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별기획>④ ‘포스트 조문정국’ 정치 함수

겉은 ‘애도’ 속으론 ‘끙끙’



민주, 원외투쟁 부담에 탄력 받는 등원론
한나라, 10월 재보선, 선거구제 개편 변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야는 ‘포스트 조문정국’을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서 겪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동반 추락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의 유지대로 남은 민주세력의 연합을 통해 ‘반MB전선’을 확대하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조문정국으로 멈춰졌던 정치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10월 재보선 공천과 9월 정기국회, 이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논의 등 복잡한 상황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조문정국 후 정세 변화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조문정국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보다 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올스톱된 여의도는 겉으로는 애도를, 속으로는 향후 정국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상주 된 민주당
‘민주대연합’ 구상

DJ의 서거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조문정국 보다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그의 정치적 무게처럼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또한 국장이 마무리되자마자 10월 재보선 공천과 9월 정기국회 개원 문제 등 굵직한 사안을 처리해야 해 여야의 머리싸움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10월 재보선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정치 풍향계가 될 전망이고 9월 정기국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8·15 메시지를 통해 전한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이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9월 정기국회를 개원할 수 있을지의 여부부터 따져야 한다.

서거정국으로 다시 상주가 된 민주당은 ‘DJ의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그중 하나가 민주세력의 대연합이다. 민주세력이 뭉쳐야 한다는 DJ의 말처럼 민주세력을 모으겠다는 것. 이는 길어지고 있는 장외투쟁으로 인해 하나둘 표출되고 있는 당 내부의 불협화음을 잠재울 수 있는데다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친노 진영을 압박할 수 있는 패다.


또한 ‘반MB전선’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DJ가 마지막 연설이 된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현 정부를 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거세게 질타했기 때문이다. 당시 DJ는 “우리는,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면서 “만일 이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정부도 불행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을 갖고 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할 것을 바란다”고 경고했다.

미디어법에 대한 반감이 가시지 않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 문제 등도 ‘반MB전선’을 강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반MB전선’이 강화되면 대여투쟁에 탄력이 붙게 될 뿐더러 곧 있을 10월 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민주당은 국회에 꾸려진 DJ의 빈소보다 시민 참여가 더 많은 서울역 광장 빈소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민심의 향방을 살피고 있다.

거목 부재 ‘큰 구멍’
민주당내 역학구조 변화

DJ의 유지를 잇는 것과는 별개로 민주당은 한 해에 연거푸 두 전직 대통령을 잃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DJ의 ‘훈수정치’는 민주당에도 부담이기는 했지만 정치적 위기 때마다 나서서 민주세력을 다독이고 감싸던 정신적 지주가 사라진 까닭이다.

또한 DJ의 서거로 인해 당 내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전국정당화를 위해 ‘중원’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호남에 대한 영향력이 일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DJ가 서거함으로써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가 손상되는 것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선 아직 모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9월 정기국회 등원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등원론에 대한 내부의 주장뿐 아니라 평생 정치의 중심 무대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의회주의자 DJ의 뜻을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빈소가 국회에 치러진 것도 그러한 DJ의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당이 자연스럽게 등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DJ의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이 5월 말 서거했을 때 나는 6월 국회를 바로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를 통해 500만 명을 민주당에 줬다. 우리가 그런 추모 열기를 등에 업고 바로 등원해서 강력한 원내투쟁을 했더라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며 등원을 주장했다.


그는 “나는 ‘주국야광(晝國夜光)’을 하자는 입장”이라며 “낮에는 국회에서 투쟁하고, 밤에 필요할 경우 광화문으로 나가 촛불을 들자는 거다. 우리는 9월이 되면 9월의 행동을 할 것이다. 무조건 등원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9월 정기국회가 되면 합당한 행동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의원직 사퇴까지 내걸면서 원외투쟁에 나선 만큼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DJ의 서거가 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등원을 위해서는 의원직 사퇴에 맞먹는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DJ까지 서거하며 국민 여론이 다시 한 번 민주당으로 모아질 수 있다는 점과 정부 여당이 그 후폭풍에 가격당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때와는 달리 당 지도부가 발 빠르게 조문에 나서는 등 조문정국 동안에도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에게는 조문정국보다 ‘포스트 조문정국’이 더 골칫거리다. 당장 10월 재보선이 멀지 않았다. 재보선 지역이 확정된 곳은 강원도 강릉, 경기도 안산, 경남 양산이다. 하지만 수도권 한두 곳이 더 늘어날 수 있는데다 이 경우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도권 민심이 민주당으로 돌아서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숨죽인 한나라당
골치 아픈 일감만 잔뜩

9월 정기국회도 난제를 안고 있다.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이다. 당초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은 이 대통령이 8·15 메시지에서 “여당에 불리해도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한 이래 여권 내에서 활발히 논의됐다.
박희태 대표는 “우리 정치 현안 중에서 특히 선거제도와 지방행정구역 개편 등은 이 시대의 소명”이라며 “당은 이 대통령의 이러한 정치구상과 방향 제시에 대해 총력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은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고 향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조문정국으로 기대했던 효과가 반감됐으며 국장 후 바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바쁜 일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거정국이 끝나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DJ는 죽기 직전까지 남북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주장하며 현 정부에 ‘6·15 선언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동교동계 측근들도 “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부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관된 대북정책이 있어야 북한도 남한 정부를 신뢰하고 대남 유화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 조문단’이 DJ의 조문을 위해 방문했다는 것도 호재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출범 후 북한과 냉랭한 기운만 쌓아갔다.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이 성과를 가져오며 대북관계 개선이라는 소득을 얻었지만 그만큼 “정부는 뭐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특사 조문단’은 방문 그 자체가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북한 조문단이 DJ의 빈소를 찾은 지난 21을 기점으로 육로통행 및 체류 관련 제한 조처가 해제됐다. 조문단을 위한 임시 전화 개설도 지난해 11월 북한이 끊었던 적십자 채널의 전면적 복원은 아니지만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정책 어찌하나
여권 고민 깊어만 가

대북 소식통들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잇따른 방북, 북측의 조문단 파견, 남북적십자회담 제안 등의 흐름은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며 “임시 전화 개설로 인해 남북 정부 간 연락 채널 복원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북측과의 대화를 위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수정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면서도 “능동적인 대북전문가를 등용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절충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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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