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동성애 채팅방에선 무슨 일이…

“○○ 사이즈 맞는 파트너 찾아요”

[일요시사=사회팀] 성소수자들의 모임, 즉 동성애 채팅이 온라인서 활개를 치고 있다. 말끔하게 혹은 여성보다 더 예쁘장하게 생긴 남성들은 이 동성애 채팅방에 가입해 직접 프로필을 올리며 동성애인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프로필은 선정적인 노출사진과 여장사진, 나이, 성적취향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게 돼있고, 이를 보며 동성애자들은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골라 번개(즉석만남)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을 <일요시사>가 심층취재 했다.



훈남들이 즐비한 ‘OO코리아’라는 온라인사이트는 특별한 이들에게만 허용된 사이트다. 물론 신상정보와 취향만 공개한다면 누구든 이 사이트에 회원가입 할 수 있지만 일반인은 쉽게 자신의 신원정보를 이 사이트에 공개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이 사이트는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CD(크로스드레서:여장남성),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놀이터다. 사이트 성향과 맞게 당연히 19세 미만은 접속할 수 없는 성인사이트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성향의 애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프로필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자유 채팅방에
성소수자 바글

홈페이지를 열자 우측 길게 늘어선 채팅방에 약 30여명의 사이트 회원들이 ‘만남’을 요청한다. 서로의 지역을 묻고 성적취향을 물은 뒤 두 가지 조건이 일치하면 그들만의 은밀한 만남이 성사된다. 채팅방에서 회원들이 주고받는 번개내용은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구든지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을 ‘뚱바텀(뚱뚱한 여성성향 게이)’ 훈남탑(훈훈한 외모의 남성성향 게이)‘ 등으로 소개하며 원나잇 상대 혹은 애인 찾기에 열을 올린다.

‘하이O’라는 닉네임의 한 남성은 자신의 20(나이)-168(키)-55(사이즈)를 차례로 적은 뒤 불특정 남성들과 화상채팅을 시도했다. 닉네임 ‘밤의OOO’는 “오늘 ㅇㄹ 해주실 분”이라고 쓴 뒤 원나잇 섹스에 맞는 상대를 급구하기도 했다. 여기서 ‘ㅇㄹ’은 오럴섹스를 의미한다.

왼쪽 상단에는 CD와 트랜스젠더, 쉬멜(남성 성기는 보전한 채 여성의 몸을 가진 남성)의 홍보용 프로필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사진 속 남성들은 여성을 능가하는 미모를 뽐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근육질 몸에 가발과 브래지어만 착용한 이도 있었다. 여성의 미모에 달하는 외모를 가진 남성은 거의 트랜스젠더 혹은 쉬멜이었다. 트랜스젠더는 가슴부터 성기부분까지 모두 여성과 같았고, 매끄러운 다리와 긴 머리, 능숙한 화장술을 자랑했다. 쉬멜은 풍만한 가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출 의상을 즐겼지만 아직 성전환수술을 하지 못해 하의 속옷은 노출하지 않았다.

반면 미숙한 스모키 눈화장에 거뭇거뭇한 수염을 미처 가리지 못하고 입술을 내밀며 여장남성임을 자랑하는 CD들도 있었다.


기자는 더 자세한 프로필 탐색과 동성애 채팅에 합류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시도했다. 회원가입란에는 필수항목들이 나열돼 있었다. 실명인증을 위해 성명과 나이,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야 했다. 다음에 닉네임과 이메일, 지역, 성별란이 차례로 필수항목으로 표시돼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성정체성과 성향, 키, 몸무게, 체형 등도 필수항목으로 명시돼 있는 점이었다. 채팅 사이트이기 때문에 부가적인 항목도 필수로 기재해야 했던 것이다.

게이·트랜스젠더·레즈비언 실시간 채팅
신체·성향 공개…경험없는 어린사람 우대

성정체성과 성향, 체형란에는 10여개에 달하는 종류가 있었다. 체형은 일반인들이 익히 들어봤던 용어들이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지만 성정체성과 성향을 묻는 일부 용어들은 포털사이트에 일일이 검색해야 할 정도로 이해가 어려웠다.

