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철 특집> ‘전국 활개’ 빈집털이 예방법

문단속이 능사?…대담무쌍 도둑에 안 통한다

[일요시사=사회팀] 따뜻한 봄 날씨가 한창인 요즘 나들이 떠나는 가정만큼 좀도둑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계량기의 숫자를 보거나 인터폰을 사용해 빈집인 것을 확인한 후 절도행각을 저지르는 등 좀도둑들의 절도수법도 점점 진화하고 추세다. 가족의 행복한 봄나들이를 방해하는 좀도둑의 용의주도한 절도행각들을 알아봤다.


봄은 겨우내 웅크렸던 시민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는 계절일 뿐 아니라 범죄 역시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다. 특히 날이 풀리면서 상춘객들의 빈집을 노리는 절도행각이 해마다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의 주의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계량기 수치 본 뒤
인터폰으로 재확인

최근 방배동에서 전기계량기 수치를 이용해 절도행각을 벌인 도둑이 경찰에 붙잡혔다. 40대 김모씨는 전기계량기가 느리게 도는 방배동 인근 아파트·빌라 등을 골라 귀금속 등 억대의 금품을 훔쳤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에서 인터폰을 누른 뒤 빈집임을 확인했다. 이후 현관 출입문 틈새에 드라이버를 넣어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 안으로 침입, 방 안 서랍 안에 있던 다이아몬드 반지, 외화 등 1500여만원 상당을 훔쳤다. 그는 비슷한 수법으로 귀금속을 상습 절도해왔다. 김씨는 아파트나 빌라 경비원에게 “인터넷 수리를 하러 왔다”고 말하고 건물 내부에 들어가 주로 전기계량기 회전이 늦은 집을 빈집털이 대상으로 정했다. 통행이 뜸한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사이에 주로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2011년 춘천교도소에서 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훔친 물건을 처분 전 진품인지 여부를 감별기와 시약을 이용해 직접 확인했고, 종로의 금은방에 내다 팔았다.

경찰은 절도사건 발생 후 현장 주변의 CCTV를 분석했고 지난 3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노상에 보관해 둔 범인의 오토바이를 확인한 뒤 잠복근무를 통해 오토바이를 타러 온 김씨를 발견했다.


‘외출의 계절’빈집 노리는 절도범 기승
용의주도 수법 진화…각별한 주의 요구

경찰은 빈집 출입문을 드라이버로 따고 들어가 지난 1년간 61회에 걸쳐 1억8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등을 털어 도주한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더불어 1년간 훔친 귀금속, 시계 등을 매입한 혐의(장물 취득)를 받고 있는 송모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같은 달 13일에도 빈집을 노리는 절도범이 강남권 고가의 아파트 주변을 기웃거렸다. 4월13일 서초구 일대 고급 빌라를 돌아다니며 빈집을 골라 3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30대 최모씨 등 2명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월13일 오후 6시10분쯤 서초구 반포동 김모씨의 빌라에 몰래 들어가 다이아몬드 반지 1개와 명품 까르띠에 시계, 루이비통 가방 등 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반포동, 양재동 일대의 고급 빌라를 대상으로 50여차례에 걸쳐 3억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초인종을 수차례 눌러 빈집인지 확인한 뒤 한 명이 건물 밖에서 망을 보고 다른 한 명이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을 드라이버로 열거나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 또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훔친 번호판을 붙인 대포차를 매달 바꿔 타기도 했다.

훔친 돈은 벤츠, 인피니티 등 고급 외제차를 렌트하거나 강남의 고급 술집을 드나드는 데 썼다. 경찰은 이들이 일주일에 2∼3회 정도 범행을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여죄수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급 아파트
주변 맴돌며 절도


이처럼 나들이철에 빈집만을 노리는 절도사건은 두 달 새 500여건이 훌쩍 넘었다.

강원 삼척경찰서는 지난달 18일 강원도 삼척에서 동거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상가에서 금품을 훔친 20대 커플 이모씨와 김모씨를 검거했다.

연인 관계인 이들은 같은 달 3일 오전 0시35분께 삼척시 남양동의 한 상가건물 2층 주점에서 현금 3만원을 훔치는 등 최근 한 달간 심야시간대 빈 상가에서 총 9차례에 걸쳐 5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그들의 절도수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남들이 모두 자는 심야시간대에 절도를 행했으며 여자친구인 김씨가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주변에서 망을 보면, 남자친구 이씨가 스파이더맨처럼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상가에 침입해 물건을 훔쳐 나왔다.

이씨는 경찰에서 “여자친구와 1개월 전부터 동거를 했는데, 생활비가 떨어져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관 앞 우유 주머니 등에 보관된 열쇠로 빈집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는 수법을 이용한 범인도 있었다. 30세의 서모씨는 4월21일 오후 2시쯤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주택에 침입해 현금 50만원을 훔치는 등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마포·용산·은평구 등지의 빈집에서 총 24차례에 걸쳐 768만원어치의 금품을 턴 혐의를 받았다.

서씨의 범행수법은 간단하면서도 치밀함이 엿보였다. 집주인이 현관 앞 우유 주머니나 신발장, 우편함 등에 넣어둔 열쇠를 찾아내 집에 침입했으며, 범행 후에는 현장을 원래대로 정돈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자신이 훔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등 물건을 빌라 옥상이나 지하 창고에 보관하다가 생활비가 떨어지면 자신이 훔친 금품을  장물업자 차모씨 등에게 처분했다.

