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노무현 쇼크⑥ 풍수가 박민찬이 다시 본 봉하마을 사저


묘 이장시키고 자연을 벗 삼아 지은 사저가 흉지?
끊어진 청룡, 음기  흐르는 현무, 주작만 ‘멀쩡’
“묏자리 흉흉한 기운 봉하마을 사저 터에 맺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김해 봉하마을 사저가 다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새 집 짓고 3년 나기 어렵고 새 사람 들어오고 3년 나기 어렵고 묘 쓰고 3년 나기 어렵다’는 옛말처럼 새 집을 짓고 들어가서 3년간 잘 지내야 좋은 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의 경우 1년3개월 만에 변을 당해 ‘흉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본지는 지난 694호 봉하마을 현장르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묘 터 위에 지어졌다는 점과 이에 따른 풍수적 풀이를 한 바 있다. 당시 봉하마을을 찾았던 풍수가 박민찬(신안계물형학연구소) 원장을 만나 봉하마을 사저의 위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다시 들어봤다.

박민찬 원장은 “운명은 자연에 의해 80% 이상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은 10% 정도로 모든 일을 100% 풍수에 적용시킬 수 없지만 10%로 80%를 이기지는 못하는 것처럼 자연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풍수, 인간 운명 결정
문제는 살고 있는 집터

그는 “운명은 자연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이는 즉 인간이 자연의 지배를 당하는 것을 말한다. 풍수란 자연의 지배만 당하지 말고 자연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위대한 자연을 활용하면 인간도 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 풍수의 원리이며 인간이 태어나서 추구하는 부와 명예, 화목, 건강, 도덕, 윤리, 질서 등이 자연에 있다”고 강조한다.

박 원장은 지난달 23일 봉하마을 사저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세상을 등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 같은 논리를 적용시켰다.

지난 4월 봉하마을 방문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구설수와 측근들의 검찰 소환의 원인으로 ‘봉하마을 사저’를 지목한 것.


박 원장은 당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사주와 부인의 사주, 집터와 조상묘”라면서 “노 전 대통령의 사주와 부인의 사주, 조상묘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집터”라고 지적했다.

그가 직접 둘러본 사저의 위치도 그의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는 양택지였지만 좌청룡 중 내청룡이 끊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사저는 10여 기의 묘를 이장시키고 지은 ‘묘지 위의 집’이었다.

박 원장은 당시 봉하사저에 대해 “길지가 못 된다”고 못박았다. 묏자리는 음택이라고 하고 집은 양택이라고 하는데 둘은 서로 상반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음택지에 양택을 하지 않는 건 풍수의 기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다시 만난 박 원장은 봉하사저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봤다”며 “그곳은 묘를 이장한 터가 아니었더라도 이미 묏자리로 쓰일 수밖에 없었던 곳”이라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음택 풍수는 음기를 활용한다. 온혈과 건혈, 화혈, 냉혈, 습혈, 수혈 등 6가지의 지질과 혈을 살피게 되는데 이중 온혈만이 ‘길지’라 불린다. 이러한 음기와 좌청룡, 우백호, 현무, 주작 등 주변의 형상, 산에서 내려오는 정기를 말하는 ‘용맥’을 통해 음택지를 알아 볼 수 있다.

박 원장이 봉하마을 사저 터에 묘가 없었다고 해도 어차피 묏자리가 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저 뒤편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현무’에 주목했다. 현무는 집 뒷산을 말하는 것으로 현무가 잘 형성돼 있으면 그 사람을 받쳐주고 밀어주는 주변의 도움과 협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원장은 “현무의 줄기를 통해 용맥이 사저 터로 내려오고 있는데다 터에 혈이 맺혔다”면서 “용맥과 혈 자리는 그곳이 음택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묘 터 위에 세운 집
봉하마을 사저는 흉지

음기와 용맥의 정기가 흐르는 곳에 묘를 쓰면 이 기가 유해에서 발산되는 기와 만나 풍수적 영향에 따라 직계 자손에게 길하거나 흉한 영향을 주게 된다. 묏자리로서는 길지 혹은 흉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터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살아있는 사람은 움직이면서 기가 흩어지게 돼 음기와 용맥의 영향이 직계 자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흉한 음기와 용맥 정기의 흉기가 산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며 그 기가 강하면 강할수록 흉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박 원장은 “예로부터 묏자리에서 집을 짓지 않는다”면서 “양택을 묏자리로 써야 하는 음택에 선정할 경우 흉한 음기가 산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공동으로 낮에만 사용하는 건물의 경우 무방하다”고 말했다.

