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난 네티즌들' 마구잡이 신상털기 백태

생사람 잡는 마녀사냥 ‘아니면 말고’

[일요시사=사회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수행 중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에서 성추행 피해자의 거짓신원과 사진 등이 무차별 유포되면서 엉뚱한 제3자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성추문 혹은 살인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돼 억울하게 신원이 노출된 사례들을 취재했다.



지난 7일 윤창중 전 대변인이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들 성공적이라고 입을 모았던 박근혜정부의 첫 방미일정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과 관련된 의혹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면서 애꿎은 피해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의 그녀’
99% 허위 사진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피해여성이라고 지목된 제3자의 신원정보와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것. 온라인과 SNS에서는 ‘성추행 인턴녀’라고 불리는 모 여성의 사진과 연락처, 페이스북 주소까지 불특정다수의 손을 거쳐 나돌고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페이스북 계정이 알려지면 경력사항과 거주지 등 상세한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어 신상이 여과 없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현재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서 뿌려린 증명사진 1장을 포함한 셀카사진 4장 정도가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는데,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사진 속 여성은 깔끔하게 올린 올백머리에 빼어난 미모가 돋보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트위터 등 각종 SNS에도 윤 전 대변인의 인턴학생이라는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링크된 사이트 중에는 피해자 측이 고발한 ‘미시USA’ 사이트를 두고 보수단체는 좌파성향이 짙은 사이트라며 일률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일간베스트와 같은 보수우파 성향의 포털사이트 및 카페 내에는 ‘인턴 여성이 윤 전 대변인을 몰아내기 위해 고용된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허위 게시글도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사진 속 인물이 실제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윤창중의 인턴 여성이라고 알려진 이 여성은 국내 직장을 다니는 일반 여성으로 이번 성추행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속 여성은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이 노출되면서 연락처와 직장, 가족관계, 지인들까지 노출된 상태다. 애꿎은 제3자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윤창중 성추행녀’신원정보 무차별 유포
사진·연락처·주소 등 온라인상에 노출


네티즌의 마구잡이식 신상털기는 지난 2월에도 있었다. 연예인 박시후 성추문 사건에 휘말린 ‘박시후의 그녀’였다.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박시후 성폭행 사건에서도 실제 고소인과 무관한 전혀 다른 여성이 성폭행 피해 고소인으로 지목돼 신상이 공개됐다.

당시 인터넷과 SNS에서는 “○○언론사 사회부 기자에게 직접 들었다”며 이 여성의 본명과 사진, 출신학교가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또 다른 여성들도 ‘박시후의 그녀’라는 이름으로 신상정보 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고소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 등장하는 ‘박시후 A양 동영상’도 함께 유포됐다. 유포된 영상 속 여성의 외모가 연예인급 수준으로 특출 났던 점, 부가설명에서 그가 연예인 지망생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며 네티즌 사이에서는 피해자 A양에 대해 ‘꽃뱀’이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결국 동영상과 사진 속 여성은 실제 피해자와의 나이가 전혀 맞지 않아 다른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여성은 피해자와 무관하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피해자 A양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를 통해 허위사실 유포, 인권침해 등으로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SNS 해킹으로
개인정보 확산

지난해 11월 전국을 발칵 뒤집었던 ‘성추문 검사’ 사건에 연루된 여자 피해자 B씨의 신상 역시 사진과 함께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졌다. 실제 피해자의 신원이 만천하에 유포된 것도 당사자에게는 상당한 고통으로 느껴지겠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 성추문 검사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구설에 시달리는 것은 상상도 못할 고통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어김없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28일 30대 차모씨가 서울 신림동 자택에서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B씨의 사진과 함께 ‘성추문 검사의 여자사진. 믿기 어려울 정도의 미모. 미모가 완전히 꽃뱀이었군요’ 등의 글을 올려 경찰에 구속됐다. 차씨는 ‘성추문 검사 피해녀’라며 젊은 미모가 돋보이는 여성사진을 블로그에 올렸지만 이는 실제 여자 피해자가 아닌 사건과 무관한 엉뚱한 여성의 사진이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이미 SNS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최초에 성추문 검사 여성이라고 낙인찍혀버린 이 여성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사진이 아니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여자 피해자 B씨의 신상정보와 사진유출이 사이버 공간에서 단시간에 은밀히 이뤄졌다. 특히 이 여성의 사진유포를 계획한 사람은 현직 검사들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적잖은 충격을 줬다. 

