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난 네티즌들' 마구잡이 신상털기 백태

생사람 잡는 마녀사냥 ‘아니면 말고’

[일요시사=사회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수행 중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에서 성추행 피해자의 거짓신원과 사진 등이 무차별 유포되면서 엉뚱한 제3자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성추문 혹은 살인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돼 억울하게 신원이 노출된 사례들을 취재했다.



지난 7일 윤창중 전 대변인이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들 성공적이라고 입을 모았던 박근혜정부의 첫 방미일정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과 관련된 의혹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면서 애꿎은 피해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의 그녀’
99% 허위 사진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피해여성이라고 지목된 제3자의 신원정보와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것. 온라인과 SNS에서는 ‘성추행 인턴녀’라고 불리는 모 여성의 사진과 연락처, 페이스북 주소까지 불특정다수의 손을 거쳐 나돌고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페이스북 계정이 알려지면 경력사항과 거주지 등 상세한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어 신상이 여과 없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현재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서 뿌려린 증명사진 1장을 포함한 셀카사진 4장 정도가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는데,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사진 속 여성은 깔끔하게 올린 올백머리에 빼어난 미모가 돋보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트위터 등 각종 SNS에도 윤 전 대변인의 인턴학생이라는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링크된 사이트 중에는 피해자 측이 고발한 ‘미시USA’ 사이트를 두고 보수단체는 좌파성향이 짙은 사이트라며 일률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일간베스트와 같은 보수우파 성향의 포털사이트 및 카페 내에는 ‘인턴 여성이 윤 전 대변인을 몰아내기 위해 고용된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허위 게시글도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사진 속 인물이 실제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윤창중의 인턴 여성이라고 알려진 이 여성은 국내 직장을 다니는 일반 여성으로 이번 성추행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속 여성은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이 노출되면서 연락처와 직장, 가족관계, 지인들까지 노출된 상태다. 애꿎은 제3자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윤창중 성추행녀’신원정보 무차별 유포
사진·연락처·주소 등 온라인상에 노출


네티즌의 마구잡이식 신상털기는 지난 2월에도 있었다. 연예인 박시후 성추문 사건에 휘말린 ‘박시후의 그녀’였다.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박시후 성폭행 사건에서도 실제 고소인과 무관한 전혀 다른 여성이 성폭행 피해 고소인으로 지목돼 신상이 공개됐다.

당시 인터넷과 SNS에서는 “○○언론사 사회부 기자에게 직접 들었다”며 이 여성의 본명과 사진, 출신학교가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또 다른 여성들도 ‘박시후의 그녀’라는 이름으로 신상정보 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고소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 등장하는 ‘박시후 A양 동영상’도 함께 유포됐다. 유포된 영상 속 여성의 외모가 연예인급 수준으로 특출 났던 점, 부가설명에서 그가 연예인 지망생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며 네티즌 사이에서는 피해자 A양에 대해 ‘꽃뱀’이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결국 동영상과 사진 속 여성은 실제 피해자와의 나이가 전혀 맞지 않아 다른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여성은 피해자와 무관하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피해자 A양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를 통해 허위사실 유포, 인권침해 등으로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SNS 해킹으로
개인정보 확산

지난해 11월 전국을 발칵 뒤집었던 ‘성추문 검사’ 사건에 연루된 여자 피해자 B씨의 신상 역시 사진과 함께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졌다. 실제 피해자의 신원이 만천하에 유포된 것도 당사자에게는 상당한 고통으로 느껴지겠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 성추문 검사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구설에 시달리는 것은 상상도 못할 고통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어김없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28일 30대 차모씨가 서울 신림동 자택에서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B씨의 사진과 함께 ‘성추문 검사의 여자사진. 믿기 어려울 정도의 미모. 미모가 완전히 꽃뱀이었군요’ 등의 글을 올려 경찰에 구속됐다. 차씨는 ‘성추문 검사 피해녀’라며 젊은 미모가 돋보이는 여성사진을 블로그에 올렸지만 이는 실제 여자 피해자가 아닌 사건과 무관한 엉뚱한 여성의 사진이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이미 SNS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최초에 성추문 검사 여성이라고 낙인찍혀버린 이 여성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사진이 아니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여자 피해자 B씨의 신상정보와 사진유출이 사이버 공간에서 단시간에 은밀히 이뤄졌다. 특히 이 여성의 사진유포를 계획한 사람은 현직 검사들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적잖은 충격을 줬다. 