‘뚝’ 끊긴 내·외청룡
‘외팔이’ 우백호 만들어

박 원장은 “봉하마을 사저가 흉지가 되지 않으려면 혈과 용맥이 없었어야 했다. 사저 뒤편으로 아무것도 없어야 했다는 것”이라며 “집까지 산맥이 내려오지 않고 최소 50m 이상 떨어져 있었다면 풍수적 해석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봉하마을 사저는 현무가 용맥으로 이어진 것 외에도 내·외청룡도 끊겨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박 원장은 “좌청룡, 우백호가 형성돼야 가정이 화목하고 주작이 잘 형성돼야 부가 쌓이며 현무가 든든해야 받쳐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생긴다. 이러한 형상들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길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봉하사저에 대해 “제대로 된 것은 주작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원장은 좌청룡에 대해서는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맥이 끊어지지 않고 집터를 잘 감싸고 이어졌어야 했는데 좌청룡을 형성하고 있는 내청룡과 외청룡이 모두 끊어져 있다는 것.

그는 “집과 붙어있는 내청룡이 끊어져 있다. 그 자리가 바로 부엉이바위”라면서 “외청룡도 산맥 중간이 파여 끊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부엉이바위’가 가진 악재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산에 있는 바위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바위가 많은 산에는 설악산, 북악산처럼 ‘악(嶽)’자를 붙이는데 ‘뫼부리 악’자에서 ‘뫼부리’는 바로 ‘바위’를 뜻한다. ‘악’이 존재하면 흉지가 될 확률이 높다. 바위가 많으면 ‘살(殺)’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왕산과 북악산처럼 바위산은 살이 있어 흉기가 발산하는 곳으로 터가 좋지 않다. 청와대와 경복궁처럼 많은 이들이 끌려가 죽거나 명성황후나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죽게 되는 터”라면서 “금강산도 보기에는 아름다우나 바위가 많아서 풍수적으로 보면 흉지다. 이곳에서 묏자리를 한 자리도 쓰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또한 “기가 세다 보니 무속인들이 바위가 있는 곳에서 기를 받아 기도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우백호는 썩 좋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형성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 좋다고 해서 좋은 형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한 팔만 가지고 있다고 좋다고 하지 않지 않냐”고 말했다.

이도저도 아닌 집 모양
대문 방향 잘못돼 숨 막혀

집터에 대한 설명에 이어 봉하마을 ‘사저’에 대한 부분도 물어봤다. 박 원장은 “양택 풍수는 양기를 활용한다. 음택 풍수와 같이 형상을 참고해 집터를 선정하는 것은 같지만 혈과 용맥이 없는 곳이어야만 양택을 할 수 있다”면서 “양택 풍수는 형상과 집 좌향을 잘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흙과 나무를 활용해 자연친화적으로 지은 사저에 대해 박 원장은 “집 형상이 서양식도 아니고 동양식도 아닌 어색한 모습”이라며 “문화적·풍수적으로 안 맞고 좋은 영향을 끼치는 곳이 아니다”라고 낮은 점수를 줬다.
남향집으로 지어졌다는 점은 좋게 평가했지만 ‘대문’에 가서는 고개를 저었다. 정문을 남쪽에 낸 것을 두고 “대문을 잘못냈다”고 지적한 것.

박 원장은 “남향집에 남쪽 대문을 낸 데다 사저 끝으로 냈으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남향집에 동쪽 대문을 냈으면 괜찮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저 동쪽으로 대문을 냈으면 부자가 되거나 집안이 화목하게 하는 좋은 기가 들어오는 형상이 됐을 것이고 그러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숨만 쉰다고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닌 이상 여러 가지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라며 눈만 뜨면 보고 싶고 생각이 날 텐데 권양숙 여사가 그 집에서 살겠느냐”고 반문하며 “누군가 그 집에서 살면 또 흉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장될 장지에 대해서는 “화장한 유골에는 기가 없어서 어느 곳에 매장해도 자손에게 득과 해가 없다. 고인에게도 흉지의 고통이 없어 좋을 것”이라며 “매장할 자리는 집 뒤 50m가 좋다. 다니기 편리하고 양지바른 곳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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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