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⑤2014년 빛낼 14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3: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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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들었다 놨다 할 대세남 누구?

[일요시사=사회팀] 2014년에는 지방선거부터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를 막론하고 큼지막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할 것으로 전망되는 2014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일요시사>는 정치, 경제, 연예, 스포츠 등 모두 4개 분야에서 이른바 '대세'로 통할 인물들을 꼽았다. 대한민국을 빛낼(?) 14명의 '대세남'은 누구일까. 선정된 인물들의 면면을 통해 2014년의 대한민국을 미리 그려보자.




정치권은 2014년을 맞아 6·4 지방선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여야 모두 받아들 성적표에 따라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총력전을 예고한 상황. 무엇보다 '표심이 곧 민심'인 정치권의 관심은 가장 많은 표가 쏠린 서울시장 선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야권 기대주] 박원순

'2014년 대세남' 그 첫 번째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현직 서울시장이 갖고 있는 무게감과 여야 간 역학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박 시장은 단연 정치 부문의 첫째가는 인물로 손색없다.

정계 안팎에서 박 시장은 독주를 거듭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는다. 범야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박 시장은 여타 서울시장 후보군 중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때문에 여권은 올 상반기 '박원순 때리기'에 온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쟁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만약 박 시장이 여권의 공세와 야권 일부의 견제를 이겨내고 재선에 성공한다면 '박원순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선에 실패한다면 박 시장을 포함한 야권 전체는 회복할 수 없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박 시장은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최근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과도 연결돼 있어 경우에 따라 정계개편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이래저래 박 시장의 2014년 행보가 주목된다.

[친박 실세] 서청원

국회로 눈을 돌리면 7선 국회의원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2014년 대세남' 두 번째 인물은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정계에 복귀한 서 의원은 자타공인 친박의 핵심 실세로 꼽힌다.

당직이 없는 서 의원은 7·30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청와대의 의중도 서 의원에게 쏠려있다는 평가다. 경쟁자인 김무성 의원이 변수지만 서 의원이 여권 지형의 키를 쥔 인물임은 변함없다.

특히 전략통으로 알려진 서 의원은 당내외 굵직한 선거 때마다 실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당내에선 '조기 전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권을 서 의원에게 맡긴 뒤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아직까진 가능성이지만 서 의원이 예정보다 이른 시점에 당권을 쥘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어찌됐든 2014년은 서 의원을 위시한 주류 친박계 의원들의 득세가 점쳐지는 분위기다.


[정계 다크호스] 홍정욱

'2014년 대세남' 세 번째 인물은 여권의 잠재적 대권후보인 홍정욱 전 의원이다. 홍 전 의원은 수려한 외모, 학벌, 언변은 물론 스타성까지 갖춰 정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야인 신분인 홍 전 의원은 가칭 '안철수 신당'과 연결되면서 정계 복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홍 전 의원은 정몽준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거물들이 즐비한 서울시장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제 후보가 될 가능성 역시 낮지 않다는 평가다.

향후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에서 홍 전 의원의 존재감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 2014년 정치권 최대의 다크호스는 홍 전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국 주도할] 남재준 

정치권에서 꼽은 마지막 대세남은 남재준 국정원장이다. 국정원 내부 장악을 끝낸 것으로 알려진 남 원장은 박근혜정부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임하며, 청와대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종북몰이'라는 각계의 비난에도 남 원장은 '공안 드라이브'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평가가 극명히 엇갈리지만 남 원장의 영향력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북한발 정보가 범람하는 것도 결국은 남 원장의 공이다. 현 정부가 국가안보를 핵심 기치로 내건 걸 생각하면 국정원의 역할은 확대될 수는 있어도 축소될 수는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는 남 원장은 앞으로도 공안정국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삼성 후계자] 이재용

2014년 재계를 요약할 두 키워드는 '경영승계'와 '창조경제'다. 재계 서열 1·2위인 삼성가와 현대가는 2014년 내에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이며, 최근 새 수장을 맞이한 KT는 박근혜정부의 주력 경제 성장 모델인 정보통신(IT) 사업에 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요시사>가 선정한 경제 부문 '2014년 대세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대세란 말로도 표현이 부족한 거물 중의 거물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미완의 황태자'로 불렸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그룹의 대외업무를 도맡으며, 삼성가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이미지를 굳혔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유가 잦았던 올 한 해 그룹 경영 전반을 아우르며 이 회장의 역할을 대행했다고 한다.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이 이 부회장에게 넘어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등 경영권 승계의 물꼬를 튼 상황이다.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가 닻을 올린 삼성가에서 이 부회장의 존재는 주목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 황태자] 정의선

성공한 3세 경영인이자 이 부회장의 맞수로 불리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행보도 관심이다. 경제 부문 두 번째 대세남인 정 부회장은 40대 경영인 중 가장 많은 3조5000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슈퍼 리치'다.

