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129>새로운 패러다임 따라잡기

힘겨운 보릿고개 “한방은 없다!”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 최근 부동산 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매매 위주 투자에서 안정적이 수익을 보장하는 임대사업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더이상 자산증식 수단 아니다” 인식 변화
임대사업으로 투자 방향 선회…월세 선호

그동안 부동산은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부동산은 더 이상 시세 차익을 남기는 투자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돼버렸다. 국토해양부가 전월세거래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월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증가했다.

시세차익 수단?
일정수익만 나도…

전문가들은 월세 등 임대사업으로 투자자들이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가격은 좀처럼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집주인들은 당연히 일정수익을 발생시키고 싶어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임대료를 올리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집값이 떨어지다 보니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월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집주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떨어져 결국 주택시장은 월세로 점진적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월세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방증이다. 이는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도 이미 부동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해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에 한정됐던 임대사업이 주택분야까지 확대됐고, 최근에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기존에 분양방식 뿐만 아니라 임대 관리와 관련된 사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정부에서 임대관리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연말부터 이미 상당히 많이 들어왔다. 최근 국내에서도 임대관리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신생기업들에 대한 고민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급과잉 문제 등 임대 시장이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만 해도 오피스텔 집중물량이 3만 세대 정도에 달한다. 자고로 수요와 공급은 일정해야 하는데 이처럼 지난해부터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워낙 많다보니 입주시 공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투자 패턴도 바뀌고 있다. 아파트 투자가 줄어드는 대신 건물이나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이를 증명하듯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매매로 인한 수익보다는 금융리스크를 감안해 전세를 월세로 바꿔 안정적인 임대 수입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직장인을 비롯해 학생, 주부 등도 투자에 적극적 이여서 이들 역시 투자 상품으로 단연 수익형 부동산을 꼽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부자들 역시 부동산 중에서도 빌딩·상가·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비중이 월등히 늘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오피스텔과 상가, 빌딩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 맞는 투자상품을 찾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공급이 많이 늘어난 만큼 신규 분양보다는 입주 5년차 건물에 눈을 돌려 가격대가 저렴하면서도 임대료로 적정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바뀐 재테크 패턴
아파트 투자 줄고
수익형 투자 늘어


부동산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의 자금 중 상당량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역세권 오피스텔을 물론 대학가, 일산, 분당 등 자족기능이 있는 도시나 벤처 밸리나 테헤란 밸리 등 산업단지 등에도 투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는 앞으로도 유럽발 금융위기와 세계경제의 동조화 현상으로 인해 계속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런 저금리 추세가 사람들의 재테크 패턴까지 바꾸게 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에 부딪힌 사람들은 바로 그동안 여윳돈을 은행에 맡겨두고 이자로 노후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다. 은행에 목돈을 맡겨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지급받기 때문에 오랜 기간 묶어둘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최근 건설사들도 주택 및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사업을 개척하거나, 기존과 차별화된 색다른 방식으로 분양에 나서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어려운 부동산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수요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가 하면 기존 개발과 분양방식의 단기 수익창출방식에서 벗어나 꾸준히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에 진출하는 곳도 있다. 공급과잉으로 경쟁력이 약해진 오피스텔의 경우 레지던스로 업종을 변경해 수익률을 높이는 곳도 있고, 국내에서 수요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까지 판매망을 늘리는 사업장도 등장했다.

가격대 저렴한
5년차 이상 인기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짐에 따라 다양한 생존전략이 쏟아지고 있다”며 “다만 소비자가 똑똑해지면서 정말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식만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양삼송 우남퍼스트빌 = 우남건설이 오는 5월 분양할 예정인 ‘고양삼송 우남퍼스트빌’은 주택형 구성부터 분양가 책정까지 모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지역내 중소형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에 중대형 택지로 받아놨던 용지를 대부분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으로 변경했다. 세대수 변경 없이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변경함에 따라 용적률을 20%(기존 180%→160%)줄어들었지만, 그 부분을 조경 및 녹지공간을 더욱 확보해 제공할 계획이다.

▲마스터리스 사업 = 그동안 쇼핑몰·오피스·호텔·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개발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렸던 SK그룹 계열의 디벨로퍼 SK D&D는 최근 안정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소빌딩 ‘마스터리스(Master lease)’사업에 진출했다. 마스터리스란 장기로 건물을 통째로 임대, 이를 다시 재임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방식이다.

