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난 네티즌들' 마구잡이 신상털기 백태

생사람 잡는 마녀사냥 ‘아니면 말고’

[일요시사=사회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수행 중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에서 성추행 피해자의 거짓신원과 사진 등이 무차별 유포되면서 엉뚱한 제3자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성추문 혹은 살인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돼 억울하게 신원이 노출된 사례들을 취재했다.



지난 7일 윤창중 전 대변인이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들 성공적이라고 입을 모았던 박근혜정부의 첫 방미일정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과 관련된 의혹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면서 애꿎은 피해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의 그녀’
99% 허위 사진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피해여성이라고 지목된 제3자의 신원정보와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것. 온라인과 SNS에서는 ‘성추행 인턴녀’라고 불리는 모 여성의 사진과 연락처, 페이스북 주소까지 불특정다수의 손을 거쳐 나돌고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페이스북 계정이 알려지면 경력사항과 거주지 등 상세한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어 신상이 여과 없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현재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서 뿌려린 증명사진 1장을 포함한 셀카사진 4장 정도가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는데,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사진 속 여성은 깔끔하게 올린 올백머리에 빼어난 미모가 돋보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트위터 등 각종 SNS에도 윤 전 대변인의 인턴학생이라는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링크된 사이트 중에는 피해자 측이 고발한 ‘미시USA’ 사이트를 두고 보수단체는 좌파성향이 짙은 사이트라며 일률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일간베스트와 같은 보수우파 성향의 포털사이트 및 카페 내에는 ‘인턴 여성이 윤 전 대변인을 몰아내기 위해 고용된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허위 게시글도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사진 속 인물이 실제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윤창중의 인턴 여성이라고 알려진 이 여성은 국내 직장을 다니는 일반 여성으로 이번 성추행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속 여성은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이 노출되면서 연락처와 직장, 가족관계, 지인들까지 노출된 상태다. 애꿎은 제3자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윤창중 성추행녀’신원정보 무차별 유포
사진·연락처·주소 등 온라인상에 노출


네티즌의 마구잡이식 신상털기는 지난 2월에도 있었다. 연예인 박시후 성추문 사건에 휘말린 ‘박시후의 그녀’였다.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박시후 성폭행 사건에서도 실제 고소인과 무관한 전혀 다른 여성이 성폭행 피해 고소인으로 지목돼 신상이 공개됐다.

당시 인터넷과 SNS에서는 “○○언론사 사회부 기자에게 직접 들었다”며 이 여성의 본명과 사진, 출신학교가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또 다른 여성들도 ‘박시후의 그녀’라는 이름으로 신상정보 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고소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 등장하는 ‘박시후 A양 동영상’도 함께 유포됐다. 유포된 영상 속 여성의 외모가 연예인급 수준으로 특출 났던 점, 부가설명에서 그가 연예인 지망생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며 네티즌 사이에서는 피해자 A양에 대해 ‘꽃뱀’이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결국 동영상과 사진 속 여성은 실제 피해자와의 나이가 전혀 맞지 않아 다른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여성은 피해자와 무관하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피해자 A양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를 통해 허위사실 유포, 인권침해 등으로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SNS 해킹으로
개인정보 확산

지난해 11월 전국을 발칵 뒤집었던 ‘성추문 검사’ 사건에 연루된 여자 피해자 B씨의 신상 역시 사진과 함께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졌다. 실제 피해자의 신원이 만천하에 유포된 것도 당사자에게는 상당한 고통으로 느껴지겠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 성추문 검사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구설에 시달리는 것은 상상도 못할 고통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어김없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28일 30대 차모씨가 서울 신림동 자택에서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B씨의 사진과 함께 ‘성추문 검사의 여자사진. 믿기 어려울 정도의 미모. 미모가 완전히 꽃뱀이었군요’ 등의 글을 올려 경찰에 구속됐다. 차씨는 ‘성추문 검사 피해녀’라며 젊은 미모가 돋보이는 여성사진을 블로그에 올렸지만 이는 실제 여자 피해자가 아닌 사건과 무관한 엉뚱한 여성의 사진이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이미 SNS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최초에 성추문 검사 여성이라고 낙인찍혀버린 이 여성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사진이 아니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여자 피해자 B씨의 신상정보와 사진유출이 사이버 공간에서 단시간에 은밀히 이뤄졌다. 특히 이 여성의 사진유포를 계획한 사람은 현직 검사들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적잖은 충격을 줬다. 

