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요시사>는 일감 몰아주기 연속기획을 통해 일진그룹의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933호 참조)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장남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가 개인 소유한 일진파트너스에 계열사 일감이 몰렸고, 허 회장이 일진홀딩스 지분 전량을 일진파트너스에 넘기자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이 회사 외에도 내부거래가 많은 일진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일진디앤코'와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반도체' '아이텍' 등이다. 이들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주거니 받거니
2008년 일진홀딩스에서 부동산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일진디앤코는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체다. 문제는 자생력. 관계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절반 정도를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수십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진디앤코는 지난해 매출 61억원 가운데 28억원(46%)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일진전기(12억원), 일진머티리얼즈(5억원), 일진다이아몬드(4억원), 일진디스플레이(2억원) 등이다. 이들 회사로부터 사옥, 공장용지, 기계장치 등의 임대를 발주 받았다.
2011년에도 일진전기(8억원), 일진다이아몬드(4억원), 일진머티리얼즈(4억원), 일진디스플레이(3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54억원 중 25억원(46%)에 달하는 일감을 일진디앤코에 퍼줬다. 일진디앤코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대비 비중은 ▲2008년 46%(총매출 24억원-내부거래 11억원) ▲2009년 45%(49억원-22억원) ▲2010년 53%(51억원-27억원)로 나타났다.
2004년 설립돼 그해 상장한 일진다이아몬드는 공업용 다이아몬드 분말과 소결체 등 기초무기화학물질 제조업체다. 이 회사 역시 매출의 절반가량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대부분 해외법인들과 거래했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49%. 매출 933억원에서 유럽법인(152억원), 미국법인(116억원), 일본법인(100억원), 중국법인(76억원) 등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456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내부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9년까지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 10∼20%대를 넘지 않다가 이듬해부터 증가했다.
일진다이아몬드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16%(548억원-87억원), 2006년 18%(602억원-107억원), 2007년 24%(641억원-154억원), 2008년 13%(778억원-101억원), 2009년 27%(564억원-153억원)였다가 ▲2010년 32%(824억원-260억원)로 늘더니 ▲2011년 42%(899억원-378억원)까지 치솟았다.
매년 수십∼수백억씩…매출 절반 의존
낯 두꺼운 '허씨 일가' 직간접적 지배
2007년 설립된 일진반도체는 반도체소자,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전자관 등 제조업체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일진반도체가 공개한 직원(상시종업원)이 고작 5명뿐이란 사실이다. 당시 회사 매출이 15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발생 매출액(생산성)이 무려 30억원이 넘는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직원 1인당 매출이 20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에서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실적이다.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10억원이 채 안 된다.
그렇다면 일진반도체의 '미친 생산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바로 내부거래 때문이다. 일진반도체는 지난해 매출 152억원에서 일진엘이디(53억원), 루미리치(36억원) 등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90억원(59%)이나 됐다. 앞서 직원이 81명이었던 2010년 18%(195억원-35억원), 53명이었던 2011년엔 21%(206억원-43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2000년 설립된 아이텍도 지난해 직원이 단 1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매출은 8억원이나 된다. 아이텍은 당초 여신전문금융업이 주업종인 아이텍인베스트먼트란 회사에서 지난해 신기술, 구조조정, M&A 등에 투자하는 경영컨설팅으로 업종을 변경하면서 현 상호로 변경했다. 그전까지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수익으로 운영됐다.
아이텍은 지난해 8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5억원(63%)이 알피니온메디컬시스템(2억원), 처인레저(2억원) 등 계열사 물량이다. 2011년에도 매출 13억원 가운데 9억원(69%)을 일진파트너스(4억원), 알피니온메디컬시스템(2억원), 처인레저(2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채웠다.
이들 4개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진디앤코는 그룹 지주회사인 일진홀딩스의 자회사(100%)다. 일진홀딩스는 허 대표가 최대주주. 개인지분(29.12%)과 개인소유한 일진파트너스(24.64%)를 통해 확보한 지분을 합쳐 모두 54%를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의 부인 김향식(0.8%)씨와 두 딸 세경·승은(각각 0.33%)씨도 일진홀딩스 지분이 있다.
'미친 생산성'
일진홀딩스는 일진다이아몬드(61.8%)와 아이텍(70%)도 지배하고 있다. 이외 일진다이아몬드엔 김씨(1.92%)와 세경씨(0.89%) 지분도 있다. 아이텍은 허 회장과 허 대표가 각각 15%를 쥐고 있다. 일진반도체의 경우 세경씨와 그의 남편 김하철 일진반도체 대표이사가 각각 17.53%를, 허 회장도 지분(5.84%)이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감 받는' 4개사 기부는?
계열사 일감을 받고 있는 일진디앤코와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반도체, 아이텍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일진디앤코와 아이텍은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2011년 역시 기부금은 '0원'이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지난해 매출(933억원) 대비 0.1%에 해당하는 1억원을 기부했다. 일진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1억5000만원을 기부했는데, 이는 매출(152억원)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두 회사는 2011년엔 기부하지 않았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