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7주년 특집> 윤창중 사태로 본 ‘변태천국’ 자화상 ③성도착증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1 16: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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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툭…누가 윤창중에 돌을 던지랴

[일요시사=경제1팀] ‘윤창중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새로운 의혹들도 불거진 상황. 남미 언론에선 윤창중 전 대변인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 잡았다는 데서 나아가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마치 변태를 연상케 하는 굴욕적인 표현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단순 호기심을 넘어 성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성도착증’을 총망라해봤다.

 

 

 

섬섬옥수(纖纖玉手).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여성 손에만 성(性)적인 욕구를 나타내는 증세가 있던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여자손’애호증
놀란 모습에 흥분

지난해 7월20일 오전 4시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자취방에서 혼자 자고 있던 여대생 A(19)씨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린 A씨는 자신의 손을 살며시 쓰다듬고 있는 침입자를 발견하고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고함 소리에 놀란 침입자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며칠 뒤 새벽, 인근 가정집에 또 이 추행범이 침입했다.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간 남성은 자고 있는 주부 B(63)씨의 옆에 가만히 앉아 손을 만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은 만지지 않았다.

잠에서 깬 B씨는 놀라 “사람 살려”라고 소리쳤고, 남성은 바로 도주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서대문·은평구 일대에서 비슷한 내용의 경찰 신고가 6건 쏟아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범인을 붙잡았다.


범인은 마포구의 한 치킨집 종업원 이모(27)씨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의 나이나 외모는 상관없이 밤만 되면 여자 손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장소도 가정집부터 마사지 업소까지 다양했다. 피해자들은 “손 이외에 다른 곳을 만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런 성도착 증세가 시작된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라고 했다. ‘포크댄스’ 등 단체로 춤을 출 때 잡은 여학생의 손이 야릇하게 느껴지며 집착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후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정보공개 3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에 처해졌다.

여자옷 입고 침대서 목 조르며 쾌감
새벽만 되면 여자 손을…도착남 실형

재판부는 “이씨는 현재 지능이 IQ 66 정도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여성의 손에 성적으로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범행 당시의 정신상태도 정신병적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심신미약으로 인한 범행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흔히 변태라고 부르는 성도착증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타인의 성행위나 벗은 몸을 몰래 훔쳐보는 행위에만 집착하게 되는 관음증에서부터 낯선 사람에게 성기를 노출시키거나 노출시켰다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을 느끼는 노출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 사춘기 이전의 소아를 대상으로 해 성적 공상이나 성행위를 하고 싶은 욕구가 나타나는 경우(소아애호증), 이미 사망하였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적 쾌감을 얻는 경우(시체애호증), 굴욕을 당하거나 매질을 당하거나 묶이는 등 고통을 당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우(성적 피하증), 이성의 옷으로 바꿔 입고 성적 흥분을 하는  경우(복장 도착적 물품 음란증) 등이 이에 포함된다.

비닐봉지로
성적 행복감


30대 독신 남성인 소아신경정신과 의사 C씨는 여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의 이웃 남자아이들을 애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웃사람들은 C씨가 아이들을 특별히 잘 보살피고 도와준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의 체포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조사과정에서 C씨는 “여자들과는 어른이건 아이건 거의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시인하며 “자위를 할 때마다 6살에서 12살 나이 범위의 소년들에 대한 상상을 하곤 했으며, 한 해에 두 번 정도 그 나이의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자신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첫 번째 성경험이 여름캠프를 떠난 6살 때다. 15살인 캠프 보조자가 코스 동안에 수차례 그에게 구강성교를 하게 했는데 그 경험이 항상 남아있었다”며 “나도 어린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고는 믿지 않으며, 오히려 만족스러운 감정을 서로 나눌 뿐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서울에선 여자 옷을 입은 채 자신의 침대에서 사망한 40대 남성이 발견됐다. 그의 입에는 여성용 스카프가 잔뜩 들어 있었다. 또 목에는 개목걸이와 스카프 등으로 조른 자국이 선명했다. 무릎과 두 발도 스카프로 묶여 있었고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남성의 가족들은 타살이라 주장했지만 국과수는 그의 죽음을 자살도 타살도 아닌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스스로 목을 맸지만 자살이 아닌 해괴한 죽음을 법의학계 용어로는 ‘자기색정사’라고 한다. 성적 쾌감을 느끼기 위해 끈이나 비닐봉지, 심지어 전기장치 등을 이용해 스스로 뭔가를 하다 사고로 죽는 것을 지칭한다.

