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④재계 서열재편 시나리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3: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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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탐탐' 승천 꿈꾸는 무서운 이무기들

[일요시사=경제1팀] '뜨는 기업이 있으면 지는 기업이 있기 마련'이다. 소위 '잘나가던' 대기업이 물러나면 그 자리를 새로운 기업이 채운다. 올 한 해도 마찬가지다. STX, 웅진, 동양이 무너져 내렸고 신흥그룹들이 재계에 깜짝 등장했다. '무명'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을 조명해봤다.




기업 입장에서 올 계사년은 바람 잘날 없는 한 해였다. 웅진그룹과 STX, 동양그룹이 차례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현대, 한진, 두산, 동부, 한국가스공사, 이랜드, 부영, 효성, 한국지엠 등 9개 기업은 연결부채비율 300%를 돌파했다. 연결부채비율은 재무상황이 안 좋은 회사일수록 차이가 큰 경향이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단순합산 부채비율보다 그룹 재무상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웅진→STX→동양
법정관리 잔혹사

첫 시작은 작년 9월 웅진그룹의 좌초였다. 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는 작년 10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받고 현재 1년이 넘도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였던 웅진코웨이와 웅진패스원, 웅진케미칼, 웅진식품은 매각됐고 웅진에너지와 플레이도시는 2015년까지 매각할 예정이며 웅진폴리실리콘은 청산 추진 중이다. 빠르면 내년 초 법정관리에서 졸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남는 것은 웅진씽크빅과 북센 등 출판 사업뿐이다.

웅진그룹의 뒤는 STX가 이었다.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10여년 만에 재계 13위까지 초고속 성장했던 STX는 무리한 M&A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조선·해운 업황 악화에 사실상 해체됐다.

올 초 23곳이던 계열사는 11월 말 기준 15개사로 8곳이나 줄었다. STX중공업(1월), STX에너지·전력·쏠라·영양풍력발전(8월), STX조선해양·고성조선해양(11월) 등이다. STX팬오션은 10년 만에 사명이 '팬오션'으로 변경되어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강덕수 회장에게 남은 것은 ㈜STX 대표이사와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이 전부다.

지난 10월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동양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만기를 앞둔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동서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지원을 부탁했지만 끝내 거절당하면서 우려했던 위기가 몰아닥쳤다. 유동성 위기를 막지 못하고 9월30일과 10월1일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 동양 계열사 다섯 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눈물이 뿌려졌으며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룹 공중분해는 시간문제다.

웅진그룹과 STX, 동양그룹 등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되어 있다. 공기업을 제외하고 STX는 13위, 동양은 36위, 웅진은 46위였다. 2014년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는 확실해 보인다.

이들 3곳을 제외하고도 순위 하락이 예상되는 기업은 또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011과 2012회계연도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과 연결이자보상배율을 중심으로 그룹의 재무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소는 투자자들이나 정책입안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2007년부터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분석대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공기업 집단과 금융그룹,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등이 진행 중인 그룹을 제외한 46개 그룹이다. 분석 결과 연결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는 그룹은 9개로 나타났다. 현대(895.46%), 한진(678.44%), 동부(397.57%), 한국가스공사(389.61%), 이랜드(369.91%), 부영(326.56%), 효성(311.51%), 한국지엠(307.40%)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무너진 웅진·STX·동양 자리 채울 신흥그룹은?
눈 깜빡할 새 사세 확장 "재계 판도 뒤흔든다"

200%를 초과하는 그룹은 11개다. 한라(271.47%), 하이트진로(260.53%), 한진중공업(256.13%), 대우조선해양(255.71%), 홈플러스(255.24%), 한솔(250.50%), 코오롱(245.64%), 한화(227.46%), 동국제강(227.27%), 대성(220.15%), LS(209.54%) 등이다.

연결부채비율 200%를 넘는 그룹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개 그룹은 연결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다. 연결이자보상배율은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으로 계산하며 연결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해당 그룹은 현대(-1.06), 한진(0.04), 동부(0.30), 효성(0.82), 한국지엠(-6.99), 한라(0.33), 한진중공업(0.26), 동국제강(-0.30), 대성(0.57) 등이다.

