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는 한국 근현대사를 그대로 투영한다. 그는 일제강점기 시절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서 태어났다. 목포상업고등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해운회사에 취직했다. 광복이 된 후 전남선박 목포조합장, 대양조선 사장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그가 시련을 맛본 것은 정치를 하면서부터다. DJ는 평생 열세 번의 선거에 출마해 일곱 번 당선됐다. 그중 첫 당선은 3번의 실패를 딛고 이뤄낸 쾌거였다. 하지만 당선된 지 사흘 만에 5·16 군사정변으로 선서 한 번 못해보고 의원직을 잃었다.
첫 대권 도전에서 DJ는 박정희 대통령에 90만 표차로 석패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은 이를 큰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정적으로 지목된 DJ는 모진 탄압을 받아야 했다. 유신이 선포된 1972년부터 1987년 6·29 선언까지 17년 동안은 납치와 망명, 투옥, 연금으로 점철된 암흑기였다. 1987년 정치적으로 재기하지만 YS와의 후보단일화 실패로 대선 패배, 1992년 3당 합당으로 나선 YS에 또 다시 패배해 정계은퇴 선언을 했다. 그러나 1997년 다시 대권을 꿈꿨고 DJP연합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DJ는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빠른 대응으로 IMF 외환위기를 벗어났고 남북정상회담을 이뤄냈다. 그러나 잇따른 측근 비리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으며 대북송금특검 등으로 남북정상회담에도 생채기가 났다. 하지만 통일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그는 마지막까지 ‘통일’에 대한 염원을 품고 간 ‘통일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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