B씨의 변호사에 따르면 ‘성추문 검사’ 사건 여자 피해자 B씨 측은 사진 최초 유포자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2차로 사진을 유포하는 네티즌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었다. 변호사 측은 당시 B씨의 상태에 대해 “현재 인적사항이 노출돼 B씨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과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며 “B씨는 현재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자녀와 이곳저곳 옮겨다니고 있다. 무고한 사람에게 2차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강력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박시후 성관계녀’엉뚱한 여성 꽃뱀으로

그런가하면 지난 3월에는 국내 고위층들의 부정부패의 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 터졌는데 일명 ‘윤중천 별장 성접대 사건’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올 초 새 정부 인사로 선임됐기 때문에 국민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 별장 내에서 마약을 복용하며 광란의 섹스파티를 즐긴 ‘성접대 리스트’에 거론되는 사람은 소위 내로라하는 기업 고위층과 여대생, 그리고 여자 연예인까지 거론돼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건설업자의 전·현직 고위 관료 성접대 사건과 관련, 확인되지 않은 ‘성접대 리스트’가 유포됐고 사건과 무관한 인물들이 리스트에 거명돼 고통을 받았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글이나 사진을 퍼 나르고 유포했던 네티즌들은 고소당했지만 거짓으로 유포된 리스트 속 인물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허위 ‘성접대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이를 유포한 트위터 사용자 55명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설업자 윤모씨와 아무런 친분이 없고 문제의 별장에 간 적도 없는데 헛소문이 돌아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크다. 인터넷 성접대 리스트에 내 이름이 뜨니 내 자식들부터 그걸 보고 난리가 났다. 자살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낙담했다. 이 전 청장은 “내 딸이 시댁에 가서 얼굴을 들 수가 없고 딸의 직장 동료들까지 내 안부를 묻는다고 하니 아버지로서 심정이 어떻겠느냐. 30년간 몸담았던 경찰과 내 고향에서 나를 믿었던 동료와 후배들이 느낄 실망감과 배신감이 어떨지 생각하면 잠을 못 이룬다”고 토로했다.

사실 이 전 청장은 고소하면 이름이 더 알려질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쳤다. “혼자만 억울해하고 넘어가면 유언비어로 사람을 죽이는 악습이 계속된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접대 리스트
무차별 난사

지난 3월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만일 성접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할복자살 하겠다”는 글을 올린 허준영 전 경찰청장도 “SNS에 별별 음해성 이야기들이 방치되고 있어 내가 단호하게 이야기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내 이름만 더 많이 공개돼 나만 피해보는 결과가 되지 않았냐”고 한탄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검찰 고위간부도 부인과 두 딸 등 가족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간부를 온라인에서 성접대 대상으로 낙인찍은 이들은 ‘윤씨가 조폭으로 활동했던 지역과 고향이 같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허위사실을 마구잡이로 유포했다. 그러나 윤씨가 조폭으로 활동한 정황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인터넷에서 지목한 지역도 윤씨와는 무관하다. 이 간부의 지인은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가정을 파괴 위기로 몰아넣은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며 한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던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 고종석의 얼굴사진이 한 언론지면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공개됐다. 독자들은 짐승보다 못한 파렴치한의 얼굴을 확인한 뒤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성폭행범의 신원을 낱낱이 공개한 해당 언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명백히 잘못된 사진이었다. 해당 언론은 9월1일자 신문 1면에 ‘병든 사회가 아이를 범했다’는 제목의 톱기사를 보도하면서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종석의 컬러사진 2장을 적나라하게 게재했다.

‘성추문 검사’피해자…현직 검사가 뿌려
개그맨 지망생이 성폭행범 얼굴로 오보도

‘고종석이 지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의 이 사진은 인터넷에 올라 있던 것이다’라는 사진설명과 함께였다. '하지만 같은 날 모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제 친구 사진이 나주 성폭행범 사진으로 도용됐습니다. OO신문 1면으로 퍼졌어요.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호소글이 게재되면서 해당 언론의 오보 사태는 일파만파 확대됐다.

해당 언론은 사건 당일 고종석 얼굴사진 오보 사태와 관련 ‘바로잡습니다’ 글을 통해 “서울 일부 지역에 배달된 OO일보 9월1일자 신문 1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병든사회가 아이를 범했다’ 제하의 사진 중 ‘범인 고종석의 얼굴’은 범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밝혀져 바로 잡습니다. 잘못된 사진을 게재해 피해를 입은 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오보를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재빠른 공식사과와 정정보도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지면 1면과 온라인에 실린 사진 속 제3의 남성은 이미 사람들에게서 성폭행범으로 낙인 찍혀버린 후였다. 오보 사태와 관련 피해자의 지인은 “신문사에 연락했더니 일단 사진은 내려준다고 했는데 이미 포털사이트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진 상태다. 친구입장으로 안타깝다. 게다가 사진의 주인공은 개그맨 지망생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살아가야 될지 모르겠다면서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고종석 사진 오보 사태와 관련 인터넷에선 “메이저 언론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죄 없는 피해자가 성폭행범으로 몰려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 질 것인가” “단지 오보 사과 하나로 넘어갈 일은 아닌 듯하다.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등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허위사실 유포
불감증도 원인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남의 글을 퍼 나르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일일이 감시할 수 없어 처벌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신고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고소나 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 수 있는 사안이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해 처벌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가 어렵다는 현실론에 안주하지 말고 강력한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유언비어나 남의 사적인 정보를 인터넷에 퍼뜨리는 행위는 당한 사람의 인격과 삶, 가정마저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할 때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