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특집> 윤창중 사태로 본 ‘변태천국’ 자화상②그들만의 분출구

마사지사 애무에 아내 흥분…남편은 관찰하면서 성적쾌감

[일요시사=사회팀] 매년 증가하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처벌법을 제정하는 등 성범죄 재발방지에 발 벗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 음지에서는 불법변태업소에서의 성매매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신종업소를 탐방하기 위해 일부러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정모를 하는 사람들, 좀 더 자극적이고 변태적인 것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그들이 공유하는 은밀한 아지트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불법 변태업소를 찾거나 새로운 성적판타지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주로 성인 인터넷 카페 혹은 블로그를 방문한다. 관련 사이트 운영자는 수많은 회원들에게 다양한 유사성행위 업소 소개 및 새로운 성적욕구 해소법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경험해보고 후기를 친절히 남기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 카페 운영자
고퀄리티 매매 알선

고퀄리티 잠자리를 보장하는 성매매업소 브로커 사이트는 연예인급 외모의 여성을 대기시키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자랑했다.

성매매 업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한 성매매 홍보는 물론 성인 인터넷사이트에 ‘화끈한 만남’ ‘애인모드’라는 문구를 걸고 명문대 여학생, 피팅모델, 레이싱모델, 스튜어디스 등 23명의 프로필과 선정적인 사진을 올린 뒤 남성들의 환심을 샀다. 업주는 또한 관심을 보이며 전화를 건 남성들에게 “외모도 성격도 어디하나 나무랄 것 없이 완벽하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안 들면 100% 환불한다”고 꾀었다. 업주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연예인급 미모의 여자와 만났다” “특급호텔이라 단속 염려도 없고 품격 있다” 등 젊은 남성들의 성매매 후기도 잇따라 올라왔는데 대부분 자작후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카페에 소개된 성매매 여성의 경우 ‘연예기획사 소속’이라는 명분 때문에 성매매 비용을 보통보다 3∼4배 비싼 80만원에 책정되기도 한다. 이는 성매수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음에도 연예인급 외모를 갖춘 여성과 잠자리를 꿈꾸는 남성들의 허상 때문에 이들을 찾는 예약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성매매 장소 또한 일반 관광호텔이 아닌 강남의 7군데 5성급 호텔에서 이뤄졌다. 일반 성관계와는 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명분하에 인터넷 카페 이름도 ‘강남 하이퀄리티’라고 붙이며 고급성을 거듭 강조한다.

반면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가상섹스를 즐길 수 있는 사이버섹스 게임도 성행하고 있다. 게임방법은 원하는 여성캐릭터를 선택한 뒤 원하는 포즈, 선호하는 체위, 애무 및 성감대를 설정해 게임에 반영시킨다.
또 다른 섹스게임의 일종인 ‘럭키게임’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환자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존슨이 아름다운 의사와 섹시한 간호사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고, 그들만의 행복치료(?)가 시작된다. 이 게임은 주인공들의 대화를 보며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강도조절 역시 가능하다. 이 외에도 인터넷 전역에는 참으로 많은 섹스게임들이 존재하고 있다.


‘가상 원나잇’을 시도할 수 있는 게임의 경우 남녀가 각각 자신의 캐릭터를 선택해 서로 성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자신의 아바타를 시켜 대리섹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아바타를 선택 후 로그인을 하면 직접 하나의 인물이 되어 카페, 클럽, 거리, 호텔, 해변, 스파 등에 들어갈 수 있고 선택한 장소에 입장하면 아바타는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쇼를 보는 등 다양하게 행동할 수 있다. 또 이동 중에 다른 이용자를 만나면 대화하거나 웃으며 관계를 맺거나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섹스를 즐길 수 있다. 누구든 몇 명씩 상대를 고를 수 있고 여러 가지 체위와 강도, 깊이, 세기, 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 

섹스보다 짜릿
관음증의 늪

비디오 클립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게 특징인 하드코어 섹스게임 ‘3D섹스빌라’는 인간의 오감 중 시각과 청각, 촉각 등 세 가지 감각을 사용자가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섹스 장난감 장치를 USB를 통해 연결하면 화면 속 섹시한 모델은 장난감의 침투를 인지하고 상황에 맞게 다양한 신음소리를 낸다. 이 게임에 ‘섹스팩’을 추가하면 사용자는 개인적인 취향과 환상에 정확히 맞는 맞춤형 포르노를 만들 수 있다. 

동성애 섹스게임도 있다. ‘3D레즈비언’ ‘3D게이빌라’는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동성애 섹스게임이다.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3D 아바타가 등장하고 이국적인 장소에서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옵션이 제공된다.  

