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노무현 쇼크② 궁지 몰린 MB 위기 타개책



검찰 수사 비판 여론, MB 향한 날선 칼날로 탈바꿈
“촛불집회 막겠다” 경찰 투입 ‘악수’ 집권 최대위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를 타개할 패를 고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검찰과 이러한 ‘전 정권 죽이기’ 수사의 배후에 서 있는 현 정권에게로 몰리면서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정부를 향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지 않지만 자칫 안으로 곪은 상처가 촛불집회로 터져 나올 경우 정권 퇴진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여권은 4월 재보선 수습책으로 논의해온 ‘개각’을 민심수습책으로 꺼내드는 한편 직접적인 비난 여론에 노출된 검찰의 ‘물갈이’를 고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구할 위기 타개책이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원인으로 무리한 검찰 수사가 지적되면서 청와대도 책임을 면키 어려워졌다. ‘죽은 권력’에 대한 ‘살아있는 권력’의 정치 보복이었다는 주장이 날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막아서는 등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촛불집회를 타고 청와대를 불태우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국정 마비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불렀던 촛불집회가 다시 한 번 재현될 경우 현 정부가 그 파장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각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노 서거는 일종의 고문치사”
‘탄핵’ 불 지피는 야권

그러나 경찰력을 투입해 ‘촛불’을 막으려는 모습은 도리어 ‘과도한 견제’라는 비판을 불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촛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발길을 막는 공권력 앞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민주당 등 야권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권 퇴진운동’의 불을 지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시민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앞두고 “정권과 검권과 언권에 서거 당한 대통령의 영결식”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검찰, 언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현 정부에 의한 일종의 고문치사”라고 주장했다.

송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현 정권의 권력남용과 정치보복에 따른 것 때문이라는 것이 모든 국민의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예로 들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잘못된 수사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그는 “증거도 없이 특정 한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2개월 동안 발가벗겨 사실상 고문을 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일종의 고문치사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비판하면서 “이런 검찰 수사에 대해서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70여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도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대한 애도의 물결엔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내몬 현 정권에 대한 분노가 녹아 있다”며 “피의사실을 사전에 낱낱이 언론에 흘리는 방식의 검찰 수사는 누가 봐도 명백한 정치보복성 표적수사였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공권력을 동원해 수천 명의 경찰이 조문객을 막고 시청 앞 광장을 원천봉쇄했지만 조문객의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촛불의 숫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와 저항의 불길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도 “촛불을 견제하고 서울시 광장을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면 정치적, 반민주적 공안권력의 강화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대통령에게 “이번 조문행렬에서 나타나는 민심의 향방과 성격을, 그들의 분노한 눈물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없는 야권의 공세에서 이 대통령을 구한 것은 뜻밖에도 북한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중 북한은 핵실험에 이어 연거푸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 한반도를 긴장케 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강경대응으로 맞받아치면서 남북의 긴장관계는 높아만 갔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국민적 관심도 남북관계로 시선을 돌렸으며 이명박 정부의 굳건한 버팀목인 보수세력의 결집 계기로 작용하는 효과를 낳았다. 취임 후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북한이 이 대통령을 집권 후 최대 위기 상황에서 구해준 셈이 된 것.

그러나 정치분석가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국민적 쇼크 상황은 이 대통령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과의 문제로 시선이 분산되기는 했지만 그뿐이다. 대북문제로의 물타기만으로는 야권의 공세를 막고 전세를 뒤엎기에는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3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3.2%로 지난 1월9일(22.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69.4%에 달했다.
이 대통령이 꺼내들 수 있는 타개책은 무엇일까. 이 대통령은 우선 전 대통령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그 첫 발을 뗐다.

MB정권 구한 북풍
오래된 경색에 약발 ‘뚝’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민 모두 함께 애도해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조문을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전문제 등을 고려, 봉하마을 빈소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변경하기는 했지만 ‘할 도리’는 다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울 경복궁에서 거행된 영결식에 참석, 노 전 대통령을 조문했다.

또한 ‘책임론’이 인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임채진 검찰총장이 경질될 수 있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인간적인 고뇌 때문”이라는 짧은 말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사태 해결이 우선”이라며 사표를 반려했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데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검 중수부장, 중수1과장 등 핵심 수사 책임자들을 해임시키고 피의사실공표죄 등에 대해 사법처리까지 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비장의 카드 빼드는 MB
검찰청장 경질하면 살까

때문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종료 이후 임 총장을 경질시키고 이인규 대검찰청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 등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해 온 수사팀을 대폭 교체하는 방안이 이야기되고 있다.

또한 김경한 장관의 교체설도 청와대와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 장관이 현 중수부 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개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물러난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임 총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어 사표 제출을 거부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임 총장의 사표 제출에 적지 않은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종료 후 임 총장이 경질되고 이인규 대검찰청 중수부장과 우병우 중수1과장은 전보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권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짐에 따라 향후 개각과 조직개편 등에서 검찰의 권력을 일부 줄이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신 경찰력이 강화된다는 것. 이로 인해 검찰과 경찰이 오랫동안 대립각을 세워온 기소권 및 수사권 배분 문제가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 주변에서는 ‘6월 개각설’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4월 재보선 패배 후 “당도 그렇고 청와대나 정부 내각도 정비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쇄신의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6월 정계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하자는 것이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6월이면 윤진식 경제수석을 제외한 대부분의 청와대 수석들이 1년 임기를 채우게 돼 인사 단행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정기관들도 장·차관 등에 대한 스크린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각에서는 비경제부처 장·차관들의 교체가 거론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 등을 이유로 외교 안보라인이 바뀔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비상시국이 된 이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일부 사회부처 장관들과 여성부 등이 교체 대상이라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6개월 이상은 곁에 두는 이 대통령의 인사 흐름을 볼 때 급격한 진용개편보다 6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개혁법안이 처리된 뒤 7~8월께 내각과 청와대에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6월보다는 7월 개각설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정치권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가 된 이상 6월 국회에서의 주요 법안 처리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정치권 대다수의 전언이다.

이들은 차라리 국정 쇄신을 통해 법안처리의 탄력을 얻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 쇄신특위의 쇄신안과 개각이 함께 진행되면서 당정청을 망라한 대대적인 물갈이와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국정동력을 얻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쇄신안 타고
‘6월 개각설’ 모락모락

장관급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비경제부처의 장·차관급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낙마 후 공석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국세청장 인선까지 해결될 수 있어 6월 중 중폭 이상의 개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미 청와대 참모진과 일부 장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조기개각설이나 당 쇄신안에 대한 주장을 이 대통령이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방안에 이 대통령에 실망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시 신뢰를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는지, 노 전 대통령을 잃고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을 아우를 ‘화합책’이 들어가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정말 실행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진정성’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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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