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129>새로운 패러다임 따라잡기

힘겨운 보릿고개 “한방은 없다!”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 최근 부동산 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매매 위주 투자에서 안정적이 수익을 보장하는 임대사업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더이상 자산증식 수단 아니다” 인식 변화
임대사업으로 투자 방향 선회…월세 선호

그동안 부동산은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부동산은 더 이상 시세 차익을 남기는 투자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돼버렸다. 국토해양부가 전월세거래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월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증가했다.

시세차익 수단?
일정수익만 나도…

전문가들은 월세 등 임대사업으로 투자자들이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가격은 좀처럼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집주인들은 당연히 일정수익을 발생시키고 싶어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임대료를 올리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집값이 떨어지다 보니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월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집주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떨어져 결국 주택시장은 월세로 점진적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월세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방증이다. 이는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도 이미 부동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해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에 한정됐던 임대사업이 주택분야까지 확대됐고, 최근에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기존에 분양방식 뿐만 아니라 임대 관리와 관련된 사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정부에서 임대관리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연말부터 이미 상당히 많이 들어왔다. 최근 국내에서도 임대관리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신생기업들에 대한 고민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급과잉 문제 등 임대 시장이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만 해도 오피스텔 집중물량이 3만 세대 정도에 달한다. 자고로 수요와 공급은 일정해야 하는데 이처럼 지난해부터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워낙 많다보니 입주시 공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투자 패턴도 바뀌고 있다. 아파트 투자가 줄어드는 대신 건물이나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이를 증명하듯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매매로 인한 수익보다는 금융리스크를 감안해 전세를 월세로 바꿔 안정적인 임대 수입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직장인을 비롯해 학생, 주부 등도 투자에 적극적 이여서 이들 역시 투자 상품으로 단연 수익형 부동산을 꼽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부자들 역시 부동산 중에서도 빌딩·상가·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비중이 월등히 늘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오피스텔과 상가, 빌딩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 맞는 투자상품을 찾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공급이 많이 늘어난 만큼 신규 분양보다는 입주 5년차 건물에 눈을 돌려 가격대가 저렴하면서도 임대료로 적정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바뀐 재테크 패턴
아파트 투자 줄고
수익형 투자 늘어


부동산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의 자금 중 상당량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역세권 오피스텔을 물론 대학가, 일산, 분당 등 자족기능이 있는 도시나 벤처 밸리나 테헤란 밸리 등 산업단지 등에도 투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는 앞으로도 유럽발 금융위기와 세계경제의 동조화 현상으로 인해 계속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런 저금리 추세가 사람들의 재테크 패턴까지 바꾸게 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에 부딪힌 사람들은 바로 그동안 여윳돈을 은행에 맡겨두고 이자로 노후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다. 은행에 목돈을 맡겨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지급받기 때문에 오랜 기간 묶어둘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최근 건설사들도 주택 및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사업을 개척하거나, 기존과 차별화된 색다른 방식으로 분양에 나서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어려운 부동산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수요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가 하면 기존 개발과 분양방식의 단기 수익창출방식에서 벗어나 꾸준히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에 진출하는 곳도 있다. 공급과잉으로 경쟁력이 약해진 오피스텔의 경우 레지던스로 업종을 변경해 수익률을 높이는 곳도 있고, 국내에서 수요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까지 판매망을 늘리는 사업장도 등장했다.

가격대 저렴한
5년차 이상 인기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짐에 따라 다양한 생존전략이 쏟아지고 있다”며 “다만 소비자가 똑똑해지면서 정말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식만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양삼송 우남퍼스트빌 = 우남건설이 오는 5월 분양할 예정인 ‘고양삼송 우남퍼스트빌’은 주택형 구성부터 분양가 책정까지 모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지역내 중소형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에 중대형 택지로 받아놨던 용지를 대부분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으로 변경했다. 세대수 변경 없이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변경함에 따라 용적률을 20%(기존 180%→160%)줄어들었지만, 그 부분을 조경 및 녹지공간을 더욱 확보해 제공할 계획이다.

▲마스터리스 사업 = 그동안 쇼핑몰·오피스·호텔·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개발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렸던 SK그룹 계열의 디벨로퍼 SK D&D는 최근 안정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소빌딩 ‘마스터리스(Master lease)’사업에 진출했다. 마스터리스란 장기로 건물을 통째로 임대, 이를 다시 재임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방식이다.