가상섹스 중독자인 30대 김모씨는 “윤락가에 가는 것보다 저렴하고 단속위험이 덜해 자유롭게 섹스 판타지를 경험해 볼 수 있다”라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나만의 공간에서 원하는 섹스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유혹이다”라고 전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성적 능력을 다양한 파트너와의 경험을 통해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섹스는 몰랐던 체위와 섹스 형태를 제시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현실에서 보다 다양한 섹스를 즐길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일부 남성들은 현실보다 가상세계에서의 섹스에서 더 짜릿함과 흥분을 느끼고 자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 섹스게임과 마찬가지로 관음증을 토대로 한 불법변태업소가 서울 시내에 버젓이 영업하고 있었다. 모든 창문에는 시트지가 붙어있고, 외부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유리문이 잠겨 있는 구조다.


온오프라인 성매매 언제 어디서든 ‘콜’
고퀄리티 그래픽 다중섹스게임 우후죽순

남성이 매직미러 안에 들어가 있는 나체의 여성을 보며 자위하는 신종 변태업소다. 이 같은 업소는 직접적인 성관계, 즉 2차는 별도로 없으며 타인의 모습만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자취방’ ‘병원’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방들이 나란히 붙어있고, 남성손님들은 30분에 일정금액을 낸다. 방 내부에는 매직미러를 사이에 두고 남성과 여성이 마주하게 되어 있는데 매직미러 안의 여성은 밖에 있는 남성을 보지도, 말하는 것을 듣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남성손님은 업소여성에게 어떠한 야한 포즈나 행위도 요구할 수 없다. 간혹 매직미러 안의 여성을 카메라로 찍어 보관하는 손님들이 있어 귀중품과 겉옷 등을 제외하고 휴대폰 등 나머지 물건들은 카운터에 맡겨야 한다고 알려졌다.

업소 여성이 5분 간격으로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으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남성은 그 모습을 훔쳐보며 흥분한다. 규정된 시간인 30분이 가까워 질 즈음엔 여성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있다고 한다. 관음증 변태들이 증가하면서 그들의 취향에 맞게 ‘엿보기방’이라는 신종 변태업소가 생긴 것이다. 20대 대학생부터 40∼50대 중년 남성들까지 손님의 연령대는 천차만별이라고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변태업소는 단속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간판도 없고 호객행위도 없어 입소문만으로 영업 중이어서 소수의 변태들 외에는 일반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들다. 유사성행위업소도 아니고 변종성매매업소도 아닌 단지 변태업소일 뿐이라는 이유 때문에 단속하기가 애매하다는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미성년 상대로
변태 섹스판타지

성인의 그릇된 섹스판타지는 미성년자에게까지 뻗치고 있다. 사이버수사대의 강력한 단속에도 음지에서 꿋꿋이 운영되고 있는 체벌카페와 노예카페가 그 증거. 이 같은 변태카페들은 성인들이 성적욕구해소를 위해 개설됐다가 이후 청소년 사이에도 변태카페가 성행하게 됐다. 

한 40대 남성이 체벌카페에 자신의 카카오톡 ID를 올려놓고 체벌할 사람을 기다린다. 연락이 닿은 어린 여학생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인적이 드문 미사리로 장소를 옮긴다. 미리 준비한 회초리, 청테이프를 감은 막대기를 이용해 여학생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마구 체벌한다. 체벌을 받는 여학생은 남성에게 맞을 때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소시지를 그녀의 성기에 넣어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자신의 성기를 빨게 했으며 마지막에는 성폭행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지난해 실제로 발생했던 성폭행 사건이다.

이처럼 호기심 왕성한 수많은 10대들이 너도나도 체벌카페에 눈길을 돌리며 누군가에게 강하게 체벌을 요청하고 성인들은 개인의 성적욕구를 채우기 위해 아이들을 성노리개로 삼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체벌’이란 두 글자만 입력해도 수십개의 체벌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미성년자가 운영하는 체벌카페가 약 20%에 다다르고 거기에는 겨우 11살의 초등학생이 운영하는 체벌카페가 발견되기도 했다.