먼저 성정체성 종류에는 게이-레즈비언-바이(양성애)-러버(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남자)-쉬멜-CD-트랜스젠더MtoF(남자에서 여자로)-트랜스젠더FtoM(여자에서 남자로)-이성애로 나뉘었다. 

성향 또한 이해는 쉽지 않았다. 성향이란 ‘남성역할’ ‘여성역할’로 구분하는 것인데 이것은 동성애자들의 성관계시를 대비해 표현하는 것이다. 이 역시 10여개에 달하는 체위가 적혀있었고, 이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종류에는 올(양성성향)-올탑(남성성향 강함)-올바텀(여성성향 강함)-탑(남성역할)-바텀(여성역할)-오랄(구강섹스)-전천(레즈비언 중 양성성향 가능)-부치(레즈비언 중 여성성향)-팸(레즈비언 중 남성성향)-비공개-모름 등으로 이뤄졌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그들만의 은어를 해석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자는 각 필수항목 선택란에 대충 표기한 뒤 성향별 프로필 탐문에 나섰다. 게이들의 프로필이 가장 많았는데, 그들은 아무거리낌 없이 자신의 얼굴과 몸매가 드러난 노출사진을 올리며 원나잇 상대와 동성 애인을 찾았다. 지역별로는 수도인 서울이 2000여건에 이를 정도로 수없이 많은 프로필이 올라왔다.

동성애 남성으로부터 가장 많은 대시를 받은 서울에 거주하는 한 20대 남성은 이준기를 닮은 준수한 외모에 마른 체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양성성향을 갖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동성 애인을 구하고 있었다. 27세인 그는 “전 어린 분 만나고 싶네요. 어린 분만 연락 주세요. 경험 없으시면 더 좋아요. 제가 리드 할테니 걱정마시구요”라고 소개했다.


알 수 없는
그들의 은어

높은 콧대에 강렬한 눈빛이 매력인 조각 같은 외모의 20대 양성애자는 혈액형과 취미, 자신 있는 부위(?)까지 노골적으로 공개하며 “가볍게 만나서 밥이나 먹고 자기도 할 친구 같은 바텀 구합니다. 연애경험은 그다지 상관없고요, 양다리고 삼다리고 다 괜찮습니다”라며 여성성향의 동성애자와의 만남을 갈구했다. 그 역시 많은 이들로부터 즉석만남을 요구하는 댓글세례를 받았다.

이 외에도 게이연인끼리 딥키스를 나누는 영상이나 사진 등 음란한 자료들을 올리는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프로필도 더러 포함돼 있었다. 

게이 프로필을 탐색한 결과 그들은 대부분 연하의 동성 애인을 원했다. 반면 뚱뚱하고 배나온 40대의 중년 남성과 잠자리를 원하는 20대 얼짱게이도 있었다. 그의 취향은 흔치 않아서 중년들의 환호댓글을 받기도 했다.
뚱뚱한 남성들도 속옷차림으로 자신의 뱃살과 성기부분을 강조했다. 근육질의 멋진 게이도 많은데 살집이 두둑하고 쳐진 몸매의 게이를 어느 누가 좋아할까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의외로 일부 게이들은 살집이 두둑한 뚱뚱한 남성만 찾아 다녔으며 특히 ‘중년에 뚱뚱한’ 스타일을 선호했다.

이처럼 애인을 찾고자 프로필을 홍보하는 게이들이 있는가 하면 단지 원나잇을 위해 속옷만 착용한 채 자신의 성기크기를 자랑하는 게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왕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근육질의 남성이었고, 흰색 면 속옷이나 화려한 무늬의 속옷을 주로 착용했다. 몸매와 성기를 강조하기 위해 얼굴은 가렸고, 다리를 크게 벌리는 등 민망한 자세를 연출하며 사진을 찍었다.

