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충격의 토요일! 노무현 서거③ 정치권 메가톤급 후폭풍

‘노 역풍’ 타고 ‘제2의 탄핵정국’ 꿈틀

여권 인사 검찰 수사 ‘노무현 후폭풍’에 위태위태
MB정부 핵심 정책, 야권 반기에 국정드라이브 주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각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청와대가 후폭풍의 영향권 아래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 현 정권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정권에 대한 사정수사로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의 동력을 확보한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30%대의 국정 지지율 등 아직 탄탄한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해 촛불사태의 파괴력을 능가하는 거대한 ‘노무현 후폭풍’이 청와대에 몰아닥칠 경우 자칫 국정 마비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정치권에 비상이 걸렸다. ‘태풍의 핵’이라 불릴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민주당 등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급보를 접한 직후 긴급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폭탄 맞은 여야 정치권
긴급회의 갖고 대책 부심

청와대는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노 전 대통령측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청와대 핵심 인사들을 급파했으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표정은 밝지 않았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사고 소식과 서거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수석 비서관들을 소집, 대책을 숙의했다.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연 한나라당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호주를 방문 중이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긴급 귀국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개인적인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민주당도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자유선진당도 이회창 총재 등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당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여권과 청와대에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데는 이의를 표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부터 검찰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검찰의 국가기록물 무단 이관 의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뒤에는 ‘살아있는 권력’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지난해 7월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봉하마을 사저로 국가기록물을 무단 이관했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전 청와대 행정관 등에 대한 소환조사와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 서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등 전방위 수사를 펼쳤다.

또한 지난 3월부터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불거졌다. 참여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과 일했던 이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으며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모두 검찰 수사를 받았다.

공적으로 몰린 청와대
‘무리한 수사’ 여론 비등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았으며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이 사실을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 수사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점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박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한 채 무리하게 혐의를 씌우려 했다는 것이다. 가족을 모두 소환하고 측근 전체를 뒤흔드는 ‘바닥까지 훑는 수사’에는 노 전 대통령을 흔드는 것으로 반사이익을 꾀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현 정권과 가까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지나친 신중모드에 지지부진한 느낌”이라며 “혐의 사실을 생중계하듯 했던 전직 대통령 등 지난 정권과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태도와는 너무 확연한 차이가 난다”고 검찰의 수사 태도를 지적했다.

친노 진영 일각에서도 “현 정권에 의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수모를 받은 것이며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는 명백한 정치적 타살”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검찰과 현 정권이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안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사실상 정치적 타살”이라며 “검찰 수사는 누구든지 신원보호라는 기초적인 전제 아래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의혹을 사실인 양 언론에 흘리고 무책임한 수사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시정잡배로 만들었다”며 “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아니고 대한민국 전체를 모욕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지원 의원도 “검찰이 일가친척의 비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혐의점을 언론에 일일이 공개하는 바람에 노 전 대통령이 감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검찰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정치권은 이러한 주장이 검찰을 넘어 청와대까지 정조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노 전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던 이들도 “검찰이 너무했다”는 식으로 돌아서고 있는데다 일부 지역에서 촛불집회가 논의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현 정권의 보복수사’에 따른 희생양으로 강조하고 있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믿기지 않는 비극을 불러온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도 “우리는 누차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혐의를 받고 있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야권의 주장에 ‘명분’이 생긴 만큼 여권 인사들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회장은 물론, ‘실패한 로비’라는 이유로 검찰 수사에서 제외된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6월 국회’에서 여권의 미디어법 처리에 대항해 반MB 진영의 결집이 관측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과 기업 구조조정, 4대 강 살리기, 교육개혁 등 집권 2년차 내내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핵심 정책들이 줄줄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 지역을 중심으로 촛불집회 움직임과 ‘반MB’기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실제 민주노총은 화물노동자 총파업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그 누구도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정권’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처럼 지난해 6월 광우병 파동으로 시작된 촛불사태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된다면 ‘뒷감당’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속도전 ‘주춤’
제2의 촛불사태 일어날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촛불사태 후 이명박 정부가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에 대한 견제와 정치권을 향한 사정수사로 국정 동력을 회복했다”면서 “경제가 안정되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회복됐지만 강력한 국정운영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데다 다시 한 번 촛불사태가 터질 경우 국정운영에 미칠 엄청난 파장은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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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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