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129>새로운 패러다임 따라잡기

힘겨운 보릿고개 “한방은 없다!”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 최근 부동산 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매매 위주 투자에서 안정적이 수익을 보장하는 임대사업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더이상 자산증식 수단 아니다” 인식 변화
임대사업으로 투자 방향 선회…월세 선호

그동안 부동산은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부동산은 더 이상 시세 차익을 남기는 투자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돼버렸다. 국토해양부가 전월세거래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월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증가했다.

시세차익 수단?
일정수익만 나도…

전문가들은 월세 등 임대사업으로 투자자들이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가격은 좀처럼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집주인들은 당연히 일정수익을 발생시키고 싶어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임대료를 올리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집값이 떨어지다 보니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월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집주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떨어져 결국 주택시장은 월세로 점진적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월세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방증이다. 이는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도 이미 부동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해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에 한정됐던 임대사업이 주택분야까지 확대됐고, 최근에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기존에 분양방식 뿐만 아니라 임대 관리와 관련된 사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정부에서 임대관리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연말부터 이미 상당히 많이 들어왔다. 최근 국내에서도 임대관리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신생기업들에 대한 고민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급과잉 문제 등 임대 시장이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만 해도 오피스텔 집중물량이 3만 세대 정도에 달한다. 자고로 수요와 공급은 일정해야 하는데 이처럼 지난해부터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워낙 많다보니 입주시 공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투자 패턴도 바뀌고 있다. 아파트 투자가 줄어드는 대신 건물이나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이를 증명하듯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매매로 인한 수익보다는 금융리스크를 감안해 전세를 월세로 바꿔 안정적인 임대 수입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직장인을 비롯해 학생, 주부 등도 투자에 적극적 이여서 이들 역시 투자 상품으로 단연 수익형 부동산을 꼽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부자들 역시 부동산 중에서도 빌딩·상가·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비중이 월등히 늘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오피스텔과 상가, 빌딩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 맞는 투자상품을 찾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공급이 많이 늘어난 만큼 신규 분양보다는 입주 5년차 건물에 눈을 돌려 가격대가 저렴하면서도 임대료로 적정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바뀐 재테크 패턴
아파트 투자 줄고
수익형 투자 늘어


부동산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의 자금 중 상당량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역세권 오피스텔을 물론 대학가, 일산, 분당 등 자족기능이 있는 도시나 벤처 밸리나 테헤란 밸리 등 산업단지 등에도 투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는 앞으로도 유럽발 금융위기와 세계경제의 동조화 현상으로 인해 계속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런 저금리 추세가 사람들의 재테크 패턴까지 바꾸게 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에 부딪힌 사람들은 바로 그동안 여윳돈을 은행에 맡겨두고 이자로 노후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다. 은행에 목돈을 맡겨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지급받기 때문에 오랜 기간 묶어둘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최근 건설사들도 주택 및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사업을 개척하거나, 기존과 차별화된 색다른 방식으로 분양에 나서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어려운 부동산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수요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가 하면 기존 개발과 분양방식의 단기 수익창출방식에서 벗어나 꾸준히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에 진출하는 곳도 있다. 공급과잉으로 경쟁력이 약해진 오피스텔의 경우 레지던스로 업종을 변경해 수익률을 높이는 곳도 있고, 국내에서 수요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까지 판매망을 늘리는 사업장도 등장했다.

가격대 저렴한
5년차 이상 인기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짐에 따라 다양한 생존전략이 쏟아지고 있다”며 “다만 소비자가 똑똑해지면서 정말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식만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양삼송 우남퍼스트빌 = 우남건설이 오는 5월 분양할 예정인 ‘고양삼송 우남퍼스트빌’은 주택형 구성부터 분양가 책정까지 모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지역내 중소형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에 중대형 택지로 받아놨던 용지를 대부분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으로 변경했다. 세대수 변경 없이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변경함에 따라 용적률을 20%(기존 180%→160%)줄어들었지만, 그 부분을 조경 및 녹지공간을 더욱 확보해 제공할 계획이다.

▲마스터리스 사업 = 그동안 쇼핑몰·오피스·호텔·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개발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렸던 SK그룹 계열의 디벨로퍼 SK D&D는 최근 안정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소빌딩 ‘마스터리스(Master lease)’사업에 진출했다. 마스터리스란 장기로 건물을 통째로 임대, 이를 다시 재임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방식이다.

연면적 3300㎡ 내외의 노후화된 중소형빌딩을 주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리모델링이나 증축, 필요에 따라서는 신축을 통해 건물 가치를 상승시켜 임대료 수익을 극대화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 업체는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계약을 한 후 벌써 총 3개 빌딩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맞춤형 제공에 장기형 진출
건설사들 저마다 살길 모색

▲아브뉴프랑 판교 = 주택사업을 주 수익원으로 삼았던 호반건설은 ‘아브뉴프랑’ 브랜드 론칭과 함께 복합형 수익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브뉴프랑은 ‘프랑스’와 ‘길’이라는 의미로, 길을 따라 걸으며 프랑스 파리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을 의미한다. 판교 중심상업지구에 들어서는 아브뉴프랑 판교는 호반건설의 첫 수익부동산 사업으로, 100% 임대 직영운영체제로 운영된다.

