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⑤2014년 빛낼 14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3: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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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들었다 놨다 할 대세남 누구?

[일요시사=사회팀] 2014년에는 지방선거부터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를 막론하고 큼지막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할 것으로 전망되는 2014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일요시사>는 정치, 경제, 연예, 스포츠 등 모두 4개 분야에서 이른바 '대세'로 통할 인물들을 꼽았다. 대한민국을 빛낼(?) 14명의 '대세남'은 누구일까. 선정된 인물들의 면면을 통해 2014년의 대한민국을 미리 그려보자.




정치권은 2014년을 맞아 6·4 지방선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여야 모두 받아들 성적표에 따라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총력전을 예고한 상황. 무엇보다 '표심이 곧 민심'인 정치권의 관심은 가장 많은 표가 쏠린 서울시장 선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야권 기대주] 박원순

'2014년 대세남' 그 첫 번째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현직 서울시장이 갖고 있는 무게감과 여야 간 역학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박 시장은 단연 정치 부문의 첫째가는 인물로 손색없다.

정계 안팎에서 박 시장은 독주를 거듭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는다. 범야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박 시장은 여타 서울시장 후보군 중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때문에 여권은 올 상반기 '박원순 때리기'에 온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쟁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만약 박 시장이 여권의 공세와 야권 일부의 견제를 이겨내고 재선에 성공한다면 '박원순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선에 실패한다면 박 시장을 포함한 야권 전체는 회복할 수 없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박 시장은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최근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과도 연결돼 있어 경우에 따라 정계개편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이래저래 박 시장의 2014년 행보가 주목된다.

[친박 실세] 서청원

국회로 눈을 돌리면 7선 국회의원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2014년 대세남' 두 번째 인물은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정계에 복귀한 서 의원은 자타공인 친박의 핵심 실세로 꼽힌다.

당직이 없는 서 의원은 7·30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청와대의 의중도 서 의원에게 쏠려있다는 평가다. 경쟁자인 김무성 의원이 변수지만 서 의원이 여권 지형의 키를 쥔 인물임은 변함없다.

특히 전략통으로 알려진 서 의원은 당내외 굵직한 선거 때마다 실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당내에선 '조기 전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권을 서 의원에게 맡긴 뒤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아직까진 가능성이지만 서 의원이 예정보다 이른 시점에 당권을 쥘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어찌됐든 2014년은 서 의원을 위시한 주류 친박계 의원들의 득세가 점쳐지는 분위기다.


[정계 다크호스] 홍정욱

'2014년 대세남' 세 번째 인물은 여권의 잠재적 대권후보인 홍정욱 전 의원이다. 홍 전 의원은 수려한 외모, 학벌, 언변은 물론 스타성까지 갖춰 정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야인 신분인 홍 전 의원은 가칭 '안철수 신당'과 연결되면서 정계 복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홍 전 의원은 정몽준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거물들이 즐비한 서울시장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제 후보가 될 가능성 역시 낮지 않다는 평가다.

향후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에서 홍 전 의원의 존재감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 2014년 정치권 최대의 다크호스는 홍 전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국 주도할] 남재준 

정치권에서 꼽은 마지막 대세남은 남재준 국정원장이다. 국정원 내부 장악을 끝낸 것으로 알려진 남 원장은 박근혜정부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임하며, 청와대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종북몰이'라는 각계의 비난에도 남 원장은 '공안 드라이브'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평가가 극명히 엇갈리지만 남 원장의 영향력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북한발 정보가 범람하는 것도 결국은 남 원장의 공이다. 현 정부가 국가안보를 핵심 기치로 내건 걸 생각하면 국정원의 역할은 확대될 수는 있어도 축소될 수는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는 남 원장은 앞으로도 공안정국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삼성 후계자] 이재용

2014년 재계를 요약할 두 키워드는 '경영승계'와 '창조경제'다. 재계 서열 1·2위인 삼성가와 현대가는 2014년 내에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이며, 최근 새 수장을 맞이한 KT는 박근혜정부의 주력 경제 성장 모델인 정보통신(IT) 사업에 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요시사>가 선정한 경제 부문 '2014년 대세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대세란 말로도 표현이 부족한 거물 중의 거물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미완의 황태자'로 불렸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그룹의 대외업무를 도맡으며, 삼성가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이미지를 굳혔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유가 잦았던 올 한 해 그룹 경영 전반을 아우르며 이 회장의 역할을 대행했다고 한다.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이 이 부회장에게 넘어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등 경영권 승계의 물꼬를 튼 상황이다.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가 닻을 올린 삼성가에서 이 부회장의 존재는 주목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 황태자] 정의선

성공한 3세 경영인이자 이 부회장의 맞수로 불리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행보도 관심이다. 경제 부문 두 번째 대세남인 정 부회장은 40대 경영인 중 가장 많은 3조5000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슈퍼 리치'다.

