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7주년 특집> 윤창중 사태로 본 ‘변태천국’ 자화상 ③성도착증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1 16: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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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툭…누가 윤창중에 돌을 던지랴

[일요시사=경제1팀] ‘윤창중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새로운 의혹들도 불거진 상황. 남미 언론에선 윤창중 전 대변인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 잡았다는 데서 나아가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마치 변태를 연상케 하는 굴욕적인 표현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단순 호기심을 넘어 성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성도착증’을 총망라해봤다.

 

 

 

섬섬옥수(纖纖玉手).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여성 손에만 성(性)적인 욕구를 나타내는 증세가 있던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여자손’애호증
놀란 모습에 흥분

지난해 7월20일 오전 4시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자취방에서 혼자 자고 있던 여대생 A(19)씨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린 A씨는 자신의 손을 살며시 쓰다듬고 있는 침입자를 발견하고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고함 소리에 놀란 침입자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며칠 뒤 새벽, 인근 가정집에 또 이 추행범이 침입했다.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간 남성은 자고 있는 주부 B(63)씨의 옆에 가만히 앉아 손을 만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은 만지지 않았다.

잠에서 깬 B씨는 놀라 “사람 살려”라고 소리쳤고, 남성은 바로 도주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서대문·은평구 일대에서 비슷한 내용의 경찰 신고가 6건 쏟아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범인을 붙잡았다.


범인은 마포구의 한 치킨집 종업원 이모(27)씨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의 나이나 외모는 상관없이 밤만 되면 여자 손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장소도 가정집부터 마사지 업소까지 다양했다. 피해자들은 “손 이외에 다른 곳을 만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런 성도착 증세가 시작된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라고 했다. ‘포크댄스’ 등 단체로 춤을 출 때 잡은 여학생의 손이 야릇하게 느껴지며 집착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후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정보공개 3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에 처해졌다.

여자옷 입고 침대서 목 조르며 쾌감
새벽만 되면 여자 손을…도착남 실형

재판부는 “이씨는 현재 지능이 IQ 66 정도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여성의 손에 성적으로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범행 당시의 정신상태도 정신병적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심신미약으로 인한 범행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흔히 변태라고 부르는 성도착증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타인의 성행위나 벗은 몸을 몰래 훔쳐보는 행위에만 집착하게 되는 관음증에서부터 낯선 사람에게 성기를 노출시키거나 노출시켰다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을 느끼는 노출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 사춘기 이전의 소아를 대상으로 해 성적 공상이나 성행위를 하고 싶은 욕구가 나타나는 경우(소아애호증), 이미 사망하였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적 쾌감을 얻는 경우(시체애호증), 굴욕을 당하거나 매질을 당하거나 묶이는 등 고통을 당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우(성적 피하증), 이성의 옷으로 바꿔 입고 성적 흥분을 하는  경우(복장 도착적 물품 음란증) 등이 이에 포함된다.

비닐봉지로
성적 행복감


30대 독신 남성인 소아신경정신과 의사 C씨는 여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의 이웃 남자아이들을 애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웃사람들은 C씨가 아이들을 특별히 잘 보살피고 도와준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의 체포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조사과정에서 C씨는 “여자들과는 어른이건 아이건 거의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시인하며 “자위를 할 때마다 6살에서 12살 나이 범위의 소년들에 대한 상상을 하곤 했으며, 한 해에 두 번 정도 그 나이의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자신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첫 번째 성경험이 여름캠프를 떠난 6살 때다. 15살인 캠프 보조자가 코스 동안에 수차례 그에게 구강성교를 하게 했는데 그 경험이 항상 남아있었다”며 “나도 어린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고는 믿지 않으며, 오히려 만족스러운 감정을 서로 나눌 뿐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서울에선 여자 옷을 입은 채 자신의 침대에서 사망한 40대 남성이 발견됐다. 그의 입에는 여성용 스카프가 잔뜩 들어 있었다. 또 목에는 개목걸이와 스카프 등으로 조른 자국이 선명했다. 무릎과 두 발도 스카프로 묶여 있었고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남성의 가족들은 타살이라 주장했지만 국과수는 그의 죽음을 자살도 타살도 아닌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스스로 목을 맸지만 자살이 아닌 해괴한 죽음을 법의학계 용어로는 ‘자기색정사’라고 한다. 성적 쾌감을 느끼기 위해 끈이나 비닐봉지, 심지어 전기장치 등을 이용해 스스로 뭔가를 하다 사고로 죽는 것을 지칭한다.

