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탐방기> 국내 최고 클럽 '옥타곤'에선 지금…

  • 김종민 kjm@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6: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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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르는 훈남·훈녀 '영계 천국'

[일요시사=사회팀] 금요일 밤 10시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뉴힐탑호텔 앞. 설레는 표정의 훈남·훈녀들이 모여든다. 그들의 개성과 열정은 추위를 비웃는다. 살을 에는 듯한 날씨에도 맨살의 향연이다. 젊음이다. 기자의 가슴도 통통 튄다. 지난 연말 <일요시사>는 국내 최고의 핫플레이스, 클럽 옥타곤의 열기를 직접 느껴봤다.




대한민국 최고 클럽 '옥타곤'은 강남구 뉴힐탑호텔 지하에 위치해 있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 3일간 뉴힐탑호텔 대로변은 옥타곤을 찾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옥타곤에 입장하는 출입구는 두 개. 호텔 정문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VIP, 왼쪽은 일반인들이 입장한다. 클럽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클럽 내부로 들어섰다.

 

살인추위 비웃는
젊음의 열기

 

입장료는 밤 11시 전에 오면 1만원, 밤 11시에서 새벽 4시까지는 3만원, 새벽 4시 이후에는 1만원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여성들에 한해서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목타곤’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목요일에는 옥타곤'이라는 뜻이다. 입장료를 결제하면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고 음료 1잔을 마실 수 있는 음료권을 준다. 한번 팔찌를 받으면 그날 하루는 출입이 자유롭다.


팔찌는 총 세 종류다. 테이블이나 룸을 예약하면 VIP 팔찌를, 일반 입장객에게는 일반 팔찌를 채워준다. 옥타곤의 자랑 '빌라룸'을 예약하면 VVIP 팔찌가 주어진다. 팔찌의 색은 매일 달라진다.




지하 스테이지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니 구조적인 프레임과 환풍시설, 소방시설 등이 꾸밈없이 노출되어 있다. 콘크리트 벽면까지 그대로 드러난 광경은 공장을 연상케 한다.

"유럽의 역사가 깊은 클럽들은 공장, 발전소, 수용소 등 비어진 공간을 활용한 공간들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트렌디한 문화가 집결되어야 하는 공간인 클럽은 애초 공간의 디자인이 트렌디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벗은 거야 입은 거야' 맨살의 향연
반라 차림 젊은이들 열기로 '후끈'

 

계단을 내려오니 1층은 세 곳의 무대와 오프닝부터 극적인 파티를 만들어주는 초대형 스크린, 메인스테이지를 둘러싼 수영장이 눈에 들어온다. 음악소리를 피해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방음벽이 설치된 전화부스와 무료이용이 가능한 스티커 사진기도 특이하다.

우측에는 가방이나 옷을 보관할 수 있는 물품보관소가 있다. 보관료는 저렴한 편이다. 여타 클럽은 보통 5000원을 받지만 옥타곤은 3000원이다. 보관가방을 받아 짐을 넣고 3000원을 주면 팔찌를 준다. 찾을 땐 다시 팔찌를 주고 이름을 말하면 된다. 보관가방이 큰 편이라 하나로 2명 이상 사용 가능하다.

스탠드 바에서 칵테일 한잔을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훈남·훈녀 천국이다. 픽업아티스트들이 많이 찾는 클럽답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난 옷을 입은 여성들이 도도한 표정으로 스쳐지나간다. 그 뒤를 남방이나 티셔츠에 청바지 같은 깔끔한 차림의 남성들이 따른다. 댄디한 정장이나 수트 차림의 남성도 보인다. 복장규정은 그리 엄격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반바지나 슬리퍼, 트레이닝복, 비즈니스 정장은 출입이 제한된다.


과일로 장식된 술잔을 들고 속이 비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클럽 관계자가 기자를 막아선 뒤 손전등으로 기자의 팔목을 비춘다. 팔찌를 보여 달라는 것. 클럽 내부에 설치된 누드엘리베이터는 VIP 이상만 탑승이 가능하다. 차별화된 VIP 서비스다.