법의학계에 따르면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감소하는 순간 몸에는 가벼운 두통과 함께 현기증 또는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들뜬 기분이 나타나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런 미묘한 변화에서 행복감이나 성적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소아성애·자기색정·사체강간 등 다양

지난 2011년 충북 청주에선 한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져 있는 60대 여성을 성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D(19)군은 18일 오전 3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60대 여성이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성폭행했다.

이후 D군은 태연히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시신상태가 이상한 점을 발견해 집중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당시 D군은 경찰에서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운동하러 나왔다가 시체를 발견한 뒤 성욕을 느껴 잘못을 저질렀다.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등 범행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얼마 전 국내의 한 인터넷 게시판엔 ‘내 알몸 좀 평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올린 남성은 자신의 애인 사진이라며 몇 장의 선정적인 사진을 공개하며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자신의 애인 사진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서 쾌감을 얻는다고 썼다. 특히 성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네티즌들의 욕설에 가까운 글을 보면 오히려 성적인 쾌감까지 든다는 말을 남겨 충격을 주기도 했다.

좁쌀만한 충동
덩어리로 커져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성애와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색다른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 음란물을 통해 관음 성향을 충족한다든지, 다소 야한 옷을 입고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는 노출을 한다고 해서 변태라고 보긴 어렵다.

일반적인 성애의 범주를 넘어서 타인에게 혐오와 피해를 주고 성충동을 조절하기 힘들 경우, 성도착증이라는 정신질환에 해당한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거나 또는 인간 이외의 대상에서 성적 환상을 느끼고 성적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평소 뚜렷한 증상 없어 사전예방 힘들어
억압당했던 욕망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보통 성도착증이 생기는 이유는 살면서 여러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그 문제를 뿌리부터 해소하지 못하고,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더라도, 성공하기까지 억압당했던 욕망들이 해소되지 못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억압당했던 욕망’이란, 반드시 성 문제가 아니라 돈, 가족, 직업 등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도착증은 치료가 어려운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도착증은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달리 평소에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본인이 자각하지 않으면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진 주변인이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리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성적 도착증이 사춘기 시절 이후 발병하게 되므로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성의학 전문가 역시 “성도착은 폭력처럼 단계별로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올바른 방지 대책은 다양한 방법들을 원칙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범죄 발생 시 강력한 처벌에 따른 강제적 억제력, 성도착적 음란물에 대한 규제, 성을 소중히 여기는 올바른 성교육, 비뚤어진 성충동과 성취향에 대한 교정, 취약한 인간관계와 정서적 안정을 위한 심리치료, 건강한 성으로의 복귀를 위한 재활 성치료, 성충동을 조절하는 각종 약물치료 등 사안에 따라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자의 잠재의식에 좁쌀만 한 성도착적 충동이 통제 불가의 암 덩어리로 커지는 불행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밀한 쾌락
당신도 위험?

그들만의 은밀한 쾌락 성 도착증. 그것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줌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는 평생 죄의식 속에서 움츠리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이성 관계에서 멀어지고 자꾸 한 가지에 집착하거나, 그 내용이 변태적으로 치닫거나, 술만 먹으면 변태적 성욕이 커지거나, 행동화하고 싶은 충동이 꿈틀댄다면 성도착자, 또는 성범죄의 잠재적 인물일 수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성범죄자 정신 분석해보니…
10명 중 6명 성도착증 환자

국내 성범죄자 10명 중 6명은 성도착 상태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정상적인 성적 환상이나 욕망을 계속 갖고, 이와 관련된 행위를 한다는 얘기다.

단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임명호 교수팀은 지난 2011년 당시 치료감호소에 수감중인 성범죄자 50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조사를 한 결과 64%(32명)가 성도착증 상태로 진단되는 등 94%가 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었다고 지난달 밝혔다.


당시 조사 대상 성범죄자들의 평균 나이는 37.3세였는데 모두 남성으로, 47명(94%)은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었다. 성도착증이 32명(64%)으로 가장 많았다. 일반적인 정신질환보다 상태가 심각한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동반된 경우는 16명(32%)이었다. 이 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어렵고 그대로 놔 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형 범죄로 비화하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성적 비행행동이 15∼25세에 정점을 나타낸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로 볼 때 상당수 성범죄자들이 10년 이상의 문제행동이 나타난 이후에야 법망에 걸려 수감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임 교수는 “국내에서 감호소에 수감된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정신과적 질환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나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만큼 왜곡된 성의식과 성행동, 정신병리를 토대로 근본적이고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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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