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CJ 수사 사전기획설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1:42:31
  • 댓글 0개

미리 짜인 각본대로 이재현 몰이?

[일요시사=경제1팀]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코너에 몰아세운 검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의기양양'자신만만한 모습. 실형이 확실하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수사 과정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검찰이 미리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사전기획설 등 음모론이 그래서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된 것은 7월18일. 2078억원의 탈세·횡령·배임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 963억원을 조성하고 회사에 569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 546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포함됐다.

대기업 수사치고
상당히 짧은 기간

검찰은 CJ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자평했다. 성과가 상당했다는 것. 검찰 내부에선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역외탈세 범죄가 그 실체를 규명하는 데 매우 어려운 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충분한 사전 내사와 철저한 압수수색, 사법공조 등의 방법을 동원해 최초로 재벌 총수의 역외탈세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검찰은 "CJ그룹은 회장실 산하에 총수 재산을 관리하는 전담팀을 두고 조직적·지속적으로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며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재벌총수의 대규모 역외탈세 범죄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아무리 (의혹을 검증할 단서를) 찾아도 100%는 불가능하고 보통 70∼80%를 밝히면 최상이라고 보는데 이번 CJ 수사가 그런 경우"란 말이 흘러나온다.

검찰은 이 회장뿐만 아니라 '대어'들도 낚았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CJ그룹의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구속했다. 앞서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CJ 측으로부터 골프접대 등을 받은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1일 사표를 내기도 했다.

CJ 수뇌부도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6월27일 비자금 관리 업무를 총괄한 CJ홍콩법인장 신동기 부사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범행에 가담한 성모 재무담당 부사장, 배모 전 CJ일본법인장, 하모 전 CJ㈜ 대표도 불구속 기소됐다. 중국에 체류 중인 김모 중국총괄 부사장은 지명수배 후 기소중지됐다.

재판부는 이르면 올 연말께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기소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이 회장은 최소 5년 이상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재판을 앞두고 자신만만한 모습. 실형이 확실하다는 표정이다.

1심 재판 앞두고 음모론 등 각종 의혹 무성
2개월만에 후딱…속전속결 수사배경 의문

그러나 재계엔 CJ 수사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전기획설 등 음모론이 그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게 CJ 비자금 수사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5월21일 CJ그룹 본사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35일 만인 6월25일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이어 23일 후 이 회장이 기소됐다. 수사가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SK(9개월), 한화(5개월), 태광(3개월) 등 다른 대기업 수사에 비해 상당히 짧은 기간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1년 4월 '선물투자 수천억원대 손실'사실이 공개됐다. 그해 12월 검찰에 소환됐고, 이듬해 1월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0년 9월 장교동 본사 압수수색 동시에 검찰의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12월 소환조사를 받았고, 이듬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8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2010년 10월 장충동 태광산업 본사 압수수색이 수사 신호탄이었던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이듬해 1월 소환조사에 이어 구속됐다.

USB 하나에
무너진 CJ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짧은데도 검찰이 큰 성과를 낸 것은 철저한 사전기획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검찰은 CJ그룹의 남산본사, 제일제당, 인재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할 당시 내부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각 층별 부서 위치를 완벽히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재무팀 금고 위치와 관련업무 부서 핵심 인력까지 미리 속속들이 파악하고 들이닥쳤다고 한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가 관련된 대형 사건을 두달 만에 수사를 종료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며 "(CJ 수사는) 오래전부터 충분한 단서를 가지고 수사에 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CJ 수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CJ 전 재무팀장 이모씨다. 단초는 그의 USB. 이씨가 갖고 있던 USB 안에는 일본 빌딩 구입과 이 회장 횡령액, 국내 차명재산 관리 내용 등 CJ그룹의 비자금 기록이 담겨 있었다.

이씨가 작성한 금전출납 기록엔 '국세청 3억원'이라고 구체적인 금액까지 명시돼 있었다.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이 회장에게 보낸 편지도 USB에 내장돼 있었다. 10장 가량의 이 편지는 2007년 이씨가 이 회장의 비자금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퇴직 당한 뒤 복직을 요구하며 쓴 사실상 협박용이었다. 편지엔 "CJ 재무팀이 관리하던 차명주식을 매각해 대금을 세탁하고 해외 미술품을 구매했다. 문제되지 않게 잘 처리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적극적인 협조도 주효했다. 일례로 국세청 로비의 경우 검찰은 CJ 측이 꼼짝없이 백기를 들게 한 증거를 들이댄 것으로 알려졌다. 허병익 전 차장이 돈을 요구한 정황, 4인 회동(이 회장-전군표-허병익-신동기) 등에 대해 이씨가 구체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알고도…'검찰 5년전 확인
'이제와서 왜?' 의혹투성이

검찰은 이씨의 진술로 이 회장 측을 압박했다. 이 회장과 신 부사장이 부인하려 해도 이씨의 진술과 메모, 심지어 4인 회동 당일 호텔 면세점에서 프랭크 뮬러 시계를 샀던 세금계산서까지 검찰이 확보해 보여주는 데 버티기 어려웠을 거란 후문이다.