▲강남역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률 우려감으로 단기임대로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상품을 변경하고 있다. 먼저 대우건설이 서울시 서초구에 공급하는 ‘강남역 푸르지오 시티’는 최근 오피스텔에서 레지던스로 상품을 변경했다. 강남역 인근에는 호텔이 부족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삼성타운 등을 찾는 외국인 바이어들의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용산 큐브 = 4월 달 완공을 앞둔 ‘용산 큐브’도 오피스텔 및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레지던스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용산 큐브의 시행사인 킹스개발은 최근 분양계약자들에게 레지던스로 변경하여 운영하겠다는 동의서와 임대 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

▲아스테리움 용산 =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최고급 주상복합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을 공급중인 국제빌딩주변 제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국내 부동산시장의 불황이 계속되자 해외로 눈을 돌려 분양에 나서고 있다. 이 조합은 4월 호주를 시작으로 심양·홍콩·북경 등에서 해외 VVIP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 설명회에 참여하는 등 해외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해운대 푸르지오시티 = 지난해 6월 대우건설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분양한 ‘해운대 푸르지오시티’는 레지던스형 오피스텔로 입소문을 타면서 평균 63대 1이라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25∼29㎡(이하 전용면적기준)3실에는 6131건이 접수돼 최고 2043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그동안 소액 투자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 상승으로 점차 수익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오피스텔로 분양을 받으면서도 호텔처럼 숙박 사업이 가능한 레지던스 오피스텔이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업무·주거용 오피스텔과 달리 서비스드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호실별로 개별 등기가 가능하다. 운영회사와 임대차 계약이 체결, 임대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돼 고정 임대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기존 오피스텔과는 차이가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주거와 업무, 호텔 서비스가 결합된 상품으로 회의실, 비즈니스센터 등 부대시설을 통해 업무 기능도 소화할 수 있다. 물론 청소, 세탁, 수영장 등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도 모두 받을 수 있다. 건축법상으로는 업무용 오피스텔로 지어져 주거용 오피스텔과 달리 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를 받지도 않고 종합부동산세 누진이나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디아일랜드 마리나 = 서비스드 레지던스형 오피스텔이 투자 상품으로 부각되면서 서울·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 제주도·강원도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에 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제주도 최고의 관광명소인 성산일출봉 근처인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201번지 일대에 ‘디아일랜드 마리나’를 분양한다. 이 레지던스 오피스텔은 지하 2층∼지상 8층 1개동 24.02∼92.82㎡ 총 215실 규모다. 특급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를 비롯해 수영장과 어린이풀, 카페테리아 및 비즈니스센터 등 호텔급 부대시설도 마련된다.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50%정도는 호실에서 성산일출봉도 볼 수 있다. 인근에 올레길 2코스가 지나고 섭지코지, 신양해수욕장, 우도, 만장굴, 아시아 최대 아쿠아리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등의 관광명소가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 마리나 항만으로 개발되는 ‘오션 마리나시티’등 개발 호재도 많다.

레지던스 오피스텔
틈새시장으로 부상


▲디아일랜드 블루 =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동 일대에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시행하는 ‘디아일랜드 블루’ 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1층 규모에 24.5∼69.2㎡로 구성된다. 단지 주변으로는 올레길 6코스를 비롯해 천지연폭포, 정방 폭포 등 다양한 관광지도 위치해 있다.

▲제주 아빌로스 = 아이콘아이앤씨는 제주시 도련1동 삼화택지지구에서 레지던스 오피스텔 ‘제주 아빌로스’를 분양 중에 있다. 지하 4층∼지상 10층 1개동 24.57∼84.55㎡ 171실 규모다. 3·6·9층은 필로티 설계가 적용돼 테라스가 설치된다. 3층에는 비즈니스센터, 회의실, 식당 등이 들어선다. 6층은 복층으로 설계된다.

▲벨리시모 = 잠실 롯데월드 인근에서도 레지던스 오피스텔인 ‘벨리시모’가 분양 중이다. 한라콘테이너가 시행하는 이 오피스텔은 19.53∼24.98㎡ 72실 규모다. TV, 냉장고, 식탁 등이 빌트인 돼 있고 풀 옵션 가전 가구가 제공되며 잠실역 3분 거리의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평창 부띠끄마레 =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도 레지던스 오피스텔‘평창 부띠끄마레’가 분양중이다. 총 153실 규모로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곳에서 5분 거리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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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