연면적 3300㎡ 내외의 노후화된 중소형빌딩을 주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리모델링이나 증축, 필요에 따라서는 신축을 통해 건물 가치를 상승시켜 임대료 수익을 극대화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 업체는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계약을 한 후 벌써 총 3개 빌딩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맞춤형 제공에 장기형 진출
건설사들 저마다 살길 모색

▲아브뉴프랑 판교 = 주택사업을 주 수익원으로 삼았던 호반건설은 ‘아브뉴프랑’ 브랜드 론칭과 함께 복합형 수익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브뉴프랑은 ‘프랑스’와 ‘길’이라는 의미로, 길을 따라 걸으며 프랑스 파리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을 의미한다. 판교 중심상업지구에 들어서는 아브뉴프랑 판교는 호반건설의 첫 수익부동산 사업으로, 100% 임대 직영운영체제로 운영된다.

▲강남역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률 우려감으로 단기임대로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상품을 변경하고 있다. 먼저 대우건설이 서울시 서초구에 공급하는 ‘강남역 푸르지오 시티’는 최근 오피스텔에서 레지던스로 상품을 변경했다. 강남역 인근에는 호텔이 부족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삼성타운 등을 찾는 외국인 바이어들의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용산 큐브 = 4월 달 완공을 앞둔 ‘용산 큐브’도 오피스텔 및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레지던스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용산 큐브의 시행사인 킹스개발은 최근 분양계약자들에게 레지던스로 변경하여 운영하겠다는 동의서와 임대 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

▲아스테리움 용산 =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최고급 주상복합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을 공급중인 국제빌딩주변 제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국내 부동산시장의 불황이 계속되자 해외로 눈을 돌려 분양에 나서고 있다. 이 조합은 4월 호주를 시작으로 심양·홍콩·북경 등에서 해외 VVIP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 설명회에 참여하는 등 해외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해운대 푸르지오시티 = 지난해 6월 대우건설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분양한 ‘해운대 푸르지오시티’는 레지던스형 오피스텔로 입소문을 타면서 평균 63대 1이라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25∼29㎡(이하 전용면적기준)3실에는 6131건이 접수돼 최고 2043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그동안 소액 투자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 상승으로 점차 수익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오피스텔로 분양을 받으면서도 호텔처럼 숙박 사업이 가능한 레지던스 오피스텔이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업무·주거용 오피스텔과 달리 서비스드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호실별로 개별 등기가 가능하다. 운영회사와 임대차 계약이 체결, 임대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돼 고정 임대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기존 오피스텔과는 차이가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주거와 업무, 호텔 서비스가 결합된 상품으로 회의실, 비즈니스센터 등 부대시설을 통해 업무 기능도 소화할 수 있다. 물론 청소, 세탁, 수영장 등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도 모두 받을 수 있다. 건축법상으로는 업무용 오피스텔로 지어져 주거용 오피스텔과 달리 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를 받지도 않고 종합부동산세 누진이나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디아일랜드 마리나 = 서비스드 레지던스형 오피스텔이 투자 상품으로 부각되면서 서울·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 제주도·강원도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에 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제주도 최고의 관광명소인 성산일출봉 근처인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201번지 일대에 ‘디아일랜드 마리나’를 분양한다. 이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지하 2층∼지상 8층 1개동 24.02∼92.82㎡ 총 215실 규모다. 특급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를 비롯해 수영장과 어린이풀, 카페테리아 및 비즈니스센터 등 호텔급 부대시설도 마련된다.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50%정도는 호실에서 성산일출봉도 볼 수 있다. 인근에 올레길 2코스가 지나고 섭지코지, 신양해수욕장, 우도, 만장굴, 아시아 최대 아쿠아리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등의 관광명소가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 마리나 항만으로 개발되는 ‘오션 마리나시티’등 개발 호재도 많다.

레지던스 오피스텔
틈새시장으로 부상

▲디아일랜드 블루 =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동 일대에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시행하는 ‘디아일랜드 블루’ 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1층 규모에 24.5∼69.2㎡로 구성된다. 단지 주변으로는 올레길 6코스를 비롯해 천지연폭포, 정방 폭포 등 다양한 관광지도 위치해 있다.

▲제주 아빌로스 = 아이콘아이앤씨는 제주시 도련1동 삼화택지지구에서 레지던스 오피스텔 ‘제주 아빌로스’를 분양 중에 있다. 지하 4층∼지상 10층 1개동 24.57∼84.55㎡ 171실 규모다. 3·6·9층은 필로티 설계가 적용돼 테라스가 설치된다. 3층에는 비즈니스센터, 회의실, 식당 등이 들어선다. 6층은 복층으로 설계된다.

▲벨리시모 = 잠실 롯데월드 인근에서도 레지던스 오피스텔인 ‘벨리시모’가 분양 중이다. 한라콘테이너가 시행하는 이 오피스텔은 19.53∼24.98㎡ 72실 규모다. TV, 냉장고, 식탁 등이 빌트인 돼 있고 풀 옵션 가전 가구가 제공되며 잠실역 3분 거리의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평창 부띠끄마레 =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도 레지던스 오피스텔‘평창 부띠끄마레’가 분양중이다. 총 153실 규모로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곳에서 5분 거리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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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