팔찌의 색은 매일 달라진다.




지하 스테이지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니 구조적인 프레임과 환풍시설, 소방시설 등이 꾸밈없이 노출되어 있다. 콘크리트 벽면까지 그대로 드러난 광경은 공장을 연상케 한다.

"유럽의 역사가 깊은 클럽들은 공장, 발전소, 수용소 등 비어진 공간을 활용한 공간들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트렌디한 문화가 집결되어야 하는 공간인 클럽은 애초 공간의 디자인이 트렌디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벗은 거야 입은 거야' 맨살의 향연
반라 차림 젊은이들 열기로 '후끈'

 

계단을 내려오니 1층은 세 곳의 무대와 오프닝부터 극적인 파티를 만들어주는 초대형 스크린, 메인스테이지를 둘러싼 수영장이 눈에 들어온다. 음악소리를 피해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방음벽이 설치된 전화부스와 무료이용이 가능한 스티커 사진기도 특이하다.

우측에는 가방이나 옷을 보관할 수 있는 물품보관소가 있다. 보관료는 저렴한 편이다. 여타 클럽은 보통 5000원을 받지만 옥타곤은 3000원이다. 보관가방을 받아 짐을 넣고 3000원을 주면 팔찌를 준다. 찾을 땐 다시 팔찌를 주고 이름을 말하면 된다. 보관가방이 큰 편이라 하나로 2명 이상 사용 가능하다.

스탠드 바에서 칵테일 한잔을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훈남·훈녀 천국이다. 픽업아티스트들이 많이 찾는 클럽답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난 옷을 입은 여성들이 도도한 표정으로 스쳐지나간다. 그 뒤를 남방이나 티셔츠에 청바지 같은 깔끔한 차림의 남성들이 따른다. 댄디한 정장이나 수트 차림의 남성도 보인다. 복장규정은 그리 엄격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반바지나 슬리퍼, 트레이닝복, 비즈니스 정장은 출입이 제한된다.


과일로 장식된 술잔을 들고 속이 비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클럽 관계자가 기자를 막아선 뒤 손전등으로 기자의 팔목을 비춘다. 팔찌를 보여 달라는 것. 클럽 내부에 설치된 누드엘리베이터는 VIP 이상만 탑승이 가능하다. 차별화된 VIP 서비스다.

 

파트너십 체결
아티스트 지원

 

2층은 메인스테이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발코니와 통유리로 된 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VIP 팔찌로도 들어갈 수 없는 '빌라룸'이 있다. 빌라룸은 옥타곤에만 있는 시크릿룸이다. 클럽 관계자와 함께 빌라룸에 들어서니 천국이 따로 없다. 복층 구조로 된 룸 1층에는 메인 테이블과 조명·음향 조절 버튼이 있고 별도의 DJ부스까지 마련되어 있다. 음향 조절 버튼을 가장 왼쪽으로 돌리니 외부 음악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줄어든다. 조명 또한 분위기에 맞춰 조절이 가능하다.




2층에는 테이블과 함께 널찍한 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침대가 있다고 해서 야한 생각은 금물이다. 클러빙에 지친 클러버들의 달콤한 휴식공간이다.

"1층에는 메인테이블과 화장실, 2층에는 테이블과 초대형 베드쇼파가 마련되어 있어 용도에 맞게 필요한 공간을 활용해 프라이빗한 파티를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별도의 DJ부스와 펑션원 최고급 음향시스템으로 클럽 내 또 다른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최두원 옥타곤 대표의 설명이다. 예약 손님이 올 때가 됐다는 클럽 관계자의 말에 2층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스테이지가 보이는 발코니에 섰다. 10분여가 지났을까. VVIP팔찌를 착용한 사람들이 빌라룸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같은 모양의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최첨단 3D 입체사운드 
1000평 어디서든 '빵빵'
오픈 1년 만에 월드랭킹 12위

 

고개를 갸우뚱하자 안내를 하던 최 대표가 이유를 설명해줬다.

"한 IT회사 직원들입니다. 송년회를 하려고 클럽을 찾은거죠. 방음이 잘 돼있고 별도로 DJ를 불러 그들만의 파티를 즐길 수 있어 회사 모임이나 생일파티 장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옥타곤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여성전용 파우더룸 때문이다. 파우더룸은 여성 화장실 내부에 있다. 조명이 밝아서 사진찍기가 수월하고 휴게실 쇼파가 구비되어 있어 지친 여성들의 안식처가 된다.

대략적인 클럽 투어를 마치고 나니 문득 클럽 내부의 시설 하나하나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클럽 관계자가 이유를 설명했다.

"옥타곤은 '옥타곤'이라는 이름처럼 팔각형으로 설계됐습니다. 팔각형은 원형에 가장 비슷하면서도 온전한 도형입니다. 동서양을 아울러 여러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한국에서는 '천원지방'을, 중국에서는 행운을, 불교에서는 완성의 상태를 뜻합니다. 옥타곤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있는 천지인의 도형학적 해석을 차용해 공간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인테리어 설계
올해의 건축가상

 

옥타곤 측의 설명처럼 클럽 내부는 클럽 전체 구조를 이루는 오픈된 공간, 중간 층의 발코니, DJ 부스 등을 모두 하나의 중심점에서 팔각형의 구조를 바탕으로 서로 소통하게 설계됐다.