B씨의 변호사에 따르면 ‘성추문 검사’ 사건 여자 피해자 B씨 측은 사진 최초 유포자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2차로 사진을 유포하는 네티즌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었다. 변호사 측은 당시 B씨의 상태에 대해 “현재 인적사항이 노출돼 B씨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과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며 “B씨는 현재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자녀와 이곳저곳 옮겨다니고 있다. 무고한 사람에게 2차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강력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박시후 성관계녀’엉뚱한 여성 꽃뱀으로

그런가하면 지난 3월에는 국내 고위층들의 부정부패의 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 터졌는데 일명 ‘윤중천 별장 성접대 사건’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올 초 새 정부 인사로 선임됐기 때문에 국민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 별장 내에서 마약을 복용하며 광란의 섹스파티를 즐긴 ‘성접대 리스트’에 거론되는 사람은 소위 내로라하는 기업 고위층과 여대생, 그리고 여자 연예인까지 거론돼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건설업자의 전·현직 고위 관료 성접대 사건과 관련, 확인되지 않은 ‘성접대 리스트’가 유포됐고 사건과 무관한 인물들이 리스트에 거명돼 고통을 받았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글이나 사진을 퍼 나르고 유포했던 네티즌들은 고소당했지만 거짓으로 유포된 리스트 속 인물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허위 ‘성접대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이를 유포한 트위터 사용자 55명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설업자 윤모씨와 아무런 친분이 없고 문제의 별장에 간 적도 없는데 헛소문이 돌아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크다. 인터넷 성접대 리스트에 내 이름이 뜨니 내 자식들부터 그걸 보고 난리가 났다. 자살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낙담했다. 이 전 청장은 “내 딸이 시댁에 가서 얼굴을 들 수가 없고 딸의 직장 동료들까지 내 안부를 묻는다고 하니 아버지로서 심정이 어떻겠느냐. 30년간 몸담았던 경찰과 내 고향에서 나를 믿었던 동료와 후배들이 느낄 실망감과 배신감이 어떨지 생각하면 잠을 못 이룬다”고 토로했다.

사실 이 전 청장은 고소하면 이름이 더 알려질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쳤다. “혼자만 억울해하고 넘어가면 유언비어로 사람을 죽이는 악습이 계속된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접대 리스트
무차별 난사

지난 3월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만일 성접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할복자살 하겠다”는 글을 올린 허준영 전 경찰청장도 “SNS에 별별 음해성 이야기들이 방치되고 있어 내가 단호하게 이야기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내 이름만 더 많이 공개돼 나만 피해보는 결과가 되지 않았냐”고 한탄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검찰 고위간부도 부인과 두 딸 등 가족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간부를 온라인에서 성접대 대상으로 낙인찍은 이들은 ‘윤씨가 조폭으로 활동했던 지역과 고향이 같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허위사실을 마구잡이로 유포했다. 그러나 윤씨가 조폭으로 활동한 정황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인터넷에서 지목한 지역도 윤씨와는 무관하다. 이 간부의 지인은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가정을 파괴 위기로 몰아넣은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며 한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던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 고종석의 얼굴사진이 한 언론지면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공개됐다. 독자들은 짐승보다 못한 파렴치한의 얼굴을 확인한 뒤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성폭행범의 신원을 낱낱이 공개한 해당 언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명백히 잘못된 사진이었다. 해당 언론은 9월1일자 신문 1면에 ‘병든 사회가 아이를 범했다’는 제목의 톱기사를 보도하면서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종석의 컬러사진 2장을 적나라하게 게재했다.

‘성추문 검사’피해자…현직 검사가 뿌려
개그맨 지망생이 성폭행범 얼굴로 오보도

‘고종석이 지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의 이 사진은 인터넷에 올라 있던 것이다’라는 사진설명과 함께였다. '하지만 같은 날 모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제 친구 사진이 나주 성폭행범 사진으로 도용됐습니다. OO신문 1면으로 퍼졌어요.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호소글이 게재되면서 해당 언론의 오보 사태는 일파만파 확대됐다.

해당 언론은 사건 당일 고종석 얼굴사진 오보 사태와 관련 ‘바로잡습니다’ 글을 통해 “서울 일부 지역에 배달된 OO일보 9월1일자 신문 1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병든사회가 아이를 범했다’ 제하의 사진 중 ‘범인 고종석의 얼굴’은 범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밝혀져 바로 잡습니다. 잘못된 사진을 게재해 피해를 입은 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오보를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재빠른 공식사과와 정정보도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지면 1면과 온라인에 실린 사진 속 제3의 남성은 이미 사람들에게서 성폭행범으로 낙인 찍혀버린 후였다. 오보 사태와 관련 피해자의 지인은 “신문사에 연락했더니 일단 사진은 내려준다고 했는데 이미 포털사이트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진 상태다. 친구입장으로 안타깝다. 게다가 사진의 주인공은 개그맨 지망생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살아가야 될지 모르겠다면서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고종석 사진 오보 사태와 관련 인터넷에선 “메이저 언론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죄 없는 피해자가 성폭행범으로 몰려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 질 것인가” “단지 오보 사과 하나로 넘어갈 일은 아닌 듯하다.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등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허위사실 유포
불감증도 원인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남의 글을 퍼 나르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일일이 감시할 수 없어 처벌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신고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고소나 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 수 있는 사안이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해 처벌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가 어렵다는 현실론에 안주하지 말고 강력한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유언비어나 남의 사적인 정보를 인터넷에 퍼뜨리는 행위는 당한 사람의 인격과 삶, 가정마저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할 때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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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