CD와 트랜스젠더들이 모이는 프로필 사이트는 온갖 남성들이 여장을 하며 몸매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냥 봐도 남성이 여장을 한 것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한 남성은 솜털 하나 없는 매끈한 다리에 몸매라인이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를 착용했다.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해 다리를 수줍은 듯 살짝 꼬기도 했다. 눈과 입술은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가려 여성스러움을 돋보이게 했지만, 입술 언저리에는 파우더로도 가려지지 않은 면도자국이 선명해 여장남자임이 단번에 들통 났다.

브래지어·스타킹
착용 각선미 자랑

그와 같은 CD는 많았다. 한쪽 눈을 가리는 괴상한 가발을 쓰고 브래지어를 착용한 20대 남성은 여성보다 더 섹시한 S라인을 과시했지만, 그 역시 거뭇한 면도자국을 숨길 수는 없었다. CD들은 긴 웨이브 가발을 선호했고 브래지어 착용 혹은 각선미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사진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들은 여장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장 시켜주면 어느 체위든 다 해준다” “저 여장 해주고 마음대로 데리고 노세요”라며 러버들을 유혹했다.

트랜스젠더와 쉬멜은 비교적 여성과 흡사한 외모를 소유했다. 가슴성형으로 여성처럼 풍만한 가슴을 갖게 된 이들은 보다 자신감이 넘쳐 남성들을 유혹하는데 적극적이었다. 여성적인 어투와 능숙한 화장기법, 일반 여성보다 더욱 탐스러운 몸매가 돋보이는 이들은 더 이상 자신을 남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취미는 ‘요리’, 이상형은 ‘날 이해해주는 혹은 사랑해주는 남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쉬멜들은 성기만 제외하면 여성과 별 다를 바가 없었고, 대부분 남성과의 원나잇을 원했다. 

청순한 매력이 돋보이는 한 쉬멜은 “외로워요. 옆에서 위로해 주실 오빠 분 연락 주세요”라며 글을 남겨 수많은 러버들의 번개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이내 부정적인 댓글도 연이어 달렸는데, 이유는 성매매 때문이었다. 그와의 만남을 시도했던 몇 남성들은 쉬멜과 몇 번 연락을 주고받은 뒤 금전거래를 요구했다며 “쟤 창녀다. 몸 파는 X이다”라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 사이에서도 성매매는 금기사항인 것으로 추측된다.

속옷만 입은 사진으로 유혹 ‘번개 신청’
“바이성향녀 구함”여성 양성애자 찾기도

마지막 프로필 탐문으로 레즈비언 사이트에 접속했다. 레즈비언 사이트에 들어가려면 여성인증을 필수로 거쳐야 했다. 회원 수는 전체의 5% 남짓으로 비교적 적은 수치였다. 즉석만남을 요청하는 글 개수도 50개가 채 되지 않았다. 인증을 한 번 더 거처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지, 게이와 달리 레즈비언들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향을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들도 비이성애자였고, 극소수지만 동성애 채팅방에 가입해서 가끔 친구도 사귀고 즉석만남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20대 레즈비언은 “바이성향 여자분 만남 급구해요. 오늘 집 비어서 아무 때나 상관 없어요”라며 즉석만남을 요구했다. 이 레즈비언 역시 양성애자에 가까웠다. 여성과 성관계를 나눌 시 리드를 하고 싶거나, 받고 싶을 때가 공존하는 듯 했다.


동성애 프로필을 살펴본 뒤 기자는 본격적으로 동성애 채팅방에 합류했다. 3∼4일 동안 접속해본 바 이들은 실시간 채팅을 즐기고 있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24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번개를 신청했다. 개중에는 진정한 친구나 애인을 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자는 게이인 척 위장한 뒤 채팅방에 접속했다. 채팅방 상단에는 ‘음란 및 성매매를 할 경우 강퇴(강제퇴장)와 동시에 아이피 차단으로 사이트에서 활동을 못하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라고 명시 돼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채팅방 내에서도 성매매는 금기사항이었다.