경찰은 빈 집에 들어가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서씨를 구속, 서씨로부터 훔친 귀금속 등을 사들인 금은방 주인 차씨 등 장물업자 3명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는 회사를 그만둔 이후 생활비가 없어 빈집 옥상이나 대학교 화장실 등에서 노숙 생활을 했으며 빈집을 털어 마련한 돈은 대부분 유흥비보다는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올라가 빈 아파트를 가려내 빈집털이를 한 절도범도 있었다. 30대 남성 허모씨는 배수관이 아닌 아파트 각 세대에 설치돼있는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올라가 빈집을 가려냈다.

허씨는 지난해 11월22일 오후 7시30분경 충북 청원군 오창읍의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올라가 3층에 살던 윤모씨의 집에서 800만원 상당의 순금 목걸이 등 모두 2300만원의 금품을 훔쳤다. 허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11년 1월 말부터 최근 5월 초까지 청주·충주·대전·천안 등 충청권 일원 아파트를 돌며 모두 51차례에 걸쳐 총 2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이 범행현장의 CCTV를 확보해 허씨의 범행을 인지했고, 지난 2일 아파트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허씨를 특가법상 상습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대포차와 대포폰
진화하는 빈집털이

9일에는 1년간 무려 150여 차례나 빈집털이를 한 일당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절도범들은 제주도만 뺀 전국각지를 돌며 도둑질을 했는데,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한 지역에서 한 집만 골라 물건을 훔쳤다. 이들이 오랜 기간 동안 이 같은 범행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범행이 매우 용의주도했기 때문이다.


교도소 동기인 40대 이모씨와 김모씨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빈집털이 행각을 벌였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 이들의 무대였다. 전북과 충남에서의 범행이 20회에 달했고, 경북과 전남에서도 10회 이상 절도행각을 벌였다. 서울이 주거지인 이들은 주로 2박3일 일정으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범행을 이어갔다.

또한 이들은 각 지역으로 원정에 나서면서 CCTV가 없는 주택만을 범행 대상으로 골랐고 한 도시에서 한 건의 범행만 했다. 방범시설이 미비한 주택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대포차와 대포폰을 사용할 정도로 빈집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일반 절도범과는 다르게 치밀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전기계량기 보고 침입
택배기사로 위장해 경비원 속이고 출입

그렇게 이들은 1년 동안 150회에 걸쳐 절도를 저질렀고, 그들이 훔친 물품은 총액이 6억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금통으로 사용된 LPG통에 든 동전 2000만원을 비롯해 명품가방과 지갑, 외화, 양주, 골프채, 귀금속, 신발 등 품목도 다양하다. 이른바 ‘싹쓸이’ 수법으로 품목을 가리지 않고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훔친 것. 이 때문에 한 노모는 아들의 결혼식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년간 한푼 두푼 모아뒀던 2000만원을 이들의 손아귀에 넘겨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단 1년뿐이었다. 영원히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갈 줄 알았던 그들은 끝을 모르고 빈집털이를 하다 꼬리가 밟혔다. 이들이 빈집에 담을 넘어 들어가는 모습이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혔던 것. 결국 이씨와 김씨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오랫동안 심층 수사를 벌인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내 그들이 갖고 있던 소지품에서 훔친 귀금속 여러 점이 발견되자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또 압수영장 집행 결과 이씨의 집에서 미처 처분하지 못한 장물들이 대거 발견되자 그때서야 그간의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여죄를 수사 중이며, 장물아비도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첨단 도어록 설치
귀중품은 은행에

이처럼 전국으로 빈집털이범이 활개 치는 요즘, 마음 놓고 봄나들이를 즐길 수 없다며 불만을 표하는 상춘객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빈집털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경찰은 계량기에 덮개를 씌우거나 전력사용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디지털 계량기로 바꾸는 게 범죄를 막는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특히 대부분의 좀도둑들은 낮 시간대에 절도행각을 벌였다. 이 시간대 빈집털이범들이 몰리는 이유는 경비원들이 재활용품 정리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 관계자는 이 시간에는 집을 비우지 않는 게 좋고 외출 시에는 인기척이 느껴지도록 현관 근처에 라디오를 틀어 놓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또 문을 강제로 열면 강한 경보음이 울리는 디지털 도어록은 기존의 잠금장치인 열쇠보다 절도예방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인터폰·초인종으로 인기척 확인
실외기·우유주머니 열쇠로 침투

진병진 순천경찰서 형사는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절도 예방법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에 따르면 도둑의 발판이 될 만한 창문 인접 나뭇가지는 잘라내고, 도둑이 아파트에 침입하는 흔한 경로인 도시가스관, 에어컨 배관 등에는 철재가시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게 좋다. 모든 창문에는 방범창 및 이중 유리와 만능키 등으로 쉽게 열 수 없는 카드식-전자식 전문 디지털 도어록을 설치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적외선 감지기, 비상벨 등의 첨단장비를 설치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우유 및 신문 투입구는 폐쇄하고 배달을 미리 중지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밤에는 TV나 라디오, 손전등이 자동으로 켜지도록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전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에 빈집 사전신고 및 현금이나 귀중품 등을 맡기고 이웃집이나 경비실에 감시를 따로 부탁해야 한다.

진 형사는 “현금이나 귀중품 등은 가능한 한 은행에 맡기고 옷장서랍, 책상서랍, 화장대, 찬장 등에 보관하지 않는 것도 예방책”이라며 “빈집털이 예방을 꼭 준수하면 절도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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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