정 부회장은 이 부회장보다 먼저 그룹의 후계자로 자리했다.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을 이어 '현대'란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릴 유산도 넘겨 받았다.

이미 기아자동차를 글로벌 브랜드로 격상시키며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그는 현대자동차로 돌아와 화려한 날갯짓을 예고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을 앞세운 정 부회장이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혁신 아이콘] 황창규

재벌가를 제외한 전문 경영인 중에선 황창규 KT그룹 회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4년 대세남으로 이름을 올린 황 회장은 박근혜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창조경제 성장 모델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 출신으로 '혁신'의 기치를 내세운 황 회장이 '통신공룡' KT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9금 전성기] 신동엽

2014년 연예가는 절치부심 끝에 재기에 성공한 '거인'들과 여심을 사로잡은 진짜 '대세남'들의 성장으로 순풍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이미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방송인 신동엽은 방송가에 '19금 코드'를 안착시키며 명실상부한 대세남으로 등극했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진행 프로그램만 14개에 달하는 그는 성에 관대해진 시대상과 맞물려 천부적인 방송 감각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더구나 그의 라이벌인 방송인 유재석의 경우 출연이 공중파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신동엽의 입장에선 유리한 부분이다.

케이블이 방송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 신동엽의 스펙트럼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폭넓다는 점은 '신동엽 시대'가 쉽게 저물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빌보드 탈환] 싸이

'월드스타' 싸이도 2014년의 대세남이 될 채비를 마쳤다. 2012년 '강남스타일' 열풍을 주도하며 빌보드를 휩쓸었던 싸이는 후속곡 '젠틀맨'으로 빌보드 쌍끌이를 노렸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하지만 싸이는 '젠틀맨'을 전환점으로 심기일전 중이다. 최근 자신의 콘서트에서 신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다시 한 번 세계무대에 도전할 뜻도 내비쳤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 폭발적인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싸이이기에 그의 성공은 시간문제란 해석이다.

[여심 녹인] 김우빈

대한민국 20대 배우 중 '대세'란 수식이 가장 어울리는 연예인은 단연 김우빈이다.

세 번째 대세남으로 꼽힌 김우빈은 KBS 2TV <학교 2013>에서 인지도를 높인 뒤 SBS <상속자들>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모델로 시작해 연기자로 활동 영역을 넓힌 그는 MC에까지 도전하며 자신의 출중한 재능을 어필하고 있다.

강인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김우빈의 성공스토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진짜사나이] 유승호

군 복무 중인 '진짜 사나이' 유승호도 2014년 대세남으로 꼽혔다. 그의 전역 예정일은 2014년 12월. 비록 연말까지 활발한 연기 활동을 기대할 순 없지만 그의 복귀 소식에 연예가는 활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입대 전 내공 깊은 연기와 성실한 자세로 호평 받았던 유승호는 군대가 반드시 '연예인의 무덤'이 아니란 사실을 입증하게 될 것이다. 

[16강 노리는] 홍명보

2014년에는 국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쉼 없이 이어진다. 2월 소치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브라질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국제 대회가 연이어 열린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민들에게 낭보를 전할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스포츠 부분 첫 번째 대세남이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아시아의 맹주' 대한민국은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전선에는 홍 감독이 있다. 앞선 조 추첨에서 '죽음의 조'를 피한 대한민국은 6월18일 러시아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알제리, 벨기에와 차례로 격돌한다.

홍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언급한 '원 팀 원 스피리트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이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축구팬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브라질에 쏠려 있다.

[국민 투수] 류현진

스포츠 부문 두 번째 대세남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다. 2013년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날아간 류현진은 데뷔 후 14승 8패(평균자책점 3.00)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일약 '국민 투수' 반열에 올랐다.

특히 류현진은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내며 미국 전역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인 투수로는 최초로 포스트시즌 선발승이란 역사도 썼다.

류현진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LA다저스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며, 올 2014년을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만들 채비를 마쳤다.

[잭팟 터진] 추신수

세 번째 대세남은 '1억3000만달러'의 사나이 추신수다. 2013년 소속팀에서 타율 0.285에 21홈런 20도루 등의 성적을 남긴 추신수는 100득점, 100볼넷, 300출루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우며 FA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텍사스레인저스와 7년간 1억3000만달러라는 초특급 계약을 체결한 것.

타자로서 전성기를 맞은 추신수는 2014년에도 명성에 걸맞는 최고의 활약을 이어간다는 다짐이다. 추신수의 발과 방망이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예고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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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