 

파트너십 체결
아티스트 지원

 

2층은 메인스테이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발코니와 통유리로 된 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VIP 팔찌로도 들어갈 수 없는 '빌라룸'이 있다. 빌라룸은 옥타곤에만 있는 시크릿룸이다. 클럽 관계자와 함께 빌라룸에 들어서니 천국이 따로 없다. 복층 구조로 된 룸 1층에는 메인 테이블과 조명·음향 조절 버튼이 있고 별도의 DJ부스까지 마련되어 있다. 음향 조절 버튼을 가장 왼쪽으로 돌리니 외부 음악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줄어든다. 조명 또한 분위기에 맞춰 조절이 가능하다.




2층에는 테이블과 함께 널찍한 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침대가 있다고 해서 야한 생각은 금물이다. 클러빙에 지친 클러버들의 달콤한 휴식공간이다.

"1층에는 메인테이블과 화장실, 2층에는 테이블과 초대형 베드쇼파가 마련되어 있어 용도에 맞게 필요한 공간을 활용해 프라이빗한 파티를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별도의 DJ부스와 펑션원 최고급 음향시스템으로 클럽 내 또 다른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최두원 옥타곤 대표의 설명이다. 예약 손님이 올 때가 됐다는 클럽 관계자의 말에 2층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스테이지가 보이는 발코니에 섰다. 10분여가 지났을까. VVIP팔찌를 착용한 사람들이 빌라룸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같은 모양의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최첨단 3D 입체사운드 
1000평 어디서든 '빵빵'
오픈 1년 만에 월드랭킹 12위

 

고개를 갸우뚱하자 안내를 하던 최 대표가 이유를 설명해줬다.

"한 IT회사 직원들입니다. 송년회를 하려고 클럽을 찾은거죠. 방음이 잘 돼있고 별도로 DJ를 불러 그들만의 파티를 즐길 수 있어 회사 모임이나 생일파티 장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옥타곤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여성전용 파우더룸 때문이다. 파우더룸은 여성 화장실 내부에 있다. 조명이 밝아서 사진찍기가 수월하고 휴게실 쇼파가 구비되어 있어 지친 여성들의 안식처가 된다.

대략적인 클럽 투어를 마치고 나니 문득 클럽 내부의 시설 하나하나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클럽 관계자가 이유를 설명했다.

"옥타곤은 '옥타곤'이라는 이름처럼 팔각형으로 설계됐습니다. 팔각형은 원형에 가장 비슷하면서도 온전한 도형입니다. 동서양을 아울러 여러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한국에서는 '천원지방'을, 중국에서는 행운을, 불교에서는 완성의 상태를 뜻합니다. 옥타곤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있는 천지인의 도형학적 해석을 차용해 공간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인테리어 설계
올해의 건축가상

 

옥타곤 측의 설명처럼 클럽 내부는 클럽 전체 구조를 이루는 오픈된 공간, 중간 층의 발코니, DJ 부스 등을 모두 하나의 중심점에서 팔각형의 구조를 바탕으로 서로 소통하게 설계됐다.

밤 12시 클럽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인 스테이지는 텅 비어있다. 서로 '간'을 보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새벽 1시께 외국인 DJ 한 명이 무대에 나타나자 스테이지는 금세 리듬을 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스테이지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클럽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DJ의 요구대로 소리를 지르고 몸을 흔들었다.