연면적 3300㎡ 내외의 노후화된 중소형빌딩을 주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리모델링이나 증축, 필요에 따라서는 신축을 통해 건물 가치를 상승시켜 임대료 수익을 극대화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 업체는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계약을 한 후 벌써 총 3개 빌딩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맞춤형 제공에 장기형 진출
건설사들 저마다 살길 모색

▲아브뉴프랑 판교 = 주택사업을 주 수익원으로 삼았던 호반건설은 ‘아브뉴프랑’ 브랜드 론칭과 함께 복합형 수익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브뉴프랑은 ‘프랑스’와 ‘길’이라는 의미로, 길을 따라 걸으며 프랑스 파리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을 의미한다. 판교 중심상업지구에 들어서는 아브뉴프랑 판교는 호반건설의 첫 수익부동산 사업으로, 100% 임대 직영운영체제로 운영된다.

▲강남역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률 우려감으로 단기임대로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상품을 변경하고 있다. 먼저 대우건설이 서울시 서초구에 공급하는 ‘강남역 푸르지오 시티’는 최근 오피스텔에서 레지던스로 상품을 변경했다. 강남역 인근에는 호텔이 부족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삼성타운 등을 찾는 외국인 바이어들의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용산 큐브 = 4월 달 완공을 앞둔 ‘용산 큐브’도 오피스텔 및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레지던스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용산 큐브의 시행사인 킹스개발은 최근 분양계약자들에게 레지던스로 변경하여 운영하겠다는 동의서와 임대 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

▲아스테리움 용산 =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최고급 주상복합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을 공급중인 국제빌딩주변 제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국내 부동산시장의 불황이 계속되자 해외로 눈을 돌려 분양에 나서고 있다. 이 조합은 4월 호주를 시작으로 심양·홍콩·북경 등에서 해외 VVIP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 설명회에 참여하는 등 해외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해운대 푸르지오시티 = 지난해 6월 대우건설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분양한 ‘해운대 푸르지오시티’는 레지던스형 오피스텔로 입소문을 타면서 평균 63대 1이라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25∼29㎡(이하 전용면적기준)3실에는 6131건이 접수돼 최고 2043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그동안 소액 투자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 상승으로 점차 수익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오피스텔로 분양을 받으면서도 호텔처럼 숙박 사업이 가능한 레지던스 오피스텔이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업무·주거용 오피스텔과 달리 서비스드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호실별로 개별 등기가 가능하다. 운영회사와 임대차 계약이 체결, 임대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돼 고정 임대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기존 오피스텔과는 차이가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주거와 업무, 호텔 서비스가 결합된 상품으로 회의실, 비즈니스센터 등 부대시설을 통해 업무 기능도 소화할 수 있다. 물론 청소, 세탁, 수영장 등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도 모두 받을 수 있다. 건축법상으로는 업무용 오피스텔로 지어져 주거용 오피스텔과 달리 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를 받지도 않고 종합부동산세 누진이나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디아일랜드 마리나 = 서비스드 레지던스형 오피스텔이 투자 상품으로 부각되면서 서울·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 제주도·강원도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에 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제주도 최고의 관광명소인 성산일출봉 근처인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201번지 일대에 ‘디아일랜드 마리나’를 분양한다. 이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지하 2층∼지상 8층 1개동 24.02∼92.82㎡ 총 215실 규모다. 특급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를 비롯해 수영장과 어린이풀, 카페테리아 및 비즈니스센터 등 호텔급 부대시설도 마련된다.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50%정도는 호실에서 성산일출봉도 볼 수 있다. 인근에 올레길 2코스가 지나고 섭지코지, 신양해수욕장, 우도, 만장굴, 아시아 최대 아쿠아리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등의 관광명소가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 마리나 항만으로 개발되는 ‘오션 마리나시티’등 개발 호재도 많다.

레지던스 오피스텔
틈새시장으로 부상


▲디아일랜드 블루 =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동 일대에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시행하는 ‘디아일랜드 블루’ 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1층 규모에 24.5∼69.2㎡로 구성된다. 단지 주변으로는 올레길 6코스를 비롯해 천지연폭포, 정방 폭포 등 다양한 관광지도 위치해 있다.

▲제주 아빌로스 = 아이콘아이앤씨는 제주시 도련1동 삼화택지지구에서 레지던스 오피스텔 ‘제주 아빌로스’를 분양 중에 있다. 지하 4층∼지상 10층 1개동 24.57∼84.55㎡ 171실 규모다. 3·6·9층은 필로티 설계가 적용돼 테라스가 설치된다. 3층에는 비즈니스센터, 회의실, 식당 등이 들어선다. 6층은 복층으로 설계된다.

▲벨리시모 = 잠실 롯데월드 인근에서도 레지던스 오피스텔인 ‘벨리시모’가 분양 중이다. 한라콘테이너가 시행하는 이 오피스텔은 19.53∼24.98㎡ 72실 규모다. TV, 냉장고, 식탁 등이 빌트인 돼 있고 풀 옵션 가전 가구가 제공되며 잠실역 3분 거리의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평창 부띠끄마레 =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도 레지던스 오피스텔‘평창 부띠끄마레’가 분양중이다. 총 153실 규모로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곳에서 5분 거리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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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