이들 그룹의 부실징후 원인을 살펴보면 주력 계열사의 부진이 대부분이다.

먼저 현대그룹의 경우 2012년 말 기준 자산순위 28위로 단순합산 자산총액이 11조7000억원, 부채총액 9조4000억원이다. 단순부채비율은 404%이지만 연결부채비율은 895%로 가장 재무구조가 안 좋은 그룹이다. 2009년 이후 급속도로 부채비율이 악화되고 있으며 2년 연속 영업적자다. 이는 해운업의 업황경색으로 인해 현대상선이 급격히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대엘리베이터도 그룹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과 체결한 파생상품계약에서 큰 손실을 봤다.

한진그룹의 경우 단순부채비율은 432%지만 연결부채비율이 678%로 두 번째로 재무구조가 안 좋은 그룹이다. 가장 규모가 큰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화물수요 감소, 유가 및 환율 상승으로 2008, 2009, 2011년 적자를 기록했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해운업의 업황경색으로 인해 급격히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두산그룹은 2012년 말 기준 자산순위 17위로 단순합산 자산총액이 29조원, 부채총액 10조원이다. 단순부채비율은 190%이나 연결부채비율은 405%로 2007년부터 계속 400%대의 연결부채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현대·한진·두산·동부
재무구조 악화

두산그룹의 최대 규모 계열사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2007년 밥캣 등을 인수하면서 대규모의 차입금을 조달했고 실적이 좋지 않아 최근까지 자금을 투입했다. 두산건설은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2012년 말 기준 자산순위 24위로 단순합산 자산총액이 13조6000억원, 부채총액 9조8000억원이다. 단순부채비율은 259%이나 연결부채비율은 389%로 네 번째로 재무구조가 안 좋은 그룹이다. 동부제철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동부건설도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소위 '잘나가던' 기업이 ‘죽을 쑤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 깜짝 등장한 신흥그룹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거침없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아주그룹, 삼탄그룹, SM그룹, 삼천리그룹, 에스피씨(SPC)그룹, NHN그룹, 파라다이스그룹, 넥센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그룹사들이다. 공통점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세를 불려 재계 서열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옛 영광 재현나선
에스피씨그룹

아주그룹은 문규영 회장의 부친 문태식 창업주가 1961년 세운 레미콘회사 아주산업으로 출발했다. 2005년 인수한 대우캐피탈(현 아주캐피탈)과 2007년 아주프론티어를 설립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현재 사업영역은 레미콘, 아스팔트 콘크리트, 금융, 관광레저, 부동산개발 등으로 나뉘며 모기업 아주산업을 중심으로 총 2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아주캐피탈만이 유가증권 상장사로 있으며 기업집단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관계사인 AJ렌터카가 지난해 7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은 1조6000억원대, 자산총액은 2조7892억원대를 나타냈다.

SM그룹은 1988년 우오현 회장이 설립한 삼라건설을 모태로 한다. SM이란 명칭은 삼라건설 아파트 브랜드인 '삼라마이다스'에서 따왔다. SM그룹은 건설업을 기반으로 2004년 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건전지 전문업체 벡셀, 건설사 우방 등을 잇따라 인수해 정상화시키면서 자산 4조원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3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앞으로는 내실을 다질 예정이다. 그룹의 중심축인 건설은 신창건설, 진덕산업을 우방산업에 흡수 합병시키고 삼라건설은 우방건설로 이름을 바꿔 '우방' 브랜드로 건설 부문을 통합한다. 2~3년 뒤에는 우방산업과 우방건설까지 하나로 합칠 계획이다.

내년 경영목표는 '무차입경영'이다. 이를 위해 당분간 은행 차입금을 갚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산업, 두성, 극동정밀, 레데코 등 계열사 15개를 두고 있는 파라다이스그룹은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서울과 인천, 제주도에 각각 1개소, 총 3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고 전락원 창업주가 1972년 설립한 파라다이스투자개발(주)을 모태로 하며 97년 사명을 현재의 파라다이스로 변경했다. 200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 매매가 개시됐다. 2004년 창업자의 사망 이후 2세인 전필립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일본 세가사미그룹과 합작을 통해 인천 영종도지역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991억원이며 올해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은 4627억원이다. 카지노 운영이 주요사업이지만 호텔, 여행, 레저, 제조, 건설, 부동산 사업도 영위한다.