정 부회장은 이 부회장보다 먼저 그룹의 후계자로 자리했다.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을 이어 '현대'란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릴 유산도 넘겨 받았다.

이미 기아자동차를 글로벌 브랜드로 격상시키며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그는 현대자동차로 돌아와 화려한 날갯짓을 예고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을 앞세운 정 부회장이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혁신 아이콘] 황창규

재벌가를 제외한 전문 경영인 중에선 황창규 KT그룹 회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4년 대세남으로 이름을 올린 황 회장은 박근혜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창조경제 성장 모델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 출신으로 '혁신'의 기치를 내세운 황 회장이 '통신공룡' KT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9금 전성기] 신동엽

2014년 연예가는 절치부심 끝에 재기에 성공한 '거인'들과 여심을 사로잡은 진짜 '대세남'들의 성장으로 순풍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이미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방송인 신동엽은 방송가에 '19금 코드'를 안착시키며 명실상부한 대세남으로 등극했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진행 프로그램만 14개에 달하는 그는 성에 관대해진 시대상과 맞물려 천부적인 방송 감각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더구나 그의 라이벌인 방송인 유재석의 경우 출연이 공중파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신동엽의 입장에선 유리한 부분이다.

케이블이 방송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 신동엽의 스펙트럼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폭넓다는 점은 '신동엽 시대'가 쉽게 저물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빌보드 탈환] 싸이

'월드스타' 싸이도 2014년의 대세남이 될 채비를 마쳤다. 2012년 '강남스타일' 열풍을 주도하며 빌보드를 휩쓸었던 싸이는 후속곡 '젠틀맨'으로 빌보드 쌍끌이를 노렸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하지만 싸이는 '젠틀맨'을 전환점으로 심기일전 중이다. 최근 자신의 콘서트에서 신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다시 한 번 세계무대에 도전할 뜻도 내비쳤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 폭발적인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싸이이기에 그의 성공은 시간문제란 해석이다.

[여심 녹인] 김우빈

대한민국 20대 배우 중 '대세'란 수식이 가장 어울리는 연예인은 단연 김우빈이다.

세 번째 대세남으로 꼽힌 김우빈은 KBS 2TV <학교 2013>에서 인지도를 높인 뒤 SBS <상속자들>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모델로 시작해 연기자로 활동 영역을 넓힌 그는 MC에까지 도전하며 자신의 출중한 재능을 어필하고 있다.

강인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김우빈의 성공스토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진짜사나이] 유승호

군 복무 중인 '진짜 사나이' 유승호도 2014년 대세남으로 꼽혔다. 그의 전역 예정일은 2014년 12월. 비록 연말까지 활발한 연기 활동을 기대할 순 없지만 그의 복귀 소식에 연예가는 활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입대 전 내공 깊은 연기와 성실한 자세로 호평 받았던 유승호는 군대가 반드시 '연예인의 무덤'이 아니란 사실을 입증하게 될 것이다. 

[16강 노리는] 홍명보

2014년에는 국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쉼 없이 이어진다. 2월 소치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브라질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국제 대회가 연이어 열린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민들에게 낭보를 전할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스포츠 부분 첫 번째 대세남이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아시아의 맹주' 대한민국은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전선에는 홍 감독이 있다. 앞선 조 추첨에서 '죽음의 조'를 피한 대한민국은 6월18일 러시아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알제리, 벨기에와 차례로 격돌한다.

홍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언급한 '원 팀 원 스피리트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이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축구팬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브라질에 쏠려 있다.

[국민 투수] 류현진

스포츠 부문 두 번째 대세남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다. 2013년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날아간 류현진은 데뷔 후 14승 8패(평균자책점 3.00)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일약 '국민 투수' 반열에 올랐다.

특히 류현진은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내며 미국 전역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인 투수로는 최초로 포스트시즌 선발승이란 역사도 썼다.

류현진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LA다저스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며, 올 2014년을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만들 채비를 마쳤다.

[잭팟 터진] 추신수

세 번째 대세남은 '1억3000만달러'의 사나이 추신수다. 2013년 소속팀에서 타율 0.285에 21홈런 20도루 등의 성적을 남긴 추신수는 100득점, 100볼넷, 300출루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우며 FA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텍사스레인저스와 7년간 1억3000만달러라는 초특급 계약을 체결한 것.

타자로서 전성기를 맞은 추신수는 2014년에도 명성에 걸맞는 최고의 활약을 이어간다는 다짐이다. 추신수의 발과 방망이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예고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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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