멘트도 가지각색이었다. 즉석만남을 원하는 회원들은 ‘서울 신촌’ ‘대전’ ‘부산 서구’ 등 지역만 간단하게 말한 뒤 지역이 맞으면 성향탐색에 들어갔다. ‘바텀’ ‘탑’ ‘오럴’ 등 성향을 묻고 자신과 맞으면 바로 귓말(비밀채팅)을 남겼다.

취향 맞으면
번개요청 쇄도

기자는 ‘서울 종로’라고 쓴 뒤 반응을 기다렸다. 바로 귓말이 들어왔다. 종로에 거주하고 있다는 닉네임 ‘허O’은 “같은 동네 사시네요. 혹시 님 탑?”이라며 곧바로 성향을 물어왔다. 기자가 바텀이라고 대답하니 그는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아서인 지 대답이 없었다.

종로에 거주하는 또 다른 회원 ‘유리OO’는 “종로 어디서 만날까요? 저는 올이라서 어느 체위든 모두 가능해요. 말라도 상관은 없지만 가급적 잔근육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적극적으로 만남을 요청했다. 화상채팅을 요구하는 “캠 하실분”이나 오럴섹스를 의미하는 멘트인 “립서비스 화끈하게 받으실 분” 등의 멘트도 종종 올라왔다.


채팅방의 회원들은 주로 원나잇 섹스에 목적을 두고 접속한다. 회원들은 운영자의 제제를 피하기 위해 섹스의 종류를 설명할 때 음란한 단어를 바로 쓰지 않고 자음만 써서 그들만의 은어로 주고받는다. 동성애 채팅으로 만난 이들은 단순히 원나잇 상대나 섹스파트너로 인연을 맺는 경우도 있고, 즉석만남 후 마음이 통해 애인으로 연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욕구충족을 위해 만남을 주선하는 동성애 채팅사이트에도 부작용은 있다. 가볍게 하룻밤 보내고자 즉석만남을 시도했다가 게이 꽃뱀한테 물려 금전적 피해를 보거나 무차별 성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게이남성이 채팅으로 만난 남성에게 돈을 갈취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40대 회사원 A씨는 가정이 있는 가장이었다. 양성애지만 게이 성향이 좀 더 강했다. A씨는 채팅에서 우연히 만난 20대 남성 B씨와 몇 차례 관계를 가지며 은밀한 관계를 지속해왔는데, 어느 날 B씨가 “나와 있었던 일을 당신 가족과 회사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며 돈을 요구해왔다. 애초 B씨의 목적은 돈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위치가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아 두려웠던 A씨는 결국 B씨의 요구대로 1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줘야 했다. 이후 A씨는 채팅방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선임한테 성폭행을 당한 뒤 게이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한 20대 남성은 남자친구의 성폭행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남성 역시 채팅에서 만난 동갑 남성과 관계를 가진 뒤 교제를 시작했는데, 남자친구의 강제적인 섹스스타일 때문에 항문에 이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스릴 있어 좋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원하지 않을 때도 그가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섹스를 하려들어 무서웠다. 거부할 때는 폭력을 쓰기도 하고 강제로 오럴을 시키기도 했다. 헤어지자고 했더니 칼 들고 죽이려 들더라”며 “난 그의 연인이 아닌 그저 성노리개에 불과했다”고 하소연했다.

소통의 매개체
범죄 온상지로

동성애 사이트는 채팅 뿐 아니라 카페, 블로그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개수는 무려 수백개에 달한다. 성소수자로 분류되고 있는 이들은 일반인과의 소통을 뒤로한 채,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만남을 갈구하는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최근 동성애 채팅으로 인해 성매매, 사기 등 각종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과 다른 성취향 때문에 동성애자들의 소통 매개체로 시작했던 동성애 사이트. 처음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동성애 사이트는 점점 범죄의 온상지로 변질되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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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