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뽑기 62일 풀스토리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3: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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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없는 사이에 '벼락치기'

[일요시사=경제1팀] 포스코 회장감이 결정됐다. 주인공은 권오준 사장. 업계는 다소 의아한 인물이라 어리둥절한 표정. 포스코 내부도 '설마'하던 후보가 부상해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그를 뽑을 수밖에 없었던 말 못한 속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8일간의 일정으로 인도·스위스 순방에 나서자 포스코 안팎에선 뭔가 일이 벌어지지 않겠냐는 얘기가 돌았다. 포스코 뿐만 아니라 재계 최대 관심사인 회장직 선출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내용이었다.

소문은 적중했다. 박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다음날 바로 포스코 회장감이 결정됐다. 주인공은 권오준 기술총괄 사장. 포스코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권 사장을 주총에 CEO로 추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포스코 정기 주총은 3월14일로 예정돼 있다.

포스코 측은 "권 사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쇄신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29일까지였는데…

정준양 회장은 지난해 11월15일 임기를 1년4개월 남기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전까지 나갈 것, 버틸 것이란 엇갈린 전망도 잠시. 사퇴하고도 압력이 있네 없네 말들이 많았지만, 이내 세간의 시선은 다음 회장에 쏠렸다. 포스코는 임시 이사회를 통해 차기회장 후보 선정을 위한 승계협의회를 설치하고 '사람찾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갖가지 소문이 포스코를 휘감았다. 먼저 청와대발 외압 논란에 시달렸다. 이미 점찍은 낙하산이 있다는 내정설이 그것. 그동안 '포스코 회장'하면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기에 충분히 그럴 만했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의 낙점설이 돌았다. 일각에선 유력설까지 더해졌다. 생뚱맞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소문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대통령 최측근이란 꼬리표 때문. 최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로, 지난 대선 당시 직간접적으로 박 대통령을 도왔다. 이 소문은 청와대와 최 전 대표가 직접 부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그 자리엔 또 다른 소문으로 채워졌다.

?후보 추천 이틀 만에 속전속결
서두른 속사정 두고 설왕설래

전현직 고위 관료 인사가 차기 포스코 회장에 낙점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A씨,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B씨, 경제단체장을 지낸 C씨 등이 물망에 올랐다. 증권가에선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이 거론됐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당시 정 회장 대신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게 '소스'였다.

포스코 내부에선 지난 회장 인선 때 정 회장에 밀렸던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이 가장 '핫'했다. '야인'이 돌아오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왔다. '정준양파'에 치여 찌그러져 있던 '윤석만파'가 꿈틀대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부글부글' 끓던 소문은 지난 15일 후보군 5명이 발표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사그라들었다. 5명은 권 사장을 비롯해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오영호 코트라 사장. 이중 처음 오영호 사장이 치고나가다 막판에 권오준 사장과 정동화 부회장으로 좁혀졌고, 결국 권 사장이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정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고, 그로부터 정확히 62일 만에 마무리된 인선이었다.

외압차단 때문?
부실검증 의문?
정준양 보험용?
청와대 교감설?

권 사장을 선정한 배경엔 여러 의미가 담겨져 있다. 우선 정치색이 완전 지워졌다는 평이다. 권 사장은 포스코 내부 인사다. 서울대 금속공학과와 미국 피츠버그대 금속 박사 과정을 마치고 1986년 포스코 산하 기술연구기관인 리스트(RIST)에 입사한 권 사장은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등을 거친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현재 기술총괄장으로 신규 사업 개발 및 생산기술 혁신 업무 등을 책임지고 있다.


문제라면 권 사장이 '정준양 라인'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권 사장은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정 회장의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다. 당연히 이번 차기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 정 회장이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이 퇴임 이후를 생각해 만든 '보험용'이란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후보군에 오른 포스코 내부 인사들은 모두 정준양 라인으로 꼽힌다. 특히 권 사장과 정 부회장은 정 회장의 측근 중 측근으로 통해 더욱 의혹을 짙게 한다.

일각에선 '부실검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없지 않다. 그도 그럴 게 인선 작업이 갑자기 너무 빨리 이뤄졌다. 당초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위원회는 이달 말쯤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15일 구성된 지 하루 만에 단수 후보를 결정했다. CEO추천위는 이틀간 후보별 서류심사, 심층면접을 포함한 2차에 걸친 인터뷰 등을 통해 비전제시 및 성과실현 역량, 철강업 및 관련 산업에 대한 전문성, 리더십 등 다방면에 걸친 평가 작업을 수행했다. 이 결과 만장일치로 권 사장을 선택했다. 이 기간 CEO추천위 관계자들은 합숙을 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이 사인?

한편으론 청와대와 교감설도 나돈다. 타이밍이 절묘해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해외순방을 떠났다. 직후 속전속결로 회장감이 결정됐다. CEO추천위가 외압 차단에 신경을 쓴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지만, 역으로 청와대의 '사인' 없이 불가능하다는 진단도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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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