결국 시인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마련된 셈이다. 검찰 조사를 받았던 CJ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각종 자료와 진술 등 워낙 많은 것을 확보해놓아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사실 이씨는 2007∼2008년 이미 수사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 왜 밝히지 못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역시 기획수사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묻혔던 사건을 왜 갑자기 꺼냈냐는 것이다. 정보와 증거를 입수하고도 몇년 뒤에야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CJ 비자금 의혹은 5년 전 이씨가 사업추진 과정에서 살인청부 의혹에 휘말리면서 처음 드러났다. 이 회장의 '금고지기'였던 이씨는 사채업자에 비자금을 빌려줬다가 회수하지 못하자 살인청부를 시도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이 이씨가 살인을 교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USB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로부터 파손된 USB를 압수했지만 제대로 복구하지 못했고, 보다 못한 검찰이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분석 작업 끝에 USB를 복원했고, 여기에서 CJ 비자금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국세청 로비 전 재무팀장 USB 통해 확인"
이재현-신동기-전군표-허병익 회동도 진술

당시 검찰은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고도 조세포탈에 대해서만 국세청에 통보하고 수사를 일단락지었다. 국세청도 CJ에 대해 세무조사나 고발을 하지 않았다. CJ로부터 1700억원의 세금을 분할 납부 받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검찰은 2010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CJ가 해외에서 조성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정보까지 넘겨줬지만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고작 2008년 12월 이씨를 구속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은 입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 것은 현 정권 들어서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검찰 안팎에서 대기업 사정설이 돌았고, 그중 한 곳이 바로 CJ그룹이었다.

특히 5월5일∼10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당시 CJ그룹이 경제사절단에서 제외되자 말들이 많았다. 검찰의 CJ그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청와대가 이를 인지하고 이 회장을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제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열흘 뒤인 5월21일 CJ그룹 본사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가 시작됐고, 7월18일 이 회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구속기소된 첫 대기업 총수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CJ 수사를 둘러싸고 소문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미리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미 5년 전에 마무리됐던 사건을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권 들어
사정설 돌아

검찰은 CJ 수사를 둘러싸고 시중에 돌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CJ 수사 음모론에 대해 "이번 수사는 충분한 내사로 단서가 확보돼 착수한 것이다. 시중 각종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CJ그룹. 이 회장의 건강도 좋지 않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이런 상황에서 가져갈 수 있는 전략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변호인단도 횡령한 금액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없고 대부분 회사 임직원들에게 격려금으로 사용했다는 점 등을 강조해 정상참작 부분을 인정받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CJ 사건'유사 사례

작은 단초가 대형 사건으로

USB 하나가 대기업 수장을 삼킨 CJ 사건처럼 작은 단초가 대형 사건으로 확대된 사례는 더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1972년 6월 워싱턴 DC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프랭크 윌즈는 건물 최하부 계단의 후미진 곳과 주차장 사이 문을 이상한 테이프로 감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 의심이 든 경비원은 워싱턴 시경에 신고했고, 경찰은 같은 호텔에 있던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본부 사무소에 설치한 도청기를 손보기 위해 불법 침입한 5명의 남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그런데 범인 중 한 명의 수첩에서 백악관 전화번호가 발견됐다. 미 대통령이 최초로 중도 사임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처럼 작은 단초에서 시작됐다.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MB정부의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비슷한 경우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은 다른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브로커 이동율씨의 수첩에서 최 전 위원장의 이름을 발견하면서 우연히 드러나게 됐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씨의 운전기사였던 최모씨가 이씨의 승용차 트렁크에 돈 상자를 옮겨 실은 뒤 찍은 사진이 드러났고, 결국 최 전 위원장은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면치 못했다.

2008년 삼성특검 땐 협박편지가 등장했다. 삼성증권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박모씨는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 폭로 이후 회사 간부들에게 "내가 차명계좌를 만들어 관리했다. 5억원을 주지 않으면 외부에 비자금 자료를 넘기겠다"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100여개 차명계좌 리스트도 첨부했다. 협박편지는 특검이 삼성을 압수수색할 때 발견됐고, 이후 특검이 차명재산을 파고드는 단초가 됐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전 직원의 협박 메일을 단서로 차명재산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재현 병실은 지금…

VIP 환자로 만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입원한 서울대병원 VIP 병실은 만실이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12층 VIP 병실은 모두 4곳.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막는 이곳은 하루 입원비가 40만∼100만원에 달한다. 이곳엔 현재 이 회장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신장 기증자는 이 회장의 부인. 지난달 20일 구속집행이 정지된 이 회장은 11월28일까지 입원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의 주거지는 장충동 자택과 치료를 받는 서울대병원으로 제한된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폐렴으로 입원해 지금까지 병실에서 지내고 있다. 입원 당시 상태가 악화돼 폐렴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퇴원 일정은 미정이다. 김 회장은 우울증과 호흡곤란 증세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지난 1월부터 병원에 머물고 있다. 구속집행정지 기한은 11월7일까지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