법의학계에 따르면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감소하는 순간 몸에는 가벼운 두통과 함께 현기증 또는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들뜬 기분이 나타나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런 미묘한 변화에서 행복감이나 성적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소아성애·자기색정·사체강간 등 다양

지난 2011년 충북 청주에선 한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져 있는 60대 여성을 성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D(19)군은 18일 오전 3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60대 여성이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성폭행했다.

이후 D군은 태연히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시신상태가 이상한 점을 발견해 집중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당시 D군은 경찰에서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운동하러 나왔다가 시체를 발견한 뒤 성욕을 느껴 잘못을 저질렀다.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등 범행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얼마 전 국내의 한 인터넷 게시판엔 ‘내 알몸 좀 평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올린 남성은 자신의 애인 사진이라며 몇 장의 선정적인 사진을 공개하며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자신의 애인 사진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서 쾌감을 얻는다고 썼다. 특히 성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네티즌들의 욕설에 가까운 글을 보면 오히려 성적인 쾌감까지 든다는 말을 남겨 충격을 주기도 했다.

좁쌀만한 충동
덩어리로 커져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성애와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색다른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 음란물을 통해 관음 성향을 충족한다든지, 다소 야한 옷을 입고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는 노출을 한다고 해서 변태라고 보긴 어렵다.

일반적인 성애의 범주를 넘어서 타인에게 혐오와 피해를 주고 성충동을 조절하기 힘들 경우, 성도착증이라는 정신질환에 해당한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거나 또는 인간 이외의 대상에서 성적 환상을 느끼고 성적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평소 뚜렷한 증상 없어 사전예방 힘들어
억압당했던 욕망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보통 성도착증이 생기는 이유는 살면서 여러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그 문제를 뿌리부터 해소하지 못하고,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더라도, 성공하기까지 억압당했던 욕망들이 해소되지 못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억압당했던 욕망’이란, 반드시 성 문제가 아니라 돈, 가족, 직업 등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도착증은 치료가 어려운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도착증은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달리 평소에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본인이 자각하지 않으면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진 주변인이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리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성적 도착증이 사춘기 시절 이후 발병하게 되므로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성의학 전문가 역시 “성도착은 폭력처럼 단계별로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올바른 방지 대책은 다양한 방법들을 원칙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범죄 발생 시 강력한 처벌에 따른 강제적 억제력, 성도착적 음란물에 대한 규제, 성을 소중히 여기는 올바른 성교육, 비뚤어진 성충동과 성취향에 대한 교정, 취약한 인간관계와 정서적 안정을 위한 심리치료, 건강한 성으로의 복귀를 위한 재활 성치료, 성충동을 조절하는 각종 약물치료 등 사안에 따라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자의 잠재의식에 좁쌀만 한 성도착적 충동이 통제 불가의 암 덩어리로 커지는 불행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밀한 쾌락
당신도 위험?

그들만의 은밀한 쾌락 성 도착증. 그것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줌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는 평생 죄의식 속에서 움츠리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이성 관계에서 멀어지고 자꾸 한 가지에 집착하거나, 그 내용이 변태적으로 치닫거나, 술만 먹으면 변태적 성욕이 커지거나, 행동화하고 싶은 충동이 꿈틀댄다면 성도착자, 또는 성범죄의 잠재적 인물일 수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성범죄자 정신 분석해보니…
10명 중 6명 성도착증 환자

국내 성범죄자 10명 중 6명은 성도착 상태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정상적인 성적 환상이나 욕망을 계속 갖고, 이와 관련된 행위를 한다는 얘기다.

단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임명호 교수팀은 지난 2011년 당시 치료감호소에 수감중인 성범죄자 50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조사를 한 결과 64%(32명)가 성도착증 상태로 진단되는 등 94%가 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었다고 지난달 밝혔다.


당시 조사 대상 성범죄자들의 평균 나이는 37.3세였는데 모두 남성으로, 47명(94%)은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었다. 성도착증이 32명(64%)으로 가장 많았다. 일반적인 정신질환보다 상태가 심각한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동반된 경우는 16명(32%)이었다. 이 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어렵고 그대로 놔 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형 범죄로 비화하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성적 비행행동이 15∼25세에 정점을 나타낸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로 볼 때 상당수 성범죄자들이 10년 이상의 문제행동이 나타난 이후에야 법망에 걸려 수감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임 교수는 “국내에서 감호소에 수감된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정신과적 질환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나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만큼 왜곡된 성의식과 성행동, 정신병리를 토대로 근본적이고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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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