자동차 타이어 생산업체인 넥센타이어로 유명한 넥센그룹은 1968년 자동차 타이어용 튜브 생산업체로 출발했다. 77년 흥아타이어로 이름을 바꾸고 99년 우성타이어 경영권 인수를 통해 '넥센'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넥센, 넥센타이어, 넥센테크, 넥센산기 등 총 19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강병중 창업주의 아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이다.

지주사인 넥센은 타이어 튜브, 솔리드 타이어, CMB 등 고무 제품과 골프공 빅야드 등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주력 계열사인 넥센타이어는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와 함께 국내 3대 타이어 업체다. 세계 시장에서는 10∼20위권에 해당한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총매출액 1조70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8.9% 증가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또한 전년대비 58% 늘어난 1769억원을 기록해 최대 수익을 달성했다.

"우리가 무명이라고?" 
알짜기업의 화려한 질주

넥센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전반적으로 원활한 현금 흐름과 함께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넥센과 넥센타이어는 지난 5년(2007~2011년) 동안 평균 부채비율이 50∼60%대며 부산·경남지역 방송사인 KNN도 지난 2011년 말 13%로 나타났다.

99년 설립한 포털 인터넷 사이트 네이버를 모기업으로 하는 NHN그룹은 올해 8월 포털 부문 네이버와 게임 부문 NHN엔터테인먼트로 인적분할했다.

네이버는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기업을 공개했다가 2008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해 재상장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다. 2003년 솔루션홀딩스, 아이브이엔테크놀로지 등을 인수했고 특히 두산 세계대백과사전과 지식 DB 공동 구축에 관한 제휴를 체결하면서 검색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2008년 NHN게임스를 통해 웹전을, 2009년 미투데이와 윙버스를 인수하는 등 사세를 확장했다.

NHN그룹은 네이버와 NHN엔터를 중심으로 총 25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2012회계연도 기준 자산 총액은 3조5877억원, 매출 총액은 2조3721억원대다. 이 중 네이버가 1조5114억원대로 그룹 매출액의 64%를 차지한다. 뒤는 온라인 마케팅 및 인프라 사업을 영위하는 NHN비즈니스플랫폼(6306억원)이 이었다.

삼탄은 삼천리그룹과 함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55년 고 이장균·유성연 창업자가 공동 설립한 회사로 삼천리연탄기업사(현 삼천리)를 전신으로 한다. 창업자들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2세들이 삼천리와 삼탄을 분리경영하고 있다.

이장균 창업자 아들 이만득 회장은 삼천리그룹을, 유성연 창업자 아들 유상덕 회장은 삼탄을 경영한다.

최근에는 삼천리보다는 삼탄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인도네시아 파시르 광산 덕분이다. 지난해 매출 2조7918억원에 영업이익은 8696억원을 올렸다. 현금성 자산만 1조원이 넘고 인도네시아 석탄광 가치는 수조원에 달한다. 지금 추세로 보면 파시르 탄광 상업 생산은 적어도 205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그마치 40년이다.

상대적으로 재계에 이름이 퍼졌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룹사들도 있다. 식품업계의 '다크호스' SPC그룹이다.

SPC그룹은 고 허창성 명예회장이 45년 황해도 옹진에서 세운 빵집 상미당에서 출발했다. 48년 상미당은 서울 을지로 방산시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59년 삼립제과공사로 바뀌었다.

현재 SPC그룹을 이끌고 있는 허영인 회장은 허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86년 법인 파리크라상을 세워 88년부터 파리바게뜨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고 90년대 말 파리바게뜨를 프랜차이즈 빵집 1위에 올려 놓았다.

이름 생소한 '삼탄'
현금 자산만 1조원

SPC그룹은 현재 12개 계열사와 22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은 3조4500억원으로 200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해외 매출은 2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며 2020년 해외 매출 목표는 2조3000억원이다.

이외에 ▲초저온 보냉재 전문생산 부산 소재 화학기업 동성그룹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서 인수합병으로 그룹화에 나선 웰크론그룹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에서 건설, 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원익그룹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KG그룹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인 화신그룹 등도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그룹다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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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