밤 12시 클럽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인 스테이지는 텅 비어있다. 서로 '간'을 보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새벽 1시께 외국인 DJ 한 명이 무대에 나타나자 스테이지는 금세 리듬을 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스테이지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클럽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DJ의 요구대로 소리를 지르고 몸을 흔들었다.




가슴이 터질 듯한 음악소리에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그런데 편안하다. 시끄럽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스피커 바로 앞에 섰음에도 귀가 멍멍하지 않다. 국내 최초 펑션사에서 직접 공수해온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사운드 시스템 덕분이다. 옥타곤 음향 시스템인 '펑션원 댄스스텍 버전 넘버4'는 세계 정상급 DJ 및 클럽에서 탐낼 만큼 훌륭한 사운드를 표현하고 있으며 앞, 뒤, 좌, 우에서 울려 퍼지는 3D 입체음향을 위한 정밀 설계를 통해 보다 풍부한 음질을 스테이지에서 온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1000평 규모의 시설 어디에서도 최고의 음질을 들을 수 있게 요소마다 다양한 사운드 시스템을 구성함으로써 청각뿐만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화려한 사운드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

무대 장치 곳곳에서 뻗어 나오는 조명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형형색색의 LED조명은 클러버들이 들고 있는 형광막대와 어우러지면서 트랜스포머를 연상케 한다.

 

서울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유명 아티스트 정기공연
싱글맘 위한 사회공헌도

 


지난 2011년 11월 문을 연 옥타곤은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3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클럽문화 관련 잡지 영국 <DJ Mag>의  'World TOP 100 Clubs'에서 월드랭킹 12위로 선정됐다.

옥타곤은 또 아리랑 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 중인 'KOREA TOP 10'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CNN GO 여행안내 가이드에 수록된 '서울에서 곡 가봐야 할 명소 10곳'에도 선정됐다.

옥타곤에서는 각종 홍보행사 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외제차 브랜드의 신차 발표와 실제차량 전시 광고는 옥타곤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실제로 푸조, 벤츠, 람보르기니, 렉서스 등이 옥타곤에서 런칭행사를 열고 판매에 들어가기도 했다.




옥타곤이 하룻밤 DJ 아티스트들에게 쓰는 돈은 수천만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DJ 아티스트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내한공연을 열고 있으며 그들을 보기 위해 클럽을 찾는 이들도 상당수다.

옥타곤은 유니버설뮤직 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정기적으로 클래식 공연을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이 결성한 앙상블 더 필하모닉스와 리투아니아 출신의 아코디언 연주자 마티나스, 베를린필의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옥타곤을 찾아 연주회를 열었다. 공연이 열리는 날 옥타곤을 찾은 관객들은 계단, 난간 할 것 없이 클럽 곳곳에 자유롭게 자리해 클럽 음악이 아닌 클래식을 즐겼다.

 

유니버설뮤직과 제휴
정기적 클래식 공연

 

옥타곤은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옥타곤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리는 아름다운 나눔 콘서트 Klang을 통해 싱글맘을 위한 기관 애란원에 자율기부 입장료를 기부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 대표는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초대형 복합 문화공간 옥타곤은 팔각형이라는 뜻과 동서고금을 통틀어 자연과 사람, 금전운과 힘의 상징으로 긍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며 "더욱 새로운 이벤트와 업그레이드로 대한민국 클럽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기자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2014 세계 100대 클럽은?

옥타곤 12위
엘루이 39위

 

클럽문화 관련 잡지 영국 <DJ Mag>의  ‘2014 World TOP 100 Clubs’ 투표가 시작됐다.

<DJ Mag>은 1991년 창간되어 댄스 뮤직 부문 최고의 잡지로 평가 받고 있는 세계 최고의 음악 잡지다. 전세계적으로 댄스 뮤직 관련 모든 기사를 다루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 13개국에서 출판되어 세계 각국의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DJ Mag>에서는 매년 초에 세계 최고 100대 클럽을, 후반에는 세계 최고 100대 DJ 순위를 인터넷 투표 및 심사 위원들의 의견을 거쳐 선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Green Valley’가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스페인 이비자 섬에 위치한 ‘Space Ibiza’와 ‘Pacha Ibiza’가 2, 3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에서는 클럽 ‘옥타곤’이 12위에 클럽 ‘엘루이’가 39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2년에 비해 옥타곤은 85계단, 엘루이는 52계단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순위를 바탕으로 지난해 세계 유명한 DJ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방문, 공연을 펼쳐 올해에는 더 많은 국내 클럽이 100대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Facebook 계정이 있어야 하며 투표는 2월28일까지, 발표는 3월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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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