가슴이 터질 듯한 음악소리에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그런데 편안하다. 시끄럽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스피커 바로 앞에 섰음에도 귀가 멍멍하지 않다. 국내 최초 펑션사에서 직접 공수해온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사운드 시스템 덕분이다. 옥타곤 음향 시스템인 '펑션원 댄스스텍 버전 넘버4'는 세계 정상급 DJ 및 클럽에서 탐낼 만큼 훌륭한 사운드를 표현하고 있으며 앞, 뒤, 좌, 우에서 울려 퍼지는 3D 입체음향을 위한 정밀 설계를 통해 보다 풍부한 음질을 스테이지에서 온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1000평 규모의 시설 어디에서도 최고의 음질을 들을 수 있게 요소마다 다양한 사운드 시스템을 구성함으로써 청각뿐만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화려한 사운드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

무대 장치 곳곳에서 뻗어 나오는 조명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형형색색의 LED조명은 클러버들이 들고 있는 형광막대와 어우러지면서 트랜스포머를 연상케 한다.

 

서울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유명 아티스트 정기공연
싱글맘 위한 사회공헌도

 


지난 2011년 11월 문을 연 옥타곤은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3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클럽문화 관련 잡지 영국 <DJ Mag>의  'World TOP 100 Clubs'에서 월드랭킹 12위로 선정됐다.

옥타곤은 또 아리랑 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 중인 'KOREA TOP 10'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CNN GO 여행안내 가이드에 수록된 '서울에서 곡 가봐야 할 명소 10곳'에도 선정됐다.

옥타곤에서는 각종 홍보행사 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외제차 브랜드의 신차 발표와 실제차량 전시 광고는 옥타곤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실제로 푸조, 벤츠, 람보르기니, 렉서스 등이 옥타곤에서 런칭행사를 열고 판매에 들어가기도 했다.




옥타곤이 하룻밤 DJ 아티스트들에게 쓰는 돈은 수천만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DJ 아티스트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내한공연을 열고 있으며 그들을 보기 위해 클럽을 찾는 이들도 상당수다.

옥타곤은 유니버설뮤직 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정기적으로 클래식 공연을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이 결성한 앙상블 더 필하모닉스와 리투아니아 출신의 아코디언 연주자 마티나스, 베를린필의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옥타곤을 찾아 연주회를 열었다. 공연이 열리는 날 옥타곤을 찾은 관객들은 계단, 난간 할 것 없이 클럽 곳곳에 자유롭게 자리해 클럽 음악이 아닌 클래식을 즐겼다.

 

유니버설뮤직과 제휴
정기적 클래식 공연

 

옥타곤은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옥타곤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리는 아름다운 나눔 콘서트 Klang을 통해 싱글맘을 위한 기관 애란원에 자율기부 입장료를 기부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 대표는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초대형 복합 문화공간 옥타곤은 팔각형이라는 뜻과 동서고금을 통틀어 자연과 사람, 금전운과 힘의 상징으로 긍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며 "더욱 새로운 이벤트와 업그레이드로 대한민국 클럽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기자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2014 세계 100대 클럽은?

옥타곤 12위
엘루이 39위

 

클럽문화 관련 잡지 영국 <DJ Mag>의  ‘2014 World TOP 100 Clubs’ 투표가 시작됐다.

<DJ Mag>은 1991년 창간되어 댄스 뮤직 부문 최고의 잡지로 평가 받고 있는 세계 최고의 음악 잡지다. 전세계적으로 댄스 뮤직 관련 모든 기사를 다루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 13개국에서 출판되어 세계 각국의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DJ Mag>에서는 매년 초에 세계 최고 100대 클럽을, 후반에는 세계 최고 100대 DJ 순위를 인터넷 투표 및 심사 위원들의 의견을 거쳐 선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Green Valley’가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스페인 이비자 섬에 위치한 ‘Space Ibiza’와 ‘Pacha Ibiza’가 2, 3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에서는 클럽 ‘옥타곤’이 12위에 클럽 ‘엘루이’가 39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2년에 비해 옥타곤은 85계단, 엘루이는 52계단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순위를 바탕으로 지난해 세계 유명한 DJ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방문, 공연을 펼쳐 올해에는 더 많은 국내 클럽이 100대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Facebook 계정이 있어야 하며 투표는 2월28일까지, 발표는 3월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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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