B씨의 변호사에 따르면 ‘성추문 검사’ 사건 여자 피해자 B씨 측은 사진 최초 유포자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2차로 사진을 유포하는 네티즌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었다. 변호사 측은 당시 B씨의 상태에 대해 “현재 인적사항이 노출돼 B씨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과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며 “B씨는 현재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자녀와 이곳저곳 옮겨다니고 있다. 무고한 사람에게 2차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강력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박시후 성관계녀’엉뚱한 여성 꽃뱀으로

그런가하면 지난 3월에는 국내 고위층들의 부정부패의 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 터졌는데 일명 ‘윤중천 별장 성접대 사건’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올 초 새 정부 인사로 선임됐기 때문에 국민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 별장 내에서 마약을 복용하며 광란의 섹스파티를 즐긴 ‘성접대 리스트’에 거론되는 사람은 소위 내로라하는 기업 고위층과 여대생, 그리고 여자 연예인까지 거론돼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건설업자의 전·현직 고위 관료 성접대 사건과 관련, 확인되지 않은 ‘성접대 리스트’가 유포됐고 사건과 무관한 인물들이 리스트에 거명돼 고통을 받았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글이나 사진을 퍼 나르고 유포했던 네티즌들은 고소당했지만 거짓으로 유포된 리스트 속 인물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허위 ‘성접대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이를 유포한 트위터 사용자 55명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설업자 윤모씨와 아무런 친분이 없고 문제의 별장에 간 적도 없는데 헛소문이 돌아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크다. 인터넷 성접대 리스트에 내 이름이 뜨니 내 자식들부터 그걸 보고 난리가 났다. 자살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낙담했다. 이 전 청장은 “내 딸이 시댁에 가서 얼굴을 들 수가 없고 딸의 직장 동료들까지 내 안부를 묻는다고 하니 아버지로서 심정이 어떻겠느냐. 30년간 몸담았던 경찰과 내 고향에서 나를 믿었던 동료와 후배들이 느낄 실망감과 배신감이 어떨지 생각하면 잠을 못 이룬다”고 토로했다.

사실 이 전 청장은 고소하면 이름이 더 알려질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쳤다. “혼자만 억울해하고 넘어가면 유언비어로 사람을 죽이는 악습이 계속된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접대 리스트
무차별 난사

지난 3월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만일 성접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할복자살 하겠다”는 글을 올린 허준영 전 경찰청장도 “SNS에 별별 음해성 이야기들이 방치되고 있어 내가 단호하게 이야기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내 이름만 더 많이 공개돼 나만 피해보는 결과가 되지 않았냐”고 한탄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검찰 고위간부도 부인과 두 딸 등 가족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간부를 온라인에서 성접대 대상으로 낙인찍은 이들은 ‘윤씨가 조폭으로 활동했던 지역과 고향이 같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허위사실을 마구잡이로 유포했다. 그러나 윤씨가 조폭으로 활동한 정황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인터넷에서 지목한 지역도 윤씨와는 무관하다. 이 간부의 지인은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가정을 파괴 위기로 몰아넣은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며 한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던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 고종석의 얼굴사진이 한 언론지면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공개됐다. 독자들은 짐승보다 못한 파렴치한의 얼굴을 확인한 뒤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성폭행범의 신원을 낱낱이 공개한 해당 언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명백히 잘못된 사진이었다. 해당 언론은 9월1일자 신문 1면에 ‘병든 사회가 아이를 범했다’는 제목의 톱기사를 보도하면서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종석의 컬러사진 2장을 적나라하게 게재했다.

‘성추문 검사’피해자…현직 검사가 뿌려
개그맨 지망생이 성폭행범 얼굴로 오보도

‘고종석이 지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의 이 사진은 인터넷에 올라 있던 것이다’라는 사진설명과 함께였다. '하지만 같은 날 모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제 친구 사진이 나주 성폭행범 사진으로 도용됐습니다. OO신문 1면으로 퍼졌어요.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호소글이 게재되면서 해당 언론의 오보 사태는 일파만파 확대됐다.

해당 언론은 사건 당일 고종석 얼굴사진 오보 사태와 관련 ‘바로잡습니다’ 글을 통해 “서울 일부 지역에 배달된 OO일보 9월1일자 신문 1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병든사회가 아이를 범했다’ 제하의 사진 중 ‘범인 고종석의 얼굴’은 범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밝혀져 바로 잡습니다. 잘못된 사진을 게재해 피해를 입은 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오보를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재빠른 공식사과와 정정보도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지면 1면과 온라인에 실린 사진 속 제3의 남성은 이미 사람들에게서 성폭행범으로 낙인 찍혀버린 후였다. 오보 사태와 관련 피해자의 지인은 “신문사에 연락했더니 일단 사진은 내려준다고 했는데 이미 포털사이트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진 상태다. 친구입장으로 안타깝다. 게다가 사진의 주인공은 개그맨 지망생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살아가야 될지 모르겠다면서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고종석 사진 오보 사태와 관련 인터넷에선 “메이저 언론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죄 없는 피해자가 성폭행범으로 몰려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 질 것인가” “단지 오보 사과 하나로 넘어갈 일은 아닌 듯하다.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등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허위사실 유포
불감증도 원인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남의 글을 퍼 나르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일일이 감시할 수 없어 처벌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신고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고소나 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 수 있는 사안이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해 처벌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가 어렵다는 현실론에 안주하지 말고 강력한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유언비어나 남의 사적인 정보를 인터넷에 퍼뜨리는 행위는 당한 사람의 인격과 삶, 가정마저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할 때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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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