카페 게시물에는 채찍이나 회초리로 여성을 때리는 동영상과 사진들이 버젓이 게재돼 있었고, 영상과 사진 속 여성들은 죄다 알몸상태로 체벌을 받았다. 그리고 맞은 부위를 클로즈업한 게시물을 올려 사람들에게 성적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예카페의 경우 체벌카페와는 조금 다르다. 자발적으로 노예 혹은 펫이 되어 주인의 복종에 따르는 형식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한 카페에는 ‘친구 만들기’를 주제로 내건 이 카페엔 성인 남성부터 심지어 13살 초등학생까지 ‘여자 노예를 찾고 있다’는 이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키 OOOcm에 몸무게 OOkg, 훈훈한 외모, 까칠한 성격’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오래 연락할 노예를 구한다’고 내걸었다.

‘노예육성’ ‘노예구하기’가 주축이 된 카페 내에는 ‘자위’ ‘야문(야한 문자)’ ‘변녀(변태녀)’ ‘하녀’ 등 자극적인 단어로 도배된 해당 카페에는 자신을 12∼18살이라고 소개하는 10대들의 구애글이 넘쳐났다.

서울에 사는 14살의 남학생은 “서울 사는 변녀를 구한다”며 “몸사(몸사진) 교환하거나 영통(영상통화), 동영상 교환 가능한 노예는 연락 달라”고 말했다. 13세의 여학생의 경우 “싸이월드 도토리 충전을 위해 급하게 몸사를 팔고 있다”며 “몸사만 원하실 경우 문상(문화상품권) 1만원, 5달 노예를 원하실 경우 문상 2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주인을 희망하거나 노예를 자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호기심에 노예 문화를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노예 키우기가 유행하고 있었으며 교내에서 왕따인 애들을 노예로 키운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은 “노예소설을 쓰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 중인데 업데이트 되는 소설을 읽으면서 호기심에 실제로 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노예가 있는 친구들 중에 여자 집이나 모텔 등에서 성관계까지 간 친구들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문제는 체벌·노예카페처럼 호기심에 이루어진 만남이 변종성매매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지만 단속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청소년의 호기심을 사 변종성매매를 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변태 남편들
“사진 촬영해줘”

‘부부들을 위한 출장 마사지’는 기존 부부관계에 싫증을 느낀 부부가 마사지사를 불러 은밀하게 집 안에서 변태행위를 하는 시스템이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기존의 마사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부 중에 남성이 마사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마사지를 받는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때의 마사지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마사지라기보다는 ‘강한 애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변태화’ 되는 수순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내는 낯선 남성에게 강한 애무를 받으면서 성적인 흥분을 하게 되고 남편은 그 광경을 즐기면서 관찰을 하는 일종의 관음증과 비슷하다. 그러나 단지 관음증으로 치부하기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마사지사가 여성에게 애무와 비슷한 마사지를 해줌과 동시에 성적쾌감까지 느끼게 해준다. 남성은 아내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덩달아 자신도 자극을 받아 흥분이 극에 치닫고 결국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부부는 성관계를 갖는다. 물론 마사지사를 서둘러 보낸 뒤에 관계를 갖는데 이때 갖는 부부관계가 더 스릴 있고 쾌락이 넘친다고 한다.


노예·하녀·펫…‘노예녀’구하는 카페
간판·호객 없이 입소문으로 업소 운영

부부출장마사지를 부르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여성에게 쾌감을 주고 연이어 흥분된 아내와 섹스를 즐긴다고 알려졌다. 상당수의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낯선 남성이 주는 쾌감’을 주려고 마사지사를 부른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아닌 다른 남성에 의해 흥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변태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사지사 자체를 일종의 부부섹스의 ‘도우미’나 ‘파트너’로 생각하는 남편들도 있다. 마사지를 통해 흥분된 아내와 자신이 섹스를 할 동안에 사진을 촬영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섹스를 하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기에는 힘들 뿐만 아니라 보다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을 위해서는 외부의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마사지사에게 맡긴다는 것.

심지어는 여자 2명이 남자 마사지사 1명을 부르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는 여성들이 먼저 그룹섹스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인데, 그들은 처음부터 “그룹섹스를 하자”고 제안하지는 않는다고. 다만 1명이 마사지를 받고 있는 사이에 또 다른 여성 한명이 은근슬쩍 ‘간’을 보기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슬며시 남자 마사지사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하면서 딥키스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3명이서 한 몸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갈수록 변태들을 위한 신종업소가 기승을 부리고, 섹스게임과 나체 체벌동영상 등 온라인에서도 변태의 성적쾌락을 위한 시스템은 널리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경찰단속이 치밀해짐에 따라 성매매 수법도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매년 경찰은 신종 변태업소 및 성매매 알선 카페 등을 수 백개씩 적발하고 있지만, 그들(변태)이 은밀하게 공유하는 신종 아지트는 끊임없이 생길 것으로 추측된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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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