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고발> ‘환자 반란’ A정신병원에선 무슨 일이…

환자를 노예로…돈 받고 노동착취

[일요시사=사회팀] 환자를 상대로 한 정신병원의 횡포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A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노예처럼 부린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환자를 결박하고 강제로 주사를 투하하거나 폭행·감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병실 관리 직원이 부족해 환자에 청소를 시키는 등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보호해야할 환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정신병원의 행태를 파헤쳤다.



환자를 치료·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신병원에서 오히려 환자들에게 병실청소를 떠넘기는 등 소모품으로 부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의 제보에 따르면 이 병원은 약 180여명의 환자를 수용하고 있으나 화장실이나 욕실은 2∼3개밖에 구비되지 않았다. 청소 직원도 2명 남짓으로 턱없이 모자라 180여명의 환자를 수용하는 병실을 다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환자들은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도 힘든데 병실청소까지 떠안아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당하고 노동착취를 당했다는 한 남성이 <일요시사>에 억울함을 알려왔다.

한약 때문에
정신병자로 몰려

올해 32세의 강모씨는 사회생활을 하던 평범한 남성이었다. 20대 초반 술·담배를 많이 해 몸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급기야 폐렴증세까지 도졌고, 심한 기침감기에 걸렸다. 숨이 차 거의 죽을 뻔한 아찔했던 순간도 몇 번 있었다. 개인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을 전전하며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지만 아무 병명도 듣지 못했다.

한끼라도 굶으면 기력이 없어 누워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지만 막상 무언가 먹게 되면 소화가 잘 안 돼 먹을 것을 입에 대기가 두려웠다. 왼쪽 목부터 발끝까지 혈액순환이 안 돼 거동이 불편해졌고 직장생활도 물론 포기해야 했다.

이렇게 끼니를 거르며 기력 없이 살던 강씨는 급기야 몸무게가 68kg에서 50kg으로 급격하게 줄었고 몸져누운 상태로 지내야했다. 양의학이 맞지 않음을 깨달은 강씨의 부모는 강씨를 데리고 한약방으로 찾아갔다. 그 한약방의 약을 처방해주는 할머니는 의사면허증이 없는 불법 침시술자였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여러 병원을 가서 검사나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던 강씨의 병은 그 한약방 주인의 한약과 침 치료만으로 건강이 호전된 것이다. 비록 불법으로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던 주인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강씨는 지속적으로 한약복용과 침 치료를 받으면서 예전 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몸을 거동할 수 있게 되자 강씨는 사회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민단체에 들어가 봉사활동과 영어과외를 병행했다. 여기저기 면접을 보며 취업준비에도 열정적으로 임했다.


한약을 꾸준히 복용하기만 한다면 그도 정상인과 별다를 바가 없었지만 한약에 집착한 게 문제였다. 강씨는 5∼6년 동안 한약을 복용해왔는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건강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까봐 두려운 마음이 앞서서였다. 몸 왼쪽 전체가 마비 돼 평생 사회생활을 하지 못 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강씨의 불안 증세를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한 그의 부모는 당장 한약을 끊으라며 처방을 못 받게 했다. 

입원비만큼
시설은 엉망

특히 30년에 달하는 베테랑 군인장교 출신인 강씨의 아버지로써는 아들이 약에 의존하고 사는 게 심히 우려가 됐다. 그가 차라리 운동을 하며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길 바랐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약에 대한 집착증, 즉 정신적 문제 때문에 한약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아들에게 “한약을 당장 끊어라. 그것만이 네가 악화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타일렀다. 강씨는 부모의 압박 이후 한약을 처방받지 못하자 불안증세가 더 심해졌다. 급기야 충동적으로 손을 찌르기도 했다.

아들의 불안증이 심각하다고 생각한 강씨의 부모는 2011년 강씨를 대전의 모 종합병원에 입원시켰다. 강씨는 병원에서 정신과 약을 복용함으로써 한약을 대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씨의 불안증세가 줄어들었고 곧 퇴원할 수 있었다. 불안증세는 그쳤지만 기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몸을 가눌 힘이 없어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 했던 강씨는 부모로부터 점점 신뢰를 잃어갔다. 강씨는 한약에 대한 집착증에서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와 또다시 대립됐고 두 번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시련을 겪어야했다.

강씨는 부모의 의견에 따라 지방의 A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곳은 오랫동안 폐교가 있던 자리였는데, 폐교를 없앤 뒤 정신폐쇄병동이 설립됐다. 단층의 군대 온돌방 같은 내부로 이뤄져 있는 병원은 총 40개의 병실과 300개의 병상규모를 갖추고 있다. 그곳에는 약 180여명의 알코올 중독자 및 정신질환자, 치매노인 등이 입원해있는데, 정신질환자가 대부분이었다.

“7인실에 10명씩”병실·시설 턱없이 부족
관리 인력 부족해 환자들에 청소 등 강요

넓은 초원이 병원 앞에 펼쳐져 평화로울 것만 같던 이 병원을 강씨는 못마땅해 했다. 그에 따르면 A정신병원에는 4인실부터 10인실까지 있는데, 인원이 넘치는 데도 불구하고 좁은 병실에 환자들을 억지로 채워 넣었다. 예를 들어 7인 병실을 10명이 사용하게 해 불편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180명 정도 되는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과 욕실도 문제였다. 내부 면적에 비해 환자 수도 많아 화장실과 복도를 이동할 때도 큰 불편은 뒤따랐다. 병원 측은 단지 감사가 나올 때만 일시적으로 환자들을 강당에 모아뒀다가 병원의 넉넉함을 강조한 뒤, 감사가 끝나면 원위치 시키는 꼼수를 밥 먹듯 했다고 한다.




그는 “환자가 180명 가까이 되는데 화장실은 겨우 3개에 용변기 칸은 총 8개밖에 되지 않았다. 소변기도 10개 남짓이다. 식후 양치를 하고 싶어도 엄청 기다렸다가 겨우 할 수 있었고, 샤워실도 2개밖에 없어 다른 환자들이 모두 자고 있을 때 밤에 몰래 빠져나와 겨우 샤워를 할 수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그의 입을 통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병원의 부당한 규정에 대해서도 엿들을 수 있었다. 병원 측에서 환자들에게 불합리한 노동을 시킨다는 것. 강씨가 말한 노동은 병실청소와 정리 등이었다. 병원이 고용한 청소부 아주머니는 단 2명뿐이었다. 그들은 거의 매일 환자복 세탁과 화장실, 강당 등을 청소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환자들이 자고 활동하는 병실은 일체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인력이 부족해 병실청소까지 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

그는 이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환자들이 직접 걸레를 빨아 매일 병실청소를 떠안게 됐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식당도 구축되지 않아 병실 안에서 환자들이 밥상을 스스로 펴고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하며 밥상도 스스로 닦아야 한다고 했다. 바닥에 떨어진 밥풀 등 찌꺼기 청소도 물론 환자들의 몫이었다.

인건비 아끼려
환자를 청소부로?

강씨는 “대전의 대학병원에서 잠깐 입원했을 당시, 그곳 직원들은 환자에게 아무 노동의 책무를 맡기지 않았다. 간호사나 보호사들이 환자의 손과 발이 되 줄 정도로 거들어 줬다.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되는 거액의 입원비 때문이라서 그런지 싶다”며 “반면 A정신병원은 한달 입원비가 40만원 가량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노동을 시키며 인건비를 줄이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가 언급한 병원의 부조리한 행태들을 좀 더 소개하면 20대의 한 남성의 이야기가 있다. 한창 나이의 이 남성은 4년 정도 입원해 있었는데 정신적인 결함은 전혀 없어보였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에 안 맞게 문맹자였을 뿐 말귀는 정상인처럼 다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담당의사와 남성의 부모는 정신분열 및 우울증이라는 병명으로 4년 넘게 입원시켰다는 것이다. 6개월마다 환자들은 군수나 구청장으로부터 심사청구를 받는데, 이 때 입원의 연장유무가 결정된다고 한다.

이 남성은 무려 4년간 A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예민하고 난폭했던 성격도 많이 완화됐지만, 보호자의 동의로 입원을 지속해야한다고 했다. 남성의 보호자인 부모의 동의가 사전에 이뤄진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거치지 않은 단계가 있었다. 입원 연장 시에는 환자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병원이 보호자의 동의만 받은 채 입원을 연장시킨 것은 명백히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환자 동의 없이 맘대로 입원 연장
“정체불명 약 때문에 성기능만 저하”

이 같은 불법입원연장은 이 남성 외에도 파다하다고 강씨는 말한다. 그는 A정신병원이 지방의 외진 곳에 위치해있고 환자 수도 많지 않아 운영이 어렵게 되자, 한번 들어온 환자는 장기적으로 입원시키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가 A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주위 환자들은 “너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니? 이 병원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정말 힘들다”라며 걱정했다고 한다. 제일 오래 입원한 환자는 망상증에 시달리는 50대 남성이라고 한다. 이 남성은 무려 10년 넘게 이 병원에서 갇혀 살고 있다고.

강씨가 목소리 높여 말하는 A정신병원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환자의 병명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환자의 퇴원을 늦춘다는 것. 병원에서 환자들이 퇴원을 자주 한다면 병원운영이 잘 될 리 만무하기 때문에 모든 환자들을 상대로 입원연장과 퇴원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위치상 환자도 자주 들어오지 않고 입원비도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입원시킬 환자들만 받는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2개월가량 입원 후 담당의사는 내게 정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퇴원을 미뤘다. 이후 정신과약만 계속 먹이려고 애썼다. 내가 정신질환이 없다고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는데 왜 약을 복용해야하냐고 반발하자 간호사와 남자 보호사 2명이 나를 결박한 후 강제로 주사를 투하했다. 주사를 맞지 않거나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퇴원을 안 시켜주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억울한 심경을 내뱉었다.


강씨는 해당병원의 간호사와 보호사들이 환자의 안면 쪽에 주먹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한 것을 목격하거나 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언급했다. 병원의 분위기가 환자를 보호한다는 느낌보다는 강제로 청소와 같은 노동을 시키거나 결박하고 위협을 준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고 한다.

건강해지려다
발기부전 얻어

강씨는 시험응시를 목적으로 현재 그 병원에서 퇴원한 상태지만 정신과약은 계속 복용하고 있다. 그의 부모가 강씨에게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정신과약의 부작용에 시달려 복용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없이 먹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탓하기도 했다.

그는 “말이 많이 어눌해지고 뇌기능도 한참 저하된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신과약을 먹으면서 성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성을 봐도 전혀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하고 불감증을 겪고 있으며 발기도 되지 않는 등 성기능 저하가 왔다”며 “불편하게 생활하는 환자들을 위해 입원환경조차 개선시키지 않고 정상적인 몸에 오히려 병을 얹